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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15화 (21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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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강창욱이 내게 비비려는 건 이해는 됐다. 그래도 아는 사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개새끼 백준열이, 고작 아는 사이에 불과한 강창욱을 돕는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지.’

강창욱이 미래 산업을 내게 또 넘긴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그걸 알기에 나는 곧 급락할 미래 산업의 주식부터 긁어모으라고 블랙머니의 박 비서에게 연락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여기 사업하는 사람이 강창욱 말고도 더 있겠네.’

나는 우선 여기 누구누구가 와 있는지부터 파악해 봐야겠다 싶었다. 그런 나를 강창욱이 상당히 기대 섞인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나름 자신을 도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고민은 개뿔....’

강창욱 따위에 고민할 게 뭐가 있다고. 나는 그가 더 이상 헛된 기대를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어렵겠는데?”

“뭐? 왜?”

강창욱은 마치 내가 자신을 도우는 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같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내가 왜? 너 한데 그래줘야 하는데?”

“그야 우린 청와대도 같이 들어간 친, 아니 친한 사이잖아?”

녀석은 나와 자기 사이를 친구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내가 녀석보고 친구 먹자고 한 적은 없었다. 그걸 의식한 듯 친한 사이라는, 녀석의 말에 내가 피식 거리며 말했다.

“허어. 우리가 친해? 언제? 어떻게?”

“그, 그거야....”

강창욱도 내가 막상 따지고 들자 할 말이 없는지 어리바리하게 굴었다.

나는 그런 그와 더 할 말이 없었기에 그의 옆을 그냥 스쳐지나갔다.

그런 나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싶었던지 강창욱이 뒤돌아서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으려 했다.

휙!

하지만 이제동의 싸움 능력이 그런 녀석의 행동에 바로 반응을 보였다.

녀석이 잡으려는 내 팔을 미리 빼버리면서, 녀석의 손이 허공만 움켜 쥔 것이다.

“어어....”

그렇게 나는 두 헛걸음 더 앞서 걸어 가 버렸고, 그런 날을 멍하니 쳐다보던 강창욱. 그가 나를 쫓아 움직이려 할 때 족쇄가 그를 붙잡았다. 바로 조금 전 강창욱이 빠구리를 했던 QH엔터의 신인 여배우가 말이다.

“오빠. 어디가요?”

“야. 놔. 저 놈 잡아야....”

하지만 강창욱이 움직이기 전에, 나는 이곳 남산 파라다이스의 실소유주인 QH엔터의 대표인 홍대복을 만났다.

* * *

홍대복은 백준기가 불렀다는, 그 대단하다는 손님이 JYB엔터 백준열 대표란 사실을 알고 좀 황당해 했다. 하지만 홍대복은 강창욱 같은 머저리가 아니었다.

“백준기, 백준열. 설마 형제는 아닐 테고. 사촌 사인가?”

홍대복은 그 말 후 바로 알아봤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쉽게 JYB엔터 백준열 대표에 대해 알게 됐다.

QH엔터를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았던 홍대복은, 아직 연예계에 대해 잘 몰랐다.

그렇다보니 개새끼 백준열이 대해서도 아직 모르고 있었고.

근데 알고 보니 백준기는 백준열에 댈 게 아니었다.

“씨발. 삼명그룹 직계라니....”

대한민국에서 단연 탑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 삼명그룹이었다. 홍대복도 그 정도는 알았다.

그런데 그 삼명그룹의 백 회장의 막내아들이, 백준열이란 건 몰랐다.

그런 백준열이 지금 홍대복의 파티에 온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홍대복은 생각 같아서는 백준열을 여기로 불러 준, 백준기를 업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렇게 백준기에게서 백준열이 곧 올 거란 얘기를 듣고 나서,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백준열이 진짜 남산 파라다이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씀 하셨던 그 분 오셨다는데요?”

“그래. 알았다. 나가자.”

입구로부터 연락을 받은 홍대복. 그는 백준열을 직접 마중 나갔고 그와 만났다.

‘진짜 잘 생겼다.’

홍대복도 QH엔터에서 그 동안 외적으로 잘생긴 남자는 많이 봐왔다.

하지만 오늘처럼 연예인도 아닌데, 주위 연예인들에 전혀 기죽지 않는 외모를 뽐내는, 새파랗게 젊은 남자를 보고, 그의 잘난 낯짝과 젊음이 부러웠다.

“안녕하십니까? QH엔터라는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홍대복이라고 합니다.”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JYB엔터 대표 백준열입니다.”

홍대복이 넉살 좋게 먼저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백준열이 바로 잡았다.

둘은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악수 후, 바로 얘기 나눌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마도 백준열이 오기를 목메게 기다리고 있는 백준기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이동 중 백준열은 궁금한 게 많은 지, 홍대복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물었고, 홍대복은 나름 성실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여깁니다.”

그렇게 그 장소에 도착한 듯 홍대복이 다세대 주택의 한 방 앞에서 말했다.

그리곤 자기가 알아서 그 방의 방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백준열은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방 안에 들어섰고.

“어?”

하지만 홍대복이 안내한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마치 최고급 룸살롱 룸빵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 룸빵처럼 술과 안주가 세팅 되어 있기도 했고.

당연히 백준열은 이곳에 백준기가 있을 거라 여겼는데 없자 어리둥절해 했고, 그런 그를 보고 홍대복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TVM의 백준기 대표는 좀 있다 보시고, 먼저 제 잔 한잔 받으시죠.”

홍대복이 사람 좋은 얼굴로,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양주병을 들었고, 나는 예의상 바로 앞에 양주잔을 들어 홍대복 쪽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홍대복이 딴에는 비싼 술이라고 준비한, 로얄 살루트 38년산을 내 잔에 조심스럽게 따라 주었다.

“이리 주시죠.”

“아이고. 감사합니다.”

내가 반대로 홍대복에게 술을 따라주겠다고 하니 홍대복이 입에 귀에 걸려서는, 자기 손에 들고 있던 로얄 살루트 38년산 양주를 내게 건넸다.

나는 그 양주를 받아서 홍대복에게 한잔 가득 따라주었다.

“건배!”

그리곤 홍대복과 같이 양주 한 잔을 꺾었다. 비싼 술답게 입에 착 감기며, 술술 목으로 잘도 넘어갔다.

그때 홍대복의 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얼굴도 기가 막히고 몸매도 죽이는, 두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룸빵 안으로 들어왔다.

“어어. 황 차장 어서와. 인사드려. 이분은 JYB엔터 백준열 대표님. 그리고 저쪽은 우리 QH엔터의 대들보라고도 볼 수 있는 황치열 차장입니다.”

“반가워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치열이 국내 3대 엔터사 중 한 곳인, JYB엔터 대표를 향해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 * *

나는 홍대복과 악수 할 때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했다. 상대가 어떤 인간인지 파악도 하고, 또 혹시나 이곳에 쓸 만한 인재가 있을까 해서 말이다.

“이쪽으로....”

인사 후 홍대복이 나를 어딘가로 이끌었다. 나는 그곳에 당연히 여기로 날 부른 백준기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고, 이동 중 궁금한 걸 거침없이 홍대복에게 물었다.

“여기 오신 분들의 면면이 눈에 익네요. 몇 분이나 초대하신 겁니까?”

“대표님까지 열여섯 분이요. 하하하하. 제 자랑이 아니라 오늘 파티에 초대 받고 오신 분들은, 다들 방송사, 신문, 잡지사, 정재계에서 나름에 입지가 있으신 분들이시죠.”

‘니 자랑 맞구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파티장 안에 홍대복이 초대한 손님들 중, 특히 재복을 상징하는 금빛을 몸에 두른 자들을 살폈다.

‘다섯쯤이군.’

그 다섯 중에는 강창욱도 포함 됐다. 나는 나머지 네 명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홍대복에게 물었다.

“저기, 저기, 그리고 저기, 그 너머에 수염 기르신 분이 특히 제 눈에 익네요.”

“하하하하. 대표님의 눈썰미가 정말 대단하시군요. 같이 경영하는 분들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저분은 제일 푸드 박 사장님이시고, 저분은 동화신문 강 사장님. 아리랑 호텔 표 전무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염 기르신 저분이 동북제약 길 사장님이십니다. 다들 저희 QH엔터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 고마운 분들이시지요.”

‘도움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다들 QH엔터에서 제공하는 여자 연예인들에게 성 상납 받는 작자들이겠지.’

나는 홍대복으로부터 들은, 돈 되는 정보를 머릿속에 되뇌었다.

‘그러니까 제일푸드와 동화신문, 아리랑 호텔, 동북제약이 내일 폭락할 주식들이란 얘기군.’

왜냐하면 한 시간쯤 뒤에 중앙지검 반부패부장이, 직접 검사 둘을 데리고 여기를 급습할 예정이거든.

즉 여기 있는 작자들 다 성 상납 받은 거, 그 대가를 톡톡하게 치를 거란 얘기다.

물론 다들 잘난 작자들이니, 어떤 식으로든 빠져 나오겠지. 하지만 미래에서처럼 그렇게 쉽사리 빠져 나가진 못할 거다.

또 빠져 나간다 하더라도 팔다리 하나는 끊기는 아픔쯤은 겪어야 할 것이고.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나는 미래 산업을 비롯한 다섯 회사에 풋 옵션을 걸 것이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폭락한 그 다섯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생각이었다. 회사 마다 다르겠지만 최소 5%이상의 주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5%의 주식이....마법을 부리는 걸 보여 주도록 하지.’

무능한 경영자들을 몰아내는 데는 5%의 주식으로도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 주식을 가진 대주주가 바로 나 백준열 일 테니까.

‘이런....’

원래는 미래 산업 만 인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수할 회사가 4개 더 늘어버렸다.

‘뭐 봐서 아니다 싶으면 M&A 이후에, 갈기갈기 찢어서 팔아 치워버리면 그만이니까.’

백준열의 장기 중 하나가 바로, 우량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해서는 갈기갈기 찢어서 팔아서, 그 차익을 몇 배로 만들어 내는 거였다. 그걸 또 국내에서 제일 잘하는 투자사가 바로 블랙머니였고.

‘잘 됐네.’

내가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홍대복이 백준기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백준기는 없었고, 대신 홍대복이 먼저 나에게 접근을 시도해 왔다.

‘이거 일이 점점 더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나는 이번 역시 속으로 웃으며 홍대복이 따라 준 양주를 그와 부딪친 후 바로 비웠다.

그랬더니 홍대복이 나를 접대하려는 듯 두 미녀를 내 품에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 미녀들을 데리고 온 황 차장이란 자를 내게 소개 했는데....

* * *

나는 홍대복이 극찬한, QH엔터의 대들보라는 황 차장이란 작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내 눈에 비치는 황 차장의 몸에 색깔은, 그가 유능함과는 영 거리가 멀었으니까.

오히려 황 차장은 사기꾼 기질에다가 위선자 기운이 강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기운 중 그 어디에도 유능한 빛은 보이지 않았다.

‘쯧쯧. 속은 건가?’

아무래도 내가 봤을 때 홍대복은 황 차장이란 자에게 속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걸 굳이 바로 잡거나 홍대복에게 알려 줄 이유는 없었다.

“하하하하. 어떻습니까? 저희 회사 여배우들인데?”

그런데 홍대복이 내게 사기를 치려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황 차장이란 자가 데려 온 두 미녀를, 자기 회사 여배우로 버젓이 둔갑 시킨 것이다.

보통 사람이 본다면 두 미녀들은 배우 해도 될 정도의 미인들이긴 했다. 하지만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내 경험상 두 미녀들에게는, 여배우들에게서 나타나는 강렬한 주황빛 아우라 보다는, 호스티스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핑크, 핑크 한 빛이 더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야?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직업 접대부들을 붙여 놓고, 자기 회사 여배우들 붙여 준 거처럼 사기 치는 거야?’

나는 속으로 기가 찼다. 하지만 당연히 그걸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다.

대신 두 미녀를 내 양 옆에 앉히되, 가까이 붙여 앉히지 않고 떨어트려 놓고 앉았다.

그걸 보고 홍대복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뭘 뜻하는지 홍대복은 잘 알았던 것이다.

내가 두 미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면 미녀들은 괜찮은데 지금 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후자의 경우 홍대복으로서도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름 최선을 다한 자리인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 말이다.

아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뭐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홍대복도 나름 대비책은 세워 뒀을 거다.

‘바로 나에게서 백준기로 다시 넘어가는 거.’

백준기보다야 삼명그룹 직계인 내가 더 나으니, 나를 잡으려고 이러는 모양인데 그게 잘 안 되다보니, 다시 백준기에게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티가 홍대복에게서 너무 역력히 났다.

‘이럴 때는 내부를 좀 흔들어 주는 것도 좋겠지.’

나는 홍대복이 자기 입으로 말한 QH엔터의 대들보를 흔들어 보기로 했다.

“강 마담 잘 있어?”

“네?”

갑작스런 내 질문에 내 옆에 앉아 있던 두 미녀 중 유독 내 눈치를 많이 보던 미녀가 흠칫 놀라며 황 차장을 쳐다봤다.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말이다.

“대, 대표님. 강 마담이라니요?”

근데 정작 날선 반응을 보인 건 황 차장이 아니라 홍대복이었다.

그런데 홍대복에게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홍대복도 내 옆에 앉은 두 미인들을 여배우로 아는 거 같았다.

‘뭐야? 홍 대표도 모르는 거야?’

나는 어처구니 없어하며 황 차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황 차장이 억지로 웃으며 내게 말했다.

“혹시 애들과 닮은 호스티스들을 어디 룸빵에서 보신 거 같으신데, 이 애들은 진짜 저희 QH엔터의 여배우들 맞습니다.”

QH엔터의 실무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대개는 이쯤하면 포기하고 주제를 돌리기 마련인데 나는 아니다.

“아니지. 당신이 지금 룸빵 호스티스들을 데리고 와서, 내게 여배우라고 사기 치는 중인 거지.”

내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자, 황 차장이 곤욕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QH엔터 대표 홍대복을 쳐다봤다.

어서 대표님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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