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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14화 (21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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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준기의 말도 안 되는 부탁을 수용한 홍대복.

그는 곧장 QH엔터의 황치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여배우든 뭐든, 이쪽 바닥에 외모 좀 되는 애들 둘 만 더 데려 와.”

=네?

이미 QH엔터에 소속 된 성 상납 가능한 여자 연예인들에다가, 홍대복에게 목줄 잡힌 여자 연예인들까지 전부 다, 남산 파라다이스에 투입시켜 놓은 황치열이었다.

여기서 여자 연예인 둘을 더 데리고 오라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란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일이 그렇게 됐어. 시간 없으니까 빨리 구해 봐.”

그 말 후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린 홍대복. 이제 공은 황치열에게로 넘어갔다.

녀석이 이걸 해결하면 홍대복은 그를 더 신임할 것이고, 만약 김효석 본부장과 트러블이 생겼을 시 망설임 없이 김효석을 자르고, 그 자리에 황치열을 앉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홍대복의 과도한 기대였다.

황치열은 겉만 번지르르 했지, 실상 속은 별거 없는 무능한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없는 여자 연예인 둘을 당장 찾아서, 그것도 성 상납 하는 것에 동의 시킨 뒤, 그녀들을 남산 파라다이스로 보낸단 말인가?

“하아. 씨발. 좆 됐네.”

황치열은 지금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란 생각이 들었다.

이걸 해결하면 홍대복 대표는 그를 인정하고, 기꺼이 QH엔터의 전권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황치열은 본심, 즉 야욕을 드러내고, 제대로 QH엔터를 털어 먹은 뒤 날라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다.

“어쩐다?”

그래도 잔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가는 황치열. 그는 이리생각하고 저리 생각했다.

그때였다. 요즘 서울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장면을 황치열이 봤다.

부우우웅!

스쿠터 한 대가 그 앞을 지나갔는데, 그 스쿠터에 웬 여자가 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예전 티켓 다방과 거기 레지가 생각났다.

보통은 스쿠터 운전자가 따로 있었지만, 촌구석에서는 다방레지가 스쿠터를 직접 운전해서 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방 레지라....”

황치열도 젊은 시절, 윗사람이 자주 시켜 마셨던 다방 커피 맛을 지금도 기억했다.

“가만....여배우가 자기가 여배우라고, 이마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니잖아?”

황치열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고, 곧장 자신이 자주 가는 룸빵 마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장 마담. 거기 애들 중에 연기력 좀 되는, 아니다 그냥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그래. A급 애들 지금 둘이 필요한데? 있다고? 좋았어. 그 애들 지금 준비시켜 놔. 아니. 내가 어디 좀 데리고 갈 거야. 당연히 팁은 따블이고, 마담한테는....명품백 어때? 콜?”

황치열은 화려한 언변으로 룸빵 마담을 기어코 설득시켜서, 그곳 에이스 호스티스 둘을 일단 섭외했다.

“술 좀 마신 상태라면, 호스티스도 여배우로 보이는 법이지.”

하지만 대 놓고 호스티스들이 자기가 누군지 제대로 밝혀서는 안 됐다.

그래서 황치열이 직접 그 호스티스들을 데리고, 이렇게 남산 파라다이스로 지금 가려는 거고. 가는 동안 황치열은 호스티스들을 여배우로 변신 시킬 생각이었다.

“빨리 가자.”

시간이 없었다. 황치열은 서둘러 자기 차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곤 그 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그의 단골 룸빵으로 향했다.

* * *

백준기는 아니라고 했지만, 녀석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러니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거지. 하지만 나는 그걸 모른 척 했다.

그러다 녀석이 드디어 내가 원하는 걸 말했다. 지금 녀석이 성 상납 받고 있는 데로, 오라고 말이다.

당연히 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면서, 녀석의 몸을 더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러자 녀석이 별에 별 소리를 다 했다. 특히 거기가 얼마나 환상적인 곳인지, 설명을 했는데 술에 취한 녀석의 말을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어째든 녀석은 필사적이었고, 나는 녀석의 술 취해서 지껄이는 그 헛소리가 더는 듣기 싫어서, 그냥 못 이기는 척 가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좋아 하면서 거기 위치가 어딘지 떠들어 댔다.

역시나 하나도 못 알아 쳐 먹을 외계어로 지껄였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전 수행비서인 김준오를 통해서 그곳, 남산 파라다이스의 위치를 이미 싹 파악하고 있었다.

“알았어. 거기로 바로 가지.”

=이야호! 성공이다. 씨발 개새끼. 진짜 더럽게 비싸게 구네. 내가 이 빚은 천 배, 아니 만 배로 갚아준다.

내가 간다니 역시나 좋아 죽는 녀석. 하지만 속내는 전화를 확실히 좀 끊고 떠들 것이지.

확실히 백준기는 취해 있었다. 자기가 통화 중이란 것도 잊고 있을 만큼 말이다.

해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듣고 있어 봐야 내 욕하는 것 밖에 더 듣겠나?

“들어오자마자 나가네.”

뭐 대신 외출 준비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었다. 이대로 일어나서 호텔 방을 나가면 되니까.

“아아.”

문제는 차량이었다.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을 다 퇴근 시켜 버린 탓에, 내 이동 수단까지 같이 사라진 것.

그때 백준열의 기억에 이 호텔에서 VVIP전용 차량 서비스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나는 호텔 전화로 프런트를 연결했다.

=네. 백 대표님.

역시나 이 호텔은 VVIP고객 관리를 철저히 잘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필요한 차량 서비스를 요구했고, 호텔 측에서 내가 당장 쓸 수 있게 국산 중형 차량 한 대를, 호텔 입구에 대 놓겠다고 했다.

나는 그 통화를 끝내자마자, 내 방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곤 로비를 가로질러 호텔 출입구를 통과하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호텔 직원이 다가와서, 내게 정중히 차 키를 건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차량입니다.”

“고마워요.”

나는 차키를 받아서는 좀 전 호텔 직원이 가리킨, 검정색 국산 중형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서는, 바로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탔다.

차에는 당연히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거기에 정확한 주소를 입력하자 바로 안내가 시작됐다.

이전 삶에서 늘 하던 운전이라, 자연스럽게 차를 몰아서 남산 타워 방면으로 향하던 나는, 혹시 몰라 내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연락을 했다.

=왜요?

“뭐 왜요? 이야. 우리 문 팀장 배불렀네. 이번 기회에 경호팀 싹 바꿔?”

=하하하하. 우리 대표님. 농담도 참 살벌하게 하시네.

능청스럽게 이 위기를 넘기려는 문대식.

내가 문대식에게 할 수 있는 협박 중에, 가장 센 게 바로 이거다.

경호팀 일괄 교체. 그 말은 문대식 밑에 경호팀원들이,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가 된다는 거다. 물론 그 팀장인 문대식도 같이.

직장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뭐겠나? 바로 밥줄 끊기는 거다.

그건 문대식과 경호팀원들도 마찬가지.

“글쎄. 내가 지금 농담할 상황이 아니라서.”

=하아. 뭔데요?

“지금 남산 타워 쪽으로 가고 있어.”

=네? 지금 경호도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요?

내가 싸움을 잘하게 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경호가 필요 없을 정도는 아니다.

그걸 아니까 문대식이 내 말을 듣고 이렇게 발끈 하는 거고.

“그래서 지금 얘기하잖아. 내 목적지는....”

나는 남산 파라다이스의 정확한 주소를 문대식에게 불러줬다.

그러자 문대식이 더는 실없는 소리 없이 정색하며 말했다.

=저와 경호팀원 둘이 그쪽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아니. 더 와야 할 거야.”

=네?

“거기 QH엔터 성 상납 장소야. 조폭들이 득실거리겠지. 아마도?”

=아마도요? 당연히 많죠. 불법적인 장손데. 아이고 두야. 애들 좋다고 퇴근했는데 죄다 불러내야 할 모양이네.

나도 미안하다. 하지만 강지영이란 여배우의 억울한 죽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너희들 좋은 일 하는 거라고 전화기에 대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 했다간 안 그래도 요즘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는,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진짜 나를 정신병원에 데려갈지 몰랐다.

* * *

문대식과 통화 후 나는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영혼 없는 여자 목소리를 확 낮췄다.

어차피 내비게이션에 화살 표시와 거리 수치만 잘 봐도, 얼마든지 목적지를 찾아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 만에 운전을 해서, 목적지인 남산 파라다이스 앞에 도착했는데, 당연히 주변에 차 댈 데가 없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문대식이 나타났다.

“차는 저희가 알아서 댈 테니까, 저기 왜 가려는 지나 말해 주시죠?”

먼저 여기 온 문대식은, 벌써 남산 파라다이스가 어떤 곳인지 파악이 끝난 모양이었다.

“일단 백준기가 불러서 오긴 왔는데 그건 핑계고. 연예계 종사자로서 성 상납이 말이 돼?”

“네?”

백준기는 당연히 내가 여기 성 상납 받으러 온 거라 생각한 거 같았다.

‘나를 뭐로 보고....’

“이게 왜 이래? 나 지금, 저 안에 놈들 다 박살 내 버리려고 온 거라고.”

“허얼....”

내 그 말을 일단 문대식은 100%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그 동안 백준열이 보여 온 행태들을 보면, 문대식이 저러는 건 이해가 됐다.

괜히 백준열을 개새끼라고 했겠나? 하지만 지금 내가 여기 온 것은 진심으로, 어느 여배우가 억울하게 죽는 걸 막기 위해서다. 더불어 걸 그룹 경쟁사인 QH엔터도 낭떠러지로 떠밀어 버리고.

“안에 경호팀원 다 데리고 들어가진 못할 테고. 문 팀장만 따라 와.”

나는 사실상 범의 아가리나 마찬가지인 남산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내가 백준기처럼 여기 성 상납을 받을 요량으로 왔다면 여기는 파라다이스였겠지.

하지만 나는 진짜 여기를 박살내려 왔고, QH엔터의 홍대복은 조폭 두목이었다.

말이 은퇴한 조폭 두목이지, 조폭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데 무슨 은퇴.

당장 이곳 남산 파라다이스에만, 문대식이 파악하기로 20명도 넘는 조폭들이 깔려 있다는 데 말이다.

“잠깐. 누구십니까?”

그리고 그 조폭 중 4명을, 나는 바로 남산 파라다이스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백준기 대표 연락 받고 왔는데.”

나는 굳이 조폭들에게 내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백준기의 이름을 거론했더니, 놈들이 바로 나를 알아봤다. 아마도 백준기가 미리 손을 써 둔 거 같았다.

“네.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는 문대식과 같이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봐도 경호원 같아 보이는 문대식.

그런 문대식을 조폭들이 쬐려 봤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경호원 하나 쯤 들여보내도 괜찮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문대식은 그냥 경호원이 아니다. 실력만으로 보면 1대 1로 싸우면 여기 있는 조폭들과 다 붙어도 이긴다.

하지만 다구리 앞에는 장사가 없듯이 20명이 넘는 조폭들이 우르르 덤비면 문대식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밖에는 내 경호팀원들 전원이 대기 중인 것이고. 뭐 그들이 나선다면 조폭 따윈 100명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내가 괜히 매달 수십억의 돈을, 경호팀에 쏟아 붓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백 대표!”

그때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을 여기서 또 만났다. 바로 두어 시간 전에 호텔 로비에서 만났던, 그 미래 산업 대표인 강창욱.

녀석이 아까 옆에 끼고 있던 슈퍼 모델이 아닌, 다른 여자를 옆에 끼고는 내게로 다가왔다.

앞서 봤던 슈퍼 모델은 키가 컸다.

거의 강창욱과 비슷할 정도로. 물론 나보다는 작았지만.

근데 지금 여자는 강창욱보다 머리 하나가 작았다. 하지만 귀염 상에 얼굴이 작아, 키가 크지 않아도 비율은 나쁘지 않았다.

대개 이런 스타일의 여자들은 연예인의 길을 많이 걷는다. 왜냐하면 주위 사람들이 펌프질을 해 대니까.

물론 적성이 맞다면 연예인의 길이야 얼마든지 걸어도 좋았다.

하지만 억지로 이 바닥에 들어온다면 열이면 열, 다 실패하고 만다.

왜냐하면 그 정도 외모는, 일상에서야 특별하지 연예계에서는 흔하니 말이다.

따라서 외모가 완전 출중하던지, 아니면 끼와 재능이 있지 않고서는,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딱 봐도 강창욱에게 안겨 있는 저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연예계에 발을 디뎠지만 성공은 멀고, 유혹은 가까웠겠지.

그래서 그 유혹에 넘어가다보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걸 테고.

“백 대표가 여긴 어쩐 일이야?”

마치 급 낮은 이곳에, 너 같이 잘난 놈이 왜 왔냐고 묻는 거 같았다.

아주 대 놓고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잔챙이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TVM에 백준기 대표 어디 있어?”

내가 그의 말은 생 까고 대 놓고 백준기의 행방을 강창욱에게 묻자, 그가 움찔하며 주위부터 살폈다. 그러더니 나보고 물었다.

“너도 여기 백준기 대표 보러 온 거야?”

“어!”

“나둔데. 저기 혹시 백준기 대표 만날 때, 나도 좀 끼면 안 될까?”

강창욱의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일었다. 웬만한 사람이면 눈치란 게 있다.

그렇다면 TVM의 백준기란 이름과 JYB엔터의 백준열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강창욱은 나와 백준기가, 사촌 사이일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그냥 관심이 없는 거지.’

강창욱이란 인간에게는 이름 보다, 그 배경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즉 백준기와 백준열 보다는 TVM 대표와 JYB엔터 대표란 타이틀이, 강창욱의 뇌리에 더 깊게 각인 되어 있었던 거다.

딱 봐도 강창욱은 이미 성 접대를 받은 거 같았다.

그의 바지가 흐트러져 있는 걸 보니 말이다. 그렇다면 강창욱도 처벌을 면키는 어려웠다.

안 그래도 허수아비 대표가 검찰에 입건까지 되고, 사법처리까지 받게 된다면....

‘끝났네.’

그런 녀석을 그대로 대표 자리에 앉혀 놓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미래 산업이 아니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미래 산업도 제법 괜찮은 중견 기업인데 말이지.’

그놈에 욕심이 또 발동했다. TVM에 이어서 이번에는 미래 산업으로 말이다.

나는 탐욕스런 눈으로 순진하게 웃고 있는 강창욱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녀석이 백준기를 만나려는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갔다.

‘미래 산업의 주력 업체가 석유화학 쪽이었던가? 그러니까 CH석유화학에 하청이라도 받고 싶어 온 모양이군.’

아무리 중견기업이라도 대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다.

즉 현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서 대기업이 끌어주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강창욱이 딴에는 잘해 보겠다고 CH그룹 쪽에 선을 대려고, 여기 온 거 같았다.

하지만 그건 애초부터 잘못 된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CH그룹에서 백준기는 뭣도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장남인 백준모를 노렸으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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