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10화 (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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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

JYB엔터 경호팀원들의 수련장인 체육관에 갑자기 싸한 정적이 흘렀다.

“허어....”

“저게 된다고? 말도 안 돼.”

“그것도 우리 팀원이 아닌....대표님이?”

이제동의 싸움 능력은 대단했다. 완전 초감각적이랄까? 그냥 웬만한 공격은 다 피했다. 내 몸이 알아서 말이다.

인체의 특성상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팔 다리를 적절히 이용해서 그 타격의 데미지를 확 줄였고, 특히 낙법에 관한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최고의 수준을 선보였다.

그렇다보니 유도 기술을 쓰는 경호팀원의 공격이 나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패대기치고, 자빠트리고 ,내 던져도 금방 오뚝이처럼 일어서니. 그냥 인간 좀비가 따로 없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었다. 도중 다치는 팀원도 간간이 나왔고.

그렇지만 이런 실전 수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또 경호팀원들이었다.

그런데 오늘....그들 앞에 괴물 하나가 나타났다.

같이 몸을 부딪치며 싸워 보니, 경호팀원들은 더욱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미친....’

‘대표님이 이렇게 싸움을 잘했다고?’

‘이건 우리가 경호할 수준이 아닌데....’

나와 같이 실전 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 보였던 그들의 눈빛과, 지금의 눈빛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특히 저기 한쪽에서 입을 쩍 벌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문대식 팀장.

그는 친한 친구로부터, 제대로 배신을 당한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여태 싸움실력을 숨기고, 몸치인 듯 굴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뭐 그런 문대식의 오해를, 나는 굳이 풀어 줄 생각이 없다. 아니 풀어 줄 수도 없고.

그러려면 견신 시스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내가 문대식이라도 그 말은 못 믿겠다.

“잠, 잠깐만....”

결국 문대식이 실전 훈련을 정지 시켰다. 그리곤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대표님. 이거 설명이 좀 필요, 아니 왜 그러셨어요?”

문대식이 화가 많이 난 듯 나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 만큼 내게 큰 배신감을 느끼는 듯 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진짜 별게 없었다.

“어느 날 액션 촬영장에 가서 보니까, 싸우는 게 멋있어 보이더라고 그래서 연습 좀 했어.”

“연, 연습이요?”

고작 연습한다고 이렇게 싸움을 잘 한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내가 해 놓고도 민망했지만 이럴 때 우기기 좋은 말은 어차피 그 말 밖에 없었다.

“내가 좀 천재잖아?”

“....”

내 그 말에 뻥 찐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문대식.

근데 문대식도 내가 천재라는 건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머리 쓰는 거고 이거는 몸 쓰는 게 아닌가?

머리도 좋은 데, 알고보니 몸 쓰는 거 까지 잘한다면 그게 바로 ‘사기캐’가 아니고 뭐겠나!

“몸 잘 풀었다.”

나는 어이없어하며 날 쳐다보는 문대식의 시선을, 쓰윽 회피하면서 체육관의 라커룸 쪽으로 들어갔다.

* * *

당연히 경호팀원들과 수련 하는 데, 내가 정장 차림으로 했을 리는 만무하고.

완전 새 걸로 건네받은 경호팀원 전용 트레이닝복이, 그 새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 말은 경호팀원들과의 실전 훈련이, 그만큼 내 몸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만들었다는 소리였다.

이제동의 그 출중한 싸움 능력을 즐기느라 몰랐지만, 라커룸에 들어오자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서 갈증이 심하게 났다.

나는 새로 설치 된 냉장고에서 시원한 이온 음료를 꺼내서 마시고는, 젖은 트레이닝복을 벗고 라커룸 안쪽에 있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경호팀원들의 훈련과, 수련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니 씻을 사람은 나뿐이었던 거 같았다.

쏴아아아아!

찬물을 틀어 놓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니, 몸에 이완 됐던 근육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샤워를 끝내고 원래 입었던 정장으로 환복한 뒤, 체육관 안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경호팀원들은 마저 하던 실전 훈련과 개인 수련들을 하고 있다가,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

다들 선망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 이런다고 내가 저들 월급을 인상 시켜 줄 것도 아니고, 좀 뻘쭘 해졌지만 나는 원래 뻔뻔한 백준열로 돌아갔다.

“민 팀장. 오늘 팀원들 회식 시켜.”

그 말 후 내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 그 안에 블랙카드를 꺼내자 체육관 안 경호팀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오오오오!”

하지만 내 블랙카드는 민 팀장이 아닌, 부 팀장인 송명철이 대신 받았다.

왜냐하면 민대식은 아직 나를 경호해야 하니까. 대신 빨리 퇴근 시켜 주기로 했다.

해서 나는 퇴근시간에 맞춰서, 그냥 근처 호텔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갈 집이 없는 관계로 다가.

그렇게 경호팀원들이 수련장인 체육관을 나선 나는,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특급 호텔인 백제호텔로 향했다.

내 옆자리는 여전히 문대식이 앉아 있었고, 평소처럼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아까부터 눈알 굴리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아마도 내게 묻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인데, 나는 그걸 알면서 일부러 시선을 옆으로 돌려 차창을 바라봤다.

내가 갑자기 싸움을 잘하게 된 걸, 딱히 문대식에게 설명하기 귀찮았고 또 할 필요도 없었다.

문대식이 뭐라고, 내가 그에게 잔대가리까지 굴려가며 구질구질하게 변명 같은 걸 늘어놓는단 말인가?

그 궁금함은 순전히 문대식의 몫일뿐이었다.

그렇게 새롭게 생긴 이제동의 싸움 능력으로 인해, 강해진 나는 기분이 정말 좋아서 입 꼬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릿속이 띵해지더니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 아니 울려왔다.

-개잡년 안지은이 「충견」 스킬의 효과로 인해, 당신에게 알려 줄 것이 있다고 합니다.

견신 시스템이 그냥 안지은이라고 했으면, 나는 그 여자가 누군지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 개잡년이 붙자, 그 안지은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서지현 사모님의 여비서....’

그러니까 견신 시스템이 지금 내게, 그 안 비서가 할 말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내 호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고, 나는 그 핸드폰을 바로 꺼내 봤더니 서지현 사모님의 안 비서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때 동시에 「충견」 스킬의 효과에 대한 정보가 내 머릿속에 전해져왔다.

‘그러니까 개잡년 안지은이, 나의 「충견」으로 등록 된 건 아니지만 그 후보쯤은 된다는 말이군. 그 영향으로 안지은은 내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기자, 그걸 보고 내게 알려주려고 이렇게 전화를 걸어 준 거고. 오오!’

바로 상황이 파악 된 나는 안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어....안 비서에요.

“압니다.”

=이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네. 말하세요.”

=실은 미전실장님이 지금 사모님께 연락을 하셨는데....대표님 이름을 언급하며....

나는 안 비서의 입에서 미전실장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삼명그룹의 미전실이 개입했다는 건 곧, 이 사실을 백승렬 회장이 알고 있단 소리였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미전실은 미전실장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모든 즉, 미전실 안에 백승렬 회장이 심어 놓은 자들이 있어서, 미전실장도 함부로 자기 마음대로 미전실의 힘을 쓸 수 없었다.

그 백승렬 회장이 심어 놓은 미전실 직원들이, 이미 이 사실을 죄다 백승렬 회장에게 직보했을 거란 얘기다.

‘뭐가 어찌됐든, 아무래도 서지현 사모님이 제대로 자충수를 둔 거 같은데....’

자충수는 바둑에서 스스로 자충이 되게 하는 수를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을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의미로, 비유적으로 자주 쓴다.

물론 바둑에서 자충수는 악수가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고수들의 바둑에서는 묘수의 효력을 나타내는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서지현 사모님은 그런 고수와는 거리가 먼, 많이 단순하고 욕심만 많은 여자였다.

“고마워요. 이렇게 알려줘서.”

=아, 아니에요. 저 사모님이 찾아서....

“네. 먼저 끊으세요.”

뚜뚜뚜뚜뚜뚜....

안 비서가 내 말에 먼저 전화를 끊자, 나는 속으로 말했다.

‘개잡년 안지은을 내 「충견」으로 삼고 싶은 데 가능하지?’

이미 견신 시스템의 정보를 다 파악하고 나서 하는 물음이었다.

-물론입니다. 개잡년 안지은을 당신의 「충견」으로 삼으시겠습니까? [Y/N]

‘응. 삼을게.’

내가 찬성하자 견신 시스템이 바로 반응했다.

-최초로 여자 사람을 「충견」으로 삼았습니다. 오랜만에 최초 업적이라며 견신이 특별히 개지수 30포인트, 「충견」스킬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당신에게 필요할 거 같은 스킬을 선물합니다. 그 선물을 지금 보시겠습니까? [Y/N]

뜻밖의 결과에 나는 좀 얼떨떨했다. 이게 최초 업적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견신의 선물로 주겠다는 스킬도 일단 바로 확인하지 않고 일단 유보 시켰다.

‘나중에 봐도 되지?’

-물론입니다.

그랬더니 견신 시스템이 대답과 함께 바뀐 상태 창을 내 눈앞에 바로 띄워주었다.

[이름: 백준열(Lv6)]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2Up), 「개좆」(Up)], 「개목걸이」(1Up), 「개코」(Up), 「개방울」(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2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1Up)

[인벤토리: 개톤백(In)

[특성: 개(3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40]

나는 이제는 익숙해진 상태 창에서 바뀐 부분을 잘 체크 했다.

견신 시스템이 말 한대로 「충견」스킬이 업그레이드가 되어 2UP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고, 개지수 역시 10에서 40으로 올라 있었다.

견신의 선물인 스킬은 내가 확인하지 않아서 그런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고.

나는 상태 창 확인이 끝나자, 바로 내 눈앞에 거슬리는 그 상태 창을 지웠다.

* * *

미전실장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다음의 서지현. 그녀는 깊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왜 하필....’

그녀의 내연남이자 백지연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되는, 하동훈을 쫓는 자들의 배후가 다른 사람도 아닌 백준열이라니.

백준열은 이미 서지현과 척을 진 사이였다.

백지연을 두고 뻐꾸기 운운했던 그 순간부터 말이다. 하지만 그 약점을 쥐고 있는 백준열이기에, 서지현도 녀석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최근 백승렬 회장의 백준열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서지현도 지금의 백준열은 건드리기 껄끄러웠다. 해서 혹시나 싶어 미전실장에게 물었다.

“미전실장 정도면 준열이의 그런 폭주를 제어할 수 있지 않나?”

서지현은 백준열이 하동훈을 쫓는 걸 폭주라고 비유했다.

그 말로 서지현이 백준열과 대척점에 있다는 건, 미전실장도 이제 알았을 테고.

서지현은 자기 물음에 미전실장이 어떤 대답을 내 놓을지 기다렸다. 그런데....

=사모님. 저 지금 감사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모님께 읍소하는 거고요. 그런 저보고 막내 도련님의 폭주를 막으라니....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 나였다. 그런데 감사라니?

서지현도 삼명그룹의 사모님으로 그 동안 봐 온 게 있었다. 보통 주요 임원이 감사를 받게 되면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

‘뭐야? 얘 이거 순 끝물이었어?’

서지현은 그제야 미전실장이, 왜 자신에게 삼명가내의 일을 이렇게 알려 주는 지,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잘리기 직전의 미전실장은 그녀의 도움을 받아서, 자기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다 이거였다. 하지만....

‘미안한데....내 코가 석자다.’

백승렬 회장이 요즘 그녀를 보는 시선이 아무래도 걸리는 서지현.

지금의 백승렬 회장은 그녀가 그와 결혼 했을 때와, 백지연을 임신했을 때와는 또 다른 위치에 있었다.

그때는 서지현의 아버지인 서재국 전 대통령이 건재했고, 지금은 뒷방 늙은이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칫 백승렬 회장의 심기라도 건드렸다가는....

=....해서 말인데 사모님께서 저를 좀....

서지현이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전화상으로 미전실장이 아쉬운 소리를 계속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서지현은 그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도 않았는데....

“알았어.”

그렇지만 다 들은 척 하며 쿨하게 대꾸하는 서지현.

=네?

“내가 그이한테 잘 말해 볼게.”

=고, 고맙습니다. 사모님. 저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 바빠서 이만....”

서지현은 핸드폰은 먼저 끊어 버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이에게 언제고 말은 할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러니까 미전실장에게 서지현이 사기를 친 것이다.

하지만 그녀 말대로 그녀가 언제 백승렬 회장에게, 미전실장에 대해 잘 말해 줄지는 말한 적이 없었다.

미전실장이 순전히 자기 좋을 대로, 그 말을 해석했을 뿐.

* * *

일단 경기도청에 온 이상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해서 귀빈 대접을 받으며 도청 안으로 들어간 서지현은, 경기도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오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서 사진도 찍었다.

그 뒤 경기도지사의 집무실에서 도지사와 마주 앉아 서로 환담을 주고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경기도지사가 슬쩍 혼담 얘기를 꺼냈다.

“저희 집에 골칫덩어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지 뭡니까? 둘 다 결혼 안하고, 혼자 살 거라고 고집을 피우니, 저희 집 사람이 요즘 점 보러 다니기 바쁩니다. 제가 알기로 삼명家에도 아직 결혼 하지 않은 영식과 영애가 있는 걸로 압니다만.”

“네. 막내딸과 막내아들이 아직 미혼이긴 해요.”

“오오. 잘 됐네요. 우리 집 골칫덩어리들도 아들과 딸인데. 아예 양쪽 모두 선을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럼 둘 중 하나는 성사 되지 싶은데....”

그 말을 하는 경기도지사의 눈이 탐욕에 물들어 있었다.

전직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덕분이랄까? 그 정도는 보는 안목정도는 서지현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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