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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06화 (20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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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무슨 근거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신기한 게 백준열 대표가 그렇게 될 거라면, 진짜 그런 결과가 나올 것만 같았다.

‘제발 그랬으면....’

자기가 키우는 연예인이, 그것도 한 둘도 아니고, 몇 명씩이나 탑 스타가 된다면, 차은석은 아마 ‘탑 스타 메이커’로 불리게 될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백 대표님 별명이 미다스의 손이었지. 참.’

미다스의 손과 탑 스타 메이커가 함께 하는 JYB엔터라. 이 얼마나 멋진가?

차은석은 백준열 대표와 함께 있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그 장면을 보면서 흐뭇해 하다가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그럴 게 둘이 같이 서 있는 게, 마치 커플처럼 왜 그리 잘 어울려 보인단 말인가? 물론 그녀 사견으로 말이다.

‘내가 미쳤지.’

자기가 백 대표의 여자로 어디 가당키나 한가? 차은석은 애써 머릿속의 백 대표와 다정한 장면을 지우고, 그에게 하려던 말을 계속해서 했다.

“대표님. 제가 전화 드린 건 저번에 말씀하셨던 QH엔터 때문이에요.”

=QH엔터요?

“네. 거기 대표가 조폭 두목이라면서, 그쪽과 조금이라도 연관 되면 저보고, 꼭 대표님께 알리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오늘 김준오씨와 계약하고 나서 그쪽 얘기가 나오게 됐는데 그때 김준오씨가....”

차은석은 TVM 백준기 대표의 수행비서였던 김준오에게 들은, QH엔터의 성상납장소인 남산 파라다이스에 대해 전부 백준열에게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성상납 된 그 여배우의 이름은 모르고, 그 여배우의 매니저 이름만 안다는 거네요?

“알아보라고 했는데....잠시 만요.”

차은석은 백준열 대표와 통화 중, QH엔터 소속 매니저 강기석에 대해 알아보러 간 차 과장이 나타나자, 잠시 통화를 중단하고 차 과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QH엔터에 실제로 강기석이라는 매니저가 있답니다. 지금은 해피 걸스 매니저로 합류 한 상탠데, 그 전에는 신인 여배우 담당이었다고....”

“그 신인 여배우가 누군지는 알아 봤어요?”

“네. 오진주라고....”

“아네. 일단 알겠어요. 여보세요?”

차은석은 계속 백준열 대표를 기다리게 할 수 없는지라, 일단 차 과장과 대화는 거기까지만 하고 백준열과 다시 통화를 이어나갔다.

“대표님. QH엔터에 강기석이란 매니저가 있다는 걸 좀 전에 확인했고, 그 신인 여배우는 오진주라고 하네요.”

=오진주라....오진주....아아!

“네?”

=아, 아닙니다. 저한테 전화 잘하셨어요. 그리고 차 부문장과 특수 부문에서는, 더 이상 이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아시겠습니까?

“네. 뭐....”

=그리고 서울경찰청의 정재욱과 강남경찰서의 오재수가, 차 부문장 집을 노린 거 같습니다.

“네? 제 집을 노리다니 그게 무슨....

=영장도 없이 압수수색하려 한 거 같아요. 아마 그 과정에서 뭐가 나오겠죠. 가령 마약이라던 지.

말 그대로 짜고 치는 수사를 벌이려 했단 거다.

“하아....”

=그래서 말인데 빨리 손을 써야 할 거 같아요. 이번에 실패했다고, 포기할 자들이 아닌 거 같고.

“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닙니다. 그쪽에서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그렇게 나가면 되죠.

“네?”

=이번 주말에 정재욱을 어떻게 해 볼 테니까, 차부문장도 가급적 이번 주말에는 집에 있지 말고 어디 좀 가세요. 가령 본가라든가.

“네.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본가에 갈 생각이었어요. 집에서 선보라고 하도 난리라서.”

=잘 됐네요. 선 잘 보시고 월요일에 봅시다. 그때는 큰 걱정거리 하나는 덜어 있을 겁니다.

차은석은 백준열 대표의 이런 자신감이 좋았다. 그래서 그와 같이 일하면, 뭐든 다 해낼 거 같은 기분이 들었고.

“네. 저는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그러셔도 됩니다. 그럼....

뚜뚜뚜뚜뚜....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지 백준열 대표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차은석이 백준열 대표와 통화를 끝내자, 차 과장이 쪼르르 그녀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대표님께서 뭐라 십니까?”

“알아서 하실 테니, 저희는 저희 일을 하라 시네요.”

“휴우. 잘 됐다. 사실 신경이 좀 쓰였거든요. 상대가 조폭 두목 출신이라니....”

“자아. 그럼 우린 우리 일을 해요. 김준오씨는 집에 가셨어요?”

“네. 좀 전에 준오씨 집 방향으로 가는, 매니저 차가 있어서 거기 태워서 보냈습니다.”

“잘 했어요. 김준오씨 매니저와 레슨 일정은 차 과장님이 좀 맡아주세요.”

“그러실 줄 알고 준비 중입니다.”

“죄송해요.”

그 일을 끝내려면 오늘 또 야근이었다.

“아닙니다. 김준오씨를 제게 맡겨 주셔서, 제가 오히려 더 고마운걸요.”

“차 과장님이 잘 좀 키워주세요.”

“네. 확실히 키워서 예능인, 탑 스타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특수 부문 직원들은 오늘도, 다른 직원들이 퇴근할 때 누구 하나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 * *

김 비서와 한 빠구리 하고 나서, 걸려 오는 급한 전화 몇 통을 받고 나니 진이 살짝 빠졌다.

그래서 대표실 안 수면실로 가서, 그 안 냉장고에 산삼을 갈아 넣었다는 활력 드링크를 한 병 마셨다.

“으으. 쓰다.”

쓴 만큼 몸에도 좋은 듯 한결 몸에 기운이 솟는 걸 느끼며 수면실을 나온 나는, 그 사이 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보고 한숨을 내 쉬었다.

분명 JYB엔터의 결재 서류는 부대표 전결로, 싹 다 박인호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표인 내가 살펴 봐야할 서류가 5개나 됐다.

뭐 백준열의 능력이라면 저 정도는 30분 만에 보고,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따라 일하기가 영 싫었다.

“뭐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지.”

나는 책상으로 가서 인터폰을 눌렀다.

=네. 대표님.

“지금 책상에 서류 급한 건가?”

김 비서는 내가 왜 이렇게 묻는지 벌써 눈치를 차린 모양이었다.

=내일까지 결정을 내리셔야 할 서류들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꼭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서류들이란 소리다.

그때 찌뿌듯한 몸을 좀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용 헬스장이라도 갈까 하다가, 오전에 이제동의 싸움 실력을 테스트 해 보기로 한 게 생각났다.

“문 팀장하고 통화 연결 해줘.”

=네.

잠시 뒤 내 책상의 전화기가 울렸고, 나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대표님. 문 팀장입니다. 찾으셨다고요?

“어어. 우리 경호팀원들 수련장이 혹시 회사 안에 있나?”

몸 쓰는 경호팀원들은 매일 자기 몸을 수련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곳이라면 이제동의 싸움 실력을 테스트 해보기 딱 좋았다.

무엇보다 경호팀원들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을 테니까,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그들은 받아드릴 수밖에 없을 테고.

=아뇨. 회사 밖에 있습니다.

“그래? 거기 좀 가 볼 수 있을까?”

=거기는 왜요?

“경호팀원들 격려도 하고, 또 실력들도 볼까 해서.”

=갑자기요?

“어어. 갑자기.”

=하아. 알겠습니다.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언제 오실 건데요? 다음 주? 그 다음 주?

“아니. 지금 당장.”

=네에?

기겁하는 문대식 경호팀장. 하지만 어쩌랴? 당신들 월급 주는 대표가 그러겠다는데.

그렇게 나는 평소보다 좀 더 일찍 회사를 나섰다.

그런데 문대식도 그렇고, 내 주위 경호팀원들이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점호를 앞둔 군인들처럼....

‘가만....이거 진짜 점호 같은 게 되어버렸네.’

점호라는 게 인원을 확인하는 절차 같은 건데, 이게 또 청소 상태나 청결 상태 등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즉 지금 내가 가려는 경호팀원들의 수련장은, 아마 난리가 났을 거란 거다. 다들 수련하다가 갑자기 청소하느라고 말이다.

* * *

JYB엔터 경호팀원들은 본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체육관 하나를 임대해서 쓰고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 차에 탔고, 늘 그렇듯 문대식이 내 옆에 동승했다.

그는 여전히 내가 땀 냄새 심한 거기에 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구시렁거렸다.

그런 그에게 사실대로 내가 이제동의 싸움 재능을 획득했는데, 그걸 테스트 해 보려고 거기 간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끝까지 경호팀원들 격려 차원에 거기 간다고 우겼다.

“내가 거기 가는 건 처음인가?”

“그렇죠. 아마 대한민국에서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뭐가?”

“경호원들의 수련장을 격려 한답시고 찾는 대표님 같은 고용주가 말입니다.”

문대식은 내가 경호팀원들의 수련장을 가는 게 여전히 불만인 듯 보였다. 그렇다면....

“집들이 할 때 보통 뭘 사가지?”

“....”

“근처에 대형 마트 있으면 잠깐 들르지.”

그 말에 죽상이던 문대식이 언제 그랬냐며,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동구마트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호팀원의 수련장에는 부족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아니다. 거기는 전자제품이 얼마 없지. 야. 여기서 삼명 백화점까지 얼마나 걸려?”

문대식이 뜬금없이 운전석의 경호 팀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팀원이 바로 대답했다.

“10분 정도 걸립니다.”

“그래? 그럼 그쪽으로 가자.”

자기 마음대로 목적지를 변경하는 문대식.

“뭐하는 거야?”

“안 그래도 세탁기가 고장이 났는데 잘 됐습니다.”

문대식이 내 물음에 동문서답한다. 어떡하든 시간 끌려는 수작이다.

“여기서 왜 세탁기가 나와?”

“마트 가자면서요?”

“그래. 마트 가자고 했지.”

“요즘 집들이에 세탁기 사 가는 데 유행입니다.”

“뭐?”

거듭 된 동문서답에 내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문대식이 뻔뻔한 면상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옆 차창으로 돌렸다.

뭐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 경호팀원들이 세탁기가 필요하다는 데, 그거 하나 못 사주겠나?

그래서 삼명 백화점 가서 사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전자레인지도 고장이지 뭡니까?”

“그래? 그럼 사야지.”

“아아. 맞다. 저번에 냉장고 맛탱이가 갔다고 하지 않았어?”

“네. 그래서 수련 하고 나서, 찬물 못 마신지 오래 됐죠.”

이럴 때 문대식 팀장과 경호팀원은,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최신 냉장고까지 추가로 구매 후, 문대식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것 말고 휴지며 세탁비누, 각종 샤워 용품까지 알뜰하게 수련장에서 쓸 비품을 구입한 후, 우리는 양손 무겁게 경호팀원들이 기다리는 그들의 수련장으로 갈 수 있었다.

* * *

JYB엔터 본사 사옥에서 거리보다, 삼명 백화점에서 경호팀원들의 수련장까지 거리가 더 멀었다.

집들이 핑계로 간 삼명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 시간의 두 배나 걸렸고.

결과적으로 10분이면 갈 수련장을 1시간 10분이나 걸려서 간 거다.

“자자. 대표님께서 너희들을 위해서 세탁기와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쏘셨다.”

“와아아아!”

뭐 그래도 경호팀원들이 환화하며 기뻐하는 걸 보니 기분은 좋았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JYB엔터 특수 1부문장 차은석이었다.

“짐들 내리고 각자 할 일 하세요.”

나는 부담스럽게 날 쳐다보는 수련장 안의 경호팀원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받으며 체육관 한쪽으로 움직였다.

차 부문장과는 안 그래도 통화를 할 생각이었다. 그녀와 안 좋게 엮인 고위 경찰 간부들 때문에 말이다.

강남경찰서의 강주엽 서장의 전화를 받고, 나도 아까 손을 좀 썼다.

서울경찰청장인 박대순에게 부탁을 좀 한 것.

정재욱 경무관에게 사소한 일 좀 시키라고 말이다. 아마 박대순 청장의 부탁을 받은 이상, 정재욱은 그 일에 묶일 수밖에 없을 테고, 오재수 경감이 하려는 짓을 돕지 못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근데 차은석 부문장이 QH엔터 얘기를 꺼냈고 그 얘기를 듣다가 보니, 나는 ‘연예인의 성상납 사건’과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여배우 강지영이 생각났다.

그때 QH엔터에서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는, 여배우의 이름이 오진주라는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오진주 라면....’

강지영과 같이 성상납을 했던 신인 여배우로, 후에 ‘연예인의 성상납 사건’의 과거사 진상조사 때 용기 있게 증인으로 나서서, 강지영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노력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은 바 있었다.

여기서 오진주의 이름이 거론 되었다는 것은, QH엔터의 그 성상납 장소와 강지영이 모종의 연관이 있을 공산이 컸다.

더불어 QH엔터와 강지영의 관계 역시 살펴 볼 필요가 있었고.

‘안 그래도 강지영을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내렸는데 잘 됐다.’

QH엔터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볼 생각이었다.

그냥 놔둬도 망할 곳이지만, 그 망하기 전까지 QH엔터가 보인 악질적인 행태들을, 그대로 지켜만 보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나도 양심이 있지.’

또 그쪽과 당장 이렇게 엮이는 게 많이 생기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서 손을 써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나는 그 일에서 차은석은 손 떼라고 하고, 그녀에게 정재욱과 오재수 얘기를 했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난 차은석이 미안해하기에 그럴 거 없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 직후 나는 바로 처리자 에이전시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하동훈은 어떻게 됐습니까?”

원래는 김훈 대표에게 강지영에 대해 물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QH엔터의 홍대복 대표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말이다.

양태석에게 해도 되지만, 그쪽은 지금 검경 합동 조사에 몸을 사리고 있는 터라 묻기가 좀 그랬다.

저번에 김훈 대표를 만나고 나서, 정보 쪽으로는 처리자 에이전시도 상당히 빠르단 걸 알았다. 그래서 그쪽에 연락을 한 거다.

한데 막상 전화를 걸고 보니, 어제 나를 없애려 했던 3명의 처리자들 제거 후, 그 일을 주도한 하동훈이 불쑥 생각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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