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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QH엔터 대표 홍대복은 늘 그렇듯 룸빵 호스티스를 끼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호텔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제일 먼저....
“야! 너 가!”
“네?”
“뭘 봐? 빨리 꺼지라고.”
“어머머....”
기가 찬 호스티스. 간밤에 온갖 변태적인 행위로 그녀를 그렇게 괴롭혀 놓고, 이제 와서 꺼지라니....완전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었다.
“빨리 안가?”
험상궂은 얼굴에 주먹까지 들어 올리는 홍대복. 여자에 대한 매너란 찾아 볼 수 없는 딱 조폭의 모습이었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호스티스는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씻지도 않은 상태에서,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는 호텔 방을 나섰다.
그렇게 호스티스가 호텔방을 나가는 걸 보고, 안에서 제대로 문단속까지 하고 난 뒤에야, 홍대복은 욕실로 들어가서 자기 몸을 씻었다.
“룰루루루....”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다. 어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머리가 개운 한 게 느낌상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씻고 나와서 오전에 들어 온 업무상 전화와 문자 메시지들을 확인하면서 ,그의 밝았던 얼굴이 이내 팍 일그러졌다.
“하아. 사업은 괜히 해 가지고....”
조폭 두목이었던 그 시절이 그리운 홍대복이었다.
그때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았고, 그러다 잘못 하면 피를 봤고 며칠 병원 신세를 졌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없었다.
“역시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냐. 특히 연예계 쪽에 관심을 가졌다가.....”
그나마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인수한 소속사의 직원들이 유능해서 말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QH엔터도 없었다.
문제는 회사가 점점 커 가면서, 대표가 해야 할 중요한 결정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생각 같아서는 직원들 믿고, 그들에게 그 결정을 맡기고 싶었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잘못 되면? 그 새끼들이야 옷 벗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그 손해는 전적으로 내가 다 책임져야 하잖아.”
그래서 지금도 중요한 결정은 대표인 그가 다 하고 있었다.
그래야 그 결정이 잘못 돼서 망해도 다 자신이 한 것이니, 후회나 미련 따윈 없을 테니까.
이번 신인 걸 그룹의 새로운 멤버 결정도 자신이 했다.
뭔가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내린 결정이고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멤버 하나 이상하다고 망하진 않겠지.”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얼빵한 조직원도 있고 빠릿빠릿한 조직원도 있었다.
그런 조직원들이 버무려져서, 하나의 조직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게 맛있는 비빔밥이 되던 아니면, 꿀꿀이 돼지사료가 되던지.
홍대복은 그래서 걸 그룹 멤버 바꾸는 것에,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특히 콘텐츠 사업부 김효석 본부장.
그 새끼는 툭하면 대표인 홍대복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라는 게 뭘 알리려고 보내는 거 아닌가? 근데 김 본부장 그 새끼가 보내는 메시지는 너무 장황해서 읽기도 싫었다.
그래서 오늘도 홍대복은 김 본부장이 보낸 메시지는 읽지도 않고 바로 삭제해 버렸다.
그리곤 그의 딸랑이, 요즘 홍대복이 QH엔터에서 가장 신임하는 직원인 황치열 차장.
그가 보낸 메시자만 간단히 확인했다.
왜냐하면 황 차장의 메시지는 홍대복이 보기에 진짜 메시지거든.
[별 일없습니다. 천천히 오십시오.]
“이거지. 이거.”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흡족해 하며, 홍대복은 호텔 방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QH엔터로 출근했다.
그랬더니 콘텐츠 사업부 김효석 본부장이 득달같이 대표실로 달려왔다.
그리곤 이주희라고 조연급 여배우가 터트린 스캔들을, 회사 차원에서 적극 적을 막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기자들 입부터 막아야 하니까.
하지만 이주희란 여배우가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가?
그 생각과 동시에 홍대복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왜냐? 이주희는 스폰서가 있어도 QH엔터에 도움이 되는 스폰서가 아니고, 또 성상납도 거부하고 있었다.
즉 홍대복의 기준에 그다지 쓸 데가 없는 여배우였다.
그나마 인지도가 높아서 데리고 있었지만, 그 인지도 역시 이번 스캔들로 아작이나 버렸으니 QH엔터 입장에서 더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전속계약해지 해.”
“대표님!”
홍대복의 결정에 콘텐츠 사업부 김 본부장이 당연히 격하게 반대를 했다.
하지만 대표가 까라면 까야지 지가 어쩔 건데.
홍대복은 자기 결정을 밀어 붙였고, 결국 김 본부장은 씩씩거리며 대표실을 나갔다.
“하아. 저 새끼 저거 일만 좀 못해도, 바로 확 잘라버리는 건데.”
요즘 들어서 자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김 본부장.
하지만 그가 없으면 QH엔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다는 건 홍대복도 잘 알았다.
“그러니까 황 차장이 빨리 커야 돼.”
홍대복은 황치열이 이쪽으로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황 차장이 홍대복 앞에서 유능한 척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그 연기에 속은 홍대복은 황 차장이 김 본부장을 대신할 인재라 굳게 믿고 있었다.
단지 지금은 회사에 김 본부장을 따르는 직원이 더 많아서 그렇지, 황 차장이 조만간 그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면, 홍대복은 가차 없이 김 본부장을 자르고 그 자리에 황 차장을 올릴 생각이었다.
그 정도로 홍대복은 황치열을 잘 봤고 그를 신임했다.
“대표님. 찾으셨습니까?”
“어어. 그래. 이리 와 앉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대표실에서 김 본부장 쫓아낼 때 일부러 그 보고, 황 차장 좀 오란다고 전해 주라고 했더니, 진짜 황 차장이 대표실을 찾아왔다.
“근데 무슨 일로 저를....”
황 차장이 대표가 앉아 있는 상석 소파 옆, 응접 소파에 앉으며 홍대복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 그에게 홍대복이 웃으며 말했다.
“뭔 일이 있어야 꼭 부르나? 그냥 우리 황 차장이랑 차 한 잔 하려고 불렀지. 미스 김. 여기 차 내 와라.”
“네. 대표님.”
미스 김이라고 홍대복이 비서로 들어앉힌 여자. 한데 화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걸치고 있는 옷도 비서 복장이라고도 부르는 오피스 룩이 아닌, 살짝만 허리를 숙여도 안에 팬티가 다 들여 보이는 초미니 원피스, 근데 그냥 원피스가 아닌 꽃무늬다. 그것도 끈 나시다보니 가슴도 훤히 다 드러나 보였다.
사실 대표실에 올 때마다 미스 김만 보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랐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대표실을 나가는 미스 김에게서 황급히 시선을 내린 황 차장.
“해피 걸스는 어때?”
“잘 하고 있습니다.”
“그래. 잘 해야지. 그리고 그쪽 애들 관리는 잘 하고 있지?”
홍대복이 황 차장과 만나면 꼭 물어 보는 말이었다. 바로 그쪽 애들 관리.
흔히 QH엔터에서는 수질 관리라고도 하는 데, 이전에 이 일을 맡았던 QH엔터의 임원이 급사 하면서, 그 일을 지금은 황 차장이 맡아서 관리하고 있었다.
“기존 애들은 잘 관리가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새로 들어 온 애들이, 불만을 좀 토로하는 모양입니다.”
“불만? 허어. 누구 덕에 연예인 노릇하고 있는데. 주제 파악 잘 시켜. 특히 VIP모실 것들은 확실하게 교육 시켜야 한다. 알지?”
“네. 근데 지금 인원으로 벅 찬 게 사실입니다.”
“몇 명 더 필요한데?”
“많이는 아니고. 두 명 정도?”
“두 명이라. 원하는 부서에서 두 명 끌어다 써.”
대표를 통해 너무도 간단히 자신이 필요한 인원을 충당한 황 차장.
그가 대표실에 들어 와서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 * *
홍대복은 내친 김에 황치열과 같이 점심을 먹을까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QH엔터의 초특급 인재 황 차장이 너무 바빴다.
“뭔 일을 그리 많이 맡았어. 쉬엄쉬엄 해.”
“네. 일이 좀 줄어들면 그때 쉬겠습니다.”
“그래. 바쁘다며. 그만 가 봐.”
“네.”
황치열이 그렇게 대표실을 나가자, 그걸 보고 있던 홍대복이 흡족하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 사이 찻잔을 치우러 대표실에 들어 온 미스 김.
미스 김의 직무는 따지고 보면 분명 비서의 일이었다. 하지만 홍대복도, QH엔터 직원들도 다들 그녀를 김 비서라고 부르지 않고 미스 김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그녀가 하는 일이 전화 받고, 차를 타는 게 다였기 때문이었다.
즉 다방 레지 일이 그녀의 주 업무였기에 홍대복도, QH엔터 직원들도 그녀를 회사 직원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으음....”
찻잔 치운답시고 허리를 굽힌 미스 김. 그러자 그녀의 젖탱이가 출렁거리며 가슴골이 홍대복에 눈에 띠었다.
그걸 보고 홍대복은 색욕이 살짝 일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간밤에 룸빵 호스티스를 상대로 하도 정액을 뺐다보니, 실제 미스 김의 젖탱이를 보고 그의 자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40대에 홍대복은 이러지 않았다. 아무리 밤새 여자와 빠구리를 해도 다음 날 팔팔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 들어 몸에 좋다는 건, 다 먹고 있는데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정력이 영 예전 같지가 않았다.
해서 홍대복은 평소 점심시간보다 일찍 회사를 나섰다. 그렇게 그가 향한 곳은 바로 뱀탕집.
“스태미나 회복에는 이거만 한 것도 없지.”
뱀탕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뒤, 홍대복이 입가심으로 소주 한잔 걸치고 있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을 하니, 거물급 인사의 전화였다.
바로 연예 기획사에 있어서 절대 갑으로 불리는 방송사의 대표였다.
비록 TVM이 공중파이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잘나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곳 대표에게 상당히 공을 들인 홍대복.
“흐흐흐흐. 이제 그 결실을 보는 가?”
홍대복은 기분 좋게 그 전화를 받았다.
“네. QH엔터 홍대복입니다.”
=홍 사장. 나야. 백준기.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TVM 대표님께서 영광스럽게 저를 다 찾아주시고.”
=하하하하. 홍 사장은 여전하네. 그래. 사업을 잘 되고?
“대표님처럼 저를 잘 봐 주시는 분들이 주위에 많은 덕에, 저희 QH엔터 요즘 잘 나가고 있습니다.”
=잘 나간다니 다행이네. 근데 홍 사장 지금 뭐해?
뱀탕 먹으러 와 있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홍대복이 누구 좀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이제 회사로 막 들어가려던 중이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럼 혹시 시간 돼?
“시간이요?”
=어.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라서....
그러니까 놀아달란 소리였다. 하지만 백준기 같은 인간의 비위를 맞춰서 놀려면 그렇고 그런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QH엔터에서는 바로 그런 곳을 이미 구비하고 있었다.
아니 홍대복이 일부러 만들었다.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그들에게 갖은 향응을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 번에 거기 좋던데.
백준기는 홍대복에게 있어서 VIP라 이미 그곳을 경험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더 많이 먹는다고, 그곳에 가 본 백준기가 다시 거기서 놀고 싶다는 듯을 홍대복에게 내비쳤다.
‘걸려들었군.’
그 말에 홍대복의 입에 귀에 걸렸다. 백준기 만 잘 구워삶으면, 향후 TVM에서 QH엔터의 입지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라 봐도 됐다.
물론 백준기를 만족시키는 데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자신 있는 홍대복이었다.
왜냐하면 QH엔터에는 성상납을 위해 준비 된 애들이 많았으니까.
* * *
점심 먹고 막 자기 자리에 앉은 황치열.
그가 다니는 연예기획사인 QH엔터에서 그는 인정받는 인재였다.
특히 대표인 홍대복의 그에 대한 신임이 워낙 대단해서, 회사 내 임원들도 이제 그의 눈치를 봤다.
이제 다 황치열이 그 일을 맡고 나서부터였다. QH엔터 직원들이 남산 타워 밑에 있다고 해서 붙인 남산 파라다이스.
남산 파라다이스는 사실 QH엔터 홍대복이 소유한 다세대 주택이었다.
한데 홍대복은 그곳을 불법으로 개조해서, 유흥시설 화 시켜 놓았고 거기서 높으신 분들을 접대했다.
문제는 그 접대가 단순한 접대가 아니란 점이었다. 온갖 향응을 제공했는데 그 중에는 당연히 성 접대로 포함됐다.
당연히 높으신 분들 접대하는 데 접대부를 쓸 리 없었다.
홍대복은 자신의 인맥을 십분 활용해서, 그 접대자리에 연예인들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자리만 제공할 뿐, 성 접대를 강요는 하지 않았다. 반면 무명 연예인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바로 그 무명 연예인들을 상대로 성 상납을 강요하는 일이, 바로 황치열이 홍대복의 지시를 받고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황치열은 남산 파라다이스의 전반적인 관리를 다 맡고 있었다.
그러니까 홍대복은 그 불법 유흥시설의 사장인 거고, 황치열은 거기를 총괄 관리하는 영업부장 쯤 되는 셈이었다.
“이봐. 강 과장. 콘텐츠 사업부에 박 대리하고, 임 주임한테 내가 보잔 다고 전해.”
“지금이요?”
“그럼 지금이지. 퇴근하고 볼까?”
황치열의 지시에 매니저 사업부의 강 과장이 투덜거리며 콘텐츠 사업부로 향했다.
그리고 십 분 쯤 지났을까? 강 과장이 데리고 오라는 두 사람은 데리고 오지 않고 콘텐츠 사업부의 수장이라고 볼 수 있는 김효석 본부장을 데리고 나타났다.
“황 차장. 당신 미쳤어?”
“네?”
“안 그래도 바쁜 우리 직원들을 당신이 왜 부르냐고.”
“하아. 그야 부를 만하니까 부르죠.”
“뭐?”
“대표님 지십니다. 박 대리하고 임 주임, 오늘 부로 제 밑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대표님 마음대로요. 자요.”
그 말과 함께 황치열은 김효석 본부장에게 보란 듯, 오늘 자 정식 인사 발령장을 내밀었다.
김효석은 그걸 받아봤고, 황 차장의 말처럼 인사부에서 대표의 결제 하에 정식 발령이 나 있었다.
콘텐츠 사업부의 2명의 매니저 사업부의 황 차장 밑에 발령 낸다고 말이다.
황 차장이 하는 일이 그 일이니까 콘텐츠 사업부 직원 둘이, 사실상 외부 파견 발령이 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아....”
김효석 본부장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