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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아이고....”
클럽MD는 죽겠다며 머리를 감싸고 옆으로 물러났다.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만취남.
그런 그를 보고 강병구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 보다 머리 하나 작고 볼품없이 살이 찐, 얼굴에 개기름 가득 흐르는, 진짜 별거 없는 외모의 만취남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강병구가 말했다.
“여기 짝 있는데요?”
강병구의 그 말에 만취남이 피식 웃으며, 고까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뭐?”
“네?”
그때 만취남에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강병구를 보고 말했다.
“얼마면 돼? 얼마면 네 짝을 내게 넘길래?”
그러면서 만취남에 지갑에서 꺼낸 건 수표였다. 그것도 10만 단위가 아니라 백만 단위의 수표 말이다.
그걸 보고 사실 강병구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여신들은 그와 정일국의 짝도 아니었다.
그런데 무슨 명목으로 돈을 받고 눈앞의 거만한 만취남에게 넘긴단 말인가?
“싫은데요. 그냥 가세요.”
강병구는 자기 말을 다했기에 도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그의 말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강병구의 말을 뉘 집 개소리로 밖에 안 들렸다.
그래서 물러가긴커녕 짜증 가득한 얼굴로, 자기 지갑을 든 손으로 자신의 반대 빈 손바닥을 지갑으로 툭툭 치면서, 두 여신들과 그녀들과 마주 앉아 있는 별 거지 같은 두 놈을 어째야 하나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였다.
“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VIP룸에서 반쯤 헐벗은 여자가 뛰쳐나왔고, 뒤이어서 넥타이는 목에 걸고 있었지만 뒤로 돌아가 있었고, 옷은 반쯤 풀어 헤져진 상태로 한 젊은 남자가 따라 나왔다.
“야! 거기 안 서!”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냥 묵묵히 앉아 있었던 정민지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걸 보고 지갑을 들고 있던 만취남이 말했다.
“그래. 잘 생각해서. 이런 거지새끼들하고 노는 거 보다 우리랑 보는 게 낫지. 자자. 이리 와. 나랑 같이 룸으로 가자.”
만취남이 입이 귀에 걸린 채 정민지를 향해 손짓을 했고, 정민지는 굳은 얼굴로 그런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만취남이 히죽 웃으며 정민지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뻑!
정민지의 발이 만취남의 사타구니 사이에 정확히 틀어 박혔다.
“억!”
만취남의 얼굴은 삽시간에 빨개졌고 그의 두 눈 역시 충혈 되어, 실제 핏줄 몇 개가 터져 나왔다.
그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만취남의 좆에, 아니 정확히는 그 밑에 불알에 가해졌고 둘 중 하나는 터진 거 같았다.
“어허어억!”
뒤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가 만취남의 입에서 터져 나오면서, 두 손으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더니, 이내 두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너무 극심한 고통에 기절을 한 모양이었다.
“명, 명태야!”
그때였다. 여자를 쫓아 VIP룸에서 나온 흐트러진 모습의 남자가 만취남이 쓰러지는 걸 보고 기겁해서 달려왔다.
“명태야. 괜찮아?”
“119....구급차....빨리....”
“어어. 알았어.”
흐트러진 모습의 남자가 황급히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119를 누르려 할 때였다.
툭!
누가 그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쳤고, 그 때문에 핸드폰이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뭐야!”
흐트러진 모습의 남자가 발끈해서 소리치자 그 앞에, 좀 전 자기 친구의 불알을 아작 낸 예쁜 여자가 팔짱을 낀 체 서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근데 그걸 보는 순간 흐트러진 모습의 남자가 눈이 확 돌았다.
“이 씨발년이....”
그럴 것이 다른 건 참아도 여자가 자기를 거절하는 건 못 참는 게 이 남자의 본성이었다.
그건 지금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술을 마신 상태라 더 심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때리고 봐야했다. 주먹을 쥔 남자가 정민지를 향해 달려들면서, 진짜 그 주먹을 휘둘렀다.
그에게는 남자고 여자고, 어른이고 아이고, 다 필요 없었다. 자기보다 약하면 다 쳐 맞아야 하는 존재일 뿐.
* * *
정민지는 참을 만큼 참았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여자 때리는 남자였다.
그게 보기 싫어서 특전사에 들어간 그녀였다. 그리고 웬만한 남자 네댓은 혼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런 그녀에게 살만 뒤룩뒤룩 찌고 운동이라고는 해 본적도 없어 보이는, 허멀건한 사내 둘은 애초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
그런데 한 놈은 겁도 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또 한 놈은 아주 대 놓고 주먹을 휘둘렀다.
보통 여자라면 남자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걸 볼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정민지는 달랐다.
특수 임무 수행 시 여자에게도 주먹을 휘두르는 놈들은 많았으니까.
휘익!
그런 놈에게 정민지는 많이 써 먹었다.
그 놈의 팔보다 그녀의 다리가 더 길다는 걸 말이다.
쭉 남자 위로 올라간, 정민지의 다리가 내려오면서 그의 안면을 가격했다.
빠악!
“켁!”
뭐 덕분에 치마 입은 상태의 정민지 팬티와 늘씬 한 두 다리를 봤으니, 쌍코피 터지고 뒤로 벌러덩 자빠져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이 씨....”
그래도 꼴에 남자랍시고 바로 몸을 일으키던 남자가, 주르르 자기 코에 흐르는 쌍코피를 손으로 닦아서는, 그걸 보고 분노해서 외쳤다.
“야! 다 나와!”
녀석이 VIP룸을 향해 소리를 치자, 그 안에서 건장한 남자 다섯이 우르르 기어 나왔다.
그걸 보고는 좀 전까지 여유만만해 보이던 정민지의 얼굴로 심각하게 변했다. 그리곤 그녀 뒤쪽에 에이미에게 말했다.
“에이미. 여차하면 튀어. 혹시 모르니 지원도 요청하고.”
“어? 튀고 요청하고? 알았어.”
대체 뭘 알았다는 건지 모르지만, 지금 그쪽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맞아서 쌍코피 터진 놈이,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그녀를 향해 짓쳐들어오고 있어서 말이다.
“으아아아아....”
당연히 저런 머저리 같은 놈에게 잡혀 줄 생각이 전혀 없는 정민지.
스윽!
정민지가 몸을 틀며 녀석을 피했다. 하지만 그냥 피하지만 하지 않고, 그의 상의 옷깃을 한손으로 잡았다.
그 상태에서 이미 자기 옆을 지나간 상대 발을, 자기 발로 발목 부위를 툭 건드린 정민지.
“으아아아....”
상대는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기에 그대로 앞을 보고 자빠졌는데, 그때 정민지가 잡고 있던 옷깃을 잡아챘다.
그러자 더 앞으로 가서 자빠져야 할 상대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안면과 가슴이 그대로 바닥에 메다 꽂혔다.
쿠웅!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상대는 그대로 기절해, 그 자리에서 그냥 뻗어 버렸다.
“뭐야 저거?”
“유도 기술이지?”
“어어. 뭐 굳이 얘기하자만, 모두 걸어 되치기를 응용한 거 같은데....”
“잘 됐다. 유도 배운 여자 같은 데 동식이 니가 상대해라.”
“야아. 남자가 여자랑 무슨....”
“니 눈에는 저년이 여자로 보이냐? 둘이나 쓰러트렸는데?”
같이 술 먹던 일행 둘이 볼썽사납게 자빠져 있는 걸 보고, 밖에서 불러서 나왔지만 쪽팔렸던지, 다섯 중 둘은 도로 VIP룸으로 기어 들어가 버렸다.
남은 셋 중 하나가 덩치 좋은 남자 둘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너희들 둘이 가서 저년하고, 그 옆에 년 잡아서 안으로 데리고 와라.”
그 말 후 그 남자도 휑하니 VIP룸 안으로 들어가고, 남은 딱 봐도 운동한 게 티가 나는 두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두 여신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 클럽MD와 기도들이 나서서 쓰러져 있던 두 남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그들 선에서 병원 응급실이라도 데려 갈 모양이었다.
* * *
두 덩치 좋은 남자들이 정민지 앞에 짝 다리를 짚고 섰다. 그리고 그 중 한 남자가 정민지에게 말했다.
“우리 누군지 알죠?”
그러자 정민지가 바로 대답했다.
“그쪽은 전 유도 국가 대표인 임동식이고, 그 옆에 분은 현 태권도 대표 석명호 같네요? 뭐 두 사람 체급까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역시....우리를 아는 걸 보니 무도인이셨네?”
그때 그 옆에 삐딱하게 정민지를 쳐다보고 있던 남자가 한 소리 보탰다.
“우리 같은 무도인 중에, 그쪽 같은 미인이 있다는 소린 못 들어 봤는데?”
그 말에 정민지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거리며 말했다.
“무도인은 누가 무도인이야? 요즘 개나 소나 무도인이래. 너희 같이 여자나 패는 것들은 무도인이 아니라 양아치라고 부르지.”
“뭐? 양아치!”
“말조심하지?”
정민지의 양아치란 말에 발끈한 두 남자들. 하지만 그들도 부끄러웠다.
앞서 정민지에게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간 그 두 놈 때문에, 자기들도 도매 급으로 여자나 패는 한심한 놈으로 치부 받고 있으니, 억울한 면이 컸다.
“닥치고 양아치로 왔으면 양아치 짓을 해.”
그때 정민지가 제대로 둘을 도발 했고. 둘 중 안 그래도 자신을 양아치로 부른 정민지가.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전 유도 국가 대표 임동식이 나섰다.
“양아치라고 자꾸 하지 마라. 여자라고 봐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임동식이 정민지에게 경고를 날렸다. 하지만 정민지는 임동식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의 말을 바로 받아쳤다.
“양아치 소리를 듣기 싫으면 양아치 짓을 안 하면 되지. 이 양아치야.”
“이 씨발년이....”
파팟!
역시 유도 국가대표 답다고 할까? 정민지에게 접근하는 그 속도부터가 달랐다. 더불어 잡는 것 역시 신속하면서 정확하게, 정민지의 왼쪽 손목과 앞쪽 멱살을 동시에 잡아챘다.
하지만 정민지는 유도만 익히고 있는 게 아니었다. 특공무술, 특히 크라브 마가를 완숙하게 사용하는 경지에 이른 정민지였다.
크라브 마가는 격투기 무술로,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생존에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격투기를 종합해 만든 현대 무술이다.
크라브 마가의 가장 큰 특징은 가르치기 쉽고, 또 배우기도 쉬운 무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크라브 마가 인스트럭터는, 무술보다는 신상의 위험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자기 방어 시스템'으로 알아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즉 호신술에 특화 된 무술이란 소리다. 하지만 민간 호신술이 아니라, 군인과 경찰들 같이 총칼 든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을 위해 만든 군용 무술이 크라브 마가였다.
즉 실전에 바로 쓸 수 있는 무술이었기에 정민지는 자신의 손목과 멱살을 잡은 임동식을 가차 없이 응징했다.
임동식은 유도 국가 대표다. 유도로 싸운다면 정민지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싸움이다. 싸움은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만 있을 뿐 다른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임동식이 정민지의 왼 손목을 잡았다지만, 그녀에게는 오른팔이 남아 있었다. 그 오른팔을 휘둘러서 짧게 끊어 치는 훅을, 임동식의 안면에 먹인 정민지.
퍽!
“큭!”
그로 인해 고개가 휘청거리며 뒤로 젖혀진 임동식에게, 정민지는 그의 비어 있는 옆구리에다가 무릎차기를 먹였다.
뻐억!
“크윽!”
그러면서 비틀거리는 임동식의 안면에다가 이마를 박아버리는 정민지.
콰직!
코뼈 아작 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리며 덩치 좋은 임동식이 두 눈을 까뒤집고 허망하게 뒤로 자빠졌다.
“쯧쯧쯧....”
그걸 보고 혀를 차며 현 태권도 대표 석명호가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그러면서 하는 말.
“격투기 호신술 제대로 배웠네.”
그 말을 듣고 정민지가 피식 웃으며 석명호를 보고 말했다.
“여유 넘치는 척 그만하고 빨리 덤벼. 그런다고 너 멋있어 보이는 거 없으니까.”
“그런가?”
정민지는 자기 도발에게 평정심을 잃지 않는 석명호를 보고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이스라엘의 특공무술로 불리는 크라브 마가를 잘 쓴다지만 여자로서 한계는 분명 있었다.
그녀 보다 체구도 좋고 힘도 센 남자를 상대로 이기려면, 방심과 자만이 필수였다.
근데 딱 봐도 석명호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가 태권도의 빠른 발차기는 정민지 같은 왜소한 체구의 여자가 상대하기 특히 까다로웠다. 자칫 한 방 허용하면 그걸로 끝이니까. 남자의 발차기는 여자와는 비교가 안됐다.
잘못 맞으면 뼈 부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석명호 같은 유단자의 발차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걸 알기에 정민지는 감히 석명호를 도발만 할 뿐, 먼저 공격하지 못했고 석명호 역시 정민지가 격투기를 아는 만큼 접근하는 걸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둘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명호야. 너 뭐하니?”
앞서 임동식과 석명호에게 두 여자를 잡아오라고 했던 그 남자였다.
“동식이는....허어....저거 동식이 맞아?”
“어? 어어.”
“가지가지 한다. 니들 싸움 좀 한다고 해서 달고 다니는 건데. 이거 사람 영 잘못 고른 거 같네. 명호 너는 아니지?”
“그, 그럼. 나야 싸움 잘 하지.”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빨리 저년하고 저기 전화하고 있는 금발 년 데리고 와. 정호. 지금 갈 거라잖아? 너도 정호한테 잘 보이고 싶잖아? 안 그래?”
정호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 이름을 거론하자, 석명호의 눈빛이 싹 돌변했다.
그걸 보고 그 남자는 입매를 비틀고는, 석명호의 어깨를 툭툭 치고 이내 뒤돌아서 VIP룸으로 도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석명호가 움직였고, 태권도를 잘 하는 사람에게 거리를 줘선 안 된다는 걸아는 정민지도 따라 움직이며, 둘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먼저 공격한 것은 석명호였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는 듯 하며, 페이크 동작을 취하다 돌연 발차기를 날렸다. 왼 손으로 주먹을 날릴 듯하면서, 정민지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갈 때, 그걸 노리고 오른 발로 발차기를 날린 것이다.
퍼억!
정민지가 왼팔을 가드로 막긴 했지만, 여자의 한계가 이럴 때 여실히 드러났다.
아무래도 남자보다 팔 근육 량이 적다보니, 가드로 막았을 때 받게 되는 데미지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정민지는 발차기 충격으로 옆으로 휘청거리며 물러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석명호가 달려들어 오며 거침없이 주먹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