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82화 (182/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두 여신의 등장!

클럽 플로렉스가 들썩 거렸다. 거기다가 그녀들 등장 이후로, 갑자기 여자 손님들이 클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클럽 안이 실제 여자 반, 남자 반이 됐다. 하지만 두 여신은 여전히 여신으로 빛났다. 그녀들을 넘어 설 여신 급 여자는 클럽 안에 없었으니까.

쿵쿵쿵~ 쿵쿠쿵쿵~

다시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스테이지가 남녀로 꽉 찬 채 들썩 거렸다.

그때 스테이지에 끼지 못하고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녀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쪽으로 집중이 됐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한 금발 미녀가, 무난해 보이는 원피스 차림으로 현란하고 에로틱한 춤을 추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금빛 머릿결을 휘날리며 온 몸으르 열정적인 춤을 추는 그녀에게서, 특히 수컷들의 시선에는 끈적끈적함이 묻어 나왔다.

그때였다. 다른 미녀의 등장.

그녀가 금발 미녀에게 다가가자, 금발 미녀가 도발적으로 그녀에게 붙어 부비부비를 시도했다.

어색해 하면서도, 그 다른 미녀는 살랑살랑 절도 있는 동작으로 춤을 추는 데, 이게 또 둘의 춤이 잘 어울려 보이고, 되게 멋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에이미. 이제 그만 가자. 12시도 넘었어.”

“이제 시작인데 뭘 벌써가요. 이리 와서 춤이나 더 춰요.”

에이미는 이제 발동이 걸렸건만, 나가자는 정민지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둘은 30분 넘게 춤을 췄다. 그러고 나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니, 아까 그 얍삽하게 생긴 클럽MD가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저쪽 테이블에서 보낸 샴페인이고, 이건 저기 테이블에서 보낸 양줍니다.”

그녀들이 스테이지에 나간 사이, 또 주위 테이블에서 그녀들을 위해 술을 보내줬다.

물론 호의는 고맙지만 정민지는 사양했다.

“괜찮으니까 도로 가져가세요.”

“네. 뭐....”

이미 이런 일로 클럽MD와 언쟁을 벌였던 정민지. 당연히 손님인 그녀가 이겼고.

그 뒤 클럽MD는 이렇게 주위 테이블에서 보낸 술을 가져다 놓았다가, 정민지가 사양하면 도로 가지고 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기....진짜 파트너는 필요 없습니까?”

그러면서 꼭 물었다. 남자 부킹을 해 줄 수 있다며 말이다. 하지만 돌아 올 대답은 똑 같았다.

“저희는 남자 필요 없어요.”

정민지의 싸늘한 대답에 클럽MD는 바로 꼬리를 말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저기....”

주위 테이블에서, 소위 말해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그 거지같은 말을 믿는 남자들이 접근해 왔다.

“저희 랑 같이....”

“됐어요.”

“아니. 제 말을 좀 끝까지....”

“됐다고요.”

정민지는 이런 똥파리들이 들끓는 거 자체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똥파리는 그 의욕이 좀 과했다.

“하아. 씨발....얼굴 좀 반반하다고 봬는 게 없나?”

하지 않아도 될 소리를 내 뱉었다. 그런데 정작 화를 내고 따져야 할 정민지보다 먼저 나서는 남자가 있었다.

“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뭐? 야아? 너 이 씨발 새끼 지금 나보고 야라고 그랬어?”

“그래. 이 개씹새끼야. 어디서 굴러먹던 개 좆만한 것들이....이분들한테 씨발? 당장 사과 해!”

정민지는 자기한테 ‘씨발’이라고 욕을 한 놈보다, 자기를 대신해서 욕하고 화내고 있는 남자가 더 기가 찼다.

어째든 주위 여론은 당연히 자기들의 여신을 향해 ‘씨발’이라고 말한 놈에게 좋지 않게 흘러갔다.

“어이. 사과 해.”

“사과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주위 테이블의 수컷들이 다들 자신을 쏘아보며 한 소리씩 내 뱉자, 아무리 간 큰 놈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기도 여신과 잘해 보려 대시한 거지 욕하려 대시한 건 아니었다.

“미, 미안해요. 씨발이라고 욕 한 거. 에이 씨.”

어째든 사과를 한 그 놈은 후다닥 자기 테이블로 갔고, 잠시 뒤 그 테이블은 비워졌다. 아무래도 더 여기 있기 쪽팔렸겠지.

* * *

정일국과 강병구는 나름 노력을 했지만, 그들 뜻대로 여자가 꼬셔지지 않았다.

두 여신의 등장이후 여자 손님들이 많이 들어왔고, 클럽MD가 여러 명의 여자들을 그들 앞에 앉혔지만 결과적으로 그들 테이블에 남은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그들 비싼 술만 먹고 내 빼기 일쑤였다.

“미안하다. 병구야.”

결국 정일국이 강병구에게 사과를 했다. 여기 오면 자기와 친구면 분명히 여자를 꼬실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역시 이곳에서 여자들에게 가장 먹히는 건 외모와 끼였다. 아주 잘났던지, 아니면 춤이나 말빨이 좋던지. 그렇지 못한 남자들은 그들처럼 쭈꾸미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벌컥벌컥!

강병구는 그 독한 양주를 벌써 세 잔 째 원샷하고 있었다.

여자도 못 꼬시는 마당에 술이나 퍼마시자 싶었던 걸까? 그러던 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내가 꼬신다.”

“뭐?”

강병구는 불굴의 군인정신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임전무퇴! 가자!”

강병구는 용기백배, 곧장 여신들의 테이블로 향했다. 한데 그보다 먼저 온 선객이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서 기다리는 데, 여신들에게 뺀지 먹은 그 선객이 감히 욕을 하는 게 아닌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강병구가 나섰고, 그 선객은 여신들 편에 선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주위 모든 테이블에서 그 선객을 욕하기 시작하니 쫄아서 내 뺐다. 그 뒤....

“저....술 한 잔 주십시오.”

강병구가 용기를 내서 말했고, 그런 그를 보고 두 여신 중 금발 외국인 여신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한 잔 받으세요.”

“야! 에이미!”

그 옆에 도도함이 매력적인 한국 여신이 그런 금발 외국인 여신을 뭐라고 했지만, 강병구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넙죽 여신들의 테이블에 앉아서 금발 외국인 여신이 따라 주는 맥주를 받았다.

“이런 영광이....”

괜히 눈물 날 거 같은 강병구. 그가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이 사실을 저희 내무반에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내무반? 아저씨 군인이야?”

아저씨란 말은 좀 얼굴 했지만 금발 외국인 여신의 물음에 강병구가 바로 대답을 했다.

“네. 육군 3사단 백골부대 강병구 일병입니다.”

“와아. 나 한국 와서 군인 처음 봐. 그런데 군복은?”

“휴가 나와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겁니다.”

“에이. 군복 입은 모습 보고 싶은데?”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군복 입고 올까요?”

눈앞의 금발 외국인 여신을 위해서라면, 밤하늘의 별도 따 줄 수 있는 강병구였다.

하물며 군복 좀 갈아입고 오는 거야 일도 아니었다.

“아뇨. 됐어요. 다 마셨으면 이제 자기 자리로 돌아가시죠? 백골부대 강 일병님?”

그때 도도한 한국 여신이 아쉽게도 강병구에게 뺀지를 먹였다.

아쉬워하며 주눅 든 강병구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데, 그때 눈치 없는 친구 정일국의 양주병을 들고 나타났다.

“오오! 브라더. 이 미인들은 누구야?”

“....”

* * *

결과적으로 정일국의 등장은 성공적이었다. 왜냐하면 금발 외국인 여신, 에이미가 맥주가 싱겁다며 양주 마시자고 하면서 정일국의 손에 들린 양주를 뺏어서 마셔 버렸다.

“야! 에이미!”

그걸 보고 질겁한 도도한 한국 여신, 정민지 누나가 에이미를 만류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양주를 맥주 마시듯 마신 뒤, 에이미는 더 열정적으로 변했고 정민지 누나는 그런 그녀를 제어하기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정일국과 강병구는 두 여신과 통성명을 할 수 있었고, 그녀들의 나이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에이미는 우리랑 동갑이고 민지씨는 우리 보다 3살 위 시네요?”

“민지씨는 무슨. 그냥 누나라고 불러.”

도도한 한국 여신은 성격도 쿨 했다. 그런데 강병구를 대할 때와 정일국을 대할 때가 많이 달랐다.

뭐랄까? 강병구는 친 동생처럼 살갑게 대하는데 정일국은 그렇지가 않았다.

당연히 그 이유를 정일국이 묻자, 민지 누나가 뭐 그딴 걸 묻냐 며, 짜증 섞인 얼굴로 대답했다.

“너도 군대 가 봐. 그럼 내 심정을 이해할 거야.”

“네?”

그 말이 정일국에게는 민지 누나가 군인이란 소리로 들렸다.

“누가 군인이세요?”

그래서 바로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대답했다.

“군인이었지.”

“이었다는 말은?”

“어어. 소령으로 예편했어.”

“소, 소령이요?”

소령이면 강병국이 속한 백골부대 대대장과 같은 계급이다. 갑자기 민지 누나에게서 대대장의 포스가 느껴지자, 강병국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걸 보고 정민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나 예편했다고.”

그런 그녀의 말에 정일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근데 누나 나이에 소령으로 예편하는 게 가능해요?”

“어. 가능해. 나 특수부대 출신이거든.”

“특, 특수부대요?”

정일국과 강병구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직 군대 안간 정일국도 예비역 선배들에게 하도 들어 알고 있었다. 거기 빡세다고 말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정민지는 여리여리 한 것이 특수부대 출신은커녕 군인도 아닌 거 같았다. 하지만 본인이 맞다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허얼. 진짜다.”

“날아다니시네.”

그들이 그 생각을 한지 불과 10여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여자 특수부대 장교의 싸움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 싸움의 발단은 클럽MD였다. 녀석이 불쑥 나타나서 두 여신의 심기를 제대로 긁어 놨고, 뒤이어서 클럽 한쪽, VIP들만 들어간다는 룸에서 나온, 나 있는 놈 자식이요, 하고 입고 걸치고 있는 것만으로, 억 대를 자랑하는 어린놈의 자식이, 겁도 없이 에이미의 손목을 잡은 것이다.

그 순간 민지 누나가 나섰고, 그렇게 싸움이 시작 됐다.

* * *

정민지는 자신의 방심을 스스로 개탄했다.

상대가 하필 군바리라서 안 됐다 싶어 방심했더니, 에이미가 사고를 쳐 버렸다.

그쪽 테이블에게 가져 온 양주를 마셔 버린 것. 남의 것을 마셨으니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대접해야 하는 데, 그들이 원하는 건 같이 노는 거라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2대 2로 놀게 되었고, 서로에 대해 간단한 소개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남자 둘 다 에이미와 동갑이었고 대학생들이었다.

그 대학생 중 하나는 군바리고, 하나는 두 달 뒤에 군대에 들어간다나?

어째든 정민지로서는 귀찮은 것들이,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난 상황.

근데 짜증나게 클럽MD가 다시 나타나서 그녀 복장을 긁었다.

“합석 할 거면서 빼기는....”

“뭐라고요?”

“아니. 그렇잖아요? 사람 무안하게 여태 빼놓고서는....”

클럽MD가 아니꼬운 눈초리로 정일국과 강병구를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며 가버렸다.

마치 저 딴 것들하고 어울리는 두 미인의 수준을 비하하는 모양새였다.

“저, 저....”

당연히 그걸 모를 정민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발끈했는데 이게 다 자기 때문이라, 에이미도 그때부터 정민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시간은 잘도 흘러서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때 사라졌던 클럽MD가 또 나타났다.

그런데 아까 보였던 그 얍삽한 얼굴이 아니었다. 완전 긴장한 클럽MD가 조심스럽게 정민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저기....저쪽 룸에서 두 분을 모시고 오라고 하는데....”

“싫어요.”

당연히 정민지는 딱 끊어서 거절의 뜻을 클럽MD에게 전했다.

그럼 알아서 꺼져야 하는데, 클럽MD는 그러지 않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애원조로 말했다.

“제발 저 좀 살려 주는 셈 치시고....룸에 가 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왜 당신을 살려줘요?”

좀 전 사람을 그렇게 비하하고 깔아봐 놓고서 이제 와서 살려 달라니? 정민지는 기가차고 코가 막혔다.

“그, 그게....”

안되겠다 싶었던지 클럽MD가 정민지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이쯤 되면 보통의 손님들은 클럽MD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하지만 정민지는 아니었다.

“당신 같이 얼굴 두꺼운 작자들한테 무릎 꿇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 걸 내가 모를까 봐?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꺼져.”

정민지는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이런 얍삽한 부류의 인간들은 상종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겪게 된다면 놈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건 피하는 게 좋았다.

“하아....”

자신이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안 되자, 클럽MD는 결국 몸을 일으키며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곤 정민지를 한번 쏘아본 뒤, 뒤돌아서 왔던 VIP룸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잠시 뒤 눈탱이밤탱이 된 클럽MD가 다시 정민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안에서 안 오면 자기들이 나오겠다고 하십니다. 제, 제발....그냥 좀 들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클럽MD가 진심으로 정민지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정민지는 요지부동. 그때였다.

“언니....불쌍한데....”

에이미가 얻어맞기까지 한 클럽MD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 거 같았다.

하지만 정민지가 여태 에이미에게 보여주지 않은 단호함을 선보였다.

“에이미.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가고 싶으면 너나 저기 들어 가. 대신 나는 너와 모르는 사이다.”

에이미가 클럽MD와 같이 룸에 가는 순간, 정민지가 그녀와 인연을 끊어 버리겠다는 소리였다.

“아니 뭐....언니가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여태 제멋대로 행동해 온 에이미. 그녀가 정색하는 정민지에게 만큼은 꼬리를 말았다.

에이미의 반응에 반색했던 클럽MD, 그가 다시 돌변한 에이미의 반응에 절망할 때였다.

“야이 씨....뭐 하는 거야!”

클럽 VIP룸에서 잔뜩 술 취한 녀석 하나가 성질을 내면서 나와서는, 여신들이 있는 테이블로 비틀거리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면 클럽 피크 다음이 끝나고, 눈 맞은 남녀들이 많이 빠져 나간 상태라, 클럽 안에 테이블 절반이 이미 비어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만으로도 클럽은 흥청망청, 즐거운 분위기를 계속 연출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 클럽에 이런 진상 손님은 분위기를 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클럽 관계자들도 클럽의 경비라고 할 수 있는 기도들도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만취해서 비틀거리며, 여신들의 테이블에 다가 온 녀석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 씨발아. 뭔 여자 하나 못 데려 오면서 MD?”

퍽!

녀석이 대 놓고 여신들 보는 앞에서 클럽MD의 뒤통수를 세게도 후려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