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81화 (181/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인천에서 최문식을 처단하고 빠르게 문식파의 잔존 세력을 해산 시키거나, 제거해 나가던 양태석과 그 휘하 조직원들.

그들은 자정까지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특히 두목인 양태석은 꿋꿋이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서울과 경기, 강원 전역으로 흩어져서, 문식파의 마약 거래 하부 조직들을 없애 버리고 있는, 수하들의 연락을 직접 받고 있었다.

“형님. 여기....”

그런 양태석에게 그의 오른팔 정준호가 찐하게 탄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어어. 고맙다.”

“그만 들어가서 쉬시죠?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 애들이 고생하는 데 나 혼자 어떻게 편하게 발 뻗고 자냐?”

“다른 보스들은 다 그렇게 합니다.”

“나는 그 보스들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그래서 제가 형님을 따르는 거지만.”

“뭐?”

“아닙니다. 그보다 좀 전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준호의 서울중앙지검이란 말에 양태석의 눈이 반짝 빛났다.

“시작 된 거냐?”

“네. 자정 다 돼서 결정이 난 모양입니다. 아마 내일 아침에 서울 모든 검경에 지시가 내려질 거 같습니다.”

“형님, 아니 총 보스는?”

“제가 알아보니 벌써 인천에 가 계신 다네요.”

“그래? 형수님은?”

“그게 형수님은 댁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시다고....”

“으음....”

검경이 내일부터 태천파를 치기로 한 마당에, 형수인 안세영이 형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정준호에게 전해 듣고, 양태석의 이마에 주름이 두 개는 더 생겼다.

비록 형과 형수지만, 남의 부부의 개인사에 개입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해서 그들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고, 양태석은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기로 하고 정준호에게 말했다.

“검경이 태천파를 치는 동안, 우리는 다들 몸을 사린다. 밑에 애들 한데 그 점을 잘 주지 시켜.”

“알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준호는 아마도 밤새도록 양태석이 최근 흡수한 조직 중간보스들에게 연락을 취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정준호가 물러가고 나서, 양태석은 계속 자리를 지키며 자기에게 걸려 오는 전화를 다 받았다. 그러다 새벽 2시부터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형님. 이제 얼추 다 온 거 같습니다.”

“그래?”

“아직 연락 안 온 곳이 2-3군데 밖에 안 되니까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시죠? 여기는 제가 맡아도 됩니다.”

“그럴까 그럼?”

양태석도 이제 늙었는지 새벽 1시를 넘기자 몸이 극도로 피곤해졌다.

그걸 한 시간 참았다고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양태석은 두통약 한 알을 먹고 임시로 쓰고 있던 그의 조직 아지트를 빠져 나왔다.

그렇게 그가 막 자신의 숙소로 정한 강남의 한 호텔로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응?”

백준열 대표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새벽 2시 30분이 좀 넘은 시간에 말이다.

얼마 전까지 수시로 그에게 전화를 해 댔던 백준열 대표.

그렇지만 자정 이후부터 아침까지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새벽에 걸려 오는 전화는 처음인 거 같았다.

“이런....”

생각 좀 한다고 전화를 늦게 받은 양태석.

그는 백준열 대표가 또 지랄을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원래 그는 전화벨이 세 번 이상 울릴 때까지 자신의 전화를 안 받으면 개지랄을 떨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양태석이 전화를 받자 백준열 대표는 자신이 이 시간에 전화 건 용건을 밝혔고, 그의 말을 듣던 중 양태석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지금 그는 차 안이었다. 그런데 일어나려 할 정도면 많이 놀랄 만한 얘기를 백준열 대표에게 들었다고 봐야했다.

황급히 백준열 대표와 통화를 끝낸 양태석.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기태야. 강남 클럽 중에 플로렉스라고 알지?”

“네. 요즘 잘 나가는 클럽 아닙니까?”

“거기로 가자. 최대한 빨리.”

“네.”

양태석은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빨리 가자가 아니라 최대한 빨리 가자고 말했다.

그 말은 진짜 거기까지 빨리 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부우우웅!

지금 양태석의 차를 몰고 있는, 정준호의 오른팔로 불리는 조폭 김기태가 악셀을 힘껏 밟았다.

* * *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식사 후 계산을 못해 쩔쩔 매던 두 여자들.

한데 상황이 역전 됐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할 테니, 부디 그분께 잘 좀 말씀드려 주십시오.”

호텔 총 지배인이 직접 나타나서 두 여자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아네. 저희가 대표님께 잘 말씀드릴게요.”

총 지배인을 비롯한 호텔 관계자만 10명 넘게 나타나서 읍소를 해 대니, 에이미와 정민지는 주위 사람들 보기 민망했다.

“가실 때 저희 호텔의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총 지배인은 서비스로 에이미와 정민지가 어디를 가든 그곳까지 리무진으로 태워 주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겨우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빠져 나온 두 사람 앞에, 버스 길이는 됨직한 리무진이 대기 중이었다.

“타시죠.”

어쩔 수 없이 리무진에 오른 두 사람은, 어디로 갈지를 두고 약간의 설전이 오갔다.

“에이미. 그냥 집에 가자.”

“그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아요? 우리끼리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이 시간이 말이에요. 무엇보다 언니 카드는 쓰지도 않았잖아요? 그 카드도 쓰고 우리도 좀 즐기고. 겸사겸사 클럽에 가요.”

“너 겸사겸사 란 말도 아니?”

“그럼요. 한국말 같은데 알고 보면 한자어에요. 겸사겸사(兼事兼事), 한 번에 이 일 저 일을 겸하여 하는 모양을 말하는 거잖아요.”

“허얼. 에이미 니가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나은 거 같다.”

“뭘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러니까 클럽 가요.”

“하아. 좋아. 대신 12시까지다. 12시 넘어가면 바로 집에 가는 거다.”

“누가 들으면 언니 신데렐라인줄 알겠네. 클럽에서 12시면 그때가 피크 시작인데 말이에요.”

에이미가 말하는 게 정민지가 듣기에는 클럽에 좀 가 본 거 같았다. 하지만 정작 물어보니 아니었다.

“저 강남 클럽은 처음인데요?”

“그런데 클럽이 12시가 피크 시작인 건 어떻게 알아?”

“그거야 같이 사는 원룸 한국 친구들이 말해 줬으니까요.”

“허얼....”

결국 그녀들은 강남 클럽으로 가기로 했고, 리무진 운전기사는 다행히 강남 클럽 중 어디가 제일 잘 나가는지를 알고 있었다.

“여깁니다.”

리무진 운전기사는 강남 클럽 플로렉스 앞에 리무진을 갖다 댔다.

“수고하셨어요.”

“잘 가세요. 아저씨.”

에이미와 정민지는 리무진 운전기사에게 작별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 * *

쿵쿵쿵쿵~

클럽 특유의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에이미와 정민지는 클럽 입구에서부터 시작해서 프리패스로 안으로 들어갔고, 또 가장 한 가운데 자리를 배정 받았다.

그럴 것이 강남에서도 제일 잘나간다는 이곳 클럽에서도, 그녀들 보다 예쁘고 늘씬한 미녀는 없었으니까.

“이야호! 신난다. 언니 우리 나가요.”

“어? 벌, 벌써? 주문은 하고....에, 에이미!”

신나는 클럽 음악에 도저히 흥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에이미가 먼저 스테이지로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정민지는 주위를 살피다가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하아아....어쩌다 여길....”

정민지에게는 클럽하면 떠오르는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그녀 같이 초 미인이 오게 되면, 이상한 일이 유독 많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런 클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 말고 외국인 초 미인까지 같이 딸려 왔으니,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정민지로서도 예측이 안 됐다.

그때 클럽MD가 나타났다. 좀 전 그녀들을 이 자리로 안내한 클럽MD보다는, 더 나이가 많고 얍삽해 보이는 남자였다.

클럽MD란 특정손님(게스트)을 무료로 입장시켜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했다.

특히 여성이 클럽MD의 초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언니 뉴 페이스네. MD 누구야?”

언제 봤다고 반말을 지껄이는 클럽MD가 정민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 거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끼리 조용히 놀고 가게 가만히 내버려 둬요.”

“뭐? 허어....”

정민지의 말에 클럽MD가 기가 차다는 듯 정민지를 쳐다봤다. 그러던 말든 정민지는 자기 말을 계속했다.

“여기 기본으로 갖다 줘요.”

“뭐 일단 그럽시다.”

클럽MD는 싸늘한 정민지의 반응에 일보 후퇴를 선택한 듯 그대로 물러났고, 잠시 뒤 맥주 세병에 과일 안주가 나왔다.

정민지는 세 병의 맥주 중 하나를 들어 병째 마시면서, 시끄러운 클럽 안을 한 번 쭈욱 훑어봤다.

“젠장....”

그런데 클럽 안에는 남녀가 같이 놀러 온 테이블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수컷들이 버글버글 했다.

근데 그 수컷들의 시선이 어째 클럽 자리 배치 상 한 가운데에 있는, 즉 지금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집중 되고 있었다.

그때 스테이지의 클럽 특유의 경쾌한 음악이 그치고, 힙합스러운 곡으로 바뀌었다.

“언니. 뭐해? 안 나오고?”

그 사이 조르르 자리로 돌아 온 에이미. 근데 그녀가 가세하자 클럽 안의 모든 수컷들이 그녀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집중 시켰다.

“아이고....”

정민지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똥파리들이 이 주위로 날아들지 생각하니 말이다.

* * *

정일국은 오늘 군대에서 휴가 나온 절친 강병구와, 화끈한 밤을 보내기 위해서 아빠 차를 몰래 끌고 나왔다.

“야! 타!”

“어? 일국아!”

약속 장소에서 정일국을 기다리던 강병구. 그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정일국의 끌고 온 차를 두 눈으로 쭉 훑었다.

벤츠 S시리즈. 성공한 사업가들이 탄다는 바로 그 차였다.

“뭐해? 빨리 안 타고.”

“알았어.”

일단 정일국의 끌고 온 벤츠에 탑승한 강병구. 그가 안전벨트를 매면서 물었다.

“렌터카는 아니고. 누구 차야?”

대학생인 정일국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차를 끌고 다니겠는가?

“아빠 차!”

“그럼 그렇지. 근데 괜찮아?”

“어어. 아빠 지금 지방 출장 중이시거든.”

“엄마는?”

“엄마 주무시는 거 보고 나왔다.”

“허얼....”

“오늘 주인공은 너니까, 너 연결 시켜 주고 나는 대리 불러서 집으로 가면 돼.”

“고맙다. 친구. 아니 브라더!”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를, 이렇게 챙겨 주는 친구는 그냥 친구가 아니다. 형제지.

“저기가 요즘 가장 핫 하다는 클럽이야. 저 안에 미인들이 득실거린다니까, 너는 그 중 하나를 픽업해서 근처 모텔로 직행하면 돼.”

“야.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널 앞으로 형님으로 모신다.”

“이거 내일부터 동생이 한 명 생기겠는 걸. 크크크크.”

정일국이 모는 차가 클럽 앞을 지나갈 때였다. 남자 4명이 입구에서 뺀지 먹고, 클럽 험악한 형님들에게 쫓겨나고 있었다.

다들 정일국과 강병구보다 어리고 잘 생겨 보이는 녀석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옷도 더 깔삼하게 입었고. 그걸 보고 나니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강병구가 운전석의 정일국을 보고 소심하게 물었다.

“일국아. 우리 저기 못 들어가는 거 아니겠지?”

그러자 정일국이 히죽 웃으며 그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래서 이 차에 이 시계까지 차고 온 거 아니겠냐.”

정일국은 벤츠에 이어서 아빠가 애지중지 아끼는, 3천만 원도 넘는 명품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잠시 후 클럽 전용 주차장에서 정일국은 거만하게 발렛 기사에게 차키를 넘기면서,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쥐어주었다. 그걸 보고 강병구가 쪼르르 정일국 옆에 가서 말했다.

“주차요원한테 뭔 돈을 만원이나 줘?”

그 말을 듣고 정일국이 한심하다는 듯 강병구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그냥 주차요원이 아니야.”

“뭐?”

“클럽MD 막내들이 여기서 발레 파킹을 하면서, 게스트를 걸러내는 역할까지 같이 하는 거야.”

“그, 그래?”

정일국의 말 대로였다. 좀 전 정일국이 쥐어준 만원을 그 값을 바로 했다.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정일국와 강병구가 클럽 입구에 들어서자, 험상궂게 생긴 형님들이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그렇게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 정일국과 강병구. 그들 앞에 곧 클럽MD가 나타났다.

“1층 안쪽 테이블 있어요?”

“어어. 근데 둘 뿐이야?”

“둘이 좀 있다가 넷이 되는 거죠.”

“그럼 네 자리로?”“아뇨. 세 자리로 해 주세요. 대신 하드 하게 시킬게요.”

“좋아. 그럼 세 자리로 해 줄게.”

“고맙습니다. 근데 아가씨는?”

“신경 써 줄게.”

클럽MD는 그렇게 정일국과 얘기를 끝내고는, 바로 다음 테이블로 옮겨갔다.

* * *

정일국이 클럽MD와 얘기하며 테이블을 잡고 있을 때, 강병구는 클럽 안을 훑었다.

그런데 정일국의 얘기와 달리, 주위가 온통 수컷들 천지였다. 그 바글거린다는 미인들은 대체 다 어디가고 거의 보이지를 않았다.

“친구야. 여기 진짜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클럽 맞아?”

“왜?”

“주위가 온통 냄새 나는 것들뿐이잖아?”

“초저녁이라서 그래.”

“뭐? 10시면 한창 때 아냐?”

“너 군대 간 사이 좀 변했어. 요즘은 새벽 1시가 피크야.”

“그, 그래? 근데 하드하게 시킨다는 건 무슨 소리야?”

“아. 맞다. 너 강남 클럽 처음이라고 했지? 하드는 양주 쪽을 말하고 소프트는 샴페인으로 술을 깔아주는 걸 말해. 그것 말고 기본도 있는 데, 그거 시키면 부킹은 100퍼 안 된다고 보면 돼.”

“아아. 그렇구나.”

강병구가 그런 걸아는 정일국이 대단하다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

“....”

강병구는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길게 한숨을 내 쉬었고, 그런 친구를 보는 정일국은 그를 볼 낯이 없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헉!”

그때였다. 새로 들어 온 게스트가....수컷이 아닌 암컷이었다.

그것도 초 울트라 캡숑 미인으로 두 명이 나타났고, 클럽MD가 그녀들을 클럽 1층, 한가운데 테이블에 떡하니 앉혔다.

“우와아....”

그녀들을 본 강병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아직 대학생으로 학교에서 매일 학내 미인들을 보는, 정일국 역시도 그녀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