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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전규호 역시 누가 자기 뒤를 쫓아오는 지 살피는 것은 유지태와 같았다.
일부러 차선을 바꾸고, U턴했다가 갑자기 샛길로 들어가서는, 다시 큰 도로로 나오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나서, 아무도 자신을 미행하는 자가 없음을 확인한 뒤, 그제야 안심하고 이성욱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선 전규호.
그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이성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의 전화를 안 받는 이성욱.
“새끼. 작작 놈 마시라니까.”
이제 자신들도 40대, 중년의 나이다. 30대와는 완전 달랐다.
몸도 더 둔해지고 힘도 확실히 예전만 못했다. 하지만 경험은 늘다보니, 이제 요령껏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전규호는 젊은 시절 노가다를 할 때, 십장이나 숙련공이 왜 일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같은 일을 해도 전규호가 100% 힘을 쓴다면 그들은 50% 힘만 써도, 결과는 그들이 더 많은 작업량을 보였다.
그 이유가 뭐겠나? 바로 요령이다. 일할 때 요령이 있고 없고는 그 차이가 그만큼이나 컸다.
“뭐 비행기 타면 할 짓이 자는 것뿐이니 나쁘진 않겠네.”
하지만 그것도 비행기를 제대로 탔을 때 얘기고. 전규호는 이성욱을 그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서, 지금 그를 깨우러 여기까지 왔다.
딩동댕!
“지하 1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전규호는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타며, 이성욱이 사는 층을 눌렀다.
그리곤 쭉 위로 올라가서 이성욱이 사는 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로 그의 집으로 걸어갔다.
딩동! 딩동!
일단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아무 인기척도 없다. 당연한 반응.
아까 전규호는 이성욱을 집에 데려다 줄 때 안방 침대에 눕혔다.
안방 문까지 잘 닫아 줬기 때문에, 깊게 잠든 이성욱은 지금 초인종 소리를 못 들을 가능성이 높았다.
띠띠띠띠띠띠!
전규호는 거침없이 이성호의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리리릭! 철컥!
그러자 바로 도어 록이 풀렸고 전규호는 바로 현관문을 열었다.
“성욱아!”
그리곤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 집 주인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전규호의 몸이 굳었다.
그럴 것이 그의 전면에 유지태가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으니까.
척!
그리고 전규호의 머리에 총구가 와 닿았다.
“$^&%^[email protected]!”
“손들라네요.”
러시아어와 한국말이 이어서 그의 귀에 들려왔다. 전규호는 곁눈질을 하면서 천천히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뻑!
그때 그의 뒤통수로 강한 충격이 전해졌고, 의식을 잃은 전규호가 픽 쓰러졌다.
“어디서 잔대가리를 굴리고 있어.”
세르게이가 그 말을 하며 기절한 전규호의 왼손을 펼쳤다. 그러자 거기 작은 동전 크기의 리모컨이 쥐어져 있었다.
그 리모컨을 눌리면 전규호의 몸에 장착 되어 있는 신경가스가 새어나오게 되고, 이 집 안의 사람은 전부 그 가스에 중독되어 쓰러지게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야 세르게이가 유지태를 심문해서 알아 낸 거다.
세르게이는 전규호에 대해 유지태에게 꼬치꼬치 캐물었고, 그가 독을 잘 다룬다는 말을 듣고 경각심을 가지고, 끝까지 전규호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런데 세르게이의 눈에 손을 드는 전규호의 왼팔과 왼손이, 조금 부자연스러운 걸 발견하고 바로 손을 썼고, 그게 잘한 결정이 된 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유지태는 이미 반쯤 죽은 상태였다.
세르게이가 만약을 대비해서, 유지태에게 30분 뒤에 죽는 독을 그의 몸에 주입 시켜 놓은 것.
세르게이는 일단 전규호의 몸에서 신경가스 분사 장치를 떼어 낸 뒤, 전규호의 목을 꺾어 죽였다.
그 사이 다 죽어 가던 유지태도 결국 숨이 멈춰 버렸고.
“철수. 시체 처리 좀 부탁 해.”
“알았어.”
세르게이를 돕겠다고 이성욱의 집에 올라 올 때 철수는 2G핸드폰을 지급 받았다.
그 핸드폰으로 길게 1번 단축키를 누르자, 알아서 누가 그 전화를 받았다.
“다 처리 했으니 시체 좀 치워 줘요.”
=알았습니다.
세르게이와 철수는 이성욱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씩 피우고 그 집을 나왔다.
그러자 드론 장비를 다 챙겼는지, 그들을 싣고 여기까지 왔던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이 그들 앞에 검은 색 SUV차를 대며 말했다.
“타세요.”
세르게이와 철수는 그 차에 탑승했고, 그들을 태운 차는 환한 도심의 불빛 속으로 이내 사라졌다.
* * *
손진아가 장을 본다기에, 나는 그녀가 요리를 잘 하는 줄 알았다. 실제 장도 잘 봤고. 메뉴까지 언급해서 그걸 다 만들 줄 아는 줄로만 알았건만....그게 아니었다.
“허얼....”
그녀가 주방에서 잘 하는 건 딱 두 가지였다. 냉장고에 장 봐 온 식자재를 넣는 것과 전자레인지에 넣고 뭘 데우는 것.
하다못해 가스불도 몇 켰다. 불도 못 쓰는데 무슨 요리를 한단 말인가? 그래도 그녀가 불러 쓰는 도우미 아줌마는 요리를 잘하는 모양이었다.
“아. 맞다. 오늘 아줌마 일찍 들어가시는 날이었네.”
그러니가 도우미 아줌마가 집에 있는 줄 알고 장 봐 와서 그 아줌마에게 요리를 시키려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 도우미 아줌마가 괜찮은 분이긴 한 거 같았다.
밥만 하면 먹을 수 있게 기본 반찬들이 냉장고 안에 잘 정돈이 되어 있는 걸 보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봤을 때 밥을 하고 오늘 사온 삼겹살을 잘만 구우면, 얼추 식사는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얘기를 손진아에게 했더니 그러란다. 해서 내가 두 손 걷어 붙였다.
내가 쌀을 씻고 전기밥솥에 밥을 짓는 동안, 손진아는 그냥 안방으로 들어갔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사이 나는 가스오븐레인지에 삼겹살을 넣고 시간을 맞춰 놓고, 쌈 싸 먹을 채소를 씻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서 반찬을 반찬 그릇에 담아, 식탁에 하나 둘 씩 놓고 와인 잔과 와인도 식탁에 갖다 놨다.
그 사이 삼겹살이 먼저 통째 오븐에 구워졌고, 그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아내자, 귀신같이 그 냄새를 맡고 손진아가 주방에 나타났다.
“와아. 진짜 맛있겠다.”
그녀는 나는 보지도 않고 노릇노릇하니 잘 구워진 삼겹살에만 집중한 채 식탁에 앉았고, 이내 젓가락으로 삼겹살을 집어 먹었다.
“으음. 맛있어.”
그때 밥이 다 됐고 내가 밥을 퍼는 동안, 그녀의 젓가락질은 계속됐다.
나는 속으로 식단 조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쉬는 동안이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손진아는 영화 하나와 드라마 하나, 그리고 광고도 촬영 중에 있었다.
그렇다면 저렇게 삼겹살을 많이 먹는 건....
“진아씨. 적당히 먹어야....”
내가 밥그릇에 밥을 반만 퍼서 그걸 들고 식탁으로 갔을 때, 이미 접시의 절반가량의 삼겹살이 사라진 뒤였다.
“어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들고 있던 삼겹살을 슬쩍 접시에 도로 내려놓은 손진아.
그런 그녀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매니저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요.”
물론 말하지 않을 거다. 뭐 좋은 일이라고 이런 걸 밑에 사람에게 말하겠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손진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못 먹고 말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해 줄 수 있다면, 손진아의 다이어트를 대신해 주고 싶다는 거였다. 그때였다.
-디링! 견신이 당신의 그 염원을 들어 주고 싶어 하십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린지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자 견신 시스템에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내 머릿속에 데이터로 심어 주었다. 그걸 살펴 본 결과 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니까 「개좆」아이템의 기능 중 쾌속절정을 업그레이드 시키면, 그때 소모 되는 칼로리가 10배로 늘어난다는 말이지?’
한마디로 빠구리로 제대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단 소리였다.
-「개좆」아이템의 쾌속절정 기능을 지금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Y/N]
‘당연히 예스지.’
그러니까 오늘 밤 손진아와 내가 빠구리를 하는 것으로, 섹스 시 소모 되는 칼로리의 10배를 더 소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손진아가 마음껏 먹어도 상관없었다.
왜냐? 오늘 밤에 나는 손진아를 안 재울 생각이거든.
* * *
남녀 간의 성관계시 칼로리 소모가 많다.
한 연구소에 따르면 섹스 1회에 소모되는 칼로리가 20분간 수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전희과정을 포함하여 여성은 69칼로리, 남성은 100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한다.
이걸 좀 더 쉽게 얘기해 보자면 러닝머신과 비교해 볼 수 있겠다.
남성의 경우 러닝머신을 30분 정도 타면 약 273칼로리, 여성은 약 130칼로리 정도를 소모한다고 한다.
그러니 여성이 1회 성관계시 69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에 비해, 러닝머신이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러닝머신과 섹스 중 다이어트를 위해 섹스를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다이어트를 위한 칼로리 소모에서 섹스가 러닝머신보다 비효율적인 건 사실이지만, 섹스가 즐거움이 훨씬 크니까.
하지만 그게 나와 하는 섹스라면 이제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나하고 섹스 하는 여자는 69칼로리가 아니라, 690칼로리를 소모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냥 나와 섹스 하는 걸로 살이 쪽쪽 빠진다는 얘기다.
“자자. 다 먹어요.”
“네?”
나는 밥도 다시 한가득 밥그릇에 담아서 손진아에게 건넸다. 그걸 보고 나와 자기 밥그릇을 번갈아 쳐다보는 손진아.
그런 그녀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했어요. 먹어요. 내가 책임지고 진아씨 살 안 찌게 해 줄 테니까.”
“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니까 얘기하죠. 내일 아침에 매니저 만나면 그럴 겁니다. ‘진아씨. 어디 아파? 얼굴이 핼쑥하네?’라고 말입니다.”
“호호호호. 준열씨. 이제 보니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네.”
손진아는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아드렸다. 그래서 내가 건넨 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진아씨. 나 진담인데. 진짜 다이어트 확실히 시켜 줄게요. 그러니 먹어요. 자아.”
나는 아예 쌈을 싸서 손진아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못 이기는 척 쌈을 받아먹은 손진아.
“우웅....쩝쩝쩝....으음....너무 맛있어.”
그 쌈 하나로 입맛이 되살아난 손진아.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식을 하고 말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서 짠 된장국이며 달콤한 와인까지 제공했다.
그 결과 그녀는 삼겹살 한 근에다가 밥 세 그릇을 먹어치웠다.
거기에 텅 비어 있는 반찬 그릇들이, 그녀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아악! 미쳤어. 나 어떡해?”
먹을 때는 좋았다. 하지만 먹고 난 뒤 손진아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절망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진아씨. 나만 믿어요. 내일 아침까지 당신이 지금 먹을 칼로리를 전부 소진시켜 줄 테니까요.”
“어, 어떻게요?”
“그건 설거지 후에 얘기해 주도록 할게요.”
그게 궁금했던지 손진아는 나와 같이 설거지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설거지를 끝내서 나로 하여금 그게 뭔지 듣겠다는 게 그녀의 생각 같았다.
‘단순하긴....’
그렇게 설거지가 끝나고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선 채, 손진아가 도발적인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자아. 이제 말해줘요. 그게 뭔지.”
“그건....”
나는 손진아의 손을 잡아서 슬쩍 내 쪽으로 당겼다. 그러자 그녀가 내 품에 폭 안겼다.
“어머머....”
와인을 몇 잔 한 탓인지 안 그래도 얼굴이 살짝 상기 된 손진아의 얼굴이, 내 품안에서 더 빨개졌다.
* * *
나는 손진아에게 내 생각을 사실대로 말했고, 그 말을 다 듣고 난 그녀는 황당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 그러니까 지금 나하고 섹스를 해서....나를 다이어트 시켜 주겠단 거네요?”
“그렇죠.”
“하아....”
기가 찬다는 듯 날 쳐다보고 웃는 손진아.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섹스를 하면 칼로리 소모가 많은 건 맞잖아요. 내일 매니저한테 내가 한 소리를 들으려면 오늘 밤에 열심히 해 봐요. 우리.”
“뭐, 뭘 해요. 진짜. 엉큼해서는....”
내 말에 얼굴이 완전 새빨개진 손진아가 내 가슴을 손으로 툭 치고는, 후다닥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흐흐흐흐흐....”
그런 그녀를 보고 음흉하게 웃으며 나도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안방에서 손진아가 날 보고 말했다.
“저 먼저 씻을 게요.”
“그래요.”
근데 아까 씻지 않았던가? 내가 밥 지을 때 말이다.
깔끔한 성격인 듯 손진아는 외출 후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했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야 다 들리니까.
내 개 특성의 *소리가 잘 들립니다.*로 들으면 그녀가 바디워시 누르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 내가 일부러 안 들으려고 해서 안 들었을 뿐.
그러고 보니 백준열의 기억에서도 손진아는 섹스 전 꼭 씻었다. 그리고 백준열 보고도 씻으라고 했고.
“나는 밖에서 씻을 게요.”
그새 안방 욕실에 들어간 손진아에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수줍게 말했다.
“그, 그래요. 그럼.”
나는 곧장 안방을 나가서 거실 옆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막 옷을 벗는 데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처리자 에이전시의 김훈 대표다.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대표님. 저 김훈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조진호. 좀 전에 처리했습니다.
“으음....수고하셨어요.”
딱히 김훈 대표가 어떻게 조진호를 처리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만 중요할 뿐.
백준경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없애버렸다는 바로 그 결과 말이다.
어째든 조진호가 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에, 내가 먼저 처리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