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65화 (16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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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일단 백지연은 내가 아는 그 뻐꾸기 백지연이 맞을 거고,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라면 서지현 여사님이 바람피운 남자를 말하는 듯 했다.

“하동훈이라....”

어디서 말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 곧 백준열의 기억에 그가 누군지 떠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였다.

“그 하동훈이란 자는....서재국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단 거네?”

그러니까 친정 가서 바람이 난 거다.

그러니 서재국 전 대통령도 딸이 바람피운 것에 대해, 사위인 백승렬에게 할 말이 없었던 거고.

결과적으로 자기 밑에 놈이 유부녀인 딸내미를 꼬셔내서 떡 하니 씨를 뿌려 놨으니....

“마초맨~”

그때 에이미가 나를 불렀다. 나는 곧바로 화장실을 나가서 대표실 응접 소파에 앉아 있는 에이미에게로 향했다.

“뭐야? 화장실에서 큰 거라도 본거야?”

“아니. 전화 좀 받느라고.”

나는 손에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내가 화장실에 10분 넘게 있은 것을 이해한 듯 에이미가 물었다.

“이제 우리 뭐해?”

에이미는 딱 봐도 심심한 아이 같았다. 당연히 그 아이와 놀아줘야 할 사람은 나고.

‘뭐하긴. 나 무지 바쁜 사람이거든. 거기다가 오늘도 그녀 집에 가야하고....’

그러고 보니 오늘 가야 할, 그녀 집의 그녀가 누군지도 나는 모른다.

‘아아....’

그러자 바로 생각이 났다. 오늘 내가 가서 자야한 내 여자와 그 여자 집이 어딘지가.

‘허얼. 이제 손진아까지....’

이전 삶에서 한 영화 평론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2000년대 한국 영화가 낳은 압도적 대형 톱스타!]

21세기에 나타난 클래식 멜로의 여왕.

앳된 소녀의 수줍음과 발랄한 청춘의 청량감이, 황금비율로 혼합된 손진아에게 멜로는 천상의 맞춤옷이었달 까?

‘그뿐만 아니라 슬픈 사랑으로 한없이 눈물짓는 비련의 여주인공도, 상대의 마음을 명랑하게 요리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도 모두 손진아의 것이었지.’

그렇게 멜로에 최적화된 그녀의 캐릭터는 점차 액션과 스릴러, 코미디까지 영역을 확대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직 액션까지는 아니겠군.’

재작년 영화 ‘무방비동네’에서 그녀는 소매치기 역을 연기하며 팜므파탈 연기를 펼쳐보였고, 작년에는 청룡영화상에서 ‘마누라 결혼작전’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개인 필모그래피의 정점을 찍은 상태.

그녀가 액션 영화를 찍은 건 4년 뒤에 일이다. 바로 영화 ‘산적’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말이다.

손진아는 배우로 이때도 이미 탑 스타였다. 그런 그녀를 백준열이 JYB엔터 소속으로 두지 않은 건 그녀가 그걸 원해서였다.

워낙 쿨한 성격의 손진아는, 내가 자기 집에 오든 말든 자기 할 거 다 하고 살았다.

하지만 내가 그녀 집에 가는, 목요일 저녁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꼭 연락을 해줬다.

“없네.”

하지만 오늘 여태까지 그녀에게 걸려 온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없었다.

그 말은 오늘 그녀가 자기 집에 있다는 얘기.

‘와아. 그럼 나 오늘 밤에 손진아와 떡칠 수 있는 거야?’

이때 손진아의 나이는 27살. 여자로서 미모가 활짝 만개했을 때다.

“꼴깍!”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고, 내가 딱 그 짝 같았다.

“마초맨. 군침은 왜 삼켜?”

“어?”

내가 손진아 생각에 넋이 나가 있는 동안, 에이미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뭘 놀라? 바람피우다 들킨 남자처럼?”

에이미의 그 말에 등골이 서늘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개새끼 백준열이다. 뻔뻔한 걸로 치자면, 어디 가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에이미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 생각하다가 그만....”

그 말을 하면서 손으로 괜스레 입을 훑었다.

“진짜? 뭐 먹을 건데?”

당연히 뭘 먹을지 모른다. 그걸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까.

영화나 TV에서 보면 이럴 때 전화가 걸려 와 주곤 하더니만....

삐이이이익!

그때 인터폰이 재차 울리고 김 비서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대표님. 김훈 대표께 전화가 왔습니다. 5분 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신다고....

“알았어.”

나한테 바로 전화해도 될 텐데, 뭐 하러 김 비서에게 전화를 한 건지, 그 저의가 살짝 의심이 되긴 했지만 일단 나는 몸을 일으켰다.

“에이미. 나 지하주차장에 누구 좀 만나고 올게.”“나도 따라 가면 안 돼?”

에이미는 혼자 대표실 있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인터폰을 누르고 김 비서에게 말했다.

“김 비서. 오늘 정민지 요원 출근 했죠?”

=네. 지금 직무교육 중인 걸로 압니다.

“무슨 직무교육을 하루 종일 합니까? 당장 대표실로 오라고 하세요.”

말이 직무교육이지 JYB엔터란 회사에 대한 설명과 회사 구조 및 지리를 익히는 게, 김 비서가 말한 경호 팀원의 직무교육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김 비서의 대답을 듣고 나서 에이미에게 말했다.

“좀 있다가 내 경호팀원이 한 명 이 방에 들어 올 거야. 그 팀원과 같이 회사 구경하고 있어.”

“정말? 나 여기 막 돌아다녀도 돼?”

“그럼. 물론 출입통제구역까지는 들어가지 말고.”

“알았어.”

그렇게 나는 에이미를 두고 대표실을 나왔다.

그리곤 비서실을 지나쳐서 엘리베이터로 갈 때 김 비서에게 말했다.

“정민지 요원 오면, 대표실 안에 에이미 데리고 회사 구경 좀 시켜 주라고 하세요.”

정민지 요원은 이번 주까지는 회사 분위기 익히는 차원에서, 회사 안에서만 일하고 다음 주부터는 근접 경호요원으로, 지금의 문대식처럼 내 곁을 지킬 예정이었다.

나는 비서실을 나서자 바로 문대식을 옆에 끼고, 주위로 경호 팀원들에게 둘러싸인 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 * *

나는 아직 정민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확정하지는 않았다.

정민지는 키우기에 따라 엔터 쪽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그녀부터 설득시켜야 할 것이고.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정민지를 제 2의 김 비서로 키우는 건데, 일단 지금으로서는 무게추가 이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

아무래도 본인이 싫다는 일을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경호 요원인 정민지를 비서로 키우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거기에는 누군가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와 같은 처지로 내 옆에서 노예로 살아야 하는 여자 하나를, 더 만들어 내야 하는 김 비서였다.

그녀가 돕지 않고서는 제 2의 김 비서는 애초 만들어 질 수 없었다.

문제는 그러려면 김 비서를 놔줘야 한단 거다.

김 비서를 프리하게 놔 준다는 조건이 아니면, 김 비서가 미쳤다고 자신 같은 여자를 키워 내겠나?

내 입장에서는 김 비서를 잃는 건 커다란 손실이다.

안 그래도 인재가 없는 내 곁에서 김 비서를 잃는 건, 지금의 내게는 팔이 하나 잘리는 것 보다 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비서도 곁에 두면서, 정민지도 제 2의 김 비서로 키워 내려면 잔머리 좀 많이 굴려야 할 거 같았다.

“저기 옵니다.”

먼저 지하주차장에 와 있던 김훈 대표가, 내가 지하주차장에 도착하고 전화를 하자 차를 몰아서 내 앞에 와서 세웠다.

“기다려.”

나는 김훈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 비어 있는 조수석에 타면서,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문대식이 경호팀원들과 김훈 대표의 차를 에워싸면서, 동시에 권총을 꺼내서 운전석의 김훈 대표를 겨눴다.

여차하면 김훈 대표를 쏠 수 있다는 무력시위인 셈이었다.

그 사이 나는 차에 탔고, 옆에 김훈 대표가 내게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동시에 말했다.

“문 팀장은 여전하군요.”

다른 쪽으로는 몰라도, 나를 지키는 경호에서 만큼은 문대식이 단연 최고였다.

“뒤에 외국인이 김 대표가 말한 그 러시아 킬러인가요?”

내가 힐끗 뒷좌석을 돌아보며 묻자, 김훈 대표가 한국 말고 러시아 말을 섞어가며, 뒤에 얌전히 앉아 있는 러시아 킬러에게 말했다.

“세르게이. 내 보스이시다. 인사 드려.”

“반갑다. 나 세르게이 폴로친 이다.”

세르게이의 소개에 바로 김훈 대표가 말을 이어 붙였다.

“세르게이는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으로, 킬러 생활만 10년이 넘은 베테랑입니다. 북한에서 2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한 덕분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한국말을 좀 한다 이거죠?”

“네. 그렇습니다.”

“세르게이. 나를 위해 일해 줄 수 있나요?”

나는 아주 대 놓고 당사자인 러시아 킬러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훈 대표가 세르게이에게 눈짓을 보냈고,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킬러다. 의뢰자가 돈 주면....죽인다. 훈의 보스를 위해 일하겠다. 단 돈을 달라.”

돈 주면 내 밑에서 일하겠다는 소리였다. 그 대답을 듣자마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견신 시스템이 반응을 했다.

-러시아 킬러 투견 세르게이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 하면서, 일족으로 거둬들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개지수 3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세르게이를 내 투견으로 거뒀지만, 원래 내 투견이었던 싸움꾼 이제동을 세르게이가 죽였다 보니 쌤쌤인 상황이었다.

김훈 대표는 내게 세르게이를 사냥개로 쓰라고 하면서 죽을 그를 살렸다.

그러니까 세르게이는 이제부터 사냥개로서 자가 능력을 내 앞에서 검증 받아야 했다.

“세르게이. 돈은 주겠다. 대신 나에게 믿음을 얻기 위해서, 네가 시급히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세르게이는 내 말을 거의 다 알아들은 거 같았지만, 그래도 김훈 대표의 도움을 받아 확실히 내 말을 인지한 뒤 대답했다.

“뭐든 시켜라. 세르게이. 능력 보여 준다.”

세르게이의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나는 시선을 김훈 대표에게로 돌려 말했다.

“삼명 자동차 조진호 전무 처리해 달란 거 어떻게 되어 갑니까?”

“이미 저희 직원들이 작업 들어간 상황입니다.”

“좋군요. 세르게이가 없애 줘야 할 자들은 하동훈이라고....그 자에게는 3명의 전문 처리자들이 있는 것으로....”

“그러니까 전문 처리자 3명에 하동훈까지 제거하란 거로군요?”

“그렇죠. 가능하겠습니까?”

“언제까지 제거하면 됩니까?”

“언제까지랄 게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그냥 한시가 급하다는 얘기다. 하동훈의 지시로 전문 처리자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서 지금 움직이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말이니까.

그 3명의 전문 처리자들이 누군지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찾아 나서면 그들의 행적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같은 처리자들이라서 찾는 게 더 쉬웠다.

“그 처리자들이 누군지 정보가 있습니까?”

다행히 견신 시스템이 준 정보에 하동훈의 지시로, 나를 해치려는 맹견들에 대한 간략한 신상정보가 있었다.

“네. 이름과 주소지, 전화번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려주십시오.”

나는 견신 시스템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읽고 그걸 그대로 내 입으로 말했다.

“그들 이름은 이성욱, 전규호, 유지태고 나이는....”

“잠깐. 마지막에 유지태라고 하셨습니까?”

“네. 유지태요.”

“으음....”

나도 봤다. 내 입에서 유지태란 이름이 언급 되었을 때, 김훈 대표가 인상을 팍 쓰는 걸 말이다.

“아는 사람입니까?”

“네. 뭐....상대하기 까다로운 자입니다만....운이 없군요. 곧 세르게이를 만나야 할 테니 말입니다. 나머지 신상 정보도 마저 불러 주십시오.”

김훈 대표는 내가 불러주는 3명의 전문 처리자들의 신상 정보를 꼼꼼히 메모한 뒤 내게 말했다.

“하동훈이란 자는 몰라도, 말씀하신 그 3명의 전문 처리자들은, 오늘 밤 안으로 제거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김훈 대표가 세르게이를 쳐다봤고, 세르게이가 자신 있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세요.”

아무래도 내게 직접적으로 위협적인 건 하동훈이 부리는 맹견 3마리였지 하동훈은 아니니까.

일단 세르게이가 맹견 3마리를 먼저 제거해 준다면, 그 다음 하동훈을 처리하는 건 내게 손쉬운 일이었다.

처리자 에이전시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양태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사고사나 실종 처리로 제거가 가능했으니 말이다.

“돈은....”

“돈은 됐습니다. 세르게이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의뢰는, 그냥 해 주겠다고 저에게 말했었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 할게요. 조진호 전무 건은?”

“처리 하는 대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나는 김훈 대표와 볼일을 다 보자 차에서 내렸다. 그때 내 눈앞에 바뀐 견신 시스템의 상태창이 떴다.

[이름: 백준열(Lv5)]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2Up), 「개좆」(Up)], 「개목걸이」(1Up), 「개코」(Up), 「개방울」(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1Up)

[인벤토리: 개톤백(In)

[특성: 개(3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80]

세르게이를 내 투견 일족으로 거두면서 받은 보상 포인트 30, 그것이 더해진 개지수가 80포인트로 올라가 있는 걸 확인한 나는, 바로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지웠다.

내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본 문대식이 황급히 겨누고 있던 권총을 치우고, 내 쪽으로 뛰어와서 내 옆에 서며 말했다.

“괜찮습니까?”

“어어. 가자.”

나는 곧장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고, 그런 나를 내 경호 팀원들이 에워싸서 움직였다.

그 사이 세르게이를 태운 김훈 대표의 차는 유유히 JYB엔터 본사 건물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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