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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처음에 박인호 부대표는 자기가 일처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옆에서 이쪽 일에 대해 알려주자, 그는 무서운 속도로 엔터 쪽 내 지식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알아서 척척 이쪽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대표가 결정해야 할 정말 중요한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세부적인 일 처리는 전부 박인호 부대표에게 맡겨도 될 거 같았다.
“더 볼 것도 없네요. 앞으로 몇 가지 주요 사안을 제외한, 대표의 전결권을 부대표에게 넘길 테니, 우리 회사 좀 잘 이끌어 나가 주세요.”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대표님께 바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뭐 그럴 일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박인호 부대표의 일처리 능력은 탁월했다.
그렇게 박인호 부대표에게 얼추 1시간 1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고 나서, 나도 쉴 겸 잠시 티타임을 가졌다.
그때 김 비서의 인터폰이 울려왔다.
삐이이이이!
“왜?”
-대표님. 에이미란 분이 오셨습니다.
에이미가 벌써 특수 1부문에 가서 계약을 마친 모양이었다.
원래 나와 에이미는 JYB엔터 본사 로비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한데 나를 태운 차가 JYB엔터 본사 사옥에 다다랐을 때, 특수 1부문의 부문장인 차은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받았더니 그녀가 로비에서 에이미를 만났다는 것이다.
에이미가 내 얘기를 하기에, 나한테 전화를 건 거라나?
해서 차은석에게 에이미를 특수 1부문에 데려가서 계약부터 하라고 했다.
물론 그 얘기는 다시 에이미에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해서 그녀에게도 얘기했고.
그래서 에이미는 나를 만나기도 전에, 먼저 JYB엔터와 전속 계약을 맺으러 특수 1부문으로 었고, 그게 끝나자 차은석이 에이미를 대표실로 보낸 모양이었다.
“들여 보네요.”
내 허락이 있고나서 잠시 뒤, 에이미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와아....넓다.”
“이리 와서 앉아.”
그런 그녀를 향해 먼저 응접 소파 상석에 앉아 있던 내가 손짓까지 했다.
그러자 쪼르르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 온 그녀가, 앉으라는 소파에는 안 앉고 내 무릎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당연히 두 팔은 내 목을 끌어안았고.
물론 나도 에이미와 여기서 한 빠구리 할 생각이었다.
근데 김 비서가 아까 보여 준 그 서류파일이 생각나서 자제하자 싶었는데....
“마초맨! 보고 싶었어.”
쪽! 쪽! 쪽! 쪽!
에이미의 뽀뽀 네 방에 내 이성의 벽은, 그야말로 허무하게 와르르 허물어져버렸다.
우선 내 허벅지 위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자지가 기지개를 켜면서 부풀어 올라 에이미의 허벅지를 건드렸다.
그걸 느낀 듯 에이미가 날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마초맨! 날 사랑하고 있었어.”
에이미는 내가 발기 하는 게 자기를 사랑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에이미 같은 미인을 무릎 위에 앉혀 놓으면, 남자들은 다 발기 하게 되어 있는데 말이다.
“우웁....”
어쨌든 그 오해로 인해 불붙은 에이미가, 이번에는 뽀뽀에 그치지 않고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갖다 붙이고, 열정적인 키스를 시도해 왔다.
나는 그 키스에 그냥 녹아내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 * *
김 비서는 ‘심쿵’ 한다는 말이 뭔지 몰랐다.
어떤 일이나 대상을 보고 심장이 쿵 하고 뛸 정도로 놀라거나 설레서 생기는 이런 현상은, 그 동안 살기 바빴던 그녀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 중 하나였다.
한데 좀 전 그녀는 ‘심쿵’했다.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 백준열이 그녀 맞은 편 창가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그 심쿵이란 걸 해 버렸다.
그게 뭐라고 말이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그와 붙어 지내는 그녀 입장에서, 백준열은 한 10년은 같이 산 부부사이였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갑자기 그녀에게 벌어졌는지, 그녀도 몰라 헷갈려 할 때였다.
백준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평소처럼 비서 업무를 수행했다.
그 뒤 대표실 안의 달러를 가방에 챙겨 나온 그녀는, 보안 직원을 불러서 그 돈을 은행에 가져가서 환전한 후, 백준열의 은행계좌에 넣으라고 한 뒤, 자기 일을 계속 봤다.
그 동안 박인호 부대표가 대표실을 찾아 온 거 말고, 딱히 대표실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박인호 부대표가 대표실을 나오고 나서, 백준열이 차를 내어오라고 해서 대표실에 넣어 주고, 얼마 안 있어 웬 금발 미인이 대표를 만나겠다며 찾아왔다.
해서 대표실에 그 에이미라는 금발 미인이 왔다고 알렸더니, 대뜸 안으로 들이라고 하지 뭔가?
‘뭐지? 정민지는 어쩌고?’
갑자기 김 비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렇게 에이미가 대표실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김 비서는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뭐, 뭐지? 내가 왜 이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긴 아까 백준열이 보고, 심쿵한 것만 봐도 그녀는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건 속으로 인정을 했다.
근데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미칠 거 같았다.
대표실은 방음시설을 완벽히 갖췄다.
때문에 저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밖으로 소리가 샐 일은 없었다.
하지만 입구 출입문까지 방음시설을 갖추진 않았다.
해서 김 비서도 백준열이 대표실 안에서, 자기 몸을 원할 때 비서실 출입문을 잠그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아무리 입구 출입문이 방음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그 안에서 나는 소리를 누구도 엿들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비서실에 있는 김 비서가 작심한다면, 대표실에서 나는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김 비서는 작심을 하고 우선 비서실 출입문부터 잠갔다.
그 뒤 대표실 입구 출입문으로 가서, 그 문에 귀를 갖다 댔다. 그러자 안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으....좋군. 좋아.”
백준열의 목소리가 그녀 귀에 들려왔다. 근데 이 목소리는 김 비서가 평소 백준열의 자지를 빨아줄 때, 그가 자주 내는 목소리였다.
“이이....”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김 비서.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기까지 한 그녀는, 자신의 이런 변화에 깜짝 놀라며 문에 대고 있던 자신의 귀를 떼어냈다.
그녀는 그 상태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일단 탕비실로 향했다.
거기서 찬물 한잔을 마시며 열불난 속을 일단 진정 시킨 그녀는, 자기감정을 마인드 컨트롤 하려 했다.
“하아....”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열불만 더 났다.
“미국에서도 그러더니, 그 버릇을 아직 못 버렸네. 이제 하다하다 대표실에서 백마를 타시겠다!”
미국 유학시절 백준열은 수십 명의 백인 미녀들과 즐겼다.
하지만 결국 그의 곁에 끝까지 남은 것은 김 비서, 그녀 하나뿐이었다.
그랬는데 또 어디서 금발 미인을 만났는지, 그 백인 여자를 회사 대표실까지 끌어들였다.
그러면 안 되지만 김 비서는, 안에서 백준열이 금발 미인과 뭔 짓거리를 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녀와 할 때처럼 그렇게 금발 미인에게도 하는 지도 궁금했고 말이다.
그래서 해선 안 될 짓이지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다시 대표실 입구 출입문 앞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그 문을 조금 열고 그 안을 엿보았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응접 소파 상석에서 바지와 팬티 모두 발목까지 내린 체 앉아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김 비서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 그 앞으로 금발 미인이, 백준열의 자지를 두 손으로 잡고 딸딸이를 치고 있다가, 수시로 머리를 자지 위쪽 귀두로 가져가서 입에 넣고 빨고 또 혀로 핥아대는 게 보였다.
그런 금발 미인의 애무를 백준열은 소파에 편안하게 앉은 채, 두 눈을 감고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이씨....”
금발 미인의 애무에 좋아 죽는 백준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김 비서의 속에 천불이 일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를 들은 듯 백준열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곤 똑바로 출입문을 쳐다봤고, 살짝 열려진 문틈 사이로 김 비서의 눈과 그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 * *
JYB엔터에서 비정기적으로 뽑는 연습생 선발 오디션이 끝나마자, 캐스팅 사업부의 유미영 대리는 차은석 특수 1부문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부문장님. 오디션 끝났고 그 아이 합격 시켰어요. 네. 사람을 보내시겠다고요? 그렇다면 저희는 원래 진행하던 대로, 선발 된 연습 생들 데리고 기존 연습 생들 만나러 갈게요. 네. 아니에요. 호호호호. 알겠어요. 그럼 퇴근 하고 거기서 보도록 해요.”
통화를 끝낸 유미영 대리는 오늘 오디션 총 감독이었던 표 과장에게 가서 얘기를 나눴고, 곧 캐스팅 사업부 직원들 중 몇 명이 ,합격한 새로운 연습 생들을 인솔해서 기존 연습 생들이 레슨 중인 장소로 데려갔다.
하지만 합격자 중 한 명은 오디션장에 계속 남아야했다.
그 아이를 데리러 차은석 부문장은, 그녀의 부서에서 가장 밑에 직원인 이상미 대리를 보냈다.
특수 1부문의 경우 각 부서에서, 스페셜한 직원들만 모으다 보니 다들 직급이 과장 이상이었다.
그렇지만 차은석은 그런 그들을 단숨에 휘어잡고, 자기만의 부서로 제대로 색깔을 입혀 나가고 있었다.
그만큼 차은석은 리더십도 뛰어나고,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뛰어난 인재였다.
그러니 JYB엔터를 나간 뒤, 옮긴 회사에서 제대로 포텐이 터지면서 엔터계의 새 바람을 일으키는 리더로 각광을 받았겠지.
근데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졌다.
누구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하고, 또 누구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잘 산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실종 됐는데 아직 그녀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10년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행적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더 잊혀 갔었다.
그랬던 그녀의 미래가 지금 변하고 있었다.
백준열 대표로 인해 JYB엔터에서 나가지 않고 오히려 중용 받는 가운데, 그녀가 자신을 파멸시키고 또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는, 악연의 고리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 악연의 고리들을 끊고, 역으로 그들을 파멸시켜 버리기 위해서,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그녀와의 악의 고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재욱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의 아내와 그 아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었다.
“저희 특수 1부문의 부문장이신, 차은석 상무님이세요.”
이상미 대리가 고미나와 정민수에게 정식으로 차은석을 소개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JYB엔터 차은석 상무입니다.”
차은석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고미나가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 저는 정민수의 엄마 되는 고미나라고 해요.”
그 다음 정민수와도 악수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민수 연습 생입니다.”
“호호호호. 잘생긴데다가 인사성까지 밝고. 탑 스타가 될 재목이네요.”
“어머머. 그렇죠? 역시 여기는 딴 곳과는 질적으로 틀리네요.”
자기 아들을 딱 보고 바로 탑 스타가 될 재목임을 알아보는 차은석이, 고미나는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
차은석은 두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대했다.
원래 차은석의 JYB엔터에서의 별명은 ‘얼음마녀’였다.
얼음만으로도 차가운 이미지인데, 거기다 마녀란 악명까지 더해져서, 그녀와 같이 일하는 걸, 꺼리는 직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차은석은 성공하고 승진해서, 젊은 나이에 임원까지 됐지만, 그녀와 같이 일했던 직원들은 아직 과장 이상 진급도 못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런 평판이 아직 회사 내 감돌고 있었기 때문에, 차은석이 고미나와 정민수 모자에게 보이고 있는 저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이, 같이 일하고 있던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어색하긴 차은석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경찰대에서 악연을 기어코 자신에게 해악을 가해 풀려 드는, 선배 정재욱과 동기 오재수에게 넋 놓고 있다가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녀도 지금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 상무님과 얘기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저희 아이의 진면목을 이렇게 잘 봐 주시는 분이 여기 계신데, 여태 딴 곳에서 그 헛짓걸이를 한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네요. 아무튼 저희는 상무님만 믿을게요.”
“네. 민수 어머님. 저만 믿으세요. 민수를 반드시 탑 스타로 키워 내고 말테니까요.”
고미나와 정민수 모두 차은석의 말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고미나와 정민수 모자가 특수 1부문의 사무실을 떠나고 나자, 그렇게 잘 웃고 친절했던 차은석 상무의 얼굴이 싹 돌변했다.
“뭘 봐요. 일들 해요. 일들.”
버럭 사무실 안에 화를 낸 뒤, 차은석은 자기 자리로 가서 고미나, 정민수 모자 때문에 하지 못한 일을 서둘러 처리해 나갔다.
* * *
백준열 대표와 눈이 마주친 순간, 김 비서는 큰일 났다 싶었다.
‘하필....’
달리 백준열이 개새끼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진짜 그 성질 머리가 개새끼였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만보고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몸이 굳어 버려 꼼짝을 할 수 없는 김 비서.
이제 백준열이 금발 미인에게 애무를 멈추게 하고, 김 비서를 부르는 일만 남았다.
아마 개지랄을 떨어 대다가, 금발 미녀와 같이 빠구리를 하려 들지 몰랐다.
김 비서는 백준열이 다른 여자를 끼고, 그녀와 떡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미국에서도 금발 미녀들 사이에 그녀를 끼워 넣고 떡을 쳤는데, 그때 김 비서는 백인 여자들에게서 나는 그 특유의 육 고기 비린 냄새 때문에 토악질을 해댔다.
그러자 더럽다며 그 자리에서 김 비서를 바로 쫓아낸 게, 바로 개새끼 백준열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당시가 떠올라 화가 치민 김 비서.
그녀는 백준열이 자기를 부르면 당당하게 대표실로 들어가서 말할 생각이었다.
자기는....저 여자랑은 같이 못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