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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백준호가 고용한 흥신소 직원 둘을 역으로 내편으로 고용했다.
앞으로 저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백준호에게 내 행적을 보고하게 될 것이다.
“그럼 가 봐.”
그 둘 사이는 제대로 틀어졌는지, 한 사람은 SUV를 타고 떠나고 다른 한 사람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들이 다 떠난 뒤, 나도 내 차를 타고 JYB엔터 본사로 가는 도중에 백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이 새끼. 왜 이제 전화하는 거야!
버럭 소리부터 치는 백준호. 그런 그에게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여긴 형네 회사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결정해야 해.”
결국 좆나 바쁘다는 얘기다.
=씨발. 누가 들으면 대한민국 엔터 사업은 지가 다하는 줄 알겠네.
“나한테 욕하려고 전화 걸라고 한 건 아닐 테고, 그만 용건이나 말하지? 형도 바쁜 사람 아냐?”
=이 새끼 이거 확실히 뭘 잘못 먹었어. 요즘 너무 엉기네?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확 전화 끊는다?”
=잠깐. 새끼가 전화는 네가 걸었지. 내가 걸었냐? 전화 걸었으면 내 얘기는 듣고 끊어야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백준호의 이런 널뛰는 심경의 변화가, 그를 모시는 측근들을 질리게 만들었고, 결국 백준경이 삼명그룹 회장이 되는 데 큰 몫을 했다는 걸, 이전 삶의 나는 알고 있었다.
해서 지금처럼 백준호를 상대하는 데 그 점이 나름 큰 도움이 되고 있었고, 또 그와의 대화에서도 나는 주도권을 계속 쥐었다.
“빨리 말해요. 저 또 회의 들어가 봐야 하니까.”
=알았어. 너 큰 형 한데 무슨 소리 들은 거 없어?
“무슨 소리요?”
=너도 아까 아침에 본가에서 봤잖아? 나를 무슨 원수 취급하듯, 쥐 잡듯 하던 걸 말이야.
“그랬나? 뭐 그렇다 치고 그게 뭐요?”
=그게 뭐라니! 너하고 나하고 같냐? 내가 왜 큰 형 한데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냐고!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서로 같은 행동을 했으면서도 그 행동에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이, 상대만을 비판하는 사람을 향해 사용하는 용어다.
이와 비슷한 의미의 한자성어로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되시겠다.
이전 삶의 내가 살았을 때 정치적인 비판을 할 때 주로 많이 썼었다.
‘이중 잣대를 갖고 자신과 상대방에 대하여 평가할 때 주로 사용했지.’
백준호가 딱 그랬다. 그냥 내로남불의 극치를 내게 보여 주고 있었다.
이미 어제 백준호가 형수가 떡치는 동영상이 큰형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하겠나?
물론 내가 그런 얘기까지 세세히 작은 형에게 해 줄 이유는 없었다.
“아 몰라! 그게 궁금하면 큰형 한데 직접 전화해서 묻던가.”
=너 정말 몰라?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얘기하면 내가 다 용서해 준다.
이제 아주 떠보기까지? 그런다고 너의 꼼수에 넘어 갈 내가 아니다.
“몰라. 뭐 다음 주에 본가에 아침 먹으러 가면, 그때 다시 한 번 살펴 봐. 큰 형 변덕이 죽 끓듯 하잖아?”
=그, 그럴까?
“할 말이 그것뿐이면 그만 끊는다. 나 진짜 회의 들어가 봐야 해.”
=그래.
그렇게 백준호와 통화를 끝내고 나니, 입에서 피식거리며 저절로 웃음이 났다.
백준열은 이런 연기력이 없었다. 그래서 백준호도 긴가민가하면서 내 말을 믿는 거 같았고.
“뭐 진실을 알게 되면 난리가 나겠지만....”
거기다가 곧 라이크 펀트 사기에 백준호가 크게 데인 다면....
아마도 날 못 죽여서 안달이 날 거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그가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서 있을 테니 상관없었다.
* * *
백준호 다음으로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은 차은석이었다.
JYB엔터 특부 1 부문장인 차은석이, 나에게 오전에 전화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다.
어차피 지금 회사로 가는 중이니까 가서 들어도 될 테지만, 그래도 뭔지 궁금했기에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오전에 전화하셨던데.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그 말씀도 드리고 또 부탁드릴 것도 있고 해서 전화 했었습니다.
나는 그 재미있는 일이 뭐고, 또 그녀가 내게 부탁할 게 뭔지 말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어제부터 시작해서 오늘 오전까지, 그녀에게 실제 있었던 일을 내게 잘 요약 정리해서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까 차 부문장을 노리는 그 고위 경찰 간부의 아들이, 우리 회사에 오디션을 보러 왔단 거네요?”
=네. 어제 신청서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그래서 오디션은 어땠습니까?”
차은석은 이번에는 오늘 오전 오디션 장에서의 일을 내게 간략히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차은석이 내게 할 부탁이 뭔지 대충 감을 잡았다.
“그러니까 차 부문장은 그 아들과 그 아들을 껌딱지처럼 따라 다니는, 그 고위 경찰 간부의 부인을, 우리가 쥐고 흔들어 보잔 거로군요?”
=네.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판이 우리 쪽으로 유리해지지 않을까 해서요.
역시 차은석 부문장은 감이 좋았다. 안과 밖에서 흔들어 대는 데 그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무슨 돌부처가 아닌 한 없다고 봐야 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그 아이를 저희 특수 1부문에 데려와서 키워 볼까 합니다.
“재능은 있고요?”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연예인이 될 재목은 아닌 듯했다.
“차 부문장 뜻대로 하세요. 어차피 그쪽으로 전폭적인 지원이 갈 테니, 뭐 쭉정이 하나 끼어 있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네. 그 쭉정이는 빠른 시일 내 솎아 내야겠죠. 대표님께서 정재욱 그 인간을 처리해 주시는 그 즉시 말이에요.
이제 아주 고위 경찰 간부의 이름까지 내 놓고 거론하는 차은석 부문장.
뭐 내가 처리해 주기로 했으니 그 약속은 지켜야겠지.
그러려면 이번 주의 서울CC에서 골프 회동이 그 만큼 중요해졌다.
골프 회동하니 어제 떠오르지 않았던 사실들이 오늘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회사로 가는 중이니까, 따로 더 할 말이 있거든 대표실로 오세요.”
=네.
그렇게 차은석 부문장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백준열의 기억을 정리하고 숙지해 나갔다.
‘그러니까 내가 서울CC에서 비서실장을 초대해 판을 키운 이유가, 삼명전자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니....’
그만큼 내가 그의 몸에 빙의하기 전에 백준열은 절박했었던 거 같았다.
부친인 백승렬 회장은 그에게 어려운 일만 시키고, 정작 줘야 할 건 주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백승렬 회장은 내게 뭘 못 줘서 난리였다.
백준열이 그토록 들어가고자 했던 삼명전자도 내가 거절했고, 돈 주고 사고 싶어도 못 샀던 그 삼명전자 주식을 10%넘게 백승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거기다가 오늘은 삼명건설까지 떠넘기려는 걸 겨우 막지 않았던가?
‘이런 걸 두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가?’
격세지감은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봤을 때 사뭇 달라진 백준열의 지금의 모습이, 예전에 비한다면 확실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들지 않았나 싶었다.
* * *
그 이외에 오전 내 핸드폰에 전화한 사람으로 박인호 부대표와 에이미가 있었다.
박인호 부대표는 오후에 나에게 인수인계 받은 걸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사람이었고, 에이미는 오후에 나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어디 보자.”
네비게이션을 보니 JYB엔터 본사 도착까지 15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 다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먼저 박인호 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오전에 그가 회사 내 일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김 비서를 통해 전해 들었다.
뭐 김 비서가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할 정도니, 그가 얼마나 뛰어난 경영인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어디십니까?
“미안해요. 갑자기 오전 스케줄이 꼬이는 바람에. 20분 뒤에 대표실에서 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20분 뒤에 뵙도록 하죠.
박인호 부대표와 내가 나눌 대화는 전부 일적인 부분이었다.
때문에 길게 통화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30초도 안 돼서, 박인호 부대표와 통화를 끝낸 나는 에이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초맨! 왜 오전에 내 전화 씹어?
역시나 통통 튀는 에이미답게 전화 받자마자 바로 따질 건 따지고 들어왔다.
“바빠서 그랬어. 오전에 인천에 볼 일이 있어서 움직이다 보니 전화 받을 틈도 없었다. 근데 왜 전화 한 거야?”
=오후에 거기 가기로 했잖아?
“그랬지.”
=나 지금 JYB엔터 본사 앞이야.
“그래? 빨리 왔네. 나도 지금 들어가는 중이거든. 10분 쯤 걸려.”
=그럼 나 기다릴까?
“어. 본사 로비에서 기다리면 내가 거기로 갈게.”
=알았어. 그럼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에이미가 좀 빨리 오긴 했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그녀야 계약을 해야 하니 차은석 부문장 불러서 그녀에게 넘기고, 나는 박인호 부대표와 오후 인수인계 확인 절차에 들어가면 되니까.
그렇게 에이미와도 그리 길게 통화를 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좀 남았다.
나는 그 남은 시간을 김 비서가 보내 준, 정민지 경호요원에 대한 신상 정보 파일을 살펴봤다.
시간 상 그리 디테일하게 살펴 볼 수는 없었지만 이걸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앞으로 그녀를 대할 때 내 입장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었다.
“으음....”
그 중 내 눈에 제일 빨리 들어 온 건, 양태석의 전 연인이 바로 정민지의 언니였단 점이었다.
“그래서 그랬군.”
양태석이 유독 정민지 앞에서만 사람이 달라 보였는데 그 이유가 나름대로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김훈 대표가 정민지를 내게 보낸 이유에 대해서, 파일에 김 비서가 꼼꼼히 자기 생각을 적어 놨다.
“김훈 대표가 미인계를 쓴 거라고? 푸후후후.”
그 견해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뭐랄까? 김 비서가 질투를 한 달까?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파일을 보다보니 그런 뉘앙스가 느껴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 이외에 정민지 요원의 이력을 쭉 살피다 보니, 해외 파견 근무를 자주 나갔었다. 그래선지 외국어 능력이 특출하였다.
“와아. 그러니까 5개 국어를 할 줄 아는 거네?”
그것 말고 악기도 몇 가지 다룰 줄 알았고 취미로 작곡도 한다나?
거기다 노래도 제법 잘 무른다고 했고, 연극 무대에 선 경험도 있단다.
“이 여자 뭐야?”
경호요원으로 쓰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민지 요원은 엔터 쪽으로 다방면에 걸쳐서 능력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특출 난 건 역시 외모였다.
배우 쪽으로는 얼굴만으로도 영화, 드라마 어디든 넣을 수 있었다. 근데 그 얼굴에 연기까지 된다?
JYB엔터에서 밀어 준다면 1년 안에 탑 스타가 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이 절대로 연예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니 어쩌겠나?
“무엇보다 나하고 상성이 그렇게 잘 맞다 는데 데리고 써야지.”
이미 정민지를 제 2의 김 비서로 키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였다.
“우선 근접 경호팀원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켜보다가, 내년 쯤 김 비서 밑에 넣고 본격적으로 비서 교육을 시켜보자.”
지금 경호팀원이 아닌 비서 일을 시켰다간 정민지의 반발이 클 테니, 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녀를 설득해 나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때 나를 태운 차가 JYB엔터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 * *
김희준을 미끼로 황치국을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데 성공한 3인의 처리자들.
리더인 유지태가 이성욱이 준 액상 대마를, 2대 연속으로 빨고 약기운에 취해 완전 해롱거리고 있는 김희준을 보고 말했다.
“저 새끼는 어쩔 거야?”
유지태의 물음에 이성욱이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이제 물어 봐야죠. 뭐 어쩔지가 뻔하지만....”
“아침부터 규호를 돼지 사료 공장에 보낸 게, 다 저 새끼 뒤처리 때문이었나 보네.”
“뭐 그렇죠.”
유지태에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이성욱이 손에 들린 핸드폰을 양손에 쥐고는, 어딘가로 열심히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보내는 데 5분이 걸린 문자 메시지에 대한, 답 메시지는 불과 10여초 만에 날아왔다.
[없애요]
“역시....”
“뭐래?”
“없애라네요.”
그 말을 듣고 몸을 일으킨 유지태가 비닐봉지 하나를 챙겨서 김희준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래도 고통 없이 가는 게 어디냐? 넌 운이 좋은 경우야.”
그리곤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김희준 머리에 씌웠다. 당연히 살아보려고 김희준이 발버둥을 쳤지만 그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후 김희준이 몸을 축 늘어트리자 유지태는 그의 심장에 손을 대 보고 나서, 그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김희준에 머리에 씌운 비닐봉지를 벗겨냈다.
그리곤 이성욱을 돌아보며 물었다.
“돼지 사료 공장까지 따라 가줘?”
그러자 이성욱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뭐 하러 요? 저 혼자 가도 됩니다. 거기 가면 규호도 있고요.”
“그래. 그럼 처리하고 각자 집으로 갔다가, 9시에 인천공항 제 1여객터미널에서 보자.”
“네. 그래요.”
이성욱이 괜찮다고 했지만 유지태는 자신이 처리한 김희준의 시체를 들쳐 메고 승합차까지 날라주었다.
그렇게 죽은 김희준을 차에 실은 이성욱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돼지 사료 공장까지 갔고, 미리 거기 가 있었던 동료 처리자 전규호를 거기서 만났다.
“여기 공장장 곧 올 거야. 그 전에 빨리 처리하자.”
이성욱은 전규호와 같이 승합차 안의 김희준의 시체를 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서, 옷가지와 신발 등을 벗겨 내고, 알몸인 시체를 열심히 돌고 있는 사료분쇄기 안에 던져 넣었다.
그렇게 뼈째 갈려 나간 김희준의 시체는 두어 차례 더, 다른 재료들과 뒤섞여 혼합반죽이 되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돼지 사료가 되어 사료 봉지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뒤 밀봉이 되면서 한 포의 완성 된 돼지 사료가 만들어졌다.
***내일부터 00시 07분에 연재가 됩니다.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