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55화 (15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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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아쉽게도 그 조직원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을 만한 장면을, 자동차의 블랙박스 카메라들이 찍지를 못했다.

그때 주차장 관리소의 신고를 받았는지, 아니면 주차장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를 한 것인지, 경찰 순찰차 한 대가 떴다.

이미 최문식과 운전석의 조직원의 시신은 치워 놓고, 현장 역시 피를 흘린 주위는 락스를 뿌려 놓은 상황.

하지만 최문식이 탄 차량과 그들 시신은 빨리 현장에서 치울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 양태석과 조직원들 역시 거기 계속 있을 이유도 없었고.

“가자.”

시간을 끌어 줄 조직원들과 차 한대만 남기고, 나머지 차들이 곧바로 주차장을 빠져 나와서는 서울로 향했다.

“무슨 일입니까?”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별일 아닌데 뭐 하러 오셨는지 모르겠네.”

“별일 아닌데 신고가 들어와요?”

“하하하하. 그게 급해 죽겠다고 돈 빌려 가 놓고 도망은 왜 치는지....”

채무 문제로 조폭들이 누굴 쫓고 있단 소리였다. 그 말에 순찰차에서 내린 두 명의 경찰들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매일 지구대에 들어오는 민원 중에서, 가장 짜증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게 이런 채무로 인한, 조폭과 채무자와의 분쟁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 누군지 모르지만, 가급적 여기서 시끄럽게 하지는 마십시오.”

한마디로 자기 구역에서 문제 일으키지 말란 소리였다.

“당연하죠. 안 그래도 튀어서 또 잡으러 가야 합니다.”

“그럼 빨리 가세요.”

경찰이 귀찮다는 듯 손짓을 했고, 조폭들은 알았다며 차에 타서는 곧장 거기를 빠져나갔다.

그 뒤 주차장 주위를 둘러보던 경찰 하나가 말했다.

“차 경사님. 여기 주위로 락스 냄새 안 납니까?”

“킁킁....그러네. 락스 냄새가 심하게 나긴하네.”

“수상한데요?”

“그래. 확실히 수상해. 그래서 너 점심 안 먹을 거야?”

“네?”

“퇴근 안할 거냐고?”

“무, 무슨 말씀이세요? 차 경사님?”

“이걸 본청에 보고 한다고 쳐. 그 사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 해봐. 제대로 점심 먹고 퇴근할 수 있을 거 같아? 너 동식이 엄마가 동창회가야 한다고, 오늘 빨리 퇴근해서 애 좀 봐 달랬다며?”

“그, 그렇기는 한데....”

“이번 동창회 못 가면 이혼 할거라고 했다면서? 너 진짜 이혼 당할 거야? 어차피 본청에서 수사 나와도 이건 해결 못해. 락스 뿌린 거 보면 몰라? 무엇보다 증거 인멸까지 하는 놈들이야. 막말로 놈들이 우리에게 앙심이라도 품는다면....”

차 경사란 경찰의 앙심이란 말에, 내내 께름칙한 얼굴을 하고 있던 동료 형사의 얼굴이 굳었다.

“그, 그렇겠네요. 차 경사님. 오늘 점심은 특별히 부대찌개 먹으러 가죠.”

“삼선 짜장 먹고 싶다더니. 왜?”

“좀 얼큰한 게 당기네요.”

“뭐 그러자고.”

그렇게 순찰 나온 경찰들은 곧장 신고 들어 온 지구대에, 별 일 아니었다는 보고를 하고서 단골 부대찌개 집으로 향했다.

* * *

김훈 대표와 통화 후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가 바로 내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황치국이 어떻게 됐습니까?”

마침 어제부터 양태석에게 맡겼던 황치국을 잡는 일이 생각나서 그것부터 물었다.

=안 그래도 그 때문에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그쪽 협조 받아 잡았답니다.

“그래요? 잘 됐네.”

=현장에서 어떻게 할지 물어 오는 데 어쩔까요?

어쩌긴 뭘 어쩌나? 그 개호로 새끼 그냥 갈아 죽여야지.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려고 해?

그래도 대표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렇게 무자비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최대한 언어를 순화시켜서 말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죽이세요. 무슨 뜻인지는 아시죠?”

=네. 현장에 그 친구가 그쪽으로는 전문입니다.

나한테는 정말 반가운 소리고 반대로 황치국에게는 끔찍한 소리였다.

“좋네요. 그렇게 처리하라고 하세요.”

=네. 그리고 죄송합니다.

“뭐가요?”

=제가 급하게 그 일을 진행하다보니 파열음이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최문식이란 자가 러시아 킬러까지 동원해서 대표님을 노렸고요. 그곳에 대표님이 아닌 이제동이 있다가 참변을 당했으니....

그래도 양태석이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을 잘 설명을 했다.

양태석이 말한 그 일이란 건 태천파가 망하기 전, 그 전력을 그가 흡수하는 걸 말한 걸 테고. 최문식은....

“최문식이 누군데 절 노려요?”

=그 자는 태천파....3인자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최근 조직 내 불화를 주도하고 있고 검경이 노리는 최우선 타깃이기도 합니다. 그 새끼가 대표님을 노린 건....아무래도 태일공방 때문 인 거 같습니다.

“아아. 내가 그 배후란 걸 알아 낸 모양이로군요?”

=네.

이제야 김훈 대표가 중얼거렸던 말들이 대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그 응징을 하러 움직이고 있는 겁니까?”

=네? 그걸 어떻게....

“좀 전에 김훈 대표와 통화 했거든요.”

=아네.

이러면 양태석은 김훈 대표가 어디까지 얘기를 했는지가 머릿속에 알쏭달쏭할 거다.

내가 볼 때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고갔다. 그걸 입이 무거운 양태석은 내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고 있었고.

“최문식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는 있습니까?”

=네. 인천부두에 있고 지금 잡으러 가는 중입니다.

“인천 부두요?”

하필 내가 가고 있는 곳에 그 최문식이 있단다.

=네. 정확히는 인천 연안 여객 터미널 근처 주차장에 있습니다. 내부에 심어 놓은 자가 있어서, 손쉽게 잡을 수 있을 거 같으니 염려 마십시오.

“잡은 뒤, 처리는 알아서 하세요.”

나는 최문식의 처분권을 양태석에게 그냥 일임했다.

황치국이를 어쩔지에 대해 물어 보는 양태석이라면, 최문식을 잡아도 어떻게 할지 내게 문의할 거 같아서 말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하고 나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양태석과는 일적으로가 아니면 딱히 사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더 통화 할 말이 없자 그냥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는 김에 김 비서가 보내 준, 정민지에 대한 신상 정보 파일을 보려했다.

“다 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한 시간의 시간이 훌쩍 흘렀고, 나를 태운 차는 목적지인 인천 북항의 세정 물류창고 앞에 도착했다.

* * *

나는 견신 시스템에 내게 내 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세정물류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사람은 당연히 이곳 물류창고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물류창고를 지키는 창고지기가 있으니 말이다. 또한 대개의 경우 보안업체도 끼고 있고.

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잖은가? 내가 누군지 밝히고 협조를 청하자, 물류창고 주인이 바로 허락을 했다.

“혼자 들어 갈 테니까 문 팀장과 팀원들은 여기 있어.”

“하지만....”

“어허!”

내가 두 번 말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 개지랄 맞다는 걸아는 문대식은 바로 물러나고, 나는 활짝 열린 물류창고 안으로 혼자 들어갔다.

물류창고는 커 보였지만 실제로 그 안에 물건들이 꽉 들어차 있다 보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내부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찾았다.”

그래서 허정호가 금괴를 숨겨 둔 곳을 찾는 건 쉬웠다.

문제는 역시 200억 상당의 금괴를 어떻게 여기서 가지고 나갈 것인가 인데....

나는 견신 시스템의 인벤토리에서 물질 아이템인 개톤백을 꺼냈다.

그리고 10Kg 금괴를 개톤백 안에 던져 넣었다. 금괴의 개수는 60개 정도로 금방 개톤백 안에 던져 넣을 수 있었다.

물론 무게로 치면 600Kg이나 되니, 사람이 들고 다닐 수는 없었지만.

나는 개톤백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으면서, 허정호가 남긴 금괴를 확실하게 챙기고 물류창고를 나왔다.

그렇게 걸린 시간은 채 10여분도 되지 않았기에, 누가 봐도 나는 물류창고 안을 대충 훑어보고 나온 걸로 비쳐졌다.

이제 인천에서 볼일은 다 봤으니 서울로 가면 됐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다.

“인천에는 뭐가 유명해?”

“....”

뜬금없는 내 질문에 그걸 이해 못한 문대식이 멀뚱히 나를 쳐다 볼 때였다.

“인천하면 동구 화평동의 세숫대야 냉면이죠.”

“세숫대야 냉면?”

오늘 내 차를 운전했던 인천 토박이라는 그 경호 팀원이었다.

그 팀원의 말에 따르면 인천에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음식 중에는 면 요리가 많은데, 이는 인천항의 개항과 인천 차이나타운 개방 이후 시작되어 확산된 중국 문화의 영향이 컸단다.

“원조 세숫대야 냉면의 맛을 보시려면,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로 가셔야 합니다.”

나도 세숫대야 냉면이란 게 세숫대야만큼 큰 그릇에 담아줘서 생긴 별명이란 것 정도는 알았다. 그런데 인천에 그런 냉면 거리가 있는 줄은 몰랐다.

“좋아요. 제대로 된 원조 세숫대야 냉면 맛을 보러갑시다.”

내 결정이 내려지면서 점심 메뉴가 결정 되자, 문대식을 제외한 나머지 경호팀원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런 그를 보고 내가 농담 삼아 말했다.

“왜요? 인천에 와서도 삼계탕 먹으려고요?”

그러자 삼계탕이란 말에 바로 눈빛이 초롱초롱 해지는 문대식.

그걸 보고 다른 경호팀원들이 질겁했고,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도 어제 이어 오늘도 점심으로, 삼계탕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문 팀장. 오늘은 그냥 냉면 먹어요.”

“네. 뭐....”

냉면 먹기로 최종 결정이 되자 시무룩해진 문 팀장. 대신 다른 경호팀원들은 다들 손으로 자기 가슴을 쓸어내리며 좋아했다.

* * *

차로 20분쯤 이동하자 화평 철교를 지나면서, 진짜 화평동 냉면 거리가 나왔다.

그렇게 떡하니 적힌 표지판이 보였다. 기찻길 옆으로 길게 음식점이 늘어섰는데, 다 냉면 가게였다.

그 중 화평동에서 최초로 냉면이 시작 된 음식점을 찾았다.

진짜 원조 세숫대야 냉면을 주문했다.

가게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는데, 거기에 나와 경호 팀원들이 가세하자 자리가 만석이 됐다. 그래도 음식은 빨리빨리 나왔다.

“우와....”

정말 큰 그릇에 냉면이 나왔다. 화평동 냉면은 고기보다는, 열무김치와 채소가 많은 냉면이었다.

아마도 서민들에게 저렴한 냉면을 대접하기 위해서, 고기 대신 채소를 사용 한 거 같았다.

“후루룩....쩝쩝쩝....”

나를 비롯한 경호팀원들은 맛있게 냉면을 먹었다.

문대식도 처음에는 쀼루퉁해 있었는데 막상 냉면을 한 젓가락 먹고 나자, 표정이 돌변하며 금세 그 큰 냉면 그릇의 냉면을 다 먹어치웠다.

계산은 당연히 내가 하고, 기분 좋게 냉면 가게를 나설 때였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원혼 최문식이 돈 가방을 남기고 죽는 걸 억울해 합니다. 그 돈 가방을 찾아서 당신이 잘 쓴다면 최문식의 행운을 당신은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받아드리겠습니까?[Y/N]

“돈 가방?”

원혼 운운하는 걸 보아하니, 최문식이라는 태천파 넘버 3가 죽은 모양이었다.

아마도 양태석이 처리 한 거 같았다. 한데 그 인간이 돈 가방을 허정호처럼 어디 숨겨 둔 모양이었다.

나는 견신 시스템의 그 미션을 받아드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아서 최문식이 돈 가방을 어디에 숨겨 뒀는지, 내게 그 정보를 낱낱이 제공했다.

그 사이 나는 차에 탑승했고, 어김없이 내 옆 자리에 문대식이 앉았다.

“이제 서울로 가면 되죠?”

안전벨트를 매며 당연하다는 듯 문대식이 내게 물어왔는데, 그에 나는 생뚱맞은 대답을 했다.

“아니. 인천 연안 부두 여객 터미널로 가자.”

“네? 거긴 또 왜요?”

“왜긴? 볼 일이 있어 서지.”

인천 부두의 한 물류창고에 이어서, 이번에는 뜬금없이 여객 터미널로 가자니, 문대식이 황당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뭐? 빨리 안가?”

“네. 갑니다. 가. 대표님 말씀 들었지? 인천 연안 부두 여객터미널로 가자.”

“네. 출발하겠습니다.”

운전석의 경호 팀원은 인천 토박이답게, 이번에도 최단거리로 불과 20분 만에, 인천 연안 부두 여객터미널 앞에 도착했다.

* * *

나는 문대식과 두 명의 경호 팀원만 대동 한 체, 인천 연안 부두 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있네.”

나는 곧장 여객터미널의 물품 보관소로 향했고, 견신 시스템이 알려 준 번호를 대고 최문식이 가방 두 개를 챙겼다.

물론 물품 보관소에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내가 보관증을 잃어 버렸다며, 대신 보관증의 물품 번호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고, 또 내가 누군지 문대식이 슬쩍 얘기하자 물품 보관소 직원이, 순순히 최문식이 맡긴 가방 두 개를 내 놓았다.

그 가방은 당연히 내가 아닌 따라 온 경호 팀원 둘이 들었다.

내 지시 없이 내 경호 팀원이 그 가방을 열일은 절대 없었다.

그렇게 최문식의 가방을 내가 챙기자마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혼 허정호와 원혼 최문식의 억울함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각각 개지수 10포인트 씩 지급합니다.

‘얼라? 그 미션들에 보상 포인트가 있었어?’

내가 속으로 묻자 견신 시스템이 불만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견신께서 미션 수행 시, 꼭 보상 포인트를 지급하라고 하셨습니다.

미션 수행 시 그 원혼의 재능을 주는 터라 개지수를 지급 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이렇게 미션 하나 수행 할 때 마다, 개지수 10포인트씩을 받을 수 있다니 개꿀이었다.

‘역시 견신님. 고맙습니다. 왈왈왈왈~’

요 며칠 잠잠 하시던 견신님이 나를 잊지 않고 또 퍼주셨다.

그 감사함을 나는 개소리로 표현해 봤다. 그랬더니 오랜 만에 견신님께서 반응을 보여 주셨다.

-디링! 견신이 당신의 개소리에 흡족해 하십니다. 줄 게 포인트 밖에 없다면서....개지수 2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이로서 40포인트가 바로 적립 됐다. 내가 속으로 쾌재를 외치고 있을 때,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 특성의 3차 업그레이드가 완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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