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52화 (15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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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양태석의 오른팔이라 자부하고 실제로 그렇기도 한, 현 태천파 행동대장 정준호.

그에게는 많은 정보들이 들어왔다. 그 중에서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정보는, 당연히 그가 모시는 보스 양태석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 양태석이 모시는 분이 있었으니 바로 JYB엔터의 백준열 대표되시겠다.

그분 역시 정준호가 잘 챙겼는데, 비록 간밤에 거기서 잔 건 아니지만 직접 전화로 예약을 하셨다나?

그 특급 호텔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정준호는 기함을 했다.

“더 자세히 알아 봐. 어서.”

이건 단순히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백준열 대표를 직접적으로 노렸다면, 이는 양태석과도 연관이 있었다.

정준호는 그 살인이 일어난 특급호텔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들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취득했다.

그 과정에서 정준호는 그 특급 호텔에서 죽은 자가 다름 아닌, 백준열 대표가 가평에서 영입한, 싸움꾼 이제동이란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그때 수하 중 한 명이 좀 전에 김훈 대표를 봤다는 연락을 해 왔다.

“뭐? 김훈 대표가 거기 나타나?”

이건 빼박이었다. 양태석의 말에 따르면 김훈 대표의 처리자 에이전시가, 최근 백준열 대표 밑으로 들어간 거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동의 죽음과 김훈 대표의 등장.

즉 특급호텔 살인에 백준열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되어 있단 거다.

그때 때마침 양태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형님.”

=어디냐? 오늘도 좆뱅이 쳐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양태석. 그런 그에게 정준호는 뭐부터 얘기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해서 다 얘기하기 시작 했다.

“형님. 백준열 대표가 자주 애용하시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열 스위트룸에서 간밤에....”

정준호의 얘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양태석. 그는 정준호의 입에서 살인 얘기가 나오자 역시나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죽은 자가 누군데?

“그게....이제동이랍니다.”

=뭐? 이제동?

양태석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게 간밤에 양태석도 이제동과 직접 통화를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이제동이 죽었다니.

“그리고 거기 좀 전에 김훈 대표가 나타났답니다.”

=으음....

양태석도 그 말에 낌새를 차린 거 같았다. 이번 일에 백준열 대표가 깊숙이 개입 되어 있단 걸 말이다.

=누구 소행인지 알아냈어?

“아뇨. 거기까지는 아직....”

=더 알아 볼 거 없어. 거기 우리 애들 있으면 철수 시켜.

“네?”

=김훈 대표가 잘 알겠지. 내가 그에게 알아보면 돼. 어째든 살인이 일어난 곳이다. 불난 호떡집에, 우리 애들이 기웃거려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철수 시키겠습니다.”

=그리고....빠릿빠릿한 애들로 한 50명 준비 시키고 대기 해.

“네.”

정준호는 양태석과 통화를 끝내자, 바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가 있는 자신의 수하들을 그곳에서 철수 시켰다.

* * *

백준열의 단골 호텔 그가 쓰는 방에서, 전문 킬러에 의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정준호의 말에, 양태석은 아침부터 등골에 오싹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건, 양태석도 늘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 일이 그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고.

그래서 백준열 대표도 그렇고, 양태석도 경호에 만전을 기하려 노력 하는 중이긴 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상대가 더 치밀하고 뛰어난 자를 고용한다면 당할 수 있었다.

자세한 건 김훈 대표에게 물어 봐야겠지만, 양태석도 감히 누가 이런 위험한 짓을 저질렀는지 머릿속으로 유추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준호와 통화 후, 양태석은 곧장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오. 어쩐 일로 아침부터 전화를 다 주시고?

능청스럽게 자신의 전화를 받는 김훈.

“지금 어디 있는지 다 안다. 그래서 누구 짓이야?

=태천파도 정보는 제법 빠르네. 아니지. 이게 백 대표와 관계가 있어서 그런 건가?

“지금은 그 시답잖은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

실제 백준열 대표에 관한한 양태석은 진심이었다. 그건 김훈도 마찬가지였고.

=러시아 쪽 킬러야. 내가 잡을 테니까 그쪽은 신경 쓸 거 없어.

“러시아 킬러라....소속이 어디야?”

러시아 킬러가 뭐 하러 한국 땅에 와 있겠는가?

누군가 불러서 온 거고, 그런 위험한 자를 부를 곳은 한정적이었다.

=어디겠어?

“우리 쪽이야? 혹시 문식파?”

안 그래도 양태석이 유추하고 있던, 이런 위험한 짓을 할 만한 용의자 중 가장 유력한 게 최문식이었다.

=잘 아네. 움직일 거냐?

“당연하지. 감히 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지.”

최문식은 현재 태천파 보스인 양태천과도 각을 세우고 있는 위험한 작자였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

차라리 최문식이 자기 형이자 태천파 보스인 양태천을 노렸어도, 양태석이 이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다. 조폭 세계란 게 의례 그런 곳이니까.

허나 백준열은 조폭이 아니다.

무려 재벌 3세다. 그것도 국내 굴지의 재벌가인, 삼명가의 막내 되시겠다.

하지만 그런 휘황찬란한 수식어들보다 중요한 건, 그가 양태석이 평생 모시기로 한 분이란 점이었다.

=뭐 알아서 해. 말 했지만 킬러는 그분이 나보고 잡아오라고 해서 양보는 못한다.

“그건 니가 알아서 하고. 끊는다.”

김훈에게 알아 낼 것을 다 알아내자, 양태석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왠지 요즘 들어서 김훈과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신이 말려들어간다고 할까?

그런 느낌 때문에 양태석은, 가급적 김훈과 오래 얘기를 나누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 * *

처리자 에이전시 김훈 대표와 통화 후, 양태석은 바로 정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우리 애들 호텔에서 철수 시켰어?”

=네. 그리고 말씀하신 빠릿빠릿한 녀석들로 50명 준비시켰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역시 척하면 척이었다. 양태석의 의중을 항상 꿰뚫어보고 있는 정준호.

그런 그에게 양태석이 김훈 대표에게 들은 것을 대략적으로 얘기했다.

=그랬군요. 저도 최문식이 제일 의심이 갔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태일공방을 건드린 걸, 그쪽에서도 안 거겠지요.

“그래도 그분을 건드린 건 용서 못한다.”

=당연히 응징해야지요. 최문식의 행방을 찾겠습니다.

최문식이야 워낙 거물 조폭두목이다 보니 찾는 건 쉬웠다.

당장 정준호가 몇 군데 전화하면 알 수 있었다.

“찾는 대로 내게 알려.”

=직접 처리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야지. 그래야 내가 그분 볼 낯이 서지 않겠나?”

그렇게 통화를 끝낸 후, 양태석은 몇 군데 연락을 취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양태석도 정적을 제거 할 때는, 확실하게 처리했다.

이번 일은 최문식 하나 없앤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아예 그 뿌리까지 뽑아야 했다.

그러려면 문식파의 해체는, 이제는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단 양태석이 최문식을 제거하는 게 제일 우선 과제였다.

그 다음 양태석이 좀 전 취해 놓은 조치들이 발동 되면서, 문식파는 알아서 찢겨지고 부서져서 없어지게 되어 있었다.

“어어. 어디야?”

잠시 후 양태석이 정준호의 전화를 받으며 바로 최문식의 행방을 물었다.

=최문식이 지금 인천으로 가고 있다는데요?

“새끼. 눈치 깠군. 공항이야? 부두야?”

=그것까지는 잘....

“알았어. 계속 알아보고 연락 줘. 나는 애들과 인천으로 일단 출발하도록 할 테니까.”

=네. 최문식이 어디로 가는 지, 정확히 알아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양태석은 지금 그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10명의 태천파 조직원들과 같이 인천으로 출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준호에게 준비 시킨 50명의 조폭들 역시 그가 직접 챙겼다.

아무래도 최문식을 상대하려면, 수적으로 우세할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녀석들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쪽에서도 총기는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쪽의 총기가 권총이 다라면, 저쪽은 중화기까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 경우 놈들을 최대한 붙잡고 있기 위해서, 이쪽은 쪽수라도 많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양태석은 정준호가 준비한 50명의 조폭들과 인천대교 톨게이트에서 만났다.

정준호의 말에 따르면 최문식은 지금 인천부두로 가고 있었다.

“출발해.”

“네. 형님.”

때문에 양태석도 그런 최문식을 쫓아서, 인천부두 쪽으로 밑에 조직원들을 이끌고 최대한 빠르게 이동했다.

* * *

인천 북항에 위치한 세정 물류창고까지 가는데, 네이게이션은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단다.

“더 빨리 갈 수 있어?”

내가 그렇게 옆에 문대식에게 묻자, 그가 운전석의 경호 팀원에게 말했다.

“병훈아. 지름 길 알지?”

“네. 1시간에 갈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오늘 내 차 운전대를 잡은 경호팀원이 인천 토박이란다.

‘한 시간이라....’

내게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생겼다.

나는 일부러 방해 받지 않으려고 팔짱을 낀 체 눈을 감았다.

‘일단 죽은 이제동과 나미혜라는 여자가 가진 재능부터 파악해 봐야겠군.’

견신 시스템이 준 미션에서 이제동의 싸움꾼 재능은, 사실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이긴 했다. 아무래도 남자가 싸움 정도는 할 줄 아는 게 폼도 나고, 또 만약의 경우 내가 누군가를 지켜줘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고로 이제동의 싸움꾼 재능은 획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한데 나미혜란 여자의 재능은....

‘이거 한 번도 본적 없는 여자의 재능을 내가 가지려니....좀 그러네.’

착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미혜의 타고난 연예인의 끼도 내가 가져서 나쁠 건 없었다.

어째든 나는 그 연예인들을 모아 놓은 집단의 우두머리니까.

‘견신 시스템의 미션은 금괴를 찾은 뒤 해결하고, 이제동과 나미혜의 미션을 수행하는 걸로 가닥을 잡자. 다음은....’

김 비서가 보내 준 정민지에 대한 파일은 좀 있다가 보면 될 것이고, 황치국이 잡는 건 오후니까 역시 패스.

‘지금쯤이면 M&A팀이 삼명자동차에 가서 MS엔터 주식 3.5%를 넘겨받았을 거 같은데....’

나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눈을 뜨면서, 곧장 핸드폰을 꺼내서 JYB엔터 M&A팀장인 채수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주식 어떻게 됐어요?”

=잘 넘겨받았습니다. 지금 삼명자동차 본사를 나가는 중입니다.

“수고했어요.”

내 생각대로 백준경은 따로 태클을 걸지 않고, 순순히 내게 약속한 MS엔터 주식을 내주었다.

=저어. 그런데 여기 좀 시끄러운데요?

“왜요?”

=여기 대표가 본사로 갈 거라고, 직원들 있는데서 대놓고 말했나 봐요.

“네?”

대기업 계열사 대표가 새로 발령 받아 본사로 가는 걸, 아무 직원 앞에서나 떠벌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박이죠? 어제 마신 술이 아직 덜 깨서 그런 실수를 한 거 아닐까요?

나는 얘기를 들어주니 기어오르기 시작하는 채수민 팀장을 자제 시키려 팩트 농담 하나 던졌다.

“거기 대표가 내 형인데요?”

=네?

그 뒤 채수민 팀장은 내가 수고 했으니 맛있는 점심 먹고, 천천히 회사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아니라며, 굳이 회사 가서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라고 하고 그녀와 통화를 끝냈다.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개호구 스킬이 적용 되었습니다.

* * *

오늘 내가 쓴 「개호구」스킬의 주인공은 바로 큰 형인 백준경이었다.

내가 그에게 「개호구」스킬을 쓴 것은, 느낌상 오늘 내일쯤 백준경이 삼명자동차를 떠나, 삼명그룹 본사로 발령 받아 갈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백준경이 거하게 호구 짓을 하길 바랐다.

그랬더니 삼명자동차 본사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 실수를, 그것도 직원들 앞에서 한 거 같았다.

“좆 됐네. 백준경.”

자기가 한 말이니 자기가 책임져야 했다. 나는 백준경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낼지 그게 궁금했다. 그랬더니 내 머릿속에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김준호?”

그러니까 그 김준호란 사람은 백준열이, 백준경이 뭘 하나 감시하려고 삼명자동차에 심어 놓은 일종의 첩자였다.

한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는 백준열에게 정기적으로 백준경의 동향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백준열이 들킬지 모르니까, 넌 열심히 회사 다니고 있으라고 한 거다.

궁금한 게 있으면 자기가 알아서 전화하던지 만나러 갈 테니 말이다.

그래 놓고 1년 넘게 그와 연락 한 번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첩자 노릇을 하는 김준호에게, 백준열은 매달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봤을 때, 백준열은 자기가 심어 놓은 그 김준호라는 첩자를 까먹고 있었던 거 같았다.

나는 백준열이 김준호처럼 적재적소에 심어 놓은 첩자들이 더 있나 생각해 봤다.

그랬더니 짜증나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느낌상으로는 분명 더 있는 거 같은 데 말이다.

“어디....”

나는 내 핸드폰에 저장 된 사람의 이름 중 김준호를 찾아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마케팅 2부 김준호 대립니다.

“김준호씨. 일 잘하고 있습니까?”

=네. 근데 무슨 일로....

김준호도 많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여태 안 찾다가 1년 넘어서 이렇게 전화하는 백준열에게 말이다.

“별건 아니고 거기 백준경 대표 말인데, 오늘 거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아아. 대표님 본사 가신다는 거 말이군요. 안 그래도 그 때문에 위에서 지금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위요?”

=네. 조진호 전무님이 직접 나서셨으니 곧 무마 될 겁니다.

“조진호 전무?”

김준호에게서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뭔가 께름칙하고 거슬리는 게 느껴졌다.

=여기 삼명자동차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가시는 임원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내게서 돈 받는다고, 그 돈값은 하겠다는 듯 김준호가 알아서, 내가 묻지도 않은 조진호 전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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