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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151화 (15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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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양태석은 사실상 어제부로 백준열의 운전기사 노릇을 그만두었다.

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는데, 1년 사이 버릇이 된 듯 잠에서 깨서는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으음....”

대신 일찍 일어나서 간밤에 들어 온, 문자 메시지를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메시지 중에는 어제 백준열 대표가, 특별히 부탁한 황치국에 대한 처리 건이 있었다.

“이주혁 변호사라....”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가 다 알아서 황치국을 그의 집에서 밖으로 불러내 주면, 양태석은 그런 황치국을 잡아다가 백준열 대표 앞에 데려가면 되는 일이었다.

즉 백 대표의 고문 변호사와 양태석이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

근데 그쪽에서 알아서 점심시간 이후에, 황치국을 집 밖으로 불러내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얼마 뒤에 그 내용에 변경이 있었다.

“오늘 오전에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이쪽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했다.

양태석은 자신의 왼팔이자, 사신대의 보스인 손대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손대명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전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재잘재잘 들려왔다.

“너 어제도 여자랑 같이 잤냐?”

=그럼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7번 했고?”

=어제는 댕겨서 한 번 더 했습니다. 8번!

“하아....”

양태석은 기가 찬 한 편으로 손대명이 또 부러웠다.

=근데 그거 물어 보려고 전화했습니까?

“아! 맞다. 너 오전에 나 대신 일 좀 처리 해줘야겠다.”

=일이요?

“너도 알거야. 왜 황치국이라고 백 대표님 수행비서 했었던....”

=아아. 그 뺀질이 말이네. 그 새끼가 왜요?

“사실은....”

양태석은 황치국이 뭔 사고를 쳤고, 백 대표를 빡치게 만들었는지 상세히 얘기했고, 그 말을 듣고 난 손대명도 버럭 화를 냈다.

=그 개씹새끼가 감히 김 비서님을....

그 뒤 손대명이 다 알아서 하겠다며, 양태석에게서 이주혁 변호사 전화번호를 전해 듣고는 통화를 끝냈다.

“대명이라면 잘 알아서 하겠지.”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양태석이었다.

검경이 오늘 당장 태천파를 치고 들어올지 몰랐다. 그 전에 쓸 만한 조직원 한 명이라도 더 거두는 게, 양태석이 이번 주 중에 할 일이었다.

양태천은 자신과 같이, 어제까지 태천파 중간 보스들을 설득하고 다녔던, 자신의 오른팔 정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정준호와 같이, 어제 하던 일을 마저 하며 좆뱅이 좀 쳐야 할 거 같았다.

* * *

양태석에게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 전화번호를 전해들은 손대명은, 그 번호 안 까먹게 바로 자기 핸드폰으로 그쪽에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태석이 형님 밑에 손대명이라고 합니다.”

=아아! 백 대표님 쪽 실무자인 모양이네.

“오전에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어어. 저도 이쪽 실무자한테, 그쪽으로 연락하라고 하겠습니다.

“네. 뭐 그래 주시면 양쪽 실무자들 끼리 해결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손대명은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와 통화를 끝내고, 어제 같이 잔 여자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역시 아침에는 뚝배기 해장국이지. 꺼억!”

해장국집에서 나온 손대명은 여자는 택시 태워 집으로 보내고, 황치국의 집으로 일단 출발했다.

그때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의 실무자에게 전화가 왔다.

“네. 지금 황치국의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네. 그럼 거기서 보도록 하죠.”

손대명은 딱히 수하들을 부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황치국 같은 비리비리한 놈 하나 잡는 데, 자기 하나면 되지 말이다.

그래도 황치국의 집 주위에 설치 된 CCTV카메라가 많다니, 최대한 조심해서 그 인근에 차를 대고 혼자서 눈치껏 그 집 대문까지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손대명은 CCTV카메라를 완벽하게 피해서, 대문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거기서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의 실무자들과 통화를 하며, 황치국이 집에서 기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의 실무자들이 승합차를 타고 황치국의 집 앞에 나타났고, 황치국이 진짜 대문을 열었다.

그 동안 손대명은 대문 밖에 바짝 붙어서 황치국에게 들키지 않게 숨어 있다가, 황치국이 손을 내밀 때 그 손목과 팔목을 양손으로 잡아챘다.

“뭐, 뭐야? 으아아....안 돼!”

손대명이 황치국을 잡아당기자 황치국은 맥없이 집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 사이 백준열 대표의 고문 변호사의 실무자들은 승합차를 타고 튀었고, 대신 그 자리에 손대명이 타고 온 검은 승용차가 달려와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거 놔. 사람 살려! 사람....컥!”

황치국은 손대명에게 잡혀 질질 끌려가며, 안 잡혀 가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손대명이 잡고 있던 황치국에게서 한 손을 빼서는, 그 손의 손날로 황치국의 목울대를 쳐버리자 더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끄에에에엑....”

소리 지르는 대신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 대는 황치국을, 손대명은 서둘러 승용차 뒷문을 열고 안에 욱여넣고 자신도 같이 탔다.

“출발해.”

차에 탄 손대명이 운전석을 향해 그렇게 명령하고는, 자기 옆에서 여전히 죽겠다고 꿱꿱거리는 황치국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퍽! 퍽! 퍽!

“아아악....아악....”

황치국은 죽겠다고 소리를 질러대다가, 밑에서 위로 훅 올라오는 손대명의 주먹에 턱을 제대로 맞았다.

뻐억!

뒤통수를 맞느라 숙이고 있었던 황치국의 고개가, 위로 휙 올라왔는데 그때 이미 의식을 잃고, 눈을 까뒤집고 있었다.

털썩!

그렇게 기절해 버린 황치국을 보고, 손대명이 손을 털며 말했다.

“새끼. 시끄러워 죽을 뻔했네.”

그 말 후 황치국의 얼굴이 드러나게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차 뒷자리에 일단 똑바로 앉힌 다음 녀석의 몸을 뒤졌다.

그리곤 녀석의 몸에 착용하고 있는 것과, 지니고 있던 걸 죄다 차 밖으로 던져 버렸다.

“야. 감지기.”

그걸 로도 모자랐던지, 운전석에 수하에게 위치추적기를 찾아내는 감지장치까지 요구했다.

삐삐삐삐....

“찾았다.”

손대명은 황치국의 신발에 숨겨져 있던 위치추적기를 기어코 찾아내서 차 밖으로 던져 버리고 , 그들이 타고 온 차도 버리는 김에 같이 버리고 다른 차로 갈아탔다.

그 과정에서 태천파에 기생하는 청소부들이 나타나서, 손대명이 탔었던 그 차를 확실히 치웠다.

그 차 안에 사람의 지문 하나 머리카락 하나 없이 완전 깨끗하게 말이다.

* * *

삼베 짤 때 쓰는 ‘삼’이라는 식물이 바로 대마다.

이 식물은 100가지가 넘는 화학성분을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딴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성분은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이다.

그 성분이 바로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데, 이때 액상 대마는 대마 잎에서 분리한 호박색 수지를 응축해서 그걸 만들어 낸다.

다른 마약이었다면 황치국도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지 않았을 거다.

액상 대마는 황치국도 말로만 들어 본 귀한 몸이었다.

그걸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서 어젯밤에 술을 더 마신 황치국.

그 덕분에 그는 아침부터 아버지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새끼가 누굴 닮아서 저렇게 생각이 없을까. 네가 지금 술이나 처먹고 있을 때냐? 어떡하든 백 대표하고 화해할 생각을 해야지.”

하지만 백준열이 자기 여자를 납치 강간하려 한, 황치국을 용서할 리 없었다.

그걸 황충식도 알면서 괜히 아들놈 갈 구려고 저러는 거다.

“오늘 국회의장님 만나서 네 얘기 해 볼 테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절대 나가면 안 된다. 알지?”

“알아요. 저도 나갔다가....뒈지고 싶지 않다고요.”

“새끼 말은 잘해요.”

황충식은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집 안 사용자들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다.

황치국이 나가려 하면 못 나가게 붙잡으라고 말이다.

그렇게 아침 식사 후 일찌감치 국회로 출발한 황충식.

그래도 지금 황충식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빽은, 국회의장인 황동식 뿐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황동식은 황충식의 사촌 형이었다.

이런 일은 가족이 아니면 같은 편 서주기 쉽지 않았다.

거기다 상대가 삼명家였다. 아마 황동식 국회의장도 황충식의 말을 듣고 나면 거북해 할 게 뻔했다.

하지만 자기 조카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매정하게 굴진 않을 거란 게 황충식의 판단이었다.

“의장님은?”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황충식은 황동식 국회의장을 찾았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이때 황동식 국회의장이 오늘 지역구에 내려갔다는 게 아닌가?

“젠장....”

그나마 황동식 국회의장의 지역구는 서울에서 가까웠다.

바로 경기도 과천시. 현재 황동식 국회의장은 과천시 장애인복지회관에 있단다.

거기까지 차로 1시간 10분쯤 걸리니까, 지금 출발해서 거기 도착하면 딱 점심때다.

황충식은 일단 황동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동식은 황충식이 할 말이 있다면서, 정작 전화상으로는 못하는 걸 보고 말하기 껄끄러운 부탁할 게 있음을 직감하고, 그에게 지금 자신이 있는 과천으로 오라고 했다.

=여기 매운탕 잘하는 데 있다. 같이 점심이나 먹자.

“네. 형님.”

황충식은 그 길로 국회의사당에서 출발해서 경기도 과천으로 향했다.

그렇게 정확히 1시간 10분 뒤에 황충식은 황동식을 만났다.

둘은 과천시에서 유명한 메기 매운탕 집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래. 할 말이 뭔데?”

“형님. 치국이가 사고를 좀 쳤습니다.”

“치국이가?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 거야 여태 네 선에서 잘 처리해 왔잖아?”

뭐 그런 거 가지고 이 난리냐는 듯, 황동식이 의자 뒤로 등을 기대며 편하게 앉았다.

괜히 긴장했다면서 말이다. 그런 그의 눈치를 살피며 황충식이 말했다.

“근데 삼명家의 사람을 건드렸습니다.”

“뭐?”

“정확히는 삼명家 막내 백준열이 여자를 납치하려다 실패 했다 네요.”

“....”

황충식의 말에 황동식은 입을 떡 벌리고,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황충식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 * *

황충식은 걸려 온 전화를 바로 끊으려다가, 전화 온 데가 집이라서 황동식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의원님. 치국이가 납치당했습니다.

“뭐?”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황충식.

“아니. 집에 있는 녀석이 무슨 납치?”

=그, 그게 저희들 몰래 밖에 잠깐 나가려 한 거 같습니다. 누가 찾아온 거 같기도 하고요.

“그, 그래서?”

=치국이 비명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어떤 자가 치국이를 억지로 차에 태우고 그대로 내빼버렸습니다.

“경, 경찰은? CCTV는?”

=경찰에는 벌써 신고했는데....아....지금 왔다 네요. 어떻게 할까요?

“일단 경찰이 하자는 대로 다 협조해 주고 있어. 바로 갈 테니까.”

그렇게 자기 집 사용인과 통화를 끝낸 황충식. 그런 그에게 황동식 국회의장이 말했다.

“납치?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그쪽에서, 치국이를 잡아 간 거 같습니다.”

여기서 그쪽은 삼명家를 말했다.

“이것들이 미쳤나? 백주대낮에 이 무슨 천인공노할 ....”

“저 지금 가 봐야겠습니다.”

“그래. 가라. 경찰청장한테는 내가 전화 걸어 두마.”

“고맙습니다.”

황충식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황동식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하고 그 식당을 나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허겁지겁 집으로 가면서 황충식은 고민을 하다, 결국 삼명그룹 회장실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법사위원장인 그의 전화를,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이 생까지는 못할 거라 여겼던 것. 하지만 아니었다.

=회장님께서 지금 바쁘셔서 통화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법사위원장님.

그가 아무리 법사위원장이라도,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은 상태에서 이렇게 연락해선 안 됐다. 괜히 염치없다는 소리만 듣게 생겼다. 그래도 비서실장이 직접 그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어딘가?

“아닙니다. 보아하니 선거 끝나고 얘기하는 게 낫겠군요.”

=네. 이번에도 승리하셔서 여의도에 남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었다.

황치국은 당사자인 백준열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백준열은 바쁜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피하는 건지, 하여튼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아. 미치겠네.”

황충식은 애가 탔다. 이러다 하나 있는 자식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때는 삼명그룹이고 뭐고....”

아들을 잃고 아버지에게 남을 게 뭐겠는가? 악과 깡뿐이다.

물론 그 악과 깡만으로 삼명그룹을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또한 후환을 남길 삼명그룹이 아니었고.

“제기랄....”

황충식은 자식을 두고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이후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삼명그룹이 그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 하면....그가 다시 국회의원 될 일은 없었다.

삼명그룹이 조직적으로 방해하는데, 무슨 수로 국회의원이 된단 말인가?

안타깝지만 지금 황충식은 외통수였다.

“하필....”

몇 달 전이었다면 또 얘기는 달라졌다. 그때는 황충식이 법사위원장으로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니까.

황충식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힘이 없다면 제아무리 잘 나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걸.

반대로 힘이 있다면, 잘 난 놈이 다 가진다. 그게 부가 되었던 여자가 되었든.

지금 황충식은 그 힘을 잃었다. 그 힘은 선거 후 그가 당선 되면 다시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들 때문에 그가 당선 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럴 때는 대체 어째야 하는가?

머리 복잡한 황충식이 집에 도착하자,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나와 있었다.

“의원님!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네. 뭐....”

“청장님께 연락 받았습니다. 저희 서에서 최선을 다해 아드님을 반드시 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황동식 국회의장이 정말 경찰청장에게 전화 넣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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