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48화 (148/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그곳은 호텔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한 주류창고였다.

거기 문식파 조직원들이 30명 가까이 대기 중이었고, 철수가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에게 가서, 뭐라 얘기를 하고는 돌아와서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세르게이. 저들과 같이 움직이면 되요.”

“철수는 안 가고?”

“네. 저는 관리소 몇 군데 들렀다가 거기로 가던지, 아니면 딴 곳으로 가게 될 겁니다.”

여기서 철수가 말한 관리소란 마약운반, 유통 책들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보아하니 미스터 최가 철수 같은 자들을 이용해서 마약운반, 유통 책들을 숨기려는 모양이었다.

마약은 어디에서든 다시 들여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국적인 운반, 유통 책들은 다시 키워 내는 건 아무래도 지난한 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미스터 최가 자신들처럼 전과자가 아닌, 철수 같은 일반 사람들을 이용해서 마약 조직망을 계속 유지시키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수가 가는 곳이 딱히 위험한 곳은 아닌지라, 세르게이는 그와 작별하고 문식파 조직원들과 같이 은신처로 향했다.

그런데 이동 중 어떤 자들이 문식파 조직원들을 미행하는 게 감지 됐다.

그걸 제일 먼저 알아 챈 게 세르게이.

“누가 따라온다.”

세르게이가 같이 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었던 문식파 조직원에게 얘기했는데, 그 자가 그의 말을 못 알아들어 처먹었다.

그래서 손짓, 몸짓으로 제스처를 취했고, 겨우 그 문식파 조직원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뭐? 미행하는 놈들이 있어?”

그 조직원은 세르게이의 말에 그제야 뒤를 살폈고, 그의 말처럼 그들 뒤를 쫓는 자들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때는 놈들도 노골적으로 자신들이 미행하고 있는 걸 드러내고 있었던 터라, 다른 차에 문식파 조직원들도 이미 그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그 점에 우려 섞인 말을 내뱉었다.

“수상하다. 저놈들 뭔가 꿍꿍이가 있어.”

하지만 그런 세르게이의 우려는 러시아 말인지라, 그의 말을 알아들어 처먹은 문식파 조직원은 없었다.

그러다 시간은 흐르고 국도 변에서 차를 멈춰 세우는 문식파 조직원들.

그런 문식파 조직원들의 차 뒤로 차를 세운 미행자들.

세르게이는 문식파 조직원들과 같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에서 내린 미행자들을 본 순간 세르게이는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문식파 조직원들과는 달리,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들이란 걸 말이다.

그때 세르게이의 눈에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먼저 꺼내는 상대편 미행자들이 보였다.

“피해!”

세르게이가 소리쳤다. 하지만 이번 역시 러시아 말이었고, 그의 그 말을 알아들어 처먹은 문식파 조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그 결과....

10여명의 문식파 조직원이 미행자들이 쏜 총탄에 쓰러졌다.

당연히 세르게이는 도로변에 세워 둔, 문식파 조직원의 차 뒤로 몸을 숨겼다.

뒤이어 시작 된 총격전.

그 싸움에서도 문식파 조직원들은 미행자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미행자들은 총기뿐 아니라 방탄조끼도 착용하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최대한 총 쏘는 걸 자제 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왔다.’

그리고 그 기회가 곧 찾아왔다. 미행자들 중 하나가 성급하게 움직였고, 몸을 대 놓고 노출 시켰다.

그 자를 향해 세르게이가 총구를 겨눴다.

그자가 걸치고 있는 방탄조끼 위, 머리를 말이다.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저 자의 머리통은 날아갈 것이다.

탕!

“으윽!”

하지만 정작 신음소리를 흘린 건 세르게이였다.

그가 겨누고 있던 권총 역시 날아가고, 피가 철철 나는 그의 손이 보였다. 그때였다.

“세르게이. 넌 여전하구나?”

귀에 익은 목소리. 세르게이가 그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처리자 에이전시의 김훈 대표가 서 있었다.

* * *

문식파 조폭들 뒤를 쫓던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

그들은 자기 판단 하에 언제든 총을 쏠 수 있었다.

상대 조폭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들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놈들이 권총을 꺼내기 전에 먼저 쏘겠다고 말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총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조폭들이지만, 그들이 쏜 총에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이 얼마든지 당할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놈들이 설치기 전에 먼저 놈들을 쓸어버리려는 게,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 판단은 옳았다.

먼저 쏘고 시작하니 조폭들의 수가 확 줄었고, 총격전에서도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이 바로 우위를 점했다.

그 사이 김훈은 조용히 움직였다. 그의 타깃은 하찮은 조폭들이 아니었다.

“저기 있네.”

역시나 김훈의 생각대로 세르게이는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의 눈에도 띠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김훈의 눈에는 지금 세르게이만 보였다.

세르게이는 김훈처럼 시그 사우어 p226 권총을 들고 있었다.

단지 세르게이와 김훈의 차이라면 김훈은 세르게이를 아는 데, 세르게이는 김훈이 여기 있다는 걸 모른다는 점이었다.

스스슥!

김훈은 보다 더 세르게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위치로 움직였고, 그 사이 세르게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그의 총에 죽어 줄 타깃을 찾던, 세르게이의 눈에 한 놈이 포착됐다.

세르게이는 바로 총구를 그 자를 향해 겨눴고, 방아쇠를 당기기 전 습관처럼 1초 이상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방아쇠를 막 당기려는 그 순간, 날아 온 총알에 그의 권총을 쥔 손이 맞았다.

손에 끔찍한 고통이 일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멀쩡한 왼손을 오른쪽 옆구리로 가져갔다.

그리고 거기 있던 다른 권총을 꺼냈다. 그때 김훈이 나타났다.

“훈?”

“오랜만이야. 근데 그 총 좀 버려 주면 안 될까?”

김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르게이의 왼손에 쥐고 있는 작은 크기의 발터 권총을 말이다.

김훈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저 작아 보이는 권총을, 세르게이가 귀신처럼 정확히 쏜다는 걸 말이다.

잠시 김훈을 그 하늘색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던 세르게이.

그가 일고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김훈을 보고 결국 손에 쥐고 있던 발터 권총을 버렸다.

그러자 김훈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고, 그 사이 문식파 조직원들은 빠르게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에게 제거 되어나갔다.

김훈은 직접 자기 손으로 세르게이를 제압했다.

동시에 그의 몸을 뒤져서 세르게이가 이용할 만 한 건 전부 없앴다.

그때 문식파 조직원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자기 수하들을 미끼로 도망치려는 게 김훈 눈에 포착 됐다.

“쯧쯧....”

김훈은 세르게이를 잡을 때 쓰려고 준비 해 둔, 드론 제압기를 그 도망치려는 문식파 조직원 우두머리에게 썼다.

세르게이는 그 습관, 즉 총 쏘기 전 눈을 1초 이상 감았다가 뜨는 버릇을 여태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김훈이 그가 예상했던 대로, 너무도 손쉽게 그를 제압할 수 있었고.

그렇게 뒤쫓았던 문식파 조직원들을 전부 다 처리해 버리고, 세르게이까지 무사히 사로잡은 김훈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세르게이를 기절시켜서 차에 실었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으음....”

하지만 상대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마도 그쪽도 바쁜 모양이었다.

김훈은 일단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직접 차를 몰아서 그의 에이전시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 그가 모는 차의 뒤 트렁크에, 세르게이라는 러시아 킬러가 사지가 결박당한 채 실려 있었다.

* * *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방송통신사무소에 도착하니 방통위 위원 두 명이 미리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바로 방통위의 실권자들인 최명기 위원과 곽도식 위원이었다.

그 둘을 끼고 방통위 위원장을 만나러 가니, 방통위 위원장도 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두 위원을 움직이면 방통위 위원장 목을 날려 버리는 게 언제든 가능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저희 방통위와 JYB엔터가 서로 상생, 윈윈하는 길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통위 위원장은 아주 대 놓고, JYB엔터를 밀어주겠다고 떠들었다.

나는 그 말에 아주 흡족해 하면서 약간의 돈을 썼다.

“오늘 위원장님들 좋은 곳에 가셔서 한잔들 하십시오.”

나는 내 블랙카드를 슬쩍 최명기 위원에게 건넸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최명기 위원은 이런 떡고물에 익숙한 듯, 잘도 넙죽 내가 건넨 블랙카드를 받아 챙겼다.

그때 그 옆에 곽도식 위원이 말했다.

“대표님. 요즘 골프는 안 치십니까?”

내가 골프 안치는 게 궁금한 게 아니라, 자기들이 골프 치고 싶단 소리다.

“용인CC에 말해 둘 테니 거기 이용하십시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때 두 위원들 사이에 꼽사리 끼어 있던 방통위 위원장이 내 눈치를 봤다.

위원장도 골프 치고 싶다는 거다.

“위원장님도 같이 치십시오. 제가 얘기해 놓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대표님!”

내 그 말에 그제야 입이 귀에 걸리는 방통위 위원장.

이로써 방통위가 여전히 내 손아귀 안에 있음을 확인한 후, 방송통신사무소를 나섰는데, 그때까지 걸린 시간이 딱 30분이었다.

나는 10시에 다시 대기 중인 차에 올랐고, 내 옆에 문대식에게 말했다.

“인천부두로 가자.”

“인천부두요?”

내가 가자는 곳이 전혀 예상 밖의 곳이어서 그런지 어리둥절해 하는 문대식.

하지만 내가 그 말 후 말이 없자, 이내 자신의 본분을 기억한 듯 그가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인천으로 가자.”

“네. 팀장님.”

그 뒤 문대식은 다음 목적지가 인천부두란 걸, 무전기로 다른 경호 팀원들에게 알렸다.

그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견신 시스템이 내 준 두 가지 미션 수행에 관해서 말이다.

일단 그 두 가지 미션을 이행하는 건 당장이라도 가능했다.

이제동과 나미혜의 가족을 찾아, 그 가족계좌로 10억씩 쏴 주면 되니까.

그때였다. 견신 시스템이 태클을 걸어왔다.

-당신의 돈으로 지급해선 안 됩니다.

‘뭐?’

-이제동과 나미혜에게 지급할 수 있는 돈은, 당신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생긴 돈으로만 지급이 가능합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돈이 다 돈이지.’

내가 말도 안 된다며 따졌지만 견신 시스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시스템이 버티면 유저인 내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길은 애당초 없었다.

내가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미션 수행으로 생긴 돈이란 건 또 무슨 소리야?’

그 물음에 견신 시스템이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제가 내는 미션을 통해 획득하게 된 돈을 말하는 겁니다. 가령 원혼 허정호의 금괴처럼 말입니다.

‘잠깐. 그럼 그 금괴를 찾아서 잘 쓴다는 말이....’

태일공방 사장인 허정호가 남긴 200억 상당의 금괴를, 지금 견신 시스템이 내 미션 수행을 위해 쓰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견신 시스템이 미션 수행이랍시고 던져 주는 돈을, 허투루 쓸 생각 말란 거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나?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지금 인천부두로 가서 원혼 허정호가 남긴 금괴를 찾아, 그 금괴로 이제동과 나미혜의 미션을 수행하라는 얘기였다.

“인천 북항에 세정 물류창고라고 있어. 거기로 가줘.”

나는 견신 시스템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 태일공방 사장인 허정호가 금괴를 숨겨 둔 정확한 장소를 문대식에게 말했다.

문대식도 두루뭉술하게 인천부두에서, 내가 정확한 목적지를 말해 주자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앞을 보고 말했다.

“들었지?”

“네. 팀장님.”

운전석에서 운전 중이던 경호팀원은 신호가 걸리자, 차를 세우며 재빨리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그리곤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일단 인천까지 편하게 운전을 했다.

* * *

김희준의 아버지는 병원장이다.

그 위로 두 형들은 모두 의대를 나와서, 아버지 병원에서 한 자리씩 꿰차고 있었고.

하지만 김희준 만 쭉정이였다.

그는 애초 공부머리가 없었다.

대신에 그는 두 형들과 달리 잘 생겼고 키가 컸다.

그래서 그걸 이용해서 나름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친과 두 형들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지만.

뭐 상관없었다. 그들과 만나는 건 일 년에 기껏 해야 3-4번.

그때만 참으면 나머지는 그 멋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살 수 있었으니까.

근데 작년 들어서 부친의 병원이 어려워졌다.

몇 차례 의료사고가 있었는데, 그로인해 보건복지부에서 대대적인 감사가 떴고, 부실경영에다가 횡령까지 했다며, 정부에서 부친을 압박해댔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김희준에게 매달 지급 되었던 용돈이 끊겼고, 그 동안 그가 누려왔던 혜택들도 더는 누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가 살았던 최고급 빌라며, 외제차가 압류 당했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그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다들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돈 좀 쟁여 놓는 건데.”

그 동안 펑펑 쓰기만 했지,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단 1도 해 본 적 없는 김희준이었다.

그런 그가 당장 만원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쩔쩔 매고 있었다.

그가 가진 모든 카드가 다 정지되어 있었던 것.

어쩔 수 없이 산 걸 도로 갖다놓고 편의점을 나서며, 김희준의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지금 같은 싸구려 모멸감을 느껴 보는 건 처음이었다.

“돈이 필요해.”

그래서 김희준은 돈이 되는 일을 찾았고, 자기 여자 친구들 중에 지방에서 올라 와, 멋모르는 애를 인신매매조직에 넘겼다.

그렇게 받은 돈이 5백만 원.

하지만 그 5백만 원은 그의 하루 유흥비로 되지 못했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

김희준은 반반한 자기 얼굴과 그 동안 돈 들여서 잘 가꿔 온, 자기 몸을 이용해서 여자를 꼬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기 여자로 만들기 전까지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군 김희준.

하지만 막상 그 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든 뒤에는, 갖은 명목으로 그 여자에게서 돈을 뜯어냈다.

그렇게 그 여자가 빚까지 지게 만들어 놓은 뒤, 김희준은 최후의 순간 그 여자를 인신매매조직에 팔아먹었다.

그렇게 김희준에게 속아서 인생 망친 여자가 어느덧 십 수 명에 달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