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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147화 (14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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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사람은 자신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그걸 타인에게 전해 듣고 나면 그제서야, ‘아아. 그렇구나!’ 하는데 세르게이에게도 킬러로서 그런 습관이 하나 있었다.

근데 그건 보통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세르게이와 같이 일을 해 본 킬러들 중에서도, 적어도 그와 다섯 번 이상은 암살의뢰를 수행해 보지 않으면 몰랐다.

한데 세르게이는 웬만하면 혼자 일했고, 같이 일을 해도 두세 번 이상은 같이 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암살조직 계통에서 일하는 킬러들 중, 세르게이와 친한 킬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딱 한 명. 세르게이와 다섯 번을 같이 일해 본 킬러가 있었다.

그러나 그 킬러는 은퇴한 걸로 알려졌다.

그러니 현재까지 세르게이는 무결점의 킬러라고 보면 됐다. 그런데....

“세르게이로군.”

이제동과 나미혜를 죽인 킬러가 누군지 현장에 들른 김훈 대표가 바로 알아봤다.

“이거 내가 직접 나서야겠네.”

문제는 그 두 사람을 죽인 자를 백준열 대표가 잡아오라고 한 것이다.

김훈 대표도 자기 밑에 일하는 처리자 에이전시의 수하들의 실력을 믿지만, 세르게이는 그들과 레벨이 다른 자였다.

자칫 수하 여럿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일에 한해 김훈 대표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세르게이의 위치는?”

한국 안에서 숨어봐야 소용없었다. 처리자 에이전시의 주목을 받는 순간, 그 자가 어디 있는지는 바로 밝혀졌다.

“현재 조폭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폭?”

“네. 태천파의 하부 조직 중 한 곳인 문식파 놈들과 말입니다.”

“문식파라면 최문식이 밑에 애들이란 거야?”

“네. 맞습니다.”

“이거 일이 재미있어지네. 그쪽 애들 총기 소지하고 있잖아?”

“네. 그래서 저희 애들에게도 방탄조끼와 총기를 지급했습니다.”

“잘했어. 그러니까 지금 세르게이가, 문식파에 고용 돼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로군.”

처리자 에이전시에 있어서 조폭 따윈 신경 쓸 존재들이 못 됐다. 하지만 그들 안에 세르게이라는 맹수가 숨어 있는 게 문제였다.

“세르게이는 내가 상대할 테니까, 그렇게 현장 직원들에게 인지시켜.”

그러니까 대표인 김훈 말고는 세르게이를 건드리지 말란 소리였다.

처리자 에이전시의 직원들은, 다들 자신의 주제 파악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김훈 대표가 건드리지 말라고 한 이상, 다들 세르게이를 의도적으로 피할 것이다.

“그쪽으로 가자.”

김훈은 상의를 벗고 부하 직원이 건네는 방탄조끼를 착용했다.

그리고 그가 주로 사용하는 시그 사우어 p226 권총을 챙겼다.

이 녀석은 주로 전문가들이 쓰는 데, 세르게이도 이 권총을 사용했다.

김훈이 이렇게 세르게이에 대해 디테일하게 아는 건, 그가 세르게이와 다섯 번의 암살을 같이 수행해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과거 김훈이 밝히진 않았지만, 러시아에서 잠깐 한 킬러 생활을 한 거다.

그때 세르게이를 알게 된 것이고.

물론 그 세르게이를 한국에서 다시 볼 거란 생각은 못했지만.

킬러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했다.

아무래도 킬러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약물에 의지하거나, 술, 도박 혹은 여자에 빠져 살다가 어처구니없이 죽는 경우가 많았다.

김훈은 세르게이 역시 그렇게 죽었을 거라 여겼다.

근데 있어도 러시아에 있어야 할 그가, 여기 한국에 있는 것도 신기한 노릇인데, 아직 멀쩡히 살아 있다니 반가우면서, 어서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보면 잡아야 하고, 그분이 처리하라면 죽여야 할 테지만, 그래도 그와의 추억은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그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다닐로바가 끝내 줬었는데....”

“네?”

“아냐. 빨리 가자.”

호텔을 나선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은, 현재 이동 중이라는 문식파 조직원들의 뒤를 빠르게 뒤쫓았다.

* * *

러시아에는 미녀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여자를 좋아하는 김훈으로서는 그런 러시아에 있는데, 당연히 러시아 미녀들과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러시아어를 못하니 제대로 러시아 미녀를 꼬실 수가 없었다.

그때 러시아 특수 부대에서 배웠다며, 어느 정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세르게이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특히 세르게이는 러시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생긴 건 그렇지 않은데 과묵한 편인 세르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여자들은 신기하게 세르게이 주위에 들끓었고, 김훈은 그 옆에 있다 그 수혜를 톡톡히 봤었다.

그 중에서 안젤리나 다닐로프란 여자는 정말 예뻤다. 몸매도 죽이고.

김훈은 러시아에서 반년을 살았는데, 다른 건 하나도 가져 오고 싶지 않았지만 다닐로프는 한국에 데려 오고 싶었다.

그 정도로 김훈은 다닐로프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처지가 러시아 여자를 데리고 한국에 와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헤어지고 한국에 오게 된 김훈.

지금도 그 금발에 그 영롱한 하늘색 눈동자의 다닐로프의 모습이 잊히지 않고, 그의 추억의 한편에 남아 있었다.

“그때도 스페셜 했는데....지금은 그때보다 더 괴물이 되어 있겠지?”

러시아 여자 말고 세르게이를 생각하니, 김훈을 호승심이 치밀어 올랐다.

김훈은 러시아에서 세르게이와 다섯 번의 암살 의뢰를 수행했고 다섯 번 모두 성공했다.

둘은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았다.

그래선지 그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던 세르게이도 김훈과 같이 하는 암살 의뢰는 받아드렸다.

하지만 김훈에게 일이 생기면서, 러시아를 떠나게 됐고 둘은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김훈은 세르게이가 몰래 침투 할 때와 사람을 죽일 때, 그 만의 독특한 버릇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 버릇들을, 특히 사람 죽이기 전에 꼭 하는 그 제스처를, 누가 세르게이에게 일깨워 주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잡는 건 생각보다 훨씬 손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버릇이야 벌써 고쳤겠지.”

그 동안 누가 가르쳐줘도 세르게이에게 가르쳐 줬을 테니 말이다.

그와 같이 암살 의뢰를 함께 한 킬러라면, 당연히 그의 그 버릇을 알아챘을 테니까.

해서 김훈은 그걸로 세르게이를 제압할 거란 생각은 아예 버렸다.

대신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그를 잡을 생각이었다.

세상의 과학기술은 5년 전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

그 여파는 방산산업, 즉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가 방위 관련 장비와, 시설 등 일체 관련된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 중 최 첨단화 된 분야가 있다면 바로 드론의 무기화였다.

카메라를 장착한 감시 드론에, 최근 고폭탄이 장착 되어 쓰이고 있었다.

김훈은 그 드론에 고폭탄 대신, 최신형 음파총(Sonic Emitted Gun)을 장착 시켰다.

이 음파총은 고강도 음파를 발사, 청각을 일시 무력화하여 적 인원에 대해 고통을 가하는 제압용 충격 총이었다.

주요 성능은 사거리50m, 피해반경 3m를 두며, 140db세기로 음파를 발사 1시간 이상 청각 기능을 무력화하는 효과와 더불어 고막 통증, 현기증, 균형감각 상실 등을 유발시켰다.

이미 실전에서 몇 번 사용해서 그 효과를 검증 받은 이 드론 제압법이라면, 김훈은 충분히 세르게이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저기 있네요.”

교통신호 몇 번 어겨가며 밟아댄 결과,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이 탄 차들이, 마침내 문식파 조폭들이 이동 중인 차량들을 따라 잡았다.

그들은 곧 한적한 국도로 빠졌고,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은 바로 그들을 뒤쫓았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쫓으니, 문식파 조폭들도 누가 자기들 뒤를 쫓아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결국 얼마 못 가 국도 한쪽에 차들이 늘어섰고, 그 차에서 내린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과 문식파 조폭들 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문식파 조폭들에게는 총기가 있다는 점.

아마 그걸 믿고 차를 세운 모양인데,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은, 총기에다 전원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다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은 조폭들과 달리 총기 사용에 익숙했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이 특수부대 출신들이었으니까.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탕! 탕! 탕!

곧 양쪽에 총격전이 시작 되었고, 순식간에 피해자가 속출했다.

그런데 총에 맞고 쓰러진 사람들 대부분이 문식파 조폭들이었다.

* * *

예전에 태천파 행동 대장이었던 이대호.

지금은 최문식 밑으로 들어가서, 실질적으로 조폭들 관리를 하고 있었던 그에게 최문식의 연락이 왔다.

그 연락을 받고 문식파 조폭들을 인솔해서, 조직 내 비상사태 발생 시 집결지이기도 한, 아지트로 이동 중이었던 이대호.

그런데 겁도 없이 자신들을 쫓아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전부 잡아서 지금 그들이 가고 있는 아지트에서, 뭐하는 놈들인지 알아보기로 작정하고 이대호가 지시를 내렸다.

“갓 길에 차대라.”

“네. 형님.”

이대호가 자신들을 쫓는 자들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은, 바로 자신들에게 총이 있어서였다.

저들이 경찰이라도 상관없었다. 먼저 총을 꺼내는 건 그들일 테니 말이다.

일단 총구가 겨눠지면 상황은 끝이었다.

그 다음 늘 준비 되어 있는, 케이블 타이로 놈들을 묶어서 아지트로 데려가면 됐다.

그렇게 먼저 문식파 조폭들이 탄 차들이 국도변에 차를 댔다.

그러자 그 뒤로 그들을 쫓던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이 줄지어 차를 댔고.

먼저 차를 댄 문식파 조폭들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그들에게 이대호가 지시를 내렸다.

“새끼들 다 내리고 나면 총 꺼내. 다 잡아 아지트로 데려 간다. 알았나?”

“네. 형님.”

그런 문식파 조폭들의 수는 얼추 30명 쯤 되어 보였다.

반면 그들 뒤를 쫓아와서 차에서 내리는 중인 처리자 에이진시의 직원의 수는 12명밖에 되지 않았다.

수적으로도 이쪽이 배가 넘게 많은 가운데, 문식파 조폭들은 다들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자신들을 쫓아 온 자들에게 당할 거란 생각은 아무도 하고 있지 않았다.

“온다.”

그때 차에서 다 내린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이 문식파 조폭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걸 보고 이대호가 피식 웃으며, 허리 뒤춤에 꽂아 둔 권총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그들보다 먼저 저쪽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위협하기 위해 겨누는 게 아니라 아예 총을 쐈다.

퍼퍼퍼퍼퍽! 퍼퍼퍼퍽!

“크아아아악!”

그 총질에 삽시간에 문식파 조폭들 절반이, 총알에 맞고 우르르 쓰러졌다.

나머지 문식파 조폭들은 이러 저리 몸을 던지고 기어서, 차 뒤로 숨으면서 권총을 꺼내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에게 응사를 했다.

하지만 이미 반 넘는 문식파 조폭들이 총에 맞고 쓰러졌고, 저쪽에서 해 대는 총질에 몇 명의 조폭들이 더 맞고 쓰러지면서, 남은 문식파 조폭들의 수는 채 7명이 되지 않았다.

탕! 탕!

“맞았다.”

그때 잽싸게 차 뒤로 숨었던 이대호가 정조준해서 쏜 권총에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하나가 가슴을 맞았다.

하지만 그 직원은 휘청거리기만 할 뿐, 자신에게 총을 쏜 이대호에게 총구를 겨누고 총질을 했다.

“씨이바알. 저 새끼들 방탄조끼 입었다. 도대체 저 새끼들 뭐야?”

경찰이라면 이렇게 대 놓고 총질을 해 댈 수 없었다.

“컥!”

그때 이대호 옆에 있던 조폭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젠장....”

이대호가 주위를 둘러보니 남은 조폭이 자기 포함해서 넷 밖에 되지 않았다.

파파파파팟!

그때 상대가 그들 양쪽으로 움직이며 포위하려 들었다. 포위 된다면 넷은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었다.

“일루 와!”

이대호가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남은 조폭 셋이 이대호가 있는 차로 움직였고, 그들에게 총탄이 집중 됐다.

바로 그때 이대호가 자신이 숨은 차 운전석으로 냅다 뛰어서 그 차에 탔다.

영악한 이대호가 수하들을 미끼로 삼아서, 혼자 여길 빠져 나가려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됐다.”

이대호가 꽂혀 있는 차기를 막 돌려서 시동을 걸려 할 때였다.

위이이이잉!

갑자기 그의 귀에 무슨 모기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차창으로 돌린 이대호.

그때 그의 눈에 웬 드론이 보였다.

근데 그 드론에 매달려 있던 웬 파이프가 그를 겨누고 있었고, 실제로 뭔가를 발사했다.

“으윽!”

순간 핸들을 잡고 있던 이대호의 두 손이 그의 귀를 막았다.

왜냐하면 갑자기 고막이 찢어지듯 아파 와서 말이다.

두 손으로 귀를 꽉 틀어막았는데, 어째서 두 귀가 멍해지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단 말인가?

그때 머리가 띵해지며 어질어질 해지더니, 이내 의식을 잃은 이대호가 머리를 핸들에 처박았다.

빠아아아앙~

경적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가운데, 그 차 옆에 날고 있었던 드론이 사라지고, 처리자 에이전시의 직원 하나가 그쪽으로 뛰어가서, 그 차의 운전석 차문을 열고 그 안에 기절한 이대호를 밖으로 끌어내자, 그제야 경적이 멈추며 주위가 조용해졌다.

* * *

세르게이는 호텔에서 철수를 만났다.

철수보다 먼저 문식파 조직의 시체 처리조가 왔었다.

하지만 그들은 호텔 측의 제지에, 살인 현장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거기 처리조장이 호텔 관계자 몰래, 그 안에 들어가 거길 다 살펴보고 나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곳에 시체는 없었다고 했다. 근데 흔적은 남아 있었다고.

누군가 먼저 그 시체들을 챙겨간 거 같다며, 그 사실을 문식파의 보스인 미스터 최에게 알렸다.

그러자 미스터 최가 철수를 통해서, 자신에게 은신처에 가 있으라고 했다.

하긴 킬러가 살인 현장에 여태 남아 있는 게 말도 안 될 짓이긴 했다.

“일단 저와 같이 가요.”

세르게이는 철수와 같이 호텔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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