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46화 (146/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제아무리 무술고수라도 머리와 가슴에 총 맞으면 죽는다.

털썩!

결국 상대가 쓰러졌다. 그리곤 가슴과 옆구리, 허벅지에서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순식간에 쏟아낸 피의 양만 봐도 상대는....죽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분명 타깃은 연예기획사 대표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대표치고 몸놀림이 너무 빨랐다.

만약 세르게이에게 권총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면, 제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제거했으니 시신을 처리하라고 해야겠군.”

세르게이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상대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세르게이가 신경질을 내며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3시가 갓 넘은 시각.

그러고 보이 이 시간에 깨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날 밝으면 전화 할 밖에.”

세르게이는 자신의 흔적은 깨끗이 지우고, 살인 현장을 조용히 빠져 나와서 곧장 자신이 잡아 놓은 객실 방으로 향했다.

자기 방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세르게이가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간에 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대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철수가 한잔 했나?”

세르게이가 의아해 하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깐 소파에 누웠다.

근데 눕고 나니 잠이 왔고, 그대로 잠을 잤더니 계속 자게 됐다.

♫♪♬♩~....♬♩♪♫♪♬~....

“으으음....”

세르게이는 뭔가 시끄러운 규칙적인 소리에 잠에서 깼다.

“헉!”

그랬더니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의 정체는 지금도 계속해서 울리고 있는 그의 핸드폰에서 벨소리였고.

핸드폰을 확인한 세르게이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아까부터 그가 계속 전화 했었던, 그 철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으니까.

=세르게이. 왜 전화 한 거야? 보아하니 새벽부터 계속 걸었던데.

유창한 러시아어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철수는 바로 세르게이와 미스터 최 사이에 통역을 맡은 사람이었다.

러시아에서 유학까지 한 철수는 도박 빚이 많아서, 현재 미스터 최에게 저당 잡힌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철수! 왜 내 전화 안 받은 건데?”

=새벽 3시와 5시에 전화 걸어 놓고 그런 말이 나와? 나도 자야지. 막말로 네가 누굴 제거하러 나간 것도 아니고 말이야.

“무슨 소리야? 미스터 최한테서 얘기 못 들었어? 나 백준열이 제거하러 나갔잖아?”

=뭐? 누, 누굴 제거해?

“백준열이. 무슨 연예기획사 대표라던데. 미스터 최가.”

=잠, 잠깐만! 그래서 설마 그 대표 제거한 건 아니지?

“왜 아냐? 제거 했지. 그 시신 처리문제로 아까부터 너한테 전화 한 거고.”

=이, 이런 미친....세르게이. 너 거기 가만있어. 내가 미스터 최한테 전화해보고, 너한테 다시 전화할 테니까.

그렇게 먼저 전화를 끊은 철수. 세르게이는 철수와 좀 전 한 통화가 어째 좀 께름칙했다.

꼬르르르!

그때 배에서 난리가 났다. 하긴 벌써 아침 식사시간이 한창 지나 있었다.

평소 세르게이는 아침 8시면 꼭 아침식사를 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게 세르게이의 건강 비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서 한 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세르게이는 비록 지금 시간이 9시지만, 철수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전에, 먼저 호텔 룸서비스에 연락해서 먹을 음식을 주문했다.

* * *

태천파에서 요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문식은, 전 대천파 행동 대장이었던 이대호를 자기 쪽으로 끌어 들인 뒤, 최근 밑에 조직원의 수를 급격히 불리고 있었다.

태천파의 원로 격인 동규, 만복 같은 자들과 손을 잡고, 일본과 대만에서 계속 마약을 들여오면서, 확보한 자금을 적극 활용해서 말이다.

“지금의 태천파는 글러 먹었어. 이제 문식파가 대세야.”

최문식은 아예 대 놓고 태천파에 반기를 들었다.

반면 최문식이 태천파의 자금줄 중 마약 쪽을 틀어쥐고 돈을 내 놓지 않자, 태천파가 자금 경색을 겪으며 휘청거렸다.

결국 조폭들도 돈이 있어야 원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데, 그게 안 되다보니 조직원들의 이탈이 빠르게 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천파 보스인 양태천은, 최문식과 그를 따르는 조직원들에 대한 어떤 응징도 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보스의 동생이자 태천파의 2인자로 불리던 양태석이, 갑자기 자기 밑으로 조직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뭐? 태석이 그 새끼가 왜?”

그로 인해 최문식 밑으로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던, 태천파 중간 보스와 조직원들이 대거 양태석 쪽으로 몰렸다.

“이런 씨발 좆도....”

최문식으로서는 양태석이 그가 차린 밥상에 재를 뿌린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대낮부터 성질나서 양주를 세 병이나 깠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밤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고.

그때부터 최문식은 장소를 옮겨서 또 달렸다.

그와 함께 하기로 한 태천파 중간 보스들을 모아서, 그들이 양태석 쪽으로 이탈하려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마셔! 마셔!”

그렇게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막 잠에서 깨서, 어제 룸빵에서부터 마음에 들어서 데리고 잔, 룸빵 호스티스와 같이 수하 녀석들이 사온 해장국을 먹고 있을 때였다.

“형님. 철수에게 전화가 왔는데요?”

“철수가?”

최문식이 러시아 말을 잘해서 도박 빚 대신 일을 시키고 있는 녀석이 바로 양철수인데, 그 녀석이 전화 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꼭 있었다.

“이리 줘.”

해서 최문식은 수하 녀석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왜?”

=최 사장님. 혹시 어제 세르게이에게 누구 제거하라는 지시 내린 적 있습니까?

“아니. 그런 적....아아. 맞다. 어제 술 마시다가 세르게이가 보여서 뭐라고 하긴 한 거 같은데....”

=혹시 그 뭐라고 한 게 JYB엔터 백준열 대표 없애라고 말 한 거 아닙니까?

“뭐?”

=세르게이가 지금 최 사장님이 어제 죽이라고 한 사람을 죽였다고, 좀 전에 저한테 연락을 해 왔단 말입니다.

“에이. 말도 안 돼. 내가 언제 세르게이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했다고....”

최문식은 먼저 부인부터 했다. 어제 낮부터 술을 좀 많이 마시긴 했지만, 그렇다고 술 취해서 사람을 죽이라고 말을 했을 리가....

“가, 가만. 어제 내가 술 마신 게 양태석 때문이었지? 그리고 양태석의 뒷배가 백준열이고. 근데 태일공방이 경찰특공대에 털리고, 이 사장이 실종 된 그 배후가 백준열이....헉! 씨발 좆 됐다.”

그제야 최문식은 생각이 났다. 자신이 술에 취해서 열 받은 김에, 세르게이에게 그냥 해 본 그 말이 말이다.

“철수야. 그, 그래서 세르게이가 백준열이를 죽였데?”

=네. 그래서 제가 최 사장님한테 이렇게 전화 드린 거 아닙니까!

“....”

최문식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덜덜 떨리더니, 이내 그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었다.

그럴 수밖에. 백준열 그 개새끼는 삼명家의 자식이다.

대한민국에 삼명家를 건드리고 살 수 있느냐? 글쎄. 안 해봐서 모르지만 최문식이 아는 한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제 어쩔 겁니까? 삼명家의 자제를 죽여 놨으니.

철수가 제대로 최문식의 아픈 곳을 들쑤셨다.

순간 최문식의 뇌리에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하나는 바로 외국으로 튀는 것. 또 하나는 최대한 은폐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해외로 튀는 것.

“백준열이 시체는?”

=네?

“시체 처리를 어떻게 했냐고?”

=그야 아직 못했죠. 말씀 드렸잖습니까? 저도 방금 세르게이에게 그 연락을 받았다고.

“그럼 아직 시체 처리조도 그쪽으로 보내지 않았단 거야?”

최문식이 철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철수도 지지 않고 그의 말을 되받아쳤다

=그 시체 처리조, 지금 최 사장님이 보내시면 되잖습니까? 어차피 그들이 제 말을 들을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

철수의 그 말에 최문식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철수의 말처럼 그는 통역에 불과했다.

그가 시체 처리조에 전화한다고 해서 그들이 움직일 리 없었다.

“어디야? 백준열이 죽은 곳이?”

지금 중요한 건 시급히 백준열의 시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아아. 그걸 안 물어 봤네.

“뭐 너 이 새끼....”

=저도 급해서 그랬습니다. 세르게이가 백준열을 죽였다는데 그럼, 최 사장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게 먼저 아닙니까?

“아 됐고. 빨리 물어보고 연락 줘.”

=네. 지금 물어보고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통화 후 최문식은 아침 식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집 비밀금고에 여권과 돈을 챙기러 말이다.

* * *

최문식은 집으로 가는 도중, 철수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열 스위트룸?”

세르게이가 백준열을 죽인 곳을 철수에게 전해 듣고 최문식은 확신했다.

세르게이가 진짜 백준열을 죽였다는 걸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특급 호텔 로열 스위트룸을, 제집 드나들 듯 할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나?

“넌 세르게이에게 다시 전화해서 녀석을 은신처로 옮겨 놔.”

그렇게 철수와 통화 후 최문식은 즉시 자신의 조직 내 시체 처리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니까 거기 가서 시체 수거해 와. 빨리.”

시간을 확인하니 호텔 체크 아웃 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체 처리조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보낸 뒤, 최문식은 차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진짜 정상이 코앞이었는데....”

최문식으로서는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태천파는, 이미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에 있었다.

그런 조직을 수습하고 자신이 태천파 뒤를 이어, 문식파로 새로운 전국구 조직을 세우는 일만 남았건만, 그걸 못해보고 이렇게 해외로 달아날 생각이나 하고 있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고 또 비참했다.

결과적으로 삼명家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가 살 길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해외로 튀는 것.

그 이외 어떤 협상과 타협도 그들에게 먹혀들지 않을 테니까.

하긴 자기가 삼명그룹 회장이라도, 내 자식 죽인 조폭 조직 두목을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지금 당장 튀어야 할지, 아니면 좀 더 사태를 지켜 보다 튈지는 시체 처리조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서 결정해도 됐다.

복잡한 심경의 최문식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를 태운 차가 그의 집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최문식은 곧장 자기 집으로 들어갔고, 집 안 서재에 책장 뒤에 숨겨 놓은 비밀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 공간 안에 다시 비밀 금고가 있었는데, 최신금고로 그의 지문과 홍채가 일치 되어야만 문이 열렸다.

띠리릭! 철컥!

그 비밀 금고를 열자 그 안에 금괴와 달러, 그리고 무기명 채권과 차명의 부동산 계약서들이 들어 있었다.

최문식은 여행용 가방 두 개에 그것들을 전부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밀 금고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을 다 챙기고, 그 가방들을 챙겨 든 최문식은 집을 나와, 대기 중인 그의 차에 올랐다.

두 개의 가방은 트렁크에 넣지 않고, 그가 탄 차 뒷좌석 그의 양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하긴 그의 가방에 든 게 돈으로 치자면, 얼추 천억도 넘으니 최문식이 그렇게 애주중지할 만했다.

“인천으로 가자.”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째든 해외로 튀려면 일단 인천으로 가는 게 답이었다.

만약 삼명家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비행기로 튀는 건 불가능했다.

당연히 그쪽에서 검경을 움직여서, 그에게 출국금지조치를 취해 놓았을 테니 말이다.

즉 인천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가까운 중국으로 가는 게 최선이었다.

그 다음 중국에서 제 3국으로 넘어가면, 일단 삼명家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를 태운 차가 인천에 들어섰을 때, 시체 처리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됐어?”

급하게 묻는 최문식. 시체 처리조의 대답 여하에 따라서 그가 탄 차가 계속 인천으로 갈지, 아니면 서울로 돌아갈지가 결정 될 터였다.

=호텔에 갔는데 이미 시체 처리가 끝나 있었습니다.

“뭐?”

=누가 먼저 손을 쓴 거 같습니다.

“누가?”

=그야 저도 잘....

최문식의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졌다. 대체 누가 백준열의 시신을 치웠단 말인가?

‘혹시 양태석이? 아니면 삼명家에서?’

경찰은 무조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세상이 난리가 났을 테니까.

그가 생각하는 어느 쪽이든 최문식에게는 좋은 쪽은 없었다.

만약 백준열의 시체를 가져 간 자가 목적이 있었다면, 벌써 그에게 연락을 취해 와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게 일절 없다는 게, 아무래도 의심 많은 최문식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알았다. 철수 해.”

시체 처리조와 통화 후, 잠깐 생각에 잠겼던 최문식이 결심한 듯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인천항으로 가자.”

“네. 형님.”

최문식을 태운 차는 그 길로 인천부두를 향해 내달렸다.

최문식은 지금 누군가 그를 잡기 위해서 덫을 놓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조용한 거고.

그걸 알면서 뭐 하러 그 덫이 있는 쪽으로 간단 말인가?

그냥 이대로 튀면 안전도 확보하고, 거기다가 평생 해외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재산까지 더불어 챙겨 나갈 수 있는데 말이다.

“중국으로 가는 밀항선 좀 알아 봐. 가장 빠른 편으로다가.”

최문식은 여유 있게 앞쪽을 향해 말했다.

“네. 형님.”

그러자 운전석 옆 조수석에 그 동안 최문식의 비서 역할을 쭉 잘해 온 조직원이 칼 같이 대답하고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라서 점심 먹고 오후에 뜰 수 있다고요? 네. 네. 그래서 오후에 제일 빠른 편은....1시 요? 알았습니다. 그럼 그 배 섭외 좀 해 놓으세요. 네. 지금 인천항으로 가는 중이니까 30분 뒤에 선착장에서 봅시다.”

통화를 끝낸 앞쪽 조수석의 조직원이 최문식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필 오늘 오전에 인천항 보건소에서 방역 작업이 잡혀 있답니다. 오늘 오전에 뜨는 배는 아예 없고, 오후에나 돼야 출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 가는 밀항선 중 가장 빠른 편은 1시라고 해서 일단 잡아 놓으라고 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뭐 어쩌긴 어째. 그거 타고 가야지 뭐.”

최문식은 그 말을 하며 차창을 열었다. 그러자 차가 인천에 들어와선지 차안으로 바다 짠 내가 물씬 풍겨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