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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아무래도 호주에서 크고 자란 에이미는, 애정 표현에 있어서 한국 여자들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호주 여자라고 해서 다들 에이미처럼 적극적으로 덤벼들진 않을 거다.
뭐 그만큼 내가 마음에 들었으니 이러는 거겠지.
“워워....에이미 진정해.”
격정적인 키스에 이어서, 현관에서 내 목과 턱을 아주 혀로 핥아 주시는 에이미 때문에, 자칫 내가 흥분할 소지가 충분했다.
어쨌거나 이 집에서 내 계획은, 일단 에이미와 같이 맛있게 저녁을 먹는 거다.
그 다음에 분위기 봐서 한 빠구리 하는 건데, 이렇게 바로 한 빠구리하고 시작하면, 모든 게 꼬이고 말 거다.
해서 나는 일단 흥분한 에이미를 자중 시키는 데 애를 썼다.
그 일환으로 그녀가 여태 만들어 온 음식을 상기시켰다.
“된장찌개 냄새 죽이는데? 잡채에 참기름 많이 넣었나 봐? 고소한 냄새가 아주 식욕을 자극하는 게....”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잘 만들었어. 준열. 빨리 손 씻고 와.”
음식에 대한 내 얘기가 에이미에게 직빵으로 먹혀들었다.
그녀는 역시 나와 당장 섹스 하는 것 보다, 지금껏 그녀가 정성껏 만들어 온 음식을 나에게 먹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곧장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에이미가 열일 중인 주방으로 들어갔다.
“와아....”
주방은....개판이었다.
어째든 된장찌개와 잡채는 완성 되어 있었는데, 싱크대를 비롯한 식탁까지 음식 재료들로 엉망진창이었다.
“밥은?”
내가 여기서 제일 중요한 밥 얘기를 에이미에게 꺼낸 건, 이 집에서 나는 여러 냄새 중에, 어째 밥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밥은 전기밥솥이....어머? 전기선이 빠져있네?”
아이고야. 다행이라면 이때에도 즉석 밥은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 집에 매주 한 번씩, 집 청소를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한 달에 한 번 씩, 교체해 주는 게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즉석 밥이었다.
라면이나 냉동식품, 통조림 같은 유통 기간이 긴 경우는, 그 기간 맞춰서 바꿔 두고 말이다.
즉 에이미가 음식을 다 망쳐도, 급하게 내가 차려 먹으려고 한다면, 한 끼는 무난히 해결 할 즉석식품들이 이 집에 있단 거다.
“즉석 밥 있으니까, 내가 지금 바로 데울게.”
“잘 됐다. 그럼 부탁 해요.”
에이미는 식탁에 있던 음식 재료들을 싱크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치우는 게 아니라, 쌓아두고 있는 셈이었다.
뭐 어째든 지금은 저녁을 먹는 게 중요하니까.
나는 전자레인지에 즉석 밥 두 개를 돌렸다. 그리고 에이미를 도우려고 그녀에게 다가 갔는데, 그때 그녀가 내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상 차릴 테니까. 준열은 거실에 있어.”
“그래도 내가 돕는 게....”
“아니야. 준열 일하고 왔잖아. 쉴 자격이 있어.”
나는 결국 에이미에게 등 떠밀려서 거실로 갔고, 거기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괜히 주방 쪽을 쳐다봤다.
그때 에이미가 자신이 만든 잡채를, 그릇에 옮겨 닮다가 내게 불쑥 물었다.
“준열. 개호구가 좋은 말이야? 안 좋은 말이야?”
보아하니 오늘 어디서 개호구 소릴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사실대로 얘기 해 주었다.
“안 좋은 말. 왜?”
“아, 아니. 안 그래도 개가 들어가서, 안 좋은 소리 같았어.”
“뭔데?”
“별 거 아냐.”
별거 아닌 거 같지 않는 데, 입을 꾹 다문 에이미는 절대 그 입을 열거 같지 않았다.
해서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뒀고, 그때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보유한 스킬 중 「개끗발」, 「개호구」 같은 역 스킬을 쓸 기회가 없었네.’
특히 「개호구」 스킬 같은 경우는 1Up까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때 내가 견신 시스템을 생각해서 일까? 시스템이 내 눈앞에 상태창을 떡 하니 띄웠다.
[이름: 백준열(Lv5)]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2Up), 「개좆」(Up)], 「개목걸이」(1Up), 「개코」(Up), 「개방울」(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1Up)
[인벤토리: 개톤백(In)
[특성: 개(3차UP진행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10]
“아아....”
나는 왜 견신 시스템이 상태창을 띄웠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2차 업그레이드까지 완료 되었던, 개 특성이 3차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에 있었다.
그러면서 견신 시스템이 한 가지 팁을 주었다.
‘그러니까 개 특성이 3차 업그레이드가 되면, 특성 하나가 더 늘어난다는 거로군?’
현재 내가 보유중인 개 특성은 모두 6가지였다. 그런데 거기 하나의 특성이 더 늘어난다니 그게 뭘지 궁금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역 스킬인 「개끗발」, 「개호구」를 지금이라도 당장 써먹어야겠다 싶었다.
알다시피 내가 과금 하거나 포인트로 구입한 물질 아이템이 아닌, 능력 아이템의 경우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바로 쓸 수가 있었다.
‘어디 나한테 호구 노릇을 하면, 덕이 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큰 형과 작은 형이었다.
‘좋아. 그 둘에게 먼저 「개호구」 스킬을 써 먹자.’
그러자 바로 견신 시스템이 경고를 보내 왔다.
-「개호구」 스킬은 하루 한 명에게 만 쓸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내 생각이 싹 바뀌었다.
당장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개호구」짓을 해 주면 좋을 사람이, 누군지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으음....”
최근 나와 척을 지게 된 사람들이, 빠르게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 중에서 가장 신경 거슬리는 사람이랄까? 그런 사람이 하나 있긴 했다.
‘서지현 사모님!’
백준열의 기억에서도, 그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었다.
그런 그녀가 딸인 백지연 때문에, 나와 제대로 척을 지게 되었다.
아마 지금 그녀는 나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거나, 아님 벌써 무슨 조치를 취해 놨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뭔지 모르니 일단 그녀에게 「개호구」스킬을 걸어 놓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또 촉이 괜찮은 편이다.
‘좋아. 결정했어.’
나는 서지현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개호구」스킬을 걸겠다고 속으로 말했다.
-당신이 생각한 서지현에게 「개호구」스킬이 적용 됩니다.
그렇게 서지현 사모님에게 「개호구」스킬 쓰고 나자, 바로 한 사람이 더 생각이 났다.
바로 서지현 사모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뻐꾸기 백지연 말이다.
서지현 사모님 만큼이나 뻐꾸기 소리를 한, 내가 얼마나 얄밉겠나?
하지만 당장 그녀에게는 「개호구」스킬를 쓸 수가 없다.
그러나 몇 시간 뒤에는 또 얘기가 다르다.
오늘 자정을 넘기면 내일이니까.
어차피 오늘도 나는 자정을 넘겨서 잘 것이 확실했다.
임연수의 집에 가면, 그녀와도 한 빠구리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럼 자정은 넘길 테고, 그때 백지연에게도 「개호구」스킬을 걸면 될 것이다.
그 엄마인 서지현 만큼이나, 백지연도 백준열의 기억에는 예측이 어려운 여자인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리고 쓰는 김에 「개끗발」스킬도 그냥 썼다. 누구에게 썼는지는....
-당신이 생각한 XXX에게 「개끗발」스킬이 적용 됩니다.
* * *
너무 「개호구」, 「개끗발」스킬 쓰는 데 집중한 탓일까?
에이미가 날 부르는 소리도 못 들었다. 그랬더니 에이미가 직접 주방에서 나왔다.
“준열. 뭐해?”
“어?”
“뭘 그리 깊게 생각해?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아아. 미안. 생각 할게 좀 있어서.”
“뭔 생각?”
살짝 걱정스런 얼굴로 날 보며 묻는 에이미.
그 모습이 귀여워서 진짜 내가 생각 중인 걸 말 할 뻔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다.
“으음. 에이미 생각?”
“푸웃! 준열. 날 소름 돋게 만들었어.”
그 말을 하며 에이미가 자신의 팔뚝을 내게 보여줬는데, 진짜 거기 소름이 돋아 있었다.
“에이미. 너 신기한 재주가 있구나?”
“에? 이것도 재주라고?”
보통 사람에게는 그냥 신기하다 정도 일 수 있지만, 이게 연예인이라면 나름 개인기로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는 재주였다.
“근데 난 왜 찾았어?”
나는 슬쩍 화제를 돌리며, 내 앞의 에이미에게 손을 내뻗어서 그녀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에이미가 순순히 내게 손목을 잡혀 주며 대답했다.
“식사하자고.”“그래? 그럼 식사하기 전에, 애피타이저 좀 맛볼까?”
그 말을 하며 내가 에이미의 손목을 끌어당기자, 그녀가 그대로 내 품에 안겨 왔다.
“어머!”
놀란 얼굴로 내 품에 폭 안긴 에이미. 그런 그녀가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준열. 미안. 애피타이저는 준비 못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있는데.”
“뭐?”
“나한테 최고의 애피타이저는 너야. 에이미.”
“이힉!”
나는 내 품에 안긴 에이미의 양쪽 팔뚝에 소름이 돋는 걸 확인하고는 웃으며, 그녀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그렇게 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 에이미와 나눴던 그 열정적인 키스를, 이제는 내가 그녀에게 퍼부었다.
“아하아....준열....하아....찌개...아흑....식어....하앙....우리 밥 먹고 하자....응?”
이번에는 에이미가 잘 참으며, 식후 빠구리가 예약되었다.
나는 애무 중이던 에이미의 목에서 입술을 떼고, 주물럭거리던 에이미의 젖가슴에서 손을 빼내며 대답했다.
“그래. 먹고 하자.”
그렇게 나와 에이미는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다는 듯 꼭 붙어, 거실에서 주방까지 이동했다. 근데 식탁에 앉기까지 10분이 더 걸렸다.
거리로는 채 십여 미터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 * *
대통령 별정직 국가공무원 하동훈.
그는 어제 늦도록 술을 마시고 잔 탓에, 아침에 겨우 일어났다.
“여보. 무슨 일 있어요?”
“아냐. 그냥 술이 당겨서 마시다 보니 좀 과음한 거야.”
그의 아내는 그런 그가 어지간히 걱정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부랴부랴 북엇국도 끓였고.
덕분에 해장을 잘해 속 풀고서, 출근길에 오른 하동훈.
“서지현이 대통령님한테 얘기를 잘 한 건지 모르겠네.”
바로바로 연락을 해주면 좋으련만, 서지현은 그쪽으로는 많이 무딘 여자였다.
그때 서지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오!”
운전 중이지만 하동훈은 기뻐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어어. 자기야.”
하동훈은 서지현을 대 놓고 자기라 불렀다. 그녀가 그렇게 부르는 걸 좋아해서 말이다.
=동훈씨. 문제가 생겼어.
“문제?”
평소와 달리 진지한 어조의 서지현에, 하동훈도 바로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막내가 지연이 백 회장 핏줄이 아닌 걸 알아버렸어.
“뭐? 그, 그래서?”
=날 겁박했어. 그 새끼 그냥 둬선 안 되겠어.
“대통령님께서는 뭐라셔?”
=아빠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쪽 같아. 아무래도 백 회장 눈치를 보는 거겠지. 늙었어. 예전에 내가 알 던 그 아빠가 아니야. 그래서 말인데. 동훈씨가 손을 좀 써 줘야겠어.
“내가?”
=그쪽으로 아는 애들 있잖아?
서지현이 말하는 게 무슨 소린지 모를 하동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인도 아니고, 재벌가의 자식을 손댄다는 건, 하동훈으로서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일은 후환이 염려되기 때문에, 한 번 손을 대면 반드시 끝장을 봐야했다.
즉 그 일로 피를 보는 순간, 하동훈은 삼명그룹과 척을 지게 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삼명그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잘 살 수는 없었다.
즉 하동훈도 짐 싸서 가족들 데리고, 이민가야 한다는 소리다.
“일단 내가 대통령님 만나보고 다시 연락 할게.”
=아빠는 틀렸다니까!
“어르신께서도 생각이 있으시겠지. 날 봐서 조금만 참아 봐.”
=알았어. 그럼 동훈씨 봐서 점심때까진 참아볼게.
성격 급한 건 알았지만 서지현이 이렇게 무대뽀로 나오자, 하동훈의 이마에도 그만큼 많은 주름이 잡혔다.
서지현과 통화 후 10여분을 더 운전한 하동훈의 눈앞에, 청담동에 위치한 전前 대통령인 서재국의 사저가 보였다.
사저 근처에 차를 대고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그를 확인하고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하동훈은 곧장 사저 안으로 들어가서, 이 시간이면 서재에서 신문을 읽고 있을 서재국을 보러 갔다.
똑똑!
“들어와.”
그가 노크하자 서재국의 대답이 서재 안에서 바로 들려왔다.
하동훈은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각하!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하동훈이 웃으며 서재 응접 소파에 앉아 있는 서재국에게 다가가자, 서재국이 읽던 신문을 접고 끼고 있던 돋보기안경을 벗었다.
그 말은 하동훈에게 바로 할 말이 있다는 제스처.
하동훈은 서재국과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서서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마치 예전 학생이 선생님께 훈교라도 듣겠다는 듯 말이다.
그런 그에게 서재국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지현이하고 통화했지?”
“네. 각하.”
서재국은 각하란 말을 듣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하동훈은 그와 둘이 있을 때면 꼭 그를 각하라 지칭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이 서재국의 귀에 거슬린 모양이었다.
“그 각하는 빼고.”
“네.”
“그래서 어쩔 셈인가?”
“각, 아니 어르신의 조언을 듣고자 합니다.”
“내 조언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서재국. 그가 매섭게 하동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은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건가?”
그 물음에 하동훈은 일고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그러자 서재국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당에 얘기해 뒀어. 경북 영천에 공천 후보에, 자네 이름이 올라 가 있을 거야.”
“감, 감사합니다.”
“함종도 의원 알지?”
“네.”
“함 의원 찾아가면 특별히 신경 써 줄 거야.”
“어, 어르신....”
“됐어. 그 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 훨훨 날아 봐. 그리고 지현이 한데 잘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가 봐.”
“네.”
하동훈은 깊숙이 허리 굽혀 서재국에게 인사를 하고, 서재를 나서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