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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마치 영화의 그 장면이 눈앞에 선한 듯, 자신의 감상평을 자세히 얘기하는 송명철을 보고 물었다.
“영화 좋아하나 봐요?”
“네. 뭐....사실은 그래서 이 회사 다니는 겁니다.”
매일 유명 영화감독을 비롯해서 그 스태프들, 그리고 탑 급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이곳이 좋아서, 송명철은 일부러 JYB엔터 대표인 내 경호팀원이 된 거란다.
뭐 좀 감동적이긴 하다.
“직접 스태프가 되거나 배우가 될 생각은 없고요?”
내가 그렇게 묻자, 송명철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영화 아무나 찍나요. 저는 그저 보는 게 좋습니다.”
“글쎄요?”
하지만 나는 송명철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왜냐? 그에게서 여러 가지 좋은 냄새가 나서 「개눈깔」아이템의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 능력을 통해 살펴 본 결과, 송명철의 몸에서 오색 오러가 선연히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 견신 시스템을 통해 알아 봤더니, 그 분석 결과 송명철이 액션 스타로 성공할 재능을 가지고 있단다.
실제 그 재능의 일부가 개화 되어서, 지금 경호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고.
견신 시스템의 말대로라면, 송명철은 당장 액션 배우를 시켜야 맞았다.
하지만 본인이 싫다는 데,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뭐 그래도 대표로서 언제고 한 번은, 강권까지는 해 봄직했다.
“내가 볼 때 송명철 요원은, 액션 배우가 어울려요. 뭐 경호요원이니 무술이야 기본적으로 잘 할 거고. 특히 장점은 말할 때 딕션이 빼어나고, 발성은 아예 타고 났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아니에요.”
나의 거듭 된 칭찬에, 송명철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치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 자리가 송명철 칭찬하러 부른 자리가 아닌 만큼, 원래 대화의 주제로 이내 돌아가야 했지만.
“나는 그 자들이 차은석 부문장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차 부문장도 마찬가지겠지요?”
“네. 절 가만 둘 사람들이 아니죠.”
“해서 그들이 차 부문장을 망쳐 놓으려는 만큼, 그들도 망가져야 한다는 게 내 뜻입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하아. 잘 모르겠어요. 이럴 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게 맞겠지만, 정작 법을 집행하는 그들이, 법을 악용해서 저를 해치려는 지금, 제가 뭘 어째야 할지 말이에요. 그래서 비겁하지만 대표님에 이 일을 위임하려는 거고요.”
“전혀 비겁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자기 할 일이란 게 있으니까요. 군인이 나라를 지키듯, 그런 자들은 내가 차 부문장 보다, 더 잘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맡는 거니 부담가질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다가, 살짝 이자를 얹는 대처에 찬성하는 거죠?”
“네. 대표님 뜻대로 하세요.”
차은석의 허락을 받고, 나는 그녀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은, 경찰 고위 간부들인 오재수와 정재욱의 처리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이번 처리는 보는 눈이 있으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되어야 했기에, 좀 더 까다롭게 일 처리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게 내 일이고, 그걸 처리하는 것은 처리자 에이전시의 김훈 대표의 몫이었다.
‘전경일 처리에 이어서, 그가 해줘야 할 일이 또 생겼네.’
나는 차은석, 송명철과 얘기를 나누면서, 핸드폰으로 김훈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김훈 대표에게 바로 답 문자가 날아왔다.
[일이야 많을수록 좋죠. 처리해야 할 자들 신상 파일 보내 주십시오.]
역시 시원시원한 김훈 대표.
나는 차은석, 송명철과 얘기를 대충 매조지 짓고, 내 자리로 돌아가서 곧장, 김훈 대표에게 두 고위 경찰 간부 오재수와 정재욱에 대한, 신상 파일을 메일로 보냈다.
* * *
고대 바빌로니아의 6대 왕인 함무라비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법전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최초의 성문법으로 인정되는 함무라비 법전이다.
그 내용은 바빌로니아의 신(神)인 마르두크의 신전 앞에 세운, 돌기둥에 쐐기 문자로 새겨 졌는데, 무역과 세금에 관련된 경제법과 혼인, 노예, 채무 등과 관련된 민법, 그리고 절도나 폭행에 관련된 형법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 특히 형법 처벌과 관련된 '이에는 이', '눈에는 눈'('An eye for an eye', 'a tooth for a tooth')는 문구가 나온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하냐하면, 백준열이 바로 함무라비 법전을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이 문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에다가 개인적인 악감정까지 살짝 얹어서, 지금껏 꽤 많은 사람들을 실종 시켜 온 백준열이었다.
그의 그런 행태에 대해, 내가 백퍼센트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려면, 백준열 식으로 무자비한 일처리도 필요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건데, 그걸 일일이 다 허락을 맡고 도덕적 잣대로 검증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고위 경찰들의 차은석 인생 망치기 프로젝트였다.
그 기획자는 강남경찰서 수사 2부의 오재수 경감이었고, 그 승인자는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인 정재욱 경무관이었다.
둘 다 경찰로서는, 로열로드를 타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고위 경찰 간부들이었다.
그런 자들이기에, 이건 더 말이 안 되는 짓거리였다.
국민과 법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그 국민을 상대로 치졸한 복수극이나 펼치려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본말이 전도된 일은, 강남경찰서장인 강주엽 총경이 내게 보낸 메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점심 먹고 회사로 가는 길에, 오늘 들어 온 문자를 재확인하다가, 발견한 강주엽 총경의 문자. 그 문자에 차은석을 누군가 노린다고 되어 있었다.
그 노리는 자들이 누군지는, 내 메일에 보내놨다고 했고.
그래서 회사 대표실에 들어가자 내 메일부터 확인했는데, 거기에 강남경찰서의 오재수 경감이 서울경찰청의 정재욱 경무관에게, 차은석에 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과 함께, 차은석과 두 고위 경찰 간부 사이의 악연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이 되어 있었다.
딱 봐도 두 고위 경찰 간부들이 뭘 할지 감이 잡혔다.
특히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인 정재욱에 대해, 강주엽 총경은 상당히 편협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그가 차은석을 그냥 두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그대로 당사자인 차은석에게 밝혔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가 뭘 어떻게 해 주면 좋을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그에 대한 처리를, 내게 위임하겠다고 했다.
역시 영리한 차은석 답다고 할까?
하긴 두 경찰 고위 간부들을 상대하기에, 그녀는 지금은 힘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힘이 있었고, 그 둘을 찍어 누를 만했다.
물론 두 경찰 고위 간부 중에, 현 경찰청장의 아들이 끼어 있었다.
정세현 경찰청장.
백준열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원래는 친 삼명그룹 쪽 사람이었다.
그래서 삼명그룹이 그의 도움을 꽤 받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금도그룹에도, 한 다리를 떡하니 걸치고 있었다.
탐욕이 너무 과한 인물이었다. 나름 제대로 한 탕하고 경찰 생활 청산할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나? 그게 밝혀지면서, 현재는 삼명그룹의 눈 밖에 제대로 난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곧 교체 될 것이 유력한, 지는 해요, 쇠약한 호랑이였다.
그런 이빨에다가 발톱까지 다 빠진 호랑이는, 내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꼴에 호랑이랍시고 설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나 속아주지, 당장 강남경찰서장인 강주엽 총경만 해도, 내게 척척 그 아들을 잡을 증거 자료를, 이렇게 대 놓고 보내주고 있지 않은가?
정세현 경찰청장에게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남아있었다면, 어디 감히 강주엽 총경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었겠나?
그 두 고위 경찰 간부에 대한 처리는, 김훈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처리자 에이전시가 무조건 사람을 죽이는 곳은 아니었다.
어떨 때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목표한 사람을 파멸 시키는 드라마틱한 일도 했다.
아마 이번 일이 그런 식으로 처리 될 거 같았다.
경찰 고위 간부인 경찰청장 아들이 무고한 국민을 사찰하고, 치졸하게 복수극을 준비했는데, 그게 세상에 우연히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되는, 뭐 그런 시나리오의 드라마가 연출 되지 않을까 싶었다.
‘김훈 대표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나야 제작자로서 지원만 잘해주면 됐다.
나머지는 김훈 감독이 연출하고, 그의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괜찮은 드라마 한 편을, 만들어 나가면 될 일이었다.
* * *
서울시의원 전경일은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자기 아내를 대 놓고 욕했다.
“더러운 쌍년 같으니라고. 뭐? 나보고 알아서 해?”
자기가 잘했다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가 자기 배에서 직접 낳은 아들이지 않은가?
그런 아들이 실종 됐다는데 하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두철이가 외박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그 나이 남자 애들은, 그냥 놔두면 다 알아서 집으로 기어들어오게 되어 있어. 괜한 오지랖 떨지 마. 누가 보면 자기가 진짜 자상한 아빤 줄 알겠네.
“뭐? 하아....그래서 너 지금 어디야?”
-그건 알아서 뭐하게? 나도 내가 알아서 집에 들어갈 테니까 전화 하지 좀 마.
“이봐. 두철이 엄마. 정말 우리 두철가 납치를....”
-아 몰라. 잘난 당신이 다 알아서 해.
뚜뚜뚜뚜뚜뚜.....
그 뒤 전경일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그의 아내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진짜 남자에게 미쳐서 집 나간 마누라는, 어떻게 답이 없었다.
전경일은 이번 일만 해결 되면, 당장 마누라와 갈라서기로 했다.
국회의원 한번 되어보겠다고, 가정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당장 아들 놈 때문에, 그가 일생을 바쳐 일궈 온 경일건설까지 넘겨야 할 판이었다.
국회의원은커녕, 당장 서울시의원도 내려놓고, 지방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여생을 살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랬기에 지금 이 자리에도 나올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JYB엔터 M&A팀의 채수민 팀장이라고 해요.”
“아네. 전경일입니다.”
“이쪽은 저희 회사 법무 팀 장종훈 변호사시고....”
개새끼 백준열은 아주 작정을 하고, 자기 회사 인수합병 전문가들을 전경일에게 보내왔다.
전경일로서는 이렇게 손 놓고, 속수무책으로 자기가 평생 일궈 온, 경일 건설을 백준열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다 됐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
그렇게 볼일 다 보고 나자, 누가 개새끼 백준열 밑에 직원 아니랄까, 채수민 팀장이라는 여자가 진짜 싸가지 없게 말했다.
“하아....”
전경일은 허탈한 얼굴로 그 자리를 나섰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아들인 전두철이 돌아오면, 녀석을 데리고 바로 그의 고향인 충북 옥천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딩동! 딩동!
그때 누가 초인종을 눌렀고, 전경일은 그게 전두철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네? 가스 점검이요?”
그냥 내일오라고 하려다가, 오늘 옥천으로 가면 아예 가스 점검을 못 받을 수도 있었다.
해서 전경일은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2명의 가스 안전점검 요원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먼저 가스검침기가 있는 주방 쪽으로 향했다.
전경일은 그것만 확인하고,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그 가스 안전점검 요원 중 하나가 몸을 돌려서, 전경일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 온 것은 몰랐다.
“우웁!”
잠시 뒤 그 가스 안전점검 요원이, 손수건으로 전경일의 입을 가렸다.
전경일은 경황 중 숨을 쉬었고, 그 손수건에 묻어 있던 마취제에 취해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기절한 전경일을 가스 안전점검 요원들은, 들것에 싣고는 곧장 집을 나섰다.
그러자 집 밖에 사설구급차가 대기 중이었다.
그 구급차에 전경일을 실은 뒤, 가스 안전점검 요원들은 일체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그 구급차가 큰 길에 접어들기 전까지, 그 주변 CCTV카메라들이 죄다 망가져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부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구급차가 떠나고 나서,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바로 투입 된 CCTV설치 기사들이, 그 망가진 CCTV카메라를 원상태로 전부 다 복구해 놓았다.
그러니 그걸 두고 문제 삼는 사람은, 그 동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JYB엔터 대표의 갑작스런 호출에, 경영기획지원팀의 박영수 과장은, 대표실이 있는 8층으로 올라갔다.
거기 대표실 옆의 한 회의실에는 오늘 같이 점심을 먹은, 배 상무를 따르는 일파 직원들이 먼저 와 있거나, 박 과장과 같이 막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뭐지?”
“왜 우리만 따로 모이라고 한 거야?”
“혹시 상무님이 우리한테, 따로 할 말이 있어 부른 거 아닐까?”
“그게 왜 여기냐고? 5층에도 회의실 있는데.”
“그건 또 그러네.”
“그리고 분명 대표님 호출이랬어.”
대표가 왜 그들을 부른지를 두고, 배 상무 파 직원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였다.
새로 온 부 대표란 작자가 나타나서,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진 배 상무와 대표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이, 박영수 과장의 귀에도 똑똑히 들려왔다.
“하아....”
박영수 과장은 기가 찼다. 자신의 롤 모델로 여길 정도로 따랐던 배 상무가, 알고 보니 진짜 나쁜 놈이었다.
그래서 박영수 과장도 자신이 아는, 회사 외적으로 배 상무가 저지른 비리를 밝히고, 회의실을 나섰다.
“C발....”
하지만 경영기획지원팀으로 돌아가자마자, 그가 해야 한 일은 바로 사표 쓰고 짐 싸는 거였다.
그나마 백준열 대표가 아량을 베풀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표가 아닌 사직을 당했을 거고, 조사를 핑계로 계속 검경에 불려 다녀야 할 신세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때 박영수 과장의 시선에 비어 있는 자리가 보였다.
“조하나 대리.”
그러고 보니 오늘 무단결근 한, 조 대리였다.
하지만 그로인해 그녀는 이렇게 당장 잘리지는 않았다.
“조 대리는 역시 운이 좋아.”
물론 조 대리가 배 상무 일파였다는 건 다른 직원들도 아니까, 결국에는 조 대리도 버티지 못하고 잘릴 테지만.
어째든 짐 싸 들고 당장 나가야 하는 박 과장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