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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116화 (11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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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양태석은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했다.

이럴 때 일수록, 그는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성격이었다.

그게 싸움이 됐던, 아니면 일이 됐던지 간에. 그는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무조건 그걸 계속했다.

근데 그게 이번에는 빠구리였다.

강남의 유명 룸빵에서 그가 직접 고른 미인과, 그는 새벽까지 그 짓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아하아아악....오빠....그, 그만해요....하흐흑....이러다 죽어....앙앙앙앙....”

여자도 양태석이 무리를 한다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게 또 적극적으로 말리기 뭐한 게, 여자 입장에서 이런 절륜한 남자를 만나기 어디 쉬운가?

그래서 섹스는 계속 되었고, 날이 밝아 올 무렵 결국 여자가 먼저 떡 실신을 하고 나자, 양태석도 그제야 지쳐서 뻗어버렸다.

“으으으으....”

그 뒤 양태석이 정신을 차렸을 때, 날이 훤했고 시간도 벌써 10시였다.

“이런....”

기겁한 양태석이 몸을 일으켜서, 제일 먼저 찾은 건 그의 핸드폰이었다.

그의 짐작대로 핸드폰에는, 백여 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그래도 신기한 게 아침 8시쯤에 그가 무의식중에, 잠에서 깨지 않은 몽롱한 상태로, 문대식에게 전화를 했단 점이었다.

그때 그가 한 말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양태석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습관이나 버릇이 무섭다는 게, 이래서 그런 모양이었다.

오늘 정시 출근이 불가능하다 싶었던 양태석이, 문대식에게 출근이 늦을 거 같다며 백 대표님께 말씀 좀 잘 드려 달라고 말을 한 것이다.

문대식은 조폭인 양태석을 그냥 싫어했다.

그건 음과 양이 다르고,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이치와 같았다.

양태석도 더러운 일, 피 보는 일을 꺼리며 고상한 척, 백준열 대표 경호만 하려는 문대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도 하나 정도는 있었다.

바로 상남자라는 것.

적어도 그들은 서로를 시기, 질투하지는 않았다.

또 있는 그대로 서로를 대했고.

아마 문대식이라면 백준열 대표한테 자신이 말한 그대로, 왜 늦는지 얘기를 했을 것이다.

양태석은 곧장 몸을 일으켜서,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아!

시원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자, 번쩍 정신이 든 양태석은 옷을 챙겨 입고 호텔을 나섰다.

그와 함께 잤던 여자는 계속 침대에 뻗어 있었지만, 그녀 얼굴도 자세히 한 번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의 번뇌를 해소 시켜 주느라 밤새 고생 많았던 여자지만, 그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자 일뿐이었다.

그의 여생에서 이제 더 이상 여자와 엮이는 일은 없었다.

냉정하지만 양태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을 나왔다.

그와 같이 여기 호텔로 들어 온 두 동생들에게 전화라도 할까하다가, 그게 괜히 잘들 자고 있는 녀석들을 깨우는 짓이 될까봐 그만 두고, 양태석은 호텔 입구에 줄 지어 늘어 서 있는 택시 중 하나를 타고, JYB엔터 본사로 향했다.

만약 동생들 중 하나라도 깼다면, 그를 챙기려 먼저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근데 아직 그들에게 전화 한통 걸려오지 않았다는 건, 그들이 지금까지 계속 뻗어 자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들은 새벽 3시가 넘어서까지 술을 마셨고, 거의 고주망태가 된 상태로 여자들과 같이 호텔로 갔었다.

양태석이 그랬듯이 그들도 아마 날이 밝을 때까지, 여자와 그 짓을 했을 거다.

특히 여자라면 환장하는 손대명이라면, 지금까지도 여자와 떡을 치고 있을지도 몰랐다.

“에이. 설마....”

여자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는 정준호야, 적당히 여자와 한 번 정도 빠구리하고 잤을 테니, 지금쯤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고.

그때 양반은 못 될 모양이다. 정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어. 준호야.”

=일어나셨군요. 저도 막 일어났습니다. 호텔입니까?

“아니. 출근 중이다.”

=해장도 못하시고....

“괜찮아. 너나 해장 잘 해. 아아. 대명이 데려 가.”

=크음. 그 새끼....지금까지 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정준호가 손대명을 챙기려 한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둘이 호텔에서도 거의 붙어서 움직였으니, 쓰는 방도 근처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크크크크. 새끼. 여전하네. 뭐 거시기가 아직 살아 있어 다행인 건가?”

=그게 사람 새낍니까? 물개지. 옆방인데 시끄러워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모든 게 척척 양태석의 예상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손대명과 정준호가, 서로 붙은 방을 쓴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대명이는 오후나 돼야 체크아웃 할 거 같네. 너 먼저 나가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어제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잘 챙길 테니 형님께서는 그분 잘 챙기십시오.

“그래. 우리 다시 산다고 생각하고, 멋지게 한 번 살아보자.”

=네. 형님.

어제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백준열 밑에서 제대로 한 번 멋지게 살아보다가 죽자고 말이다.

이제는 자신이 진심으로 모셔야 할 백준열을 보러 가는 이 길이, 양태석에게 있어 어째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백준열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바뀌어서 그런 것 같았다.

요즘 같은 백준열이라면 믿을 만했다.

그래서 태천파가 아닌 백준열 쪽으로 더 마음이 기운 것이었고.

만약 최근 백준열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마 양태석은 태천파와 같이, 끝까지 그 명운을 함께 했을지도 몰랐다.

“제발....이대로만 쭉 갑시다. 백준열 대표!”

택시 차창을 바라보며, 양태천이 자신의 바람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 *

정민지는 시간 맞춰서 JYB엔터 본사로 출근했다.

평소 그녀는 그 등장만으로도, 뭇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정도로 정민지의 외모는 어딜 가나 빛이 났으니까.

하지만 JYB엔터 본사 사옥에 들어서자, 그녀를 집중해서 쳐다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헉! MP4의 다희다.”

오히려 정민지의 눈이 홱홱 돌아갔다.

“저긴 조인손?”

남자 배우 중에서 외모만 놓고 따졌을 때,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바로 조인손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과 190cm에 가까운 큰 키와 모델 비율을 지닌 그는, 실제로도 모델 출신이기도 했다.

그런 조인손이 그녀 앞을 지나가고, 또 다른 유명 연예인들이 속속 JYB엔터 본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그제야 정민지도 자신이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 중 한 곳에 와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때 안내 데스크에 있던, JYB엔터 직원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왜냐하면 딱 봐도 그녀가 처음 여기 온 티를 팍팍 내고 있어서 말이다.

만약 약속이 있어 온 거라면, 그녀를 안내해 주는 게 그 직원이 해야 할 일, 맡은 바 소임이었으니까.

“저기.... 어떻게 오셨나요?”

“네? 아아. 저 오늘부터 여기 대표실 경호팀에서 일하게 됐거든요.”

“대표실 경호팀이요? 연예인이나 지망생이 아니라요?”

안내 데스크의 JYB엔터 직원이 정민지의 말에 놀라, 그녀를 새삼스럽게 쳐다봤다.

그럴 것이 외모만 놓고 봤을 때, 정민지는 분명 연예인 급이었다. 그런데 대표실 경호팀원이라니....

하지만 본인이 그렇다는데 어쩌랴.

안내 데스크의 JYB엔터 직원은 곧장 대표실 경호팀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대표실 경호팀에서 즉시 사람을 내려 보냈다.

“정민지씨?”

“네.”

“따라 오세요.”

백준열 대표 직속 경호팀은 따로 인사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 일을 위해 정민지는 대표실 경호팀의 사무실로 향했고, 거기서 직원 등록을 해야 했다.

“다 끝났습니다. 정민지씨는 이제부터 JYB엔터테인먼트 대표실 경호팀 소속 직원입니다. 정규직원으로 4대 보험 적용이 되시며, 급여 통장으로 매달 월급이 지급 될 겁니다. 저기서 사진 찍으시면 바로 사원증이 나올 겁니다.”

정민지는 대표실 경호팀원이 시키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진짜 5분도 되지 않아 그녀의 사원증이 나왔다.

“자아. 걸어 보세요.”

정민지는 대표실 경호팀원이 건네는 사원증을 목에 걸었는데 그거 하나 걸었다고 소속감이 생긴달 까? 생전 처음 접하는 이 묘한 기분이 정민지의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대표님 오시면 인사드리고 경호팀원으로 일하시면 됩니다.”

그녀가 JYB엔터 백준열 대표의 경호팀원이 되는 데, 필요한 준비 과정이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드디어 끝이 난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8층에 위치한 대표실로 향했고, 그곳 비서실 안에서 백준열 대표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정민지?”

이 세상에서 그녀가 제일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인물이, 그녀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형, 형부?”

바로 죽은 그녀 언니의 남자. 양태석이 왜 여기 있다는 말인가?

* * *

양태석은 처음 자신이 헛것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어째든 백준열 대표보다 먼저 JYB엔터 본사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대표실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이미 죽은 그의 연인 정민숙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 일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몇 번 눈을 깜빡 거리며 자세히 그 여자를 봤더니, 정민숙이 아닌 그녀의 여동생인 정민지였다.

순간 김훈 대표가 전에 전화로 그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김훈. 그 새끼가 기어코....’

아무래도 김훈 대표가, 정민지를 백준열 대표에게 소개 시킨 모양이었다.

호색한인 백준열 대표야, 좋다고 정민지를 자기 여자로 받아드렸을 것이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순간 꼭지가 돌아버린 양태석. 그는 완전 이성을 잃고 정민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따라 와.”

“형부. 왜 이러세요?”

다른 남자 같았으면 자기 손목을 덥석 잡는 남자를, 벌써 바닥에 매다 꽂았을 거다.

하지만 상대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언니가 죽기 직전까지 사랑한 남자였고, 정민지도 한 때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손목이 잡힌 채, 대표 비서실에서 끌려 나간 그녀는, 순순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양태석과 같이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타!”

양태석은 자신의 차에 무조건 정민지를 태우려 했다.

딱 봐도 여기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것까지 정민지가 들어 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여긴 오늘부터 그녀의 직장이니까.

직장을 마음대로 이탈하는 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었다.

“양태석씨!”

여기까지 끌려 올 때까지 한마디도 없었던 정민지.

그런 그녀가 양태석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움찔하며 정민지를 쳐다보는 양태석.

그런 그에게 정민지가 말했다.

“정신 차려요.”

“뭐?”

“언니 잊으라고 했잖아요?”

정민지의 입에서 ‘언니’란 말이 나오자, 양태석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갑자기 얼굴이 시뻘게졌다.

“형부!”

놀란 정민지가 양태석에게 뛰어가고, 숨이 안 쉬어지는 지 자신의 목을 잡고 괴로워하는 그를, 정민지가 익숙한 손길로 바닥에 눕힌 뒤, 고개를 뒤로 젖혀 최대한 기도를 확보해 주었다.

“허억....허억....헉, 헉, 헉....”

그러자 이내 양태석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빨갛다 못해 시퍼레지던 얼굴색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몇 분 뒤, 양태석은 주위 시선을 의식해선지, 정민지보고 일단 차에 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먼저 차에 타자, 정민지도 순순히 차에 탔다.

“....”

하지만 막상 차 안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만 흐를 뿐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긴 침묵을 깬 건 역시 양태석이었다.

“고맙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왜 제 앞에 나타나셨어요?”

정민지의 그 말에 양태석이 피식 웃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네가 내 앞에 나타난 거다. 나는 이미 일 년 전부터 여기 백준열 대표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었으니까.”

“운전기사요? 형부가요?”

양태석이 누구던가? 태천파의 2인자다.

그런 그가 누구 운전기사나 하고 있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린가?

자신의 말에 황당해 하는 정민지를 보고, 양태석이 그간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자 정민지도, 저간의 사정이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군요. 전 형부가 누구 밑에서 일할 거란 생각은 해 본적이 없어서....”

“네가 처리자 에이전시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많이 놀랐다.”

정민지는 양태석과 달리 자신이 처리자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 정당성에 대해서 짧게 언급했다.

“군에서 제대하고, 저랑 맞는 일을 찾느라 한동안 고생 했어요. 그러다 알게 됐죠. 저한테 딱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처리자 에이전시라는 걸요.”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양태석은 정민지를 잘 알았다.

그녀가 밝은 성격이지만 진중한 면도 있다는 걸.

아마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했을 테니, 더는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양태석이 걸리는 부분은....

“우리 대표님은 만났고?”

“네. 어젯밤에 저희 대표님과 같이 만났어요.”

“그래서 어때?”

“뭐가 어때요?”

“....”

여자라면 환장하는 백준열 대표다.

그런 그가 어젯밤에 정민지를 만났으면, 그녀를 가만 뒀을 리 없었다.

하지만 정민지의 표정은, 양태석이 딱 봐도 어젯밤에 백준열 대표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지례짐작하게 했다.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만 개가 똥을 끊지, 백준열이 미인을 그냥 둔다고?

양태석이 복잡 미묘한 눈으로 자신을 계속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정민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제가 신경 쓰이시면, 오늘 백 대표님한테 말할게요. 대표님 근접 경호 말고 다른 경호 업무를 맡겠다고 말이에요.”

정민지의 말에 양태석이 눈매를 좁히며 추궁하듯 물었다.

“뭐? 근접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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