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12화 (112/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배창석은 당연히 황치국의 전화를 안 받았다. 아니 받을 수가 없다.

이미 두 손에 수갑이 채여서, 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걸 모르는 황치국은 괜히 자기 입술만 질겅거리다,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지자 지하실 바닥에 침을 뱉었다.

“퇫! 퇫! 에이 씨....”

괜히 피를 본 황치국. 그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해서 10분 쯤 시간이 지나서, 또 배창석에게 황치국이 전화를 걸었다.

한데도 배창석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10분 간격으로 집요하게 전화를 걸기 했는데, 역시나 한 시간 가까이 배창석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자, 그제야 황치국은 어떤 확신이 들었다.

“뭔 일이 터졌구나. 가만....”

그러고 보니 아까 배창석과 통화 할 때, 녀석이 그의 이름을 언급한 게 생각났다.

만약 그 소리를 김 비서가 들었고, 배창석과 그 똘마니들이 그녀를 납치하는데 실패했다면....

“젠장....진짜 좆 된 건데....”

그 사실을 김 비서가 개새끼 백준열에게 알렸다면....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백준열이 손을 썼다면, 지금쯤 그 인간이 사냥개들을 풀었을 수도 있었다.

이럴 때 황치국이 살 길은 하나뿐이었고, 그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황치국은 곧장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집에 언제 올 거야? 뭐? 안 돼! 오늘은 집에 꼭 들어오세요. 아들 죽는 꼴 보고 싶지 않거든.”

바로 자신의 아버지 황충식 의원이 있는 집에 들어가면, 제아무리 백준열이라고 해도 거기까지는 쳐들어오지 못했다.

눈치 9단인 황충식 의원. 그가 아들에게 자세한 내막까지는 묻지 않았다. 단지 하나만 물었다.

그게 백준열과 관계된 거냐고.

“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이런 미욱한 놈. 너 혹시 백준열 대표와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거냐?

“그렇게 됐어.”

자신이 백준열의 여자를 납치하려 했으니, 그걸 참으면 그게 개새끼 백준열이겠나?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알았다. 30분 안에 집에 가마.

아버지가 집에 와 준다니, 황치국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아차!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곧장 폐건물을 나선 황치국.

그는 아직 술에 취해 있는 상태지만, 그런 거 상관없이 바로 자신의 애마인 페라리의 운전석에 올랐다.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황치국은 대리 기사를 불렀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리 기사 불렀다가 자칫 백준열의 사냥개도 같이 끌어들일 수 있었다.

부아아아앙!

페라리가 떠나고 을씨년스러운 폐건물 주위.

한데 그 뒤쪽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럴 것이 황치국이 지하실 불을 끄지 않고 가버린 탓에, 건물 뒤쪽에 위치한 반 지하 쪽 창문을 통해, 그 불빛이 주위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페라리를 건물 앞에 대 놓은 터라, 황치국은 자신이 지하실에 불을 켜 놓고 나온 줄도 몰랐다.

그렇게 음주 상태로 페라리를 운전 한 황치국은, 운 좋게 음주 단속에 걸리지 않고 자신의 집까지 갈 수 있었다.

그가 집에 도착하고, 10여분 쯤 뒤 부친인 황충식 의원이 귀가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황충식 의원은 그제야 자세한 내막을 황치국에게 물었고, 아버지에게는 비교적 사실을 그대로 얘기하는 편인 황치국.

그가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황충식에게 얘기하자, 황충식이 장탄식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아아....이렇게 되면 삼명그룹과는 바이바이네. 이번 선거 쉽지 않겠어.”

안 그래도 여론이 본말전도 되어, 우세 할 거라 여겼던 여당이 점점 더 수세에 내몰리고 있었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에서도, 새로운 인물로 바꿀 때가 됐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고.

그런 마당에 삼명그룹과도 척을 지게 됐으니, 황충식으로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거는 선거고, 아들은 아들이었다.

비록 못난 새끼지만 자신의 피를 이은 아들이었다.

그 생때같은 아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백준열. 그 새끼는 믿을 수가 없어.’

안 그래도 자신의 약점을 쥐고, 그의 목에 목줄을 채우려는 백준열이었다.

물론 순순히 그에게 목줄을 잡혀 줄 자신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놈이 감히 겁도 없이....

‘이번 선거만 잘 치르면 그때는....’

자신의 일도 그렇고, 자기 아들 일까지.

백준열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황충식 의원.

그는 이번 선거에 자신이 승리해서 5선 의원이 된다면, 그때는 당 대표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당 대표가 되고 나면, 그가 가장 먼저 할 일을 지금 막 정했다.

바로 백준열의 목을 물어뜯는 것.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건드리려 한, 백준열은 이미 그와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삼명家의 핏줄.

단숨에 가장 치명적인 급소를 물어 죽여 버려야지, 아니면 자신이 되레 당할 수 있었다.

‘그건 걱정 할 거 없지.’

왜냐하면 누구 됐던, 여태 그가 목을 물어서 죽이지 못한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물어 죽이는 건, 자신 있는 황충식이었다. 그 비결은 간단했다.

‘일단 물면....절대 안 놓거든.’

상대가 죽을 때까지 말이다.

* * *

강남경찰서장. 강주엽 총경.

그 역시 경찰대 출신으로, 그는 자신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오재수 경감이, 누구 라인을 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재욱이 믿고 깝치다가 한방에 훅 가지.”

오재수는 아직 어렸다. 그 패기는 좋다.

정재욱도 꽤 유능한 경찰인 것은 맞고.

하지만 오재수는 자신이 튼튼한 동아줄로 여기고 있는 정재욱이, 사실은 썩은 동아줄인 줄 모르고 있었다.

“정세현 경찰청장. 대단한 양반이지. 하지만....”

정세현 청장은 이미 지는 해였다.

반면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은 떠오르는 해였고.

곧 있으면 정권 말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바꿀 것이고, 그때 가장 청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바로 지금의 서울경찰청장이었다.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이 되고 나면 뭐부터 하겠나? 바로 전임자인 정세현 청장의 흔적들을 지우는 일일 것.

그 중 가장 먼저 손 댈 거야 뻔 하지 않은가?

여태 아버지 빽 믿고 승승장구해 온 정재욱 경무관.

아직 40살도 안 된, 자기보다 어린놈이 경무관이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린가? 경력도 자기보다 훨씬 일천한 새끼가 말이다.

최소한 지방청으로 좌천, 최악의 경우 옷을 벗게 만들지 몰랐다.

그리고 정재욱이 떠난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 자리를, 바로 강주엽 총경이 노리고 있었다.

“박대순 서울경찰청장님과 다음 주에 골프를 같이 친다면....”

그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게 될 거고, 그가 정재욱이 떠난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 자리를 꿰차는 건,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흐흐흐흐....”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오재수는 오늘 자신이 건드린 백준열이, 진짜 튼튼한 동아줄임을 모르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정재욱에게 열심히 보고를 하고 있겠지.

“차은석이라....”

서울경찰청에서 정보과에 있었던 강주엽 총경이다.

오재수와 차은석 사이 흐르는 미묘한 악연 관계를 금방 눈치 채고 뒷조사를 시킨 그는, 차은석이 한때 경찰대를 다녔으며, 사실상 정재욱 때문에 잘 다니던 학교를 자퇴한 사실을 알아냈다.

문제는 정재욱 역시 차은석 때문에, 경찰대를 서둘러 졸업했고 그로인해서, 학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게 여러모로 정재욱의 발목을 잡았던 모양이었다.

서울경찰청 내에서도, 정재욱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사람이 너무 집요하고, 집착한다는 것.

그런 정재욱이 자신이 당한 그 악감정을, 풀지 않고 그냥 넘어 갈 리 없었다.

강주엽 총경은 정재욱이 어떤 식으로든, 차은석을 노릴 것으로 봤다.

“그래 준다면 나야 고맙지.”

정재욱은 아직 몰랐다. 차은석이 백준열 대표의 여자란 걸 말이다.

이제 남은 건 정재욱이 차은석을 노리고 있다는, 그 정황 증거만 찾아내면 됐다.

그 정황 증거를 백준열 대표에게 넘기는 것으로, 강주엽 총경의 명견만리의 식견이 완성 되는 셈.

“후후후후....”

그리고 그 정황 증거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바로 정재욱의 따까리인, 오재수의 뒤를 쫌 캐보면 금세 알 수 있었으니까.

오재수는 강남경찰서 소속이고, 거기 우두머리인 서장은 바로 자신이었다.

오재수의 일거수일투족은 다른 경찰들에 의해 전부 다 파악 되어, 이렇게 강주엽 총경에게 보고가 되었다.

심지어 오재수가 어디에 전화를 했는지, 무슨 메일을 어디에 보냈는지까지 싹 다.

“이런....오재수. 정재욱에게 차은석의 신상정보가 든 파일을 보냈군.”

이건 엄밀히 불법 수사정보 유출이었다. 거기다 차은석에 대한 인권 침해까지.

이걸로 오재수 목쯤은 간단히 쳐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강주엽 총경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재수를 미끼로, 정재욱이란 대물을 낚을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런 취대사소(取大捨小)한 짓을 한단 말인가?

“자아. 그럼 나도 보내 볼까?”

강주엽 총경은 아까 백준열에게서 받은, 그의 명함에 적혀 있는 메일로 오재수가 정재욱에게 보낸 메일을 그대로 캡처해서 보냈다.

그리곤 백준열의 핸드폰에다가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이걸로 끝!”

이제 남은 건, 다음 주에 서울CC에서 백준열 대표와 박대순 서울경찰청장과 같이, 골프 치는 일만 남았다.

* * *

뻔뻔한 황치국.

문대식에게 전화로 오늘 아파서 출근 못하겠다고 했단다.

녀석의 상사는 나다. 그런데 나한테 직접 그 얘기를 할 용기는 없었던 모양이다.

알아보니 황충식 의원이 오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 칩거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이겠나? 황충식 의원이 아들 지키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황치국을 집 밖으로 끌어내기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니까.

나는 그 일을 소시오패스인 내 고문 변호사에게 맡겼고, 그 새끼라면 약속한 내일까지 어떡하든 황치국을 집밖으로 끌어 낼 테니까.

차은석을 그녀 집 앞에서 내려주고 나자, 문대식이 원래 내 옆 자리로 복귀했다.

그렇게 JYB엔터 본사로 이동 중 내가 그에게 물었다.

“엘베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일하는 아줌마 구했어?”

“네. 좀 전에 가사도우미 전문 알선 업체에서 연락 왔는데, 일 잘하는 아주머니 한분 보냈답니다.”

“거기에 비서도 한 명 붙여.”

“네?”

개한테 비서를 붙이라니.

문대식도 당황스러운 거 같았다. 하지만 엘베가 어디 보통 개인가?

거기다가 앞으로 살날이 채 반년도 안 남은 녀석이다.

나는 녀석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정말 미련 없이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고.

그 일환으로 나는, 아예 엘베를 전담할 비서를 붙일 생각을 한 거다.

‘아무래도 내가 곁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 줄 수 없으니....’

이게 다 엘베와 내가, 서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전담 비서가 엘베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 바로 자르고 새로운 비서를 구하면 그만이다.

일하는 아줌마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엘베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녀석 주위에 있으면 아무래도 녀석도 더 행복하겠지.

“경일건설 인수 건은?”

JYB엔터에는 전담 M&A팀이 있었다.

JYB엔터에서 하도 많은 연예 기획사들을 인수합병하다 보니, 그 노하우가 쌓였고 그 부서 팀원들은, 어느 새 M&A 전문가들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경일건설 인수도 맡길 생각이었다.

원래 정상적으로 출근했다면, 지금쯤 그들과 만나 그 문제로 얘기 중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문대식을 통해 M&A팀에 미리 얘기를 해 두라고 했었다.

“M&A팀의 채수민 팀장이,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연락이 왔었는데, 맡겨만 달라더군요.”

“오오. 그래? 잘 됐네. 채 팀장과 전경일을 만나게 해줘. 비하인드 스토리는 채 팀장에게 다 얘기했지?”

“네. 물론입니다. 그 얘기를 듣고서 채 팀장이 법적으로 문제없게, 법무 팀 지원을 받았으면 하더군요.”

“법무 팀에 연락해서 지원 해주라고 해. 그리고 양태석은?”

“연락은 됐습니다만, 출근이 좀 늦을 거라고 합니다.”

“왜?”

“어젯밤에 퍼 마신 거겠죠. 여자 끼고.”

대답하는 문대식이 어째 양태석을, 진심 부러워하는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야 양태석이 뭘 하고 다니든 상관없었다.

내가 시키는 일만 잘 처리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원래는 양태석이 처리자 에이전시로, 전경일의 인적 파일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그럴 처지가 못 되는 거 같았다.

아까 김훈 대표에게 한 시간 안에 보낸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JYB엔터에 가는 대로 내가 직접 그 메일을 보내야 할 모양이었다.

“회사 가는 대로 볼 테니, 서울시의원 전경일 인적 사항 USB에 담아서, 내 책상 위에 갖다 놓으라고 해.”

김 비서가 없다고 JYB엔터 대표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게 생각해 보면 그들 부자에게 좀 너무 한 거 같기는 하다.

하지만 강간마 새끼와 그런 새끼를 두둔하며 온갖 건설 비리를 저질러 온 그 아비는,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처리 해 버리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니, 전경일에 대한 처분 역시 달라질 건 없었다.

문제는 내가 경일건설을 인수해서 뭘 어쩔 거냐는 건데....

‘괜히 인수하나? 에이....뭐 봐서 아니다 싶으면 팔아버리지 뭐.’

경일건설은 전경일 때문인지 몰라도, 서울에서 수주하는 관급 공사를 꽤 많이 맡아 하면서, 채무가 적고 재정건전성이 높은 편이었다.

한마디로 알짜배기 건설사란 소리다.

그런 곳을 내가 한입에 꿀꺽 집어 삼키려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내가 재벌 3세여서 그런 건지, 잘나가는 투자사 대표라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에 비해 배포가 엄청 커진 건 사실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