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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110화 (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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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이주혁의 몸을 휘감고 있는 두 가지 오러.

그건 핏빛과 나와 같은 검은 빛이었다.

견신 시스템에 따르면 핏빛은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등 미치광이를 상징한단다.

그 핏빛이 짙을수록 더 광적인 미치광이인 거고.

한데 이주혁의 핏빛은, 아직 그렇게 진한 편은 아니었다.

한데 그 핏빛과 함께 휘감긴 검은 빛이, 어째 예사롭지 않았다.

‘나와 같은 악당의 오러라....’

초록은 동색이라고,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한패가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인데, 어째 그 동안, 이변호사와 나는 그런 관계를 이어 온 거 같았다.

하지만 녀석이 지니고 있는 핏빛 오러는, 역시나 께름칙했다.

거기다가 녀석의 검은 오러 역시, 나와는 같아 보이면서 그 특징과 습성, 유형 등은 사뭇 달랐다.

내가 표면적인 악당이라면, 녀석은 숨겨진 내면의 악당이랄까?

견신 시스템의 분석에 따르면 나보다 훨씬 더 지능적이고, 정교하며 악질적이었다.

만약 이런 놈이 내 적이라면, 아마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위험한 놈이 아닐까 싶었다.

“윽!”

그런데 「개눈깔」아이템의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능력에만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깜빡하고 있던 또 다른 내 능력이 발동했다.

바로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이 냄새를 맡았는데, 지독하게 썩은 달걀 냄새였다.

그 냄새가 어찌나 심하던지, 내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자, 내 옆에 문대식이 바로 물어왔다.

“대표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 아냐! 괜찮아.”

괜찮긴 개뿔. 이거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저 사람 좋게 생겨서, 겉으로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저 모든 걸 다 갖춘 녀석이, 나에게 아주 적대적이라니.

견신 시스템에 따르면 이 정도 냄새면, 거의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 즉 한 하늘에서 더불어 살 수 없는 원수사이란다.

‘아이구야. 이게 무슨....’

황치국이라는 미친 사이코패스 새끼도 귀찮은데, 그 보다 더 한 놈을 떡하니 내 고문 변호사로 여태 옆에 끼고 다녔다니....

백준열 이 새끼, 내가 빙의하지 않았다면 아마 얼마 못 살았을 거 같았다.

그러면서 느낀 건,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

경찰서에서 김 비서 문제는 딱히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이변호사 혼자서 다 처리 해 버렸다.

조사 같은 건 향후 서면으로 하기로 했고, 김 비서는 바로 가도 좋다고 했다.

“어라?”

그런데 조사실에서 나오는 사람이, 김 비서 혼자가 아니다.

어제 계약한 박혜지와 차은석 특수 1부문장도 같이 나왔다.

“저들이 왜....”

내가 의아해 할 때, 그 의문을 어느 새 내게 다가 온 이변호사가 풀어주었다.

“간밤에 가라오케에서....”

유능한 인물답게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요점만, 딱 집어서 설명하는 이변호사.

“그러니까 황치국, 그 새끼가 사람을 시켜서 김 비서를 납치하려 했단 거로군?”

언제고 그 사이코패스 새끼 사고를 칠 줄 알았다.

내 시선이 옆으로 향할 때, 문대식이 자신의 팀원과 얘기 중이었다.

그 팀원은 나도 잘 알았다.

문대식이 부재중일 때 실질적으로 경호팀원을 이끄는, 내 경호팀의 부 팀장인 송명철.

이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저 송명철이 있었기에 김 비서가 무사할 수 있었다.

나의 경호팀원으로 제대로 밥값을 한 것이다.

송명철의 얘기를 다 들은 문대식이,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와서 조용히 말했다.

“황치국이 그 미친 새끼 소행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으음. 일단 녀석이 어디 있는지부터 파악해.”

“네.”

내 예상이 맞다면, 녀석은 아마도 오늘 백퍼 출근하지 않았을 거다.

죽을 줄 알고서도, 스스로 적진으로 기어들어갈 정도로 무모한 녀석은 아니니까.

그리고 내 예상대로였다.

“황치국이. 지금 집에 있답니다.”

그 집이란 국회 법사위원장인 황충식의 집을 의미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거길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내 아버지 백승렬 회장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고.

“제대로 숨었네.”

황치국이 자기 아버지 품안에 들어가 있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놈을 밖으로 끌어 낼 수 있다면....

‘함정을 하나 파야겠군.’

사이코패스는 평소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놈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해, 잔인하게 실행하며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데, 그런 특징을 역이용해서 함정을 판다면, 놈을 잡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물론 이를 위해서 치밀하고 꼼꼼하게 함정을 파 줄, 비정상적인 놈이 하나 필요했다.

나의 시선에 김 비서 옆에서, 자신이 좋은 사람이냔 위장하고,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속이고 있는, 소시오패스 놈 하나가 들어왔다.

* * *

이런 걸 두고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하는 건가?

이이제이는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뜻으로, 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압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다.

여기서는 미치광이 새끼를 잡기 위해서, 다른 미치광이 새끼를 이용하겠다는 나의 계책인 것이고.

그러고 보니 두 미치광이 새끼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저기 있는 김 비서.

황치국도 그렇고, 이변호사도 김 비서를 노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김 비서를 이용해 줘야지.

나는 곧장 이변호사를 불렀다.

김 비서 옆에서 히히거리고 있던 녀석은, 내가 부른다고 하자 인상을 팍 썼다.

물론 티 안 나게. 하지만 내 눈에 다 보인다고, 이 소시오패스 새끼야.

“찾으셨다고요?”

역시나 딱딱하게 군다. 이 놈이 어떤 놈인지 몰랐을 때, 백준열이야 이런 모습을 남자답다고 여겼지만 나는 아니다.

‘음흉한 새끼....’

물론 나도 녀석처럼, 나를 잘 위장하고 감정 조절 쯤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황치국이 집에 숨었다 네.”

“네. 얘기 들었습니다.”

“어떻게 녀석을 밖으로 끌어 낼 방법이 없을까?”

여기까지는 녀석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없다. 역시나 녀석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왜냐하면 그건, 순전히 내가 고민해야 할 일이니까. 하지만....

“그 새끼 그냥 두면, 계속 김 비서를 노릴 텐데....”

그 말에 이변호사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물론 그걸 보통 사람은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개 특성을 지닌 나는, 다 간파해 낼 수 있었다.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 새끼 위험한 친구들을 꽤 많이 알고 있더라고.”

즉 어젯밤과 같은 위험한 일이, 또 다시 김 비서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이 결정타였을까? 이변호사가 열심히 눈알을 굴리더니 내게 말했다.

“황치국이를 집 밖으로 끌어내기만 하면 됩니까?”

‘걸려들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짐짓 고개를 끄덕이며 이변호사에게 말했다.

“그 정도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다 처리할 수 있지.”

“그렇다면 내일까지 황치국이를 밖으로 끌어내 보겠습니다.”

“이변이? 그게 진짜 가능해?”

“가능하니까 드리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자신감 넘쳐 보이는 이변호사.

하긴 저 놈이 한다고 해서, 실패한 일은 여태 없었다.

치밀하고 무서운 소시오패스 새끼.

“그렇다면 이변이 그 일을 좀 맡아 줘.”

“다시 말하지만, 저는 황치국이를 집 밖으로, 끌어내기만 할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손에 피 묻힐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당연하지.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염려 마.”

그렇게 이변호사와 얘기를 끝낸 뒤, 나는 김 비서와 박혜지, 차은석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나를 발견한 그들이 어색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하긴 아침 댓바람부터 회사 대표를, 이렇게 경찰서에서 만나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겠지.

“김 비서는 집에 들렀다가, 오후에 출근해. 혜지씨는 매니저 따라가고. 차은석 부문장은 어떻게 할래요?”

“반차 쓰면 돼요.”

역시 똑 부러지는 차은석. 나는 뭐든 이렇게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 좋다.

“자아. 그럼 다들 경찰서를 나가도록 합시다.”

경찰서에 더 있어 봐야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때였다.

“차은석!”

누가 봐도 경찰, 왜냐하면 경찰 정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상당히 젊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달린 견장에 무궁화가 두 개 달려 있다.

“어어. 재수야.”

차은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 경찰이 내민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차은석이 아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하며, 가던 길을 마저 가려 했다. 그때였다.

“너 경찰대 나가고, 10년도 넘었지? 어떻게 연락 한 번 없냐?”

“미안. 나도 살아야 하다 보니, 그럴 정신이 없었어.”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경찰서에 뭐 좋은 일로 왔겠어? 단지 나는 피해자라, 참고인 조사만 받고 나가는 중이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귀에는, 차은석과 그 경감 계급장의 경찰의 대화가 똑똑히 들렸다.

“바쁘니?”

“뭐 그렇지. 집에 들렀다가 다시 출근해야 하니까. 하지만 너하고 얘기 정도 할 시간이야, 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바빠. 그렇지만 널 위해서 차 마실 시간은, 특별히 내 주도록 하지.”

“오오. 오 경감님 영광입니다요.”

둘 사이 대화가 훈훈하게 흘러가는 게, 더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 보다 차은석 부문장이, 경찰대에 다녔었던 모양이었다.

‘의외네?’

그녀의 이력서에 그런 내용은 없었는데, 아마도 자신이 경찰대에 다녔다는 걸, 그렇게 티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았다.

그 말인즉, 차은석에게 있어 경찰대란 곳이, 그리 좋은 추억을 준 곳은 아니었지 않나 싶었다.

‘응?’

그런데 차은석은 듣지 못한 거 같은 데, 내 귀에는 그 오 경감이란 경찰의 혼자하는 얘기가 들렸다.

“씨발년.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잘 됐네.”

아이고. 두頭야!

아무래도 이대로 경찰서 나가긴 틀린 거 같았다.

오 경감이란 그 경찰, 차은석에게 뭔가 맺힌 게 있어 보였다.

되게 안 좋은 쪽으로다가 말이다.

* * *

차은석이 경찰대에 들어간 것은, 정의감 때문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악당을 응징하는....

하지만 대학 생활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무엇보다 여자로서 한계에 부딪치기 시작하자, 좌절 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직에서 여자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었는데, 거기에 더불어 동기 여학생이 성희롱을 당해 자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 사건의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차은석도 한 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어째서 잘못은 그들이 했는데, 희수가 학교를 나가야 하는 거죠?”

그 질문에 경찰대 측에서 내 놓은 해명은 딱 개소리였다.

그래서 그녀도 경찰대를 그만뒀다.

그랬는데 오늘 자신의 동기 여학생을 직접적으로 성희롱한 선배와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동기 남학생과 경찰서에서 마주쳤다.

당연히 당시 차은석은 그 동기 남학생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는데, 우습게도 그 동기 남학생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경감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녀석이 따랐던 그 선배는, 지금 그 녀석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겠지.

어떻게 성범죄자가 버젓이 경찰 간부로 출세하며 잘 먹고 잘 사는지, 차은석은 이해가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은석이 그 동기 남학생, 이름이 오재수니 오 경감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여튼 그 오 경감과 악수를 하고, 친한 척 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당시 자신의 경찰대 동기인 이희수를 직접적으로 성폭행 했었던, 경찰대 측에서는 그걸 성희롱으로 축소 은폐했지만 말이다.

그 개자식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알고 싶어서다.

당시 그 개자식의 아버지가, 서울경찰청 수사 과장이었으니, 지금쯤 경찰 조직 내 알력 싸움에 패해 퇴직 했던지, 아니면 승리해서 경찰 최고 정점에 다다랐을 것이다.

차은석은 속으로, 제발 전자의 경우였으면 싶었다.

그 개자식의 아버지가 아직 경찰에 남아 있다면, 그 자식은 지금쯤 더 괴물이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안 그래도 정 과장님이, 니 얘기를 했었는데.”

“정 과장님? 혹시 정재욱 선배를 말하는 거니?”

“당연하지. 그 선배 아니고 누가 그 나이에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이 돼?”

오 경감의 그 말에 차은석의 얼굴이 빠르게 썩어 들어갔다.

그럴 것이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이면 경무관이다. 군대로 말하자면 스타, 즉 장성 급이란 소리다.

아직 40살도 되지 않은, 정재욱이 무슨 수로 그 자리에 올랐겠는가?

“그, 그럼 정 선배 아버님은 여전히 현직에 계신 거야?”

“당연하지. 너 설마....지금 경찰청장이 누군지 모르는 거야?”

“어? 그, 그야....”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경찰청장이 누군지 어떻게 알겠나?

TV뉴스라도 봤으면 모를까, 그럴 시간에 일하기 바빴던 차은석.

그녀는 지금 대한민국의 경찰청장이 정세현이란 걸 알 리 없었다.

“아마 정 청장님 그만두시기 전에, 정 과장님을 부장까지는 만들어 놓으시겠지.”

딱 봐도 오 경감은 자신이 제대로 줄을 잡았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경찰대에서부터 정재욱의 똘마니 노릇을 자처 해 온 오재수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너 말이야. 아까 나보고 참고인 조사 받고 나가는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런데 진짜 참고인 조사 받은 거 맞아?”

“뭐?”

사실 참고인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JYB엔터의 유능한 변호사 덕분에 집에 가서, 차후 서면으로 조사를 받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재수가 바로 그 점을 걸고넘어지고 있었다.

“아니. 내가 알아보니 오늘 아침에 조사실에서 조사 받은 일이 없다기에.”

“그래서?”

“조사 받고 가라고. 나한테 왜 거짓말을 했는지도 좀 알려주고.”

그 말 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는 오재수.

차은석은 직감했다.

오재수가 일부러 그녀를 계속 이곳 경찰서에 잡아두려 한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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