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06화 (10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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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날 이후 황치국은 백준열을, 그냥 개새끼 백준열이 아닌, 변태 대마왕 개새끼 백준열이라고 불렀다.

또한 김 비서를, 언젠가 백준열이 아닌, 자신의 노예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러려면 백준열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황치국은 백준열처럼, 엔터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이곳 JYB엔터에 들어왔다.

하지만 백준열은 좀체, 그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지 않았다.

대신 온갖 잡일만 시켰는데, 그걸 처음 황치국은 좋게 받아드렸다.

왜냐하면 백준열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기 때문에, 그 싹수를 알아보고 견제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최근에 알게 됐다.

백준열은 자기보다 뛰어난 인재는 내쫓고, 자기보다 못한 인재는 잘 부려 먹는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자신은 뭔가? 생각 같아서는 백준열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백준열 대신 그를 가장 많이 안다는 경호팀장 문대식에게 물었다.

“어이. 대표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아?”

아무래도 JYB엔터에서,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놈이 바로 문대식, 그 새끼였으니까.

그는 대 놓고 황치국에게, 사이코패스라고 자주 말했었다.

황치국은 자신이 사이코패스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대식은 그런 황치국의 본질을 정화히 꿰뚫어 본 것이다.

“일단 나는 어이가 아니고, 문 팀장님이다. 그리고 대표님이 너 따위를 두고, 무슨 생각 같은 걸 하시겠냐?”

“그, 그게 무슨 소리지?”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개미를 밟아 죽였어. 근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지금 대표님한테, 나는 개미 같은 존재란 거냐?”

“그런 셈이지.”

“이이....”

문대식의 팩폭에 황치국은 이를 꽉 깨물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 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백준열에게 자신이 한낱 개미 같이, 미미한 존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 뒤 황치국이 백준열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일도 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설렁설렁 해나갔고. 뭐 그래도 수행비서로 할 건 다했지만.

하지만 그런 황치국을 백준열은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다.

마치 그에게 1도 관심 없다는 듯 말이다.

그걸 보고 황치국은 확신했다.

문대식의 말처럼, 백준열은 자신을 개미만도 못한 존재로 여긴다는 걸 말이다.

최근 한 달 가까이, 황치국은 고심했다.

더 이상 JYB엔터에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동안 백준열에게 배운 거 보다, 그가 JYB엔터를 돌아다니며 귀동냥으로 주워듣거나,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해서 배운 게 더 많았다.

그의 집에 넘쳐 나는 게 돈이었다.

권력의 정점에 계신 아버지는, 어디서 받아오는지 매일 사과박스며, 비타민음료 박스를 챙겨 와서 창고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 박스 몇 개면 연예 기획사 하나는 차릴 수 있었다.

“작게라도 사업을 시작해 봐?”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젖는 황치국. 자신이 아직은 멀었다는 걸, 황치국 본인이 더 잘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기존 연예기획사를 인수해 버려?”

JYB엔터가 잘하는 짓이었다. 하지만 황치국 본인도 그 짓을 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괜찮은 회사만 있다면, 인수해도 상관없기는 한데....”

하지만 그 괜찮은 회사가, 그의 수중에 들어 올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생각에 이번에도 황치국은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황치국이 생각한 게 바로, JYB엔터에서 인재를 빼내는 것이었다.

그런 황치국의 눈에 딱 적합한 인물이 포착 되었다.

“연예기획사의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으며, JYB엔터의 숨은 브레인으로 불리고 있는 배운철 상무. 그 자라면....”

황치국이 얘기 해 보니, 적당히 탐욕스럽고 또 눈치가 엄청 빨랐다.

특히, 그 인재에 대해 까다로운 백준열이, 배운철 상무에 대해서만큼은 별 말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겠는가?

“그 만큼 배운철 상무가 일을 잘한다는 얘기지.”

해서 황치국은 어제부터 배운철 상무와 접촉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와 강남에서, 최고 잘 나간다는 룸빵에서 만나서, 유의미한 얘기들을 나눴다.

“그러니까 그쪽이 연예기획사를 하나 키워 보고 싶은 데, 내 도움이 필요하단 거로군요?”

“그렇습니다. 배 상무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으음....이 바닥은 두 가지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 바닥 인맥이고, 다른 하나는 돈입니다. 인맥은 내가 있으니 그렇다 치고 돈은....”

“돈 걱정일랑 마십시오. 저희 집에 넘쳐 나는 게 돈이니까요.”

황치국의 돈이 넘쳐난다는 말에, 배운철 상무의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순진한 애송이의 말만 믿고, 덜컥 일을 저지를 정도로 배운철 상무는 경솔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지금껏 JYB엔터에서 살아남지도 못했다.

“일단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부디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황치국은 이곳 룸빵의 최고 에이스를, 배운철 상무에게 붙여주었다.

배운철 상무는 양주 한 병 쯤 비우자, 피곤하다며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여자는 옆에 끼고 말이다.

그대로 2차 나가겠다는 제스처였고, 황치국은 그 2차비, 화대에 호텔 비까지 다 지불했다.

“씨발. 더럽게 비싸네.”

달랑 두 시간 술 마셨는데, 술값만 2천만 원 가까이 나왔다.

뭐 황치국에게 그 돈은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그가 JYB엔터에서 수행비서로 일하며, 받는 월급이 채 200만원도 안 된다는 점을 고려 해 보면, 술값으로 달랑 2시간 만에 날리기에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렇게 기분 더럽게 룸빵을 나온 황치국.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확인하니 최근 유학 갔다가 돌아온 친구 녀석의 전화였다.

“왜?”

이미 몇 번 전화 통화를 했기에, 전화 받으면서 편하게 말이 나왔다.

=여기 가라오케인데 와서 같이 한잔하자. 너한테 할 얘기도 있고.

“할 얘기?”

=어. 사업 얘긴데, 들어 보면 너도 솔깃할 거야.

다른 건 몰라도 비즈니스 적으로는, 상대해도 괜찮은 녀석이었다.

녀석의 집안이 바로 그 유명한 학원 재벌 ‘울트라 스터디’였으니 말이다.

“알았어. 갈게. 어디 가라오켄데?”

=당연히 홍대 근처 가라오케지. ‘아지트’라고 알아?

“어. 몇 번 가 본 데야.”

=거기 있으니 빨리 와.

녀석과 통화를 끝낸 황치국은 대리 기사를 불러서, 자신의 애마인 페라리 F430 스쿠데리아를 타고, 홍대에서 꽤 유명한 가라오케인 ‘아지트’로 향했다.

* * *

“언니. 여기에요.”

박혜지가 신나하며, 두 명의 언니들을 가라오케 안으로 이끌었다.

소위 말해 홍대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가라오케였다.

자리도 꽉 찼는데,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서 또 운 좋게 그곳에 자리를 잡은 세 명의 여자들.

“여기 기본에, 양주 한 병 추가요.”

박혜지가 알아서 주문을 했고, 또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언니들. 우리 오늘 끝까지 달려 봐요.”

박혜지는 첫 곡으로 신나는 댄스곡을 불렀는데, 좀 놀아 본 티가 팍팍 났다.

세련된 노래 실력과 춤이 더해지자, 안 그래도 예쁘고 쭉쭉빵빵인, 그녀의 외모가 더 빛을 발했다.

가라오케라는 말은 '비어 있다'라는 뜻의 가라(空;から)와 오케스트라(orchestra)의 재플리시인데, 이것이 역으로 영어권 국가로 수출되면서, 영어권에서도 karaoke로 통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노래반주기가 설치된 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곳으로 접대부가 없이, 술을 파는 유흥업소라 보면 됐다.

“자아. 폭탄주 갑니다.”

그래도 직장 문화를 경험한 차은석과 김 비서.

두 여자들이 말기 시작한 폭탄주를, 박혜지가 연거푸 마시고는 그만 꽐라가 되고 말았다.

“쟤 자려는 거 같은데?”

“혜지야. 여기 얼음물 좀 마셔.”

차은석이 억지로 박혜지에게 얼음물을 마시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혜지가 제일 먼저 뻗어버렸다. 그걸 보고 김 비서가 말했다.

“한 시간 정도 여기서 재운 뒤에 깨워서 나가요.”

그 말에 시간을 확인한 차은석이 대꾸했다.

“그럴 까요 그럼?”

그 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의 시간이 좀 흘렀다.

하지만 이런 어색함이 싫었던지, 차은석이 나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미 몇 곡씩 부른 터라, 그녀들의 노래 실력은 이미 뽀록나 있는 상황.

그래도 엔터 업계에 일한다고, 박혜지만 못해도 차은석과 김 비서, 둘 다 어느 정도 노래를 부를 줄은 알았다.

차은석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18번인 발라드 곡을 불렀고, 김 비서는 가만히 그 노래를 듣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

그렇게 화장실로 향하던 김 비서. 그런데 어디서 꺼림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진짜 김 비서님 맞네.”

누가 그녀 앞을 가로막아 섰기에, 그게 누군지 확인한 순간, 김 비서가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그녀만 보면 매번 이상한 표정을 짓는, 백준열 대표의 수행비서 황치국.

그 인간이 그녀 앞에서, 뭐가 그리 좋은 지 히죽거리며 서 있었던 것이다.

“황비서가 여긴 어떻게?”

“유학 갔다가 돌아 온 친구 환영회가 여기서 열려서요. 그나저나 우리가 인연이긴 한가 봐요. 이렇게 또 만나고 말이죠.”

“네. 뭐....근데 저 지금 화장실이 급해서....”

“아아. 네. 가세요.”

황치국은 순순히 막아선 길을 터 주었다.

김 비서는 그런 황치국 옆을 스쳐 지나서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걸 지켜보고 있던 황치국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년 따 먹어야겠다.”

그 말 후 황치국은 자신의 일행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애들 데리고 여기로 좀 와. 여기? 홍대 ‘아지트’라고 가라오켄데 알지? 그래. 거기. 술? 여자? 다 대 줄 테니까 빨리 와. 뭐? 돈? 하는 거 봐서 오늘 따블로 줄 수도 있어. 응.”

통화를 끝낸 순간 황치국이 힐끗 뒤돌아, 좀 전 김 비서가 들어간 여자 화장실 쪽으로 보면서, 음흉한 입 꼬리를 비쭉 말아 올렸다

* * *

JYB엔터 백준열 대표의 경호팀은, 모두 세 팀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그 중 두 팀이 정상적으로 백준열 대표를 경호하고, 한 팀은 비번으로 휴식을 취하는데 필요에 따라, 그 휴식이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가 다른 경호회사의 2배가 넘다보니, JYB엔터 백준열 대표의 경호팀에 들어오고자 하는 전문경호원들은, 줄을 선 상황이었다.

물론 경호팀장인 문대식이 깐깐하게 따져서, 아무나 받아드리지 않았지만.

그런 문대식이 인정한 경호팀원이 한 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JYB엔터 백준열 대표의 경호팀의 부 팀장인 송명철이었다.

문대식은 자신이 부재중일 때는 꼭, 송명철로 하여금 백준열을 에스코트하게 했다.

오늘 송명철은 비번이었는데, 문대식의 전화를 받고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

“김 비서를 오늘 하루 지켜보란 말이지?”

보아하니 백준열 대표가, 문대식 팀장에게 뭔가 지시를 한 모양이었다.

모든 일에 FM인 문대식이, 이런 식의 오지랖을 떨 위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경호팀의 경우 백준열의 핸드폰에는, 일부러 위치 추적 기를 심어뒀다.

때문에 핸드폰이 꺼져도, 위치 추적이 언제든 가능했는데, 그건 김 비서도 마찬가지였다.

백준열 대표와 워낙 가까운 사이인 김 비서다 보니, 경호팀에서도 김 비서는 특별 관리 중이었던 것.

그 때문에 송명철이 김 비서를 찾는 건 쉬웠다.

“포차? 김 비서가 오늘 한 잔 하려나 보군.”

송명철은 일정 거리를 두고, 김 비서를 졸졸 따라 다녔다.

경호 임무가 일상이지만, 이런 식의 미행에도 출중한 능력을 선보이는 송명철.

그는 김 비서와 그 일행이 포차에 이어, 2차로 가라오케에 들어가는 걸 보고 ,그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 편의점에서 라면에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던 송명철.

삐삐삐삐....

“응?”

그런 그의 위치 추적 기에 또 다른 특별 관리인, 즉 백준열과 가까운 사람의 위치가 포착 됐다.

그가 누군지는 코드 번호를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뭐야? 대표님 수행비서가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최근 운전기사인 양태석 말고, 수행비서 황치국의 핸드폰에도 위치 추적 기를 심는데 성공한 경호팀.

그 사실은 당연히 양태석도, 황치국도 몰랐다.

문대식 팀장이 그 둘에게 알리지 말라고, 특별히 경호팀에 신신당부를 한 것.

잠시 뒤, 황치국이 김 비서가 있는 가라오케로 들어가는 걸 본, 송명철은 곧장 그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갔다.

송명철이 김 비서에게 들킬지도 모르는데, 굳이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간 것은, 문대식의 영향이 컸다.

문대식은 자신의 경호팀원들에게 누누이 말해 왔다.

황치국이 진짜 위험한 놈이니, 언제든 놈을 만나면 긴장해야 한다고 말이다.

더불어서 혼자서는, 놈을 상대할 생각은 일절 말아야 하며, 반드시 지원을 요청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송명철은 뭘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며, 경호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그냥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그가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바로 승합차 한 대가 그 가라오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르르!

그 안에서 5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내리더니, 바로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갔다.

그 승합차를 몰았던, 녀석들의 일행도 근처에 불법 주차를 해 놓고, 가라오케로 향하며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왔다. 애들 먼저 들여보냈는데? 봤어? 어. 우리는 어디서 볼까? 밖? 알았어. 그럼 안 들어가고 여기서 기다릴게.”

통화를 끝낸 그 자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곤 지포라이터로 담배 불을 붙였다.

착칵! 착칵! 착칵!

그 지포라이터를 습관적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며, 동시에 담배를 피우던 그 자가, 가라오케 안에서 나오는 황치국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부터 할까? 빨리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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