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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104화 (1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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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금방 포시즌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를 지나, 1층에 위치한 뷔페식당으로 들어갔다.

포시즌 호텔에서도 나는 VVIP고객임으로, 사전에 연락만 취해 놓으면 이렇게 호텔 측 직원 한 명이 붙어서 나를 응대했다.

하지만 내 경호팀원들도 달고 다니기 귀찮은 마당에, 호텔 직원까지 더해서 움직이는 건, 확실히 과한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보는 사람이 적기 망정이지 쪽팔릴 뻔했다.

“이제 됐으니 그만 가 봐요.”

“뭐든 필요한 거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그래서 호텔 직원은 내가 뷔페식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돌려보냈다.

나 혼자 뷔페에서 식사 못할까?

나는 대충 먹을 만 한 음식을 한 접시에 담고, 갓 내린 커피 한잔을 들고서, 뷔페식당의 창가로 가서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늘 그렇듯 내 경호팀원들도 뷔페식당을 이용해서 식사를 했다.

대표로 내 옆 테이블에 앉은 문대식이 말했고, 나는 고개만 까닥 거렸다.

백준열은 전날 술을 마시면, 아침에 꼭 해장으로 한식을 먹었다.

그게 그의 몸에 맞았는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속이 전혀 부대끼지 않았다.

어제 나도 술은 몇 잔 마셨지만, 그 정도 마신 거로 굳이 해장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서 가볍게 뷔페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이제는 내 핸드폰 진동소리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확인하니 김 비서다.

“응?”

김 비서가 출근 전에 전화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다. 해서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왜?”

=저어....

“뭔데? 빨리 말해.”

=오늘 출근이 좀 늦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뭐?”

안 그래도 바쁜 김 비서가 출근이 늦어?

이건 JYB엔터가 오전에 중추신경이 마비 될 거란 소리나 다름없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이게 무슨 소리야? 어디 아파?”

=아픈 건 아니고....

그때였다. 김 비서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

근데 그 소리들 중 절반 이상이 무슨 ‘형사’ 소리와 욕설들이었다.

그런 복합적인 소리가, 한꺼번에 울릴 만한 곳이 어디 이겠나?

“너 지금 경찰서 있니?”

=헉! 그, 그걸 대표님이 어떻게....

김 비서가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을 때, 나 역시 놀라고 있었다.

세상 법 없이도 살, 반듯한 김 비서가 이 시간에 경찰서라니! 이 무슨 해괴한....

“어디 경찰서야?”

=강남 경찰서요.

“지금 갈 테니까 기다려.”

=대표님이 지금 직접 오시겠다고요?

“그래야 바로 빼내지.”

=아아....

김 비서는 내가 거기 가는 이유를 바로 이해했다.

하긴 내가 경찰서가서 빼내지 못한 사람은, 여태 한 명도 없었지.

나는 김 비서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남은 커피를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랜드 호텔에 가지 않고, 포시즌 호텔에 온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만약 그랜드 호텔로 갔으면 거기 도착하자마자, 바로 강남 경찰서로 가야 했을 테니까.

대신 가까운 포시즌 호텔에 오다보니, 그래도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아침 식사는 할 수 있었지 않나?

내가 일어나자 문대식을 비롯한 경호팀원들이 급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말했다.

“천천히 남기지 말고 다 먹고 와.”

그래 놓고 호텔 뷔페식당을 홀로 나서는, 이 뻔뻔한 대표의 심보는 대체 뭐란 말인가?

먼저 문대식이 하던 식사를 멈추고 내게로 뛰어왔고, 나머지 경호팀원들도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다행인 것은 운전을 맡은 경호팀원은, 원래 아침을 안 먹어서 차에 대기 중이었다는 점이었다.

문대식이 빠르게 그 경호팀원에게 전화를 했기에, 내가 포시즌 호텔을 입구 문을 나서자, 바로 내 앞으로 차량이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문대식이 차 문을 열어 주었고, 차에 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걸면서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강남 경찰서로 가.”

“네. 대표님.”

내 앞뒤로 경호팀 차량을 배치시킨 채, 우리는 곧장 강남 경찰서로 향했다.

* * *

김 비서는 요즘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또 불안했다.

그래서 평소 시간이 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그걸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콕 박혀 있었다.

그래도 일찍 퇴근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이런 시간이 적어도 한 달, 아니 보름만이라도 쭉 가 줬으면 하는 게, 김 비서가 최근에 든 소박한 바램이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백준열이었다.

요즘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지만, 또 언제 그녀를 고통스럽고 괴롭게 만들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늘 불안한 마음을 옆에 끼고 살 수 밖에.

이런 신세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복수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JYB엔터의 힘을 간접적으로 이용해서, 최근 자신의 가정을 풍비박산 낸 자를 드디어 찾아내는 데 성공한 김 비서.

하지만 그 자를 응징하기에는, 자신의 힘이 너무 미약했다.

그렇다고 자기 대신 복수해 달라고 백준열에게 얘기 해 봐야, 그걸 그냥 들어 줄 백준열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를 더 옭아매려고, 온갖 술수를 다 부리겠지.

“하아....”

부모님의 복수를 생각하니, 그저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믿은 것은 또 아이러니하게 백준열 뿐이었다.

그가 나서준다면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건, 쉽게 해결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준열이 달리 개새끼라 불리겠나?

그 개새끼는 자신을 도와주는 대신 100% 그녀를 더 붙잡아 두려 할 것이다.

그녀는 이러다가 진짜 백준열에게, 자신의 남은 인생까지 다 저당 잡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갑갑하던 마당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번호는?”

바로 오늘 김 비서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한 사람이었다.

박혜지라고, 양태석 기사가 직접 데려 온 그녀는, 이미 H여대 퀸카로 연예기획사들 사이 섭외 0순위로 뽑히던, 요즘 가장 핫한 스타일의 미인이었다.

근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백준열 대표가 여기저기 손을 쓰는 것 같더니, 이내 JYB엔터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그 박혜지를 전담하게 된 게 바로 차은석 팀장이란 거다.

백준열 대표가 무슨 이유에선지, 자르겠다던 차은석 팀장을 오히려 승진시키고, 새로운 특수 부분장이라는 자리까지 만들어서, 그녀를 그 자리에 앉혔다.

참고로 부문장은 직급이 무려 상무다.

그런 파격적인 조치를 즉석에서 내릴 수 있는 게 바로 백준열 대표였고, 그럴 수 있는 건 그가 JYB엔터 지분을 90%이상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퍼센트 되지 않는 지분은, 형식적으로 백준열이 여기저기 풀어 놓았지만, 그것도 다 백준열의 관리 하에 있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JYB엔터의 지분 100%를 백준열이 다 가지고 있다고 봐야했다.

그 말은 백준열이 곧 JYB엔터라는 소리고, 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JYB엔터의 그 누구도 단칼에 목이 날아간다는 말이다.

“네. 혜지씨.”

=언니. 지금 어디에요?

“집이요.”

=여기 홍대 근천데, 집이 여기서 가까우세요?

“네. 택시 타면 10분이면 가요.”

=잘 됐다. 그럼 지금 좀 나오세요.

“왜요?”

=지금 저와 차 부문장님이랑 한 잔 하고 있거든요. 얘기 도중 김 비서님 얘기가 나와서....우리끼리 한 번 뭉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나오실 수 있죠?

“으음....”

잠깐 생각에 잠겼던 김 비서.

하지만 어차피 집에 있어도, 한 잔 할 생각이었던 그녀는, 그냥 나가서 마시는 셈 치자고 생각하고, 박혜지에게 이내 대답했다.

“좋아요. 지금 나갈게요.”

=여기는....감성포차라고 혹시 아세요?

“네. 알아요. 거기 알탕이 죽여주죠.”

=호호호호. 알았어요. 지금 알탕 하나 시켜 놓을 테니, 빨리 오세요.

“시킬 때 대구지리 곱빼기로 넣어달라고 꼭 말하세요.”

=네. 그렇게요. 빨리 오기나 하세요.

그렇게 통화 후 김 비서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화장은 얼굴에 비비 크림만 바르고, 눈 화장만 가볍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에 비친 김 비서의 얼굴은 그냥 월드 클래스였다.

뭐 몸매야 말할 것도 없고. 그녀는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에, 작년 백준열에게 선물로 받은 루이비통 미니백을 어깨에 멨다.

그 최신 명품백 하나로 김 비서 자체가 명품 인간이 된 거 같았다.

이래서 여자들이 그렇게 최신 명품 타령을 하는 거다.

김 비서는 곧장 자신이 혼자 살고 있는, 원룸을 나와서 근처 큰 길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 방면으로 향했다.

* * *

홍대 감성포차는 그 이름 그대로 감성 가득한 포차로,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를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바쁜 와중에 김 비서도 몇 번 들를 정도니, 그 인기야 말해 뭐하겠나?

차은석의 추천으로 같이 포차 안에 들어 선 박혜지.

은은한 느낌의 알전구가 빛나는 홀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하아. 틀린 거 같다.”

차은석이 고개를 내저으며 나가려 할 때였다.

“언니 저기....”

때마침 구석진 자리 한곳에 앉아 있던 남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둘은 곧장 그쪽으로 걸어가서, 그 빈자리에 앉았다.

곧 직원이 자리를 치웠고, 그렇게 운 좋게 자리를 하나 잡는 데 성공한 두 사람.

막 메뉴판을 펼치고 뭘 시켜 먹을지 보는 데, 어째 주위 시선이 박혜지에게로 집중 되었다.

차은석도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예쁜 편인데, 박혜지와 같이 있으니 자신이 쭈꾸미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엔터테인먼트 직원이었고, 박혜지는 오늘 그곳과 계약을 맺은 연예인이었다.

연예인과 일반인은 애초에 그 외모를 비교하면 안 됐다. 달리 연예인이겠나?

연예인(演藝人, Celebrity)이란, 말 그대로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중들 앞에 서는 배우, 가수, 코미디언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대한민국 현행법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노래, 드라마, 뮤지컬, 연극, 영화, 음악 등의 매체를 통해 그걸 접하는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을 일으킬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 쓰는 용어가 연예인이다.

넓은 범주로는 연기자와 예인을 합친 말로 마술사, 기예단, 피에로, 차력사 등등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포함하는 말이지만, 일상적으로는 다소 범주가 축소되어 매스미디어 엔터테이너만을 지칭하는 경우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메뉴판에는 갓새우알찜, 왕새우 버터구이, 낙지탕탕이 등 꽤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취급하고 있었다.

가격대도 딱히 부담스럽지 않아, 차은석은 겹치지 않게 여러 종류를 골라 주문을 했다.

“아아! 소주 한 병이요.”

그렇게 술까지 더해 주문을 넣자, 기본 찬이 바로 나왔다.

두 가지로 소박하지만 소주와 곁들이기 좋은 것들이라서,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자아. 역사적인 이날을 축하하며. 건배!”

“역사적인 이날이요?”

“응! 너와 내가 만나서 하나의 팀이 된 날이잖아.”

“아아. 그럼 축하해야겠네요. 건배!”

둘은 술잔을 부딪치고, 각자 잔의 소주를 비웠다.

“언니. 제 잔 받으세요.”

“그래. 한잔 따라 봐.”

그렇게 시킨 메인 안주들이 나오기 전에, 차은석과 박혜지는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들이키며, 금방 술 한 병을 비워냈다.

“저기요!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그렇게 박혜지가 소주 한 병을 더 시킬 때 역시나 주위, 특히 수컷들의 시선이 온통 그녀에게 집중 되었다.

포차 안에 속닥거리는 말의 80-90%가 다 박혜지 얘기였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박혜지가 연예인이 확실한데, 정작 어디 걸 그룹 멤버인지, 혹은 출연한 드라마가 어딘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 되고 있었다.

차은석은 주위 그런 소리들이 딱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사람들이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까 보니까 대표실 앞에 그 언니 있잖아요?”

“대표실 앞? 아아. 김 비서!”

“아아! 맞다. 그 분 대표님 비서라고 그랬었다. 그 김 비서님 진짜 사람 좋더라고요.”

박혜지의 말에 차은석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좋은 사람이지. 아름답고.”

“깜짝 놀랐어요. 저보다 예쁜 분은 그리 흔치 않거든요.”

“뭐?”

박혜지의 말에 차은석이 기가 차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박혜지는 자신이 예쁘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당당했고, 매사에 자신감이 철철 넘쳐흘렀다.

오늘 대표실에서도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에, 백준열 대표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할 말을 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런 점이 연예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백준열 대표의 마음에 쏘옥 든 것일 테고.

“근데 그 언니는 그 우월한 외모에, 딱 봐도 똑똑해 보이던데. 비서 노릇이나 하고 있데요?”

박혜지가 비서 일을 비하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그만큼 김 비서의 외모가, 비서를 하기에 너무 출중해서 한 말이란 걸 차은석은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 할 수 있었다.

“누구나 다 사정이 있는 거야. 너도 진즉 연예계에 진출 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여대생으로 대학의 낭만을 즐기고 있잖아?”

“아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그 언니도 그 만한 사정이 있단 거로군요?”

“넌 눈치도 빠르고, 성격도 좋아서 연예인으로 롱런 하겠다.”

“칭찬이죠?”

“어어. 칭찬이다. 자아. 마시자.”

새로 주문한 소주도 금세 절반을 비운 두 사람. 그때 박혜지가 불쑥 차은석에게 말했다.

“그 김 비서 언니도 여기 불러요.”

“뭐?”

“같이 한 잔 하자고요. 뭐 어때요?”

그러더니 오늘 김 비서에게 받은 연락처로, 대뜸 전화를 거는 박혜지.

평소 퇴근하면 차은석이 만나자고 해도 항상 거절하던 김 비서. 한데 박혜지가 전화하자 나오겠다고 했다.

“여기 알탕도 하나 추가로 해주세요. 아아. 대구 지리 곱빼기로다 가요.”

김 비서와 통화 후 주문한 메인 안주가 나왔을 때, 박혜지가 추가로 주문을 넣었다.

이미 많은 음식을 주문한 상태지만, 그 알탕은 김 비서가 특별히 부탁한 거라, 차은석도 그냥 내버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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