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96화 (9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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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구기동 삼명家 본가 저택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개눈깔」아이템의 개안이 완료 되었습니다.

견신 시스템이 뜬금없는 소릴 내 뱉었다.

‘뭐?’

그 뒤로 자세한 설명이 내 머릿속에 데이터로 확실히 전달이 되긴 했다.

앞서 레벨 업이 되면서 「개눈깔」아이템이 2UP 됐고,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 능력을, 이제 내가 쓸 수 있게 된 건, 나도 익히 아는 바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쓰기까지는, 개안의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걸 이제 막 끝냈다는 얘기였다.

이로써 나는 냄새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사람의 능력을 감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능력을 생겼으니 한 번 써 봐야 하는 데, 당장 내 주위에 그걸 살펴 볼 수 있는 샘플이 있었다.

당장 내 옆에 문대식만 해도, 경호 쪽으로 능력이 출중하니 말이다.

‘어디....’

나는 「개눈깔」아이템의 새 능력인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을 문대식에게 써봤다.

“오오!”

그랬더니 문대식 몸이 내 눈에 붉게 불 타 오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갑자기 가만히 앉아 있는 자신을 보고 경탄을 하자, 문대식이 눈매를 좁힌 채 날 돌아보며 물었다.

“아, 아냐.”

나는 손사래까지 쳐가며, 시선을 운전기사 쪽으로 돌렸다.

그랬더니 운전기사 역시 몸에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 붉기에서 확연히 문대식과 차이가 났다.

견신 시스템은 그 붉은 기운을 무력, 즉 싸움을 잘하는 능력치를 색으로 표시해 준 거라고 밝혔다.

여기서 시스템은 내 눈에 보이는, 사람 몸을 두르는 그 기운을 오러라고 칭했다.

‘그럼 나는....’

백미러를 통해 억지로 나를 살폈는데 바로 실망하고 말았다.

내 몸은 붉은 오러는 하나도 없고, 온통 검은 계통의 오러 만이 내 몸을 휘감고 있어서 말이다.

견신 시스템은 그 검은 오러를 어둠의 오러, 혹은 악당의 오러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어둠의 오러를 가진 자들의 특징과 습성, 유형 등의 정보를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었다.

근데 그것들이 직업적으로 죄다 나쁜 쪽이다 보니, 그걸 살피는 내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개눈깔」아이템의 새 능력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을 사용하는 걸, 중단해 버렸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내 스스로 나의 본질을 간파하는 건, 여러모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거 같아, 심기가 영 편치 않았다.

그런 내 기분을 바로 알아채는 문대식. 역시 유능한 경호원이다.

하지만 날 그만큼 생각해 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백준열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대식은 상당히 신뢰하고 있는 것일 테고.

이런 문대식에게 배신당하면, 정말 뼈아플 거 같았다.

‘아마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 찍히는 기분이겠지.’

그 생각을 하고 나니, 갑자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곧 볼 사람이기도 하고.

‘아버지한테 있어서 최 집사가, 나에게는 문대식 정도가 아닐까?’

그 정도로 최 집사에 대한, 백승렬 회장의 믿음은 공고해 보였다.

하긴 백 회장이 최 집사랑 함께 한 세월이 얼마든가?

사실 나와 문대식의 관계를, 그 둘의 관계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했다.

‘그런 최 집사가 금도그룹의 첩자라는 걸아시게 된다면....’

백승렬 회장이 진짜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그걸로 백승렬 회장과 오늘 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엘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엘베가 그 증거물을 잘 숨겨 두지 않았다면, 나는 별 수 없이 최 집사의 비밀을, 백승렬 회장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히든카드로 내 놔야 했을 테니 말이다.

‘역시 최 집사 일은 좀 더 지켜보는 게 맞아. 백 회장이 그 정도 충격에도, 끄떡없을 그 타이밍이 곧 있을 테니까.’

백승렬 회장은 올해 자동차 산업에서 완전 철수한다.

무려 10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말이다.

10년 전 백승렬 회장의 고집에, 드디어 삼명자동차가 출범한다.

부산 신호공단 부지 55만평 면적에 생산 시설을 건립했고, 5년 동안 무려 4조5천억 원을 투자해, 연간 55만대 생산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투자 계획도 확정했다.

그리고 출범 3년 뒤, 삼명자동차의 첫 승용차 SMV5가 공개된다.

중형 세단으로, 초기 차량 부품을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조달받아 생산됐는데,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바람몰이에 성공하지만, 출범과 함께 외환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삼명 자동차는 매년 존폐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지금까지는 버터 왔지만 작년 터진 금융위기 앞에, 천하의 삼명 그룹도 더는 버티기 어려워 진 것이다.

‘올해 적자만 1조 원대에 달할 예정이니....’

결국 백승렬 회장은 올해 말, 삼명 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그 뒤 삼명자동차 부채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겠다며, 삼명생명 주식 3조2천억 원어치를 출연, 그 돈으로 부채 상환과 협력업체 지원에 쓰게 된다.

그렇게 올해 말에 삼명 자동차는 전격 퇴출 되고, 그 법인도 최종 해산 처리 된다.

삼명 자동차에 대한 백승렬 회장의 애착이야 말 할 것도 없었다.

그 만큼 자동차 사업 실패는, 백 회장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 쯤 최 집사에 대한 비밀 얘기를 꺼낸다면, 백 회장도 그리 크게 놀라진 않을 것으로 봤다.

‘저기 나오네.’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온다고. 내가 말하고 있는 그 당사자. 최 집사가 삼명家 본가 주택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본가에 다 왔다는 소식을 어디서 전해들은 모양이다.

그 말은 최 집사의 영향력이 삼명 그룹 뿐 아니라 내 회사, JYB엔터에도 미치고 있단 소리다.

“하여튼 대단한 양반이긴 해.”

내가 그 말을 할 사이, 언제 내렸는지 내 옆에 문대식이 사라지고 없었다.

달칵!

그때 문대식이 내가 탄 차의 뒷문을 열었다.

나는 그 문 열린 차에서 내렸고, 그런 내 앞으로 최 집사가 다가와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아버지는?”

“지금 경제인 만찬에 참석 중이십니다. 대략 한 시간 쯤 뒤에, 집에 오실 것으로 보입니다.”

“알았어. 그럼 난 내 방에 가 있을 테니까. 아버지 오시면 최 집사가 좀 알려 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는, 지금 평창동에 가 계십니다.”

내가 굳이 묻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최 집사가 서지현 사모님 얘기를 꺼낸 건, 역시 날 자극해 보려는 심산 같았다.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최 집사의 의도대로 넘어가서, 안 좋은 쪽으로다가 그가 듣고 싶어 하는 소릴 지금, 이 자리에서 내 뱉었겠지.

그럼 그 소리를 잘 들어 놨다가, 서지현 사모님이 돌아오면 최 집사가 슬그머니 일러바쳤을 테고.

아마도 그런 식으로 최 집사는, 그 동안 이곳 삼명家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본질적으로 그런 기회주의자들과, 보신주의자들은 딱 질색이었다.

특히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첩자를, 곁에 두고 살 자신은 더더욱 없었고.

그렇게 보면 백승렬 회장이 참 대단 한 사람이긴 했다.

나 같았으면 뻐꾸기 새끼도, 첩자도 같이 데리고 살진 못했을 텐데 말이다.

‘아아. 첩자는 아직 들통 난 건 아니니, 백 회장도 모르지 참.’

그런데 막상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백 회장도 최 집사가 금도그룹의 첩자라는 걸 알고 있을 거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랄까?

* * *

“그렇군.”

최 집사는 자신의 도발에, 백준열이 보여 준 이 매가리 없는 반응에 기분이 팍 상했다.

평소 백준열이라면, 서지현 사모님에 대한 쓴 소리 정도는 나와 줘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백준열은, 마치 그와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싫다는 식의 티를 팍팍 냈다.

“도련님. 어디 불편 하십니까?”

“아니. 이봐. 최 집사?”

“네. 도련님.”

“나 지금 많이 피곤하거든. 그러니까 더 말 걸지 말아 줄래?”

이제는 자기보고 아예 입 닥치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기에게 먼저 말을 못 걸어서 안달이더니 말이다.

‘이 새끼. 이거 왜 이래?’

전에는 녀석의 얼굴만 봐도,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파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모르겠다. 대체 요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최 집사는 아무래도 백준열의 주변부터 캐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준열의 변화는, 결국 주변을 살피다 보면 다 나오게 되어 있었다.

백준열은 곧장 저택 안으로 들어가더니, 정말 피곤한지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곳 삼명家 본가에는, 백승렬 회장의 직계들의 방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장성한 자식들은 이미 전부 다 독립해서 나가 살고 있지만, 백 회장은 그 자식들의 추억을 집 안에 여전히 담아 두고 있기를 바랐다.

해서 자식들에게도 집을 나갈 때, 거의 맨 몸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그건 백준열도 예외가 아니었고.

“평소에 잘 해 줄 것이지.”

그런 백 회장을 최 집사는 도통 이해가 안 됐다.

자신도 결혼했고, 자식을 키우고 있지만, 백 회장처럼 자식을 도구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래 놓고 자기 합리화를 위해선지, 아니면 위안을 위해선지 몰라도, 자식들의 방에 매주 한 번씩은 꼭 들렀다.

“김씨. 도련님께 필요한 거 없는지 한 번 물어 보고 와.”

최 집사는 본가에 일하는 사용인 중, 그래도 백준열과 사이가 괜찮은 편인 김씨를 불러서 그런 지시를 내렸다.

김씨는 백준열이 유학가기 전까지, 그래도 사용인들 중에 유일하게 백준열과 얘기를 나누던 사람이었다.

당시도 까칠했던 백준열이, 그래도 김씨에게만은 잘해 준 건 엘베 때문이었다.

평소 개를 좋아했던 김씨는, 엘베 뿐 아니라 집안의 모든 개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지금은 본가에 개를 키우지 않았다.

전 사모님. 그러니까 백준열의 할머니가 되는 유지선 여사님 때는 집에 개가 들끓었다.

하지만 그분이 돌아가시고, 서지현 사모님이 본가의 안주인이 되면서, 차츰 개가 줄기 시작해서 이제는 한 마리도 키우지 않게 된 것이다.

서지현 사모님도 처음부터 개를 싫어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낳은 막내, 그러니까 백지연이 개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뒤부터, 개를 꺼려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개 얘기만 나와도, 얼굴색이 변할 정도로 개를 싫어하게 됐다.

과연 김씨가 노크를 하자 백준열은 자기 방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그의 방에 들어 간 김씨는 채 10초도 되지 않아 도로 나왔다.

“왜?”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회장님 오실 때까지 자기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 십니다.”

백준열이 김씨에게 한 말이지만, 김씨도 최 집사도 알았다.

그게 백준열이 최 집사에게 한 소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 그래. 알았으니 가서 일 봐.”

그 말이 상당히 불쾌했던지, 늘 똑같던 최 집사의 포커페이스 얼굴에서, 이마 쪽으로 한 줄기 주름이 선명하게 잡혔다.

* * *

최 집사의 말에 따르면, 백 회장이 올 때까지 적어도 한 시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뭐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일단 엘베가 말한 백 회장이 사람을 죽인 증거는, 본가 내 방에 있었다.

엘베가 그 증거를 숨겨 둔 곳은, 바로 내 장난감 박스 중 하나.

백준열이 어릴 때부터 워낙 아꼈던 장난감들이라서, 누구든 그 박스를 건드리면 백준열이 가만있지 않았다.

어찌나 개지랄을 떨었던지, 그 덕분에 지금도 그 박스는, 사용인들이 청소 할 때도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나?

“어디 보자.”

나는 조심스럽게 그 장난감 박스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장난감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했고, 마지막 장난감을 꺼낸 뒤, 박스 바닥에 비닐 밀봉 지퍼 백에 잘 넣어져 있는, 증거물 두 개가 내 눈에 보였다.

개(犬)인 엘베가 이렇게 밀봉 지퍼 백 안에 잘 넣어 해 놨을 리는 없을 테고.

아마도 증거물을 없애기 전에, 누군가 잘 챙겨 놓으려고 이렇게 해 놓은 모양인데, 그 덕분에 증거물로서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의 첨단 과학 수사라면, 이 두 증거물만으로도 충분히 범인을 색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범인이 삼명그룹 회장인 백승렬이란 거지만. 증거가 확실하니 제 아무리 법 위의 백승렬 회장이라도, 국민 여론만 잘 이용한다면 충분히 감옥에 처넣을 수 있었다.

JYB엔터 대표인 나라면, 그 짓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물론 아들이 제 아비를 감옥에 처넣은, 배후란 게 밝혀지면 좋은 소리는 못 듣겠지만.

“당연히 그럴 일은 없지. 그 전에 백승렬 회장이 내가 원하는 걸 다 들어 줄 테니까.”

나는 오늘 딜이 무조건 내 뜻대로 이뤄질 것을 확신했다.

내가 백 회장이라도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일단 사진부터 찍자.”

나는 장갑을 끼고, 그 증거물을 밀봉 지퍼백 안에서 꺼냈다.

찰깍! 찰깍!

그리곤 그 증거물을 내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백 회장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 이 사진을 보면 백 회장도 놀라긴 할 것이다.

그 모습이 왠지 기대 되는 건, 순전히 이 몸이 백준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뒤 다시 증거물을 밀봉 지퍼백에 넣은 나는, 이제 진짜 견신 시스템과 협상을 할 때라 생각했다.

그러자 견신 시스템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물질 아이템 판매부터 시작해서 나의 상태창에 새롭게 생기게 될, 인벤토리 기능에 대한 설명을, 내 머릿속에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그 양이 제법 많아서 내 머리에 살짝 두통이 일었지만, 뭐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 보다 견신 시스템을 통해서, 내가 돈으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모양이다.

흥분한 내가 견신 시스템에게, 내가 지금 사고 싶은 아이템으로, 아공간 주머니를 요구하자 시스템이 바로 내 눈앞에 아이템 판매 창을 띄웠다. 그런데....

[상품명: 개주머니]

*용도: 아공간 주머니

*규격: 0.3m x 0.3m x 0.3m(0.027㎥)

*판매가: 500억

“뭐, 뭐? 500억!”

이 개 호로 잡 시스템이 진짜 미쳤다.

물질 아이템이랍시고 주머니 하나의 가격이 500억이라니!

지금 나하고 장난치자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견신 시스템은 내 불만은 생 까고, 눈앞의 판매창을 바꿔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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