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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처음부터 사시미칼을 꺼내서 그렇지, 그 뒤로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은 고창석을 그리 막 다루지는 않았다.
“잘 들어. 전두철이만 불러 내. 그럼 넌 지금 바로 여기서 나갈 수 있다.”
승합차 안. 다들 조폭스럽게 생긴 자들에 둘러싸인 처지의 고창석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리는 없었다.
“진, 진짜죠?”
“그렇다니까. 자. 빨리 전화 걸어.”
홍대 클럽까지 가서 고창석을 찾아서 이곳, 전두철의 집까지 오는 데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여기서 더 늦으면 전두철을 납치하기 전에, 그놈의 부모님들이 먼저 집에 들어오게 생겼다.
그 때문에 사신 2대의 조직원들도, 지금은 조급해 질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두철이 녀석이야,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자신 넘쳐하며 전두철에게 전화를 거는 고창석. 고창석의 전화는 전두철이 또 확실히 받아줬다.
=어어. 왜?
“두철아. 어디니?”
=집.
“나와라. 여기 물 끝내 준다.”
=됐어. 씨뱅아. 나 아픈 거 알면서....
“집이라며? 퇴원한 거 아냐?
=내일 다시 병원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오늘 좆물 좀 빼야지. 병원 가면 간호사가 니꺼 빼 준데?”
=그것도 그러네. 그런데 오늘은 진짜 안 돼. 경호원들도 없고.
전두철의 안 된다는 말에, 자신감 넘쳐 하는 고창석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친구답게 전두철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새끼 까고 있네. 이 형님이 데리러 갈게. 넌 몸만 나와.”
=진짜? 네가 우리 집에 날 데리러 온다고?
“그래. 새꺄. 어차피 친구 입원한다니, 병문안 가야 할 거 아냐? 그 대신이라고 생각 해.”
=크크크크. 역시 넌 내 친구다. 안 그래도 좆나 하고 싶었는데.
“그럼 30분 뒤에 나와. 이 형님 지금 출발 할 테니까.”
=오키! 물은 확실하다고 했다?
“무조건 야스 당근빠따다. 됐지? 끊는다.”
=어.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고창석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C발 새끼. 오늘 따라 더럽게 말 안 듣네.”
그런 고창석을 보고 사신 2대의 조직원들 중 리더가 말했다.
“어쩌냐? 바로 가긴 틀린 거 같네?”
아무래도 전두철을 안심시키려면, 고창석이 잠깐 얼굴 마담 노릇을 해 줘야 했다.
그건 고창석도 예상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뭐. 얘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니까.”
그렇게 30분 뒤 고창석과 같이,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의 승합차가, 전두철의 집 앞으로 움직였다.
“저기 나온다.”
“제가 데리고 올게요.”
고창석이 승합차에서 내려서 전두철에게 갔고, 잠시 뒤 둘이 승합차 쪽으로 다가왔다.
“이 차야?”
“어. 내 차 오늘 정비소에 맡겨 놨거든. 클럽에 얘기 했더니 이 차를 내 주더라고.”
고창석은 진짜 달변가였다. 거짓말의 달변가.
사신 2대의 조직원들도, 다들 그걸 인정하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걸까?
전두철이 뒷걸음질을 쳤다.
“어딜!”
하지만 미리 내려서 숨어 있다가, 전두철의 퇴로를 막아서는 사신 2대의 조직원들.
“고창석. 너 이 새끼....”
그제야 고창석이 자신을 집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미끼 역이었음 깨달은, 전두철이 그를 곧 죽일 듯 노려봤지만, 그런 녀석에게 쫄 고창석이 아니었다.
“저기 온다.”
그때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이 불러 준 콜택시가 도착했고, 친절하게 택시비까지 선 지급해 줬다.
그 택시에 탄 고창석이 차창을 열고, 전두철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친구. 사요나라~”
고창석도 이제 더는 전두철을 볼 일이 없을 거란 것을 직감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고창석을 태운 콜택시가 사라지고,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은 전두철을 그들 승합차로 몰아넣었다.
어차피 양태석에게 맞아 온몸에 골병이 들어있는 전두철은, 도망갈 엄두 자체도 못 내고 있었다.
“이거 놔! 니들 내가 누군 줄 알고....”
최종적으로 전두철을 제압할 때 저항이 있었지만,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은 간단히 녀석의 사지를 묶은 뒤, 입에 재갈까지 물리고 나서, 짐짝처럼 승합차 뒤 칸에 던져버렸다.
“자아. 이제 어디 가서 뭐 좀 먹자.”
전두철 때문에 제대로 저녁 식사도 못한 사신 2대의 조직원들.
그들은 가까운 24시 소머리 국밥집으로 가서, 번갈아가며 식사를 한 후에, 엄기풍과 만나기로 되어 있던 마포의 태일공방으로 향했다.
* * *
원래 태일공방은 손대명과 사신 1대 조직원들이 이용하는 게 맞았다.
그러라고 양태석이 직접, 그쪽에 연락까지 취해 준 것이고.
하지만 손대명이 일방적으로 여자 쪽을 자신이 맡겠다고 하면서, 엄기풍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비교적 시신 처리가 수월한 태일공방을, 사신 2대에 넘긴 것이다.
사신대의 실질적인 보스다운 면모를 보인 건데, 정작 엄기풍에게서는 그걸 별로 고마워하는 기색을 엿 볼 수가 없었다.
먼저 태일공방에 도착해서, 그곳 사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던 엄기풍.
“왔습니다.”
승용차 한 대와 승합차 한 대가 같이 태일공방 안으로 들어오자, 공방 직원이 재빨리 입구 문을 걸어 잠갔다.
그 뒤 공방 주위의 모든 불들이 꺼지고, 공방은 이내 어둠과 하나로 동화 되었다.
하지만 공방의 지하실은 반대로 훤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고, 거기 태일공방의 사장과 직원이 엄기풍과 사신 2대 조직원들과 같이 있다가, 옆방으로 가면서 공방 사장이 엄기풍을 향해 말했다.
“가마에 불 지펴 놓을 테니까, 10분 뒤 넘겨라.”
“네. 어르신.”
엄기풍은 깍듯하게 공방 사장을 예우했다.
태일공방에 들어올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말이다.
엄기풍이 그렇게 한 건, 태일공방 사장이 이 바닥의 선배 조폭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족보를 따지면, 이곳 사장이 태천파 보스 양태천보다 더 급이 높았다.
하지만 조폭 세계란 게, 어디 룰 같은 걸 지키는 곳이었던가?
예전에야 강한 놈이 형님이었다면, 요즘은 돈 많은 놈이 형님이었다.
돈도 없는 게 싸움 좀 한다고 깝죽거리다가, 다구리 당해 병신 되거나, 뒈지는 수가 실제로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봤을 때 태일공방 사장은 돈이 있었다.
엄기풍에게는 조직이 있었고 말이다.
둘이 잘 만 얘기가 되면, 태천파처럼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걸 태천파가 가만 내버려 둘리 없지만.
허나 사람 일이란 게 또 모르는 거 아니겠는가?
엄기풍은 오늘 일을 처리하고 나서, 바로 태일공방을 뜨지 않고 여기 사장과 좀 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 여기가 어디야? 너, 너희들 내가 누군지....아악!”
퍽! 퍼퍽! 빡! 빠악! 퍽!
새파랗게 젊은 놈이 엄기풍 앞으로 질질 끌려오면서 제법 악을 써 댔다.
하지만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었다.
돌아오는 건 무자비한 폭행 뿐.
사지가 묶여 있다 보니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것뿐이었다.
“그만!”
엄기풍의 나지막한 말에,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던 폭력이 거짓말처럼 멈춰졌다.
“으으으으....그, 그만....제발....때리지 마....으으으으....”
녀석은 오로지 고통에만 힘들어하고 있었다.
정작 진짜는 녀석이 여기서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는 사실인데 말이다.
그걸 알게 하고 고통에다가 죽음의 공포까지 더해서 죽일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멋도 모르게 죽일지는 순전히 엄기풍의 마음이었다.
“이놈 집이 부자라고?”
“네. 성수동에 집이 어리어리 하던데요?”
녀석이 부잣집 아들이란 사실에, 엄기풍은 심기가 뒤틀렸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강간마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빵에는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더 잘 먹고 잘 사는 데, 누구는 부모 못 만나서 실수로 여자 가슴 한 번 만졌다고, 치한으로 내 몰려서, 결국 합의할 돈이 없어 전과자로 전락해, 앞으로도 쭈욱 조진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말이다.
“저 놈에게 알려 줘. 곧 뜨거운 가마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말이야.”
엄기풍은 결국 전자를 선택했다.
저런 복 받은 놈이 죽을 때라도 더 고통스럽고 괴로워하다가 뒈져야, 그래도 세상이 공평 할 거 같아서 말이다.
다행히도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했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잘난 놈이든 못난 놈이든. 자기 같은 조폭이든 그 조폭을 잡는 검경이든. 싹 다.
10분 뒤 살아보겠다고 악다구니를 쳐 대던 녀석이, 뭇매에 결국 의식을 잃은 체 옆방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가마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또 닫히는 소리가 엄기풍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 * *
분명 일식집에서 회식을 하고, 가라오케로 옮겨가서 박 과장이 건네는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노래를 부른 거 까지는 생각이 났다.
“으윽!”
끔찍한 두통. 마치 지금 그녀 머릿속에 벌레가 그녀의 뇌를 갉아 먹고 있는 거 같았다.
그 뒤 직장 동료가 건네는 맥주 한 잔을 받아 마셨는데....그때부터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워졌다.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라도 해서, 정신을 차리려 했던 조하나.
하지만 화장실에 다다라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그 뒤 기억은 전혀 없었고, 지금 그녀는 뭔가에 꽁꽁 묶인 듯, 팔 다리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눈도 뭔가에 가려 있고 입에도 재갈이 물려 있었다.
“우우우....웁우우우....”
뭐라 계속 입으로 소리를 내서, 자기의 존재감을 어째든 주위에 알리려고 조하나는 나름 발악을 했다. 그때였다.
“이 여자 깬 거 같은데요?”
“에이 시바. 조금만 더 잘 것이지.”
귀찮은 티가 역력한 말투에서 조하나는 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촉이 좋기로 유명한 그녀였다.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이 조하나는 아무래도 두렵고 무서웠다.
잠시 두 사람이 다가와서, 그녀를 양쪽에서 달랑 들었다.
60Kg으로 여자치고는 무거운 편인 그녀였지만, 그 두 사람은 가볍게 들어 어딘가로 옮겼다.
“아아....”
그곳에서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게 풀렸다. 너무 밝은 빛에 조하나는 잠시 눈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밝은 빛에 눈이 순응하면서, 겨우 눈을 뜨게 된 조하나.
“헉!”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그럴 것이 그녀 눈앞에 거대한 포클레인이 바가지를, 그녀 앞에 내민 채 서 있었으니까.
빛도 포클레인에서 비추는 라이트였다.
조하나는 갑자기 웬 포클레인인가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보고서, 여기 포클레인이 있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자신이 여기 있는 게 이상한 것이란 걸 알게 됐다.
왜냐하면 여기는 건설 공사 현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자기가 왜 지금 여기 있는가를 두고,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때였다.
정장남이 투덜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구두 다 조진다. 에이씨....”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구두와, 정장은 그녀도 잘 아는 명품 브랜드 디자인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그 정장남이 어째든 먼저 말을 했다.
“JYB엔터에 다니는 조하나 맞지?”
“그, 그런데요?”
“왜 그랬어?”
“네?”
“왜 네 사촌 오빠한데 쓸데없는 소릴 지껄였냐고!”
“사, 사촌 오빠면....”
“조재현이 말이야. 그 새끼가 박지수 사생팬 인거 너도 알잖아? 너희 대표 정보를 그 새끼한테 흘리면 어떡하나 이 말이다. 이 돌대가리 년아.”
“그, 그래서 재현 오빠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
“한 게 아니라 하려다 잡힌 거지. 겁도 없이 너희 대표 차를 들이 받아버리려 했단다.”
그 말에 조하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진짜 들이 받은 건 아니잖은가? 다시 눈을 뜬 조하나가 따지듯 말했다.
“제, 제가 실수 했어요. 하지만 대표님이 그 때문에 다치신 것도 아닌데, 저 한데 이러는 건 좀 아닌 거 같지 않나요?”
“어어. 아닌 거 같아.”
“네?”
“너는 누가 널 벼랑으로 내밀려다가, 다른 사람이 말려서 겨우 살았어. 근데 널 떠밀어 죽이려한 사람을, 그 자리에서 바로 용서 할 수 있어?”
“그, 그건....”
“근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개새끼 백준열이라네?
그를 떠밀어 죽이려 한 건 너고.
자아. 니가 백준열 같으면 널 살려줄까? 아니면 없애 버릴까?”
“....”
아무리 조하나가 생각해 봐도 백준열이라면, 그녀를 살려 줄 이유가 없었다.
“다시 가려!”
정장남의 그 말에 건장한 남자들이 나타나서, 조하나의 눈을 가리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살고 싶은 조하나의 미약한 저항이 있었지만, 우악스런 그 자들 손아귀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어차피 없었다.
이내 그들에 의해 그녀 몸이 들리고, 미리 깊게 파여 있는, 구덩이 안으로 그녀를 내 던져졌다.
끼릭! 턱! 턱! 턱!
대기 중이던 포클레인이, 크게 한 바가지 흙을 떠서는 그 구덩이에 뿌렸다.
그때 정장남이 구덩이 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혼자 가는 건 아니다. 네 사촌 오빠가 먼저 거기 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말 후 정장남이 포클레인 기사에게 소리쳤다.
“메워!”
그러자 포클레인이 열심히 흙을 바가지에 담아, 구덩이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덩이의 절반을 흙으로 메워 버린 포클레인이, 바가지로 지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그걸 보고서야 정장남을 비롯한 건장한 남자들이, 일제히 공사장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때 잔뜩 흙 묻은 구두를 벗고, 차에 타며 정장남이 차 안에 있던 슬리퍼를 신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의 바지 속에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뭐야?”
정장남은 바지 호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내 보고는, 흠칫 놀라며 황급히 그 전화를 받았다.
“네. 형님!”
=어떻게 됐어?
“사생 팬과 그 사촌 여동생 둘 다 좀 전에 묻었습니다.”
=묻어? 태일공방에 간 거 아냐?
“아아. 거기는 제가 엄기풍이 한데 양보했습니다.”
=양보라....너....하아. 아니다. 나 지금 에로스에 있는데 올래?
“그럼요. 형님이 부르시는데 당연히 가야죠. 총알같이 가겠습니다.”
=천천히 와. 서두를 거 없어.
“네. 형님.”
정장남, 사신대의 보스인 손대명은 얼추 두 달 만인가?
하여튼 태천파 NO.2, 양태석을 곧 만난다는 사실에 벌써 흥분이 됐다.
2년 전만 해도 양태석의 왼팔로 불리며, 조폭계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손대명이었다.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때가 더 살가웠고 좋았던 기억이 손대명에게는 확실히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