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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94화 (9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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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맡는 일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 한계란, 그 수위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처리자 에이전시는, 인간 백정들의 집합소.

사람 죽이는 데 딱히 수위랄 게 있겠나?

이놈이든 저놈이든 잘만 죽이면 그만이지.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 잘 죽이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범죄에 대한 과학적 수사 또한, 점점 더 발달해 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해서 처리자 에이전시가 맡을 수 있는, 일의 양이 한계에 부딪쳤다.

그래서 양태석은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맡지 못하는 자잘한 일을, 태천파의 사신대에게 맡기고 있었다.

비록 처리 자들 만 못하더라도, 소수정예로 구성된 이 조폭 조직은, 최근까지 증거나 증인을 남기지 않고, 제법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양태석도 요즘은 이들을 믿고 일을 맡기고 있었다.

특히 저번 주에 박칠석을 재끼려 한, 그 밑에 수하 구재성을 조용히 제거 한 일은, 조직의 2인자인 양태석에게서 직접 칭찬까지 받았다.

그래선지 한껏 기세가 올라 있는 사신대에, 양태석이 또 다시 일을 맡겼다.

“어디 보자. 직장인 여자 하나랑, 돈 많은 집 개망나니 한 놈이라....”

둘 다 쉬울 거 같아도,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조폭들이야 조폭스럽게 처리하면 되지만, 일반인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가장 핵심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서 생각보다 준비할 게 상당히 많았다.

“너희는 개망나니 쪽을 맡아. 우리가 여자 쪽을 처리 할 테니까.”

사신대를 이끌고 있는 태천파 중간 보스 손대명이, 사신대의 2인자로 사신 2대를 이끌고 있는 엄기풍에게 그렇게 말했다.

현재 사신대는 둘로 나뉘어 있었다.

실질적으로 사신대의 보스라 할 수 있는 손대명이 이끄는 사신 1대와, 그 반대 세력이 연합해서 만들어진 사신 2대.

그 사신 2대가 하나로 뭉쳤는데, 그런 그들을 대변하는 자가 바로 엄기풍이었다.

“뭐 그럽시다.”

딱히 일을 가리는 성격이 아닌 엄기풍.

그가 순순히 자신의 지시를 받아드리자, 손대명도 더 할 말이 없었던지, 바로 수하들을 챙겼다.

손대명이 여자 쪽을 맡은 건, 이미 그의 수하들이 그 일에 먼저 깊숙이 개입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여자의 사촌 오빠, 즉 박지수의 사생 팬 K씨를, 손대명의 수하들이 백준열의 경호팀원들에게서 넘겨받은 것이다.

그러니 손대명의 입장에서도, 그 두 건을 하나로 묶어서 처리하는 게, 더 가오(폼)도 살고, 또 사신 2대보다 일도 더 많이 한 거 같아 보일 테고 말이다.

“가자.”

그렇게 손대명이 사신 1대 조직원들을 이끌고 우르르 떠나자, 그런 그들을 무심히 지켜보고만 있던 엄기풍.

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곧 없어질 조직에 뭔....”

뭔가 할 말이 더 있어 보였지만, 엄기풍은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더는 혀를 놀리지 않았다.

대신 사신 2대 수하들을 불러서,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너희 둘이 그 개망나니 새끼 친구 놈을 쫓고....너희는 실행조가 움직이면 언제든지 납치 할 수 있게 승합차를....”

자기 할 말이 끝나자 엄기풍이 사신 2대 조직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거 아니다.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다. 알겠나?”

“네. 형님!”

태천파 내부에서도 잘 몰랐다.

엄기풍이 사신 2대를, 얼마나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지를 말이다.

만약 그걸 알았다면, 당장 사신 1대의 손대명부터 엄기풍을 견제 했겠지.

하지만 엄기풍은 자신을 절대 먼저 내세우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무도 몰랐다. 엄기풍의 진짜 야심을 말이다.

“가라.”

엄기풍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신 2대가 일사분란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엄기풍. 그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영감님. 요즘 신경통은 괜찮고? 어허. 뜨끈뜨끈한 가마를 끼고 사는 양반이 무슨....딴 게 아니고 가마하나 비워 두라고. 뭐요? 태석이 형님이 벌써? 뭐 어째든 가마는 하나면 됩니다. 네. 이따가 봅시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엄기풍도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죽이기 전에 어떤 놈인지 얼굴이라도 함 봐야지.”

엄기풍은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뭐든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오늘도 마지막 뒤처리 직전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이렇게 또, 몸소 움직이고 있었다.

* * *

양재동 식품 공장의 적재 창고 안.

“으으으으....”

달랑 팬티 한 장 걸친 남자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 남자는 얼마나 많이 두들겨 맞았는지, 얼굴이며 몸이 퉁퉁 부어 있어서, 그 가족이 와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놈이야?”

“네. 형님.”

양태석에게 앞서 넘겨받은 일로, 사생 팬에 스토커 하나를 먼저 잡아다가, 여기 매달아 놓은 손대명.

“그러니까 저놈이 그 년의 사촌 오빠라 이거로군?”

“그렇죠.”

“세상 참....할 짓이 없어서 여배우 뒤나 쫓아다니고....”

손대명은 자기 눈앞에 매달려 있는, 저 K씨가 당최 이해가 안 됐다.

그냥 남들처럼 조용히 살았으면, 애초 이런 일을 겪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정신병자죠.”

“뭐 우리야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더 알아 낼 거 없으면 처리 해.”

손대명의 그 처리해란 말을 천장에 매달려 있는 K씨가 용케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으으....안, 안 돼....사, 살려 줘....제발....살려주세요....흑흑흑흑....제가 잘못했어요....다시는 안 그럴게요....제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K씨. 그런 그를 보고 손대명이 짧게 말했다.

“후회가 늦었어.”

손대명은 몸을 돌려 공장을 나갔고, 잠시 뒤 창고 안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누구보다 잘 아는 손대명.

그가 대기 중인 차에 타면서, 공장에 남아 뒤처리 할 수하들에게 말했다.

“흔적 1도 남기면 안 된다. 알지?”

“네. 형님.”

“그래. 수고하고. 대치동으로 보낼 수거조 빼고, 나머지는 이거 가지고 한 잔들 하고 들어가라고 해.”

손대명이 지갑에서 100만 원짜리 수표 여러 장을 꺼내서, 공장에 남아 뒤처리 할 수하 중 하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렇게 그곳을 나선 손대명은 바로 다음 목적지로 움직이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어. 어. 일식집을 나와서 가라오케에 들어갔다고? 으음. 술은? 별로 안 마셨다고? 그럼 안 되지. 약 좀 타 먹여. 어. 작업은 한 시간 뒤에 하고. 처리는 대치동 빌라 현장 알지? 어. 거기 지하층 공구리 내일 친다던데, 그 전에 묻으면 되지 싶은데. 어. 맞아. 거기. 그럼 넉넉잡고 12시에 거기서 보자. 어어. 수고해.”

손대명은 여자, 그러니까 JYB엔터에 다니는 조하나라는 직원을, 그의 수하들이 작업해서 대치동 빌라 현장으로 데려 오기까지, 거의 2시간 넘게 시간이 남아돌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인근 룸살롱에 가기로 했다.

거기서 가볍게 한잔 하면서, 느긋하게 한 빠구리하고 대치동 빌라로 넘어가면, 시간이 딱 맞춰 질 거 같았다.

“야! 이 근처에 물 좋은 룸빵에 가자.”

“네. 형님.”

손대명을 태운 차가 얼마 안 가 유턴 한 뒤, 좌회전해서 안으로 쭉 들어가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끝없이 펼쳐진 유흥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

JYB엔터의 경영기획지원팀의 박영수 과장.

“자자. 마셔!”

그는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일이면 드디어 과장에서 팀장이 된다.

회사의 경영 부문장인 배운철 상무가 그렇다고 했으니 확실했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축하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거고.

처음에는 일식집에서 시작 된 회식이, 가라오케로 넘어오면서 연거푸 폭탄주 5잔을 마신 박영수 과장.

술에 취해 비틀대고 있지만, 여전히 신이 난 그는 꽥꽥거리며, 자신의 18번 노래를 꾸역꾸역 불러댔다.

그렇게 기어코 그 노래를 끝까지 다 부른 박영수 과장.

그가 마이크를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하나 대리에게 넘겼다.

“조 대리. 한곡 불러.”

“네. 과장님.”

박영수 과장은 바로 이런 내숭 없는 조 대리의 모습이 좋았다.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박영수 과장이 다시 술을 마실 동안, 조 대리는 신나고 빠른 노래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런 점도 박영수 과장가 조 대리를 높게 평가하는 점이었다.

조직 사회에서 일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다.

이렇게 놀 줄도 알고, 분위기 띄울 줄도 알아야지 말이야.

차은석처럼 일만 죽어라 해서, 결국 얻은 게 뭔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괜히 대표 눈 밖에 나서 목만 날아가지 않았냐는 말이다.

박영수 과장은 지금 그가 다니고 있는 JYB엔터에서 가늘어도 길게, 오래토록 여기서 일하고 싶었다.

그 롤 모델이 바로 자신의 상사인 배운철 상무다.

그는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 듯, 회사에 흐름에 맞춰 적절히 잘 살아왔고, 지금도 잘 살고 있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직원을 자른다는, 백준열 대표 밑에서도 그는 끄떡없이 잘 버티고 있었다.

배 상무처럼 어중간하고 애매모호한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결국에 가서 조직 사회에서 살아남은 건, 배 상무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박영수 과장도 배 상무처럼 살려고 했고, 그 결과 팀장 자리를 꿰차게 생겼다.

‘이번 주말에 상무님과 라운딩을 나가야겠군.’

골프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배 상무였다.

박영수 과장은 팀장이 되면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갈 거라든지,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볼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고, 배 상무 비위 맞출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다.

“응?”

그때 술이 많이 취한 듯,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조하나 대리를 보고, 박영수 과장이 조심하라고 말을 하려 할 때였다.

퍽!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이 가해지고, 박영수 과장을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과장님!”

그런 박영수 과장 주위로 직원들이 모여 들 때, 박 과장처럼 화장실로 가다 쓰러진 조하나 대리를, 웬 건장한 남자가 나타나서 가볍게 들쳐 메고는, 가라오케를 훌쩍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을 가라오케 안에 있던 사람 누구도 보지 못했고, 가라오케에 설치되어 있던 CCTV카메라도 이때는 뭐가 문제인지, 전원이 켜져 있지 않았다.

* * *

전두철이 어떤 놈인지 다 파악을 끝낸 사신 2대의 조직원들.

그들은 전두철을 집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놈의 친구를 써 먹기로 하고 홍대 유명 클럽을 찾았다.

조폭들은 당연히 조폭들을 알아본다.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의 등장에, 그곳 관할 조폭들이 긴장을 했는데 이내 괜찮아졌다.

사신 2대의 보스 격인 엄기풍이, 클럽 관리를 맡은 조직의 보스에게 양해를 구했던 것.

그로인해 두 조폭 조직 간의 트러블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긴장감은 감돌았다.

하긴 조폭들끼리 하도 뒤통수를 쳐대니, 약속 따윌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저 방입니다.”

부잣집 개망나니 아들의 친구답게, 놈도 고급스럽게 놀았다.

이런 클럽에 룸 하나 잡으려면, 기백은 기본으로 뿌려야 하니 말이다.

“쯧쯧....”

그 룸 안으로 들어간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찼다.

약도 하고 섹스도 하고 할 짓은 다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동성끼리의 이상한 짓거리였다.

조폭들은 대체적으로 동성애자들을 경멸했다.

그렇다보니 지금 눈앞에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 붙어먹고 있는 게 영 눈꼴사나웠다.

그때 사신 2대의 조직원들 중, 리더가 룸 안에 있는 연놈들에게 물었다.

“여기 고창석이 누구야?”

그러자 동성의 성기를 빨고 있던 녀석이, 손가락으로 소파 위에 여자를 엎드려 놓고, 열심히 뒤치기 중인 녀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요!”

그때였다.

“에이. C발! 누구야? 막 싸려는 데?”

뒤치기 중이던 녀석이 자기 좆기둥을 빼내서, 마치 주위 사람들이 보란 듯 휘둘러 되며 외쳤다.

확실히 실한 좆이었다.

하지만 사신 2대의 조직원들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인 좆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 저만한 놈도 있을뿐더러, 대부분 귀두 밑에 구슬을 박아서 그 굵기에서는 저놈과는 비교도 안 됐다.

그때 사신 2대의 조직원들 중 리더가, 자기 좆기둥을 여전히 내 놓고 있는 놈에게 물었다.

“네가 고창석이냐?”

“그래. 내가 고창석이다. 그래서 뭐?”

고창석은 겁이 없었다. 아니 겁 낼 게 뭐가 있겠나?

조폭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다니는 녀석이, 그의 둘도 없는 절친 인데 말이다.

“협조 좀 해 줘야겠다.”

“누구 마음대로.”

“저 새끼가....”

사신 2대의 조직원들도 참는데 한계가 있었다.

계속 빈정대는 고창석을 보고, 더는 못 참겠는지 조직원 하나가 나섰는데, 그제야 움찔하며 고창석이 소리쳤다.

“이 C발. 내가 누군 줄 알고. 너, 너희들 신구미파 알아 몰라?”

“신구미파? 알지.”

자신에게 다가오던 조폭이 신구미파를 안다고 하자, 고창석의 얼굴이 희희낙락해서 말했다.

“그 신구미파가 내 친구 똘마니들이야.”

그 말에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 말을 들어 보니 그들이 찾는 놈이 확실하니까, 이제 그만 놈을 여기서 데리고 나가자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것이다.

“이리 와! 이 새끼야!”

고창석에 다가가고 있었던 조폭이. 냅다 뛰어가서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아아. C발. 이거 못 놔?”

고창석이 제법 살벌하게 눈을 부라리며. 그 조폭에게 으름장을 놨지만 그 조폭은 전혀 괘의치 않고. 녀석을 끌고 룸 밖으로 나가려 했다.

당연히 고창석은 버티며 룸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했는데. 이때 뭔가 섬뜩한 것이 고창석의 목에 와 닿았다.

“히익!”

그게 잘 벼른 사시미칼임을 자기 눈으로 확인한 고창석이 기겁해서 얼굴이 푸르죽죽해졌다. 그런 그에게 목에 사시미칼을 갖다 댄 조폭이 살벌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배때기에 구멍하나 난다?”

그 말에 고창석은 덜컥 겁을 집어 먹고서는, 더는 까불지 못하고 조용히 사신 2대의 조직원들을 따라서 룸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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