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91화 (9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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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여당 4선 국회의원에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꿰 차고 있는 황충식과 야당의 2인자이자, 간사장으로 불리는 함병찬 의원.

그 둘은 공통된 2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둘 다 한국대 법대 동기란 거고, 또 하나는 둘 다 대머리란 점이었다.

황충식 의원은 일부러 머리를 민 경우인 스킨헤드, 일명 빡빡이 였지만, 함병찬 의원은 아직 머리가 좀 남아 있었다.

뒤통수나 정수리가 제법 많이 드러난 상태로 말이다.

해서 황충식 의원은 아예 완제품 가발을 썼고, 함병찬 의원은 뒤통수와 정수리를 가리는 부분 가발을 쓰고 다녔다.

놀라운 점은 두 사람 모두 가발 관리를 잘해서, 국민들 중 그들이 대머리라는 걸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하여튼 두 사람은 당적이 다르다보니 항상 티격태격했는데, 실제로는 친해 오늘처럼 가끔 만나서 술 한 잔하며, 예전 추억을 되새기곤 했다.

“안 사장. 그래도 내가 낫지?”

“무슨 소리야? 내가 더 낫지.”

“미친 새끼. 그러니까 애들도 널 ‘돌아이’라고 한 거야.”

“뭐? 푸하하하. 야이 빙구새끼야. 내가 ‘돌아이’라고 불릴 때, 너는 뭐로 불렸는지 잊었냐?”

“뭐, 뭐?”

“안 사장. 저 새끼 별명이 ‘개또라이’야. 완전 미친 새끼란 소리지.”

“야! 지어 내지 좀 마. 내가 무슨 ‘개또라이’야?”

“지어내긴. 상석이 한데 전화 해 볼까? 어?”

여기서 상석은 김상석, 두 사람과 같이 대학시절 어울려 다녔던 동기로, 현재 검찰총장 자리에 있었다.

그 정도로 이 두 사람의 인맥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단했기 때문에, 오늘 화유각의 사장인 안세영도 VIP룸을, 이들을 위해 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평소에는 인사차 와서 술 한 잔 치고 빠졌는데, 오늘 따라 저 둘이 그녀를 잡고 도통 놔 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결국 둘 중 한 명이, 그만 술김에 건드려선 안 될 그 둘 사이의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리고 말았다.

“새끼야. 넌 빡빡이잖아? 난 아직 머리가 남아있다고.”

“뭐, 뭐? 빡빡이! 이 개자식이 말하는 싸가지 좀 보소?”

“뭐라고? 개자식? 이 씹새야. 말 다 했냐?”

두 사람 다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부자건 가난하건, 탈모는 공평하게 찾아온다더니 그 말 대로였다.

아무리 두 사람이 돈과 권력을 쥐고 있어도, 탈모만큼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대머리로 고통 받았고, 또 지금도 받고 있다.

사람 외모에서 머리카락과 헤어스타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많은 상품들이 나와 있었다.

단순히 머리에 검은 가루를 뿌리는 흑채에서, 두피를 자극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상품이나, 요즘에 와서는 아예 모발 이식 수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원래 두 사람도 모발 이식 수술을 고려 중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코앞인지라, 선거가 끝나고 나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이 사실을 둘 다 숨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수술에 성공하고 나서, 통쾌하게 서로를 놀려 줄 욕심에 말이다.

하지만 오늘 회동에서, 술이 한잔 두잔 계속 들어가자, 둘은 정치인 특유의 곤조가 나오기 시작했다.

후일 누가 그랬던가? 지독한 구태 정치인들, 곤조 잔재 유산아래 퇴물들 정치 난장판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어이. 마담. 여기 여자들 불러.”

“의, 의원님. 여기는 음식점이지, 요정이나 룸살롱은 아니에요.”

“무슨....부르라면 부를 것이지. 뭔 말이 이리 많아?”

“이야. 충식이 성질 다 죽었네. 이제 마담 따위도 니 말을 깐다야. 크크크크!”

둘은 제 3자, 그러니까 그들 말고 국화실 안에 있던 화유각 사장을 같이 갈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그 둘의 싸움이었다.

“뭐 이딴 데가 다 있어?”

먼저 황충식이 술상을 엎었다.

그러자 함병찬이 그 술상을 걷어차면서 낄낄 거렸고, 놀란 화유각 사장 안세영은 방 한쪽으로 물러나서, 국화실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두 개진상들이, 그래도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똑! 똑! 똑!

그때 국화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야! 그냥 들어 와!”

안 그래도 안세영 말고, 둘 다 새롭게 조질 대상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서 찾아와 주니, 둘 다 좋단다.

하지만 안세영은 반대였다. 보나마나 노크 한 사람은 화유각의 직원일 테니까.

그녀는 그 직원이 자기 대신 저 개진상들에게 갖은 인격 모독을 당할 걸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

“안 돼! 들어오지 마!”

그래서 안세영은 국화실 방밖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아마 이곳 직원이면 그녀 목소리를 알아들을 것이니, 그녀가 외친 대로 방문을 열지는....

드르르르륵!

그런데 안세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화실 방문이 시원하게 열렸다.

“아아....”

안세영은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기어코 이 방에 들어오려는, 그 청개구리 같은 직원이 누군지 열린 방문 쪽을 쳐다봤다.

“어?”

그런데 국화실 안으로 들어 온 사람은 화유각 직원이 아니었다.

키 크고 잘 생긴 젊은 남자였다. 분명 어디서 많이 본....

“백준열!”

안세영의 입에서 그 이름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왔고, 두 개 진상 중 황충식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백준열이면, 내 아들 놈 회사 사장인데?”

그러자 그 옆의 함병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백준열?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그때 그 두 사람 사이로, 백준열이 성큼 다가서며 말했다.

“여, 야를 대표하시는 두 분을 여기서 뵙게 되다니. 이 백준열이 가슴이 벅차올라서....근데 여기 왜 이래요?”

두 사람을 만나 감격해 마지않아 보이던 백준열의 얼굴이 갑자기 돌변해서는, 시선을 안세영에게로 싹 돌리며 물었다.

“네? 그, 그게....”

백준열은 안세영이 놀라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그녀 쪽으로 손사래를 친 뒤, 두 사람 사이에서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두 분 또 싸우셨구나? TV에서 보면 맨날 싸우더니 술자리에서도....역시 사람은 한결 같아야 하는 법이거든요. 그래. 어디까지 싸우셨습니까?”

그때부터 개새끼 백준열이 가세하면서, 두 개진상의 싸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개들이 서로 덮치고 무는 것은, 보통 장난스런 놀이의 일환이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놀이가 격해져서 통제가 불가능해지면, 개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법.

싸움이 빠르게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개들 중 한 마리가 다치기 전에 빨리 개입해야 한다.

이게 내가 아는 개싸움이고, 그 대처법은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대부분의 개싸움은 몇 초면 끝나기 때문에, 개의 주의를 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급하면 물을 뿌려도 되고. 그걸 로도 안 되면 담요 던지던지, 급하면 걸치고 있는 자켓을 던져도 좋단다. 개는 싸울 개가 안 보이면 진정 되기도 한다니까.

그런 여러 지식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나는 견신 시스템의 미션 완수를 위해 개싸움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화유각의 VIP룸인 국화실.

그래도 예의를 차려 노크를 하자, 안에서 대뜸 들어오란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잘 아는 얼굴의 국회의원 둘이 깽판을 치고 있었다.

그때 웬 여자가 그 방구석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근데 그 여자도 아는 얼굴이다.

나는 재빨리 백준열의 기억을 더듬었다.

세 명 다 백준열에게 중요한 인물들이었던지, 그들에 대한 정보가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두 의원 중 한 명은 황치국의 아버지고, 나머지 한 명은 한때 서재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작자였다.

그래서 한 때는 서지현에게 잘 보이려고, 수시로 우리 집을 찾아오곤 했었다.

즉 두 국개의원들 모두, 백준열과는 친분이 있는 사이란 소리다.

‘저 여자가 여기 화유각의 사장이었군.’

국화실 한쪽에 팔짱을 낀 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두 국개의원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여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색끼가 온 몸에 흐르고 있었다.

저러니 태천파 보스 양태천을, 자신의 치마폭 안에 넣을 수 있었던 거겠지.

‘그러고 보니 저 여자, 양태석의 형수잖아?’

왜 양태석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나보고, 여길 예약하겠다고 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술이 제법 취한 듯 둘 중 하나는 그래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어째 가물가물 거리며 생각이 잘 안 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둘의 개싸움을 말리는 척 하며 화유각 사장을 슬쩍 떠 봤다.

한데 나의 등장이 못 마당한 지, 그녀는 자기 핸드폰 보는 척하면서 내 시선을 자꾸 피했다.

그걸 보고 나는 그녀가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방해는 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나는 둘의 싸움을 말리기보다는 더 부추겼다.

그랬더니 멱살잡이에다가 머리끄덩이까지 잡고 싸웠는데, 그때 둘이 쓰고 있던 가발이 탄로가 났다.

“이야! 두 분 사모님들은 좋겠다. 대머리면 대단한 정력가라던데.”

내 그 말에 어째 둘 다 나를 쬐려 봤다.

뭐 아니면 말지. 뭔 정색까지 하고 난리람.

그 뒤 나는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계속 싸움을 말렸다 부추겼다 를 반복했다.

“에이 C발!”

“진짜 너 일루 와.”

그랬더니 둘이 괜히 내 멱살을 잡고, 한 대씩 때릴 기세다.

하지만 나는 이 둘을 제어 할 수 있는 키워드를 알고 있다.

“황치국이다!”

“뭐?”

“서재국이도?”

“뭐라고?”

어쩌다보니 두 사람 다 이름 끝에 ‘국’ 자가 들어가네?

‘그 참 신기하다.’

내 키워드가 제대로 두 사람에게 먹혀 든 모양이었다.

하긴 지 아들에, 자기를 정계에 넣어주고 이끌어 준 사람의 이름인데, 안 먹혀들면 그게 이상한 노릇이지.

날 쥐 패려던 둘이 동시에 주먹을 내렸다.

“두 분 정신들 차리세요. 접니다. 저. JYB엔터 대표 백준열이, 서재국 전 대통령 외손자 백준열이.”

나는 그 둘에게 내가 누군지 확실히 어필했다.

그러자 둘 다 나를 제대로 인지 한 듯,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하더니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짓을 보고는, 황충식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고, 함병찬이 바로 그 말을 받으며 이곳 화유각의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크음. 술기운이 확 오르네.”

“그러게. 평소보다 빨리 취하네. 안 사장. 혹시 술 바꿨어?”

“네? 아아. 네. 제가 도수가 좀 있는 술로 바꿨는데, 그 때문에 두 분이 빨리 취하신 거 같네요.”

“어허. 그런 일은 진작 말했어야지.”

“그러게. 이거 큰 실수를 했네? 여기 두 사람에게.”

그러면서 나와 화유각 사장을 번갈아 쳐다보는 두 사람.

그들이 뭘 원하는 지는 나도 화유각 사장도 알았다.

“제 실수니 이 일이 새어나가는 일 없게, 단속 제대로 하겠습니다.”

화유각 사장이 먼저 얘기했고 그 다음 내 차롄데, 어째 그냥 순순히 저들 말을 들어주기가 싫었다.

“다른 건 몰라도, 두 분이 저를 패려 한 건, 그냥 넘어가기 어렵겠는데요?”

그들은 내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자, 단지 그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하긴 내가 재벌 3세라도 저들은 현 정권이든, 아니면 다음 정권이 됐던, 어째든 최고 실세들이었다.

여기서 자칫 저들의 심기를 건드려 놓으면, 앞으로 내가 사업하는데 아주 크게 지장이 생길 건 확실했다.

아니 벌써 저들에게 찍힌 건가?

‘하지만 쫄 거 없어. 왜냐하면....’

정치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뭘까?

바로 민심이다. 그 민심은 정확한 팩트 앞에, 들불처럼 번져 나가 활활 타오를 수밖에 없다.

그 정확한 팩트를 나는 이미 확보해 놓고 있었다.

나와 같은 매화실에 있었던 일행들에 의해서.

“김 대표님. 그것 좀 가져 와 봐요.”

나는 국화실 밖을 향해 외쳤고, 그 소리를 들은 김훈 대표가 쭈뼛거리며, 국화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게 건넸다.

나는 그 핸드폰에 찍혀 있는 동영상을, 두 국개의원님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퍼지면 두 분 다 정치 하기 힘들어질 거 같은 데?”

두 국개의원님들은 자신들이 이 방에서 한, 개진상 짓을 동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는, 한 명은 한 숨을, 다른 한 명은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원하는 게 뭔가?”

잠시 후 두 국개의원님들의 중 황치국 의원이, 단도직입 적으로 내게 물어왔다.

“제가 원하는 거야 두 분과 평소처럼 잘 지내는 거죠. 단지 예전에는 드리지 못했던 부탁 같은 걸 좀 하고 싶은 데. 괜찮겠죠?”

“대신 그거 유출 되면 자네 뿐 아니라 삼명그룹이....”

저들도 만만찮다는 걸 보여 주려는 듯 함병찬 의원이 겁박 비슷한 걸 하려 했는데, 내가 중간에 끊어 버렸다.

“에헤이. 저 그리 멍청하지 않습니다. 황금 알을 낳을 거위 배를, 제가 왜 가르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크음. 아무튼 그거 간수 잘해야 할 걸세.”

두 국개의원 모두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에서 한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하긴 이걸 없애고 싶어 죽겠지. 그리고 실제 없애기 위한 시도를 곧, 저 국개의원들이 해 올 것이다.

지금은 주위 여건 상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겠지만.

“가세.”

“그러세.”

둘은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내며, 국화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둘 다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연락을 취했는데, 내 귀에는 그들이 누구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다 들렸다.

역시나 뒤통수 잘 치는 정치인들답게, 둘 다 당장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을 회수 할 계략들을 짜 내느라 바빴다.

하지만 동영상은 이거 하나가 다가 아니다.

“정민지 경호원?”

내가 또 다른 각도에서, 이 방의 두 국개의원들과 내가 출연한 동영상을 촬영한 정민지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가 국화실에 나타났고,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가 동영상을 찍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게 건넸다.

“두 분 최신 핸드폰으로 바꾸는데 동의하시죠?”

내 물음에 김훈 대표와 정민지가 바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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