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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엔터테인먼트社 대표인,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고혹적인 미인은 연예인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묻지 않는 게, 오히려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짓일 수 있었다.
“혹시 어디 연예 기획사에 소속 되어 있습니까?”
“아뇨. 저는 처리자 에이전시 소속입니다.”
“아아....”
고혹적인 미인은, 목소리까지 고혹적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목소리에 매력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여느 여자 목소리라기보다는, 살짝 보이시한 톤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것이 그녀가 여자로는 흔치 않은 일을 하는, 처리자 에이전시 소속이기 되기까지 그녀가 겪어 올 수밖에 없었던, 온갖 거친 일들로 인해서 후천적으로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군.’
사실 여자가 처리자 에이전시에 속해 있다는 거,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했다.
말이 에이전시지 옛날식으로 얘기하자면, 처리자 에이전시는 인간 백정 집단이었다.
그게 사실이란 것을 입증하듯, 고혹적인 미인의 몸에서 죽음의 냄새가 살짝 났다.
적어도 몇 사람은 직접 죽여 본, 무서운 여자다.
그 때문일까? 죽음과 여자가 서로 직결 되면서, 고혹적인 미인의 매력이 확 삭감 됐다.
대신 그로테스크한 성적 매력이 확 살아났다.
‘뭐야? 나 이런 성적 성향도 있었어?’
내 속에 내재 된, 또 다른 성적 취향을 찾은 기분이랄까?
뭐 그렇다고 당장 이 여자와, 그런 위험한 섹스를 나누고 싶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는, 정상적인 범주 내에서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게 좋다.
“이런 인사가 늦었군요. 이쪽은 저희 회사 마스코트나 마찬가지인 정민지 요원. 그리고 이분께서는, JYB엔터 백준열 대표님.”
뒤늦게 김훈 대표가 능청스럽게 고혹적인 미인과, 나를 중간에서 서로 소개 시켜 주었다.
확실히 우중충한 두 남자들 사이에, 미인이 끼니 술자리 분위기는 확실히 좋아졌다.
정민지는 별 말 없이, 나와 김훈 대표의 술잔이 빌 때 마다 조용히 술잔을 채웠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술을 치면서도, 여자로써 자존심 상해하거나 수치심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절제 된 모습은, 사실 남자의 흥을 급감 시키는 법이었다.
여자가 어느 정도는 여자스러워야 남자가 끌리는 법인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정민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만....이 냄새는....’
그리고 내가 왜 정민지에게 유독 관심이 많이 가는 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김훈 대표처럼, 세밀하게 정민지에게도 냄새를 맡았다.
그랬더니 제일 먼저 내가 찾아 낸 냄새는, 바로 김 비서 냄새였다.
정민지에게서 김 비서의 냄새, 그러니까 노예근성을 상징하는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거야 원....’
이렇게 되면 이건 인연, 아니 운명이라고 봐야했다.
김 비서 같은 여자는 찾기 어렵다.
근데 그런 성향의 여자를 이렇게 발견 했는데 그냥 있으라고?
그건 개새끼 백준열로서 직무 유기다.
내가 정민지를 마음에 들어 하는 티를 너무 낸 것일까?
김훈 대표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다는 건 김훈 대표가 무슨 의도가 있어, 정민지를 이 자리에 데려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그 의도란 건....’
아마도 내게 잘 보이고 싶어서겠지.
‘그러고 보니 김훈 대표가 복수 향이 났었지.’
복수란 무엇인가? 나란 존재가 당한 걸 고스란히 그 가해자에게 되갚아 주는 거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 가해자가 더 가진 게 많거나 강하다.
그러니까 나를 우습게 여기고 그런 짓을 한 거겠지.
고로 복수를 위해서는, 그 가해자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해서 복수를 위해서 사람들은, 그 가해자보다 더 많은 걸 가지려 노력하고, 또 더 강한 조력자를 찾는다.
‘김훈 대표라고 다를 건 없겠지.’
나는 기꺼이 김훈 대표가 복수 할 수 있게, 그의 조력자가 되어 줄 의향이 있다.
물론 그러려면 그가 내 밑으로 들어와야겠지만.
아마 그 정도 각오는, 김훈 대표도 하고 있지 않을까?
‘어디....’
나는 들고 있던 술잔을 비우고, 잔을 내려놓으면서 여전히 싱글벙글인, 김훈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처리자 에이전시, 우리 JYB엔터에 들어오는 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내 제안이 너무 빨랐나? 적잖아 놀란 기색의 김훈 대표.
“하하하하. 이거 너무 훅 들어오시니....”
이럴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김훈 대표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눈알을 열심히 굴렸다.
쪼르르륵!
그러던 말든 내 옆의 정민지는, 내 술잔이 비자 알아서 그 잔에 술을 채웠다.
* * *
결과적으로 모든 게 좋게 풀렸다.
“좋습니다. 저희가 JYB엔터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대신....”
김훈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걸, 내게 쭉 얘기했다.
마치 이런 날을 기다려 오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게 구체적이고 실체적이어서, 듣는 나를 충분히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티를 겉으로는 전혀 내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 백준열의 천재성이 살짝 놀랄 정도로, 김훈 대표는 엔터 쪽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그를 JYB엔터의 얼굴 마담 격인 부대표로 써 먹지는 못할지라도, 처리자들 특성을 살려서, 그쪽 일은 충분히 맡겨도 될 거 같았다.
물론 김훈 대표를 100% 신뢰 할 수는 없으니, 다 맡겨서는 안 되겠지만.
그야 내게는 김훈 대표 말고, 그 습성이 비슷한 양태석이 있으니, 그 둘을 서로 경쟁 시킨다면 꽤나 괜찮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좋군.’
내 스스로도 크게 만족할 만한 자리였다.
“앞으로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충성의 의미로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김훈 대표가, 내 술잔에 술을 따랐다.
나는 그 잔을 받아 마시고, 그 잔을 도로 김훈 대표에게 건네며 말했다.
“우리 잘 해 봅시다.”
나는 내 잔을 받은 김훈 대표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김훈 대표는 그 잔을 비우고, 힐끗 내 옆의 정민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여기 민지를 곁에 두시지요?”
김훈 대표의 그 말에 여태 표정의 변화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정민지가 움찔했다.
그만큼 그녀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오올....’
실제 그녀 몸에서 뭉클 거리며, 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말은 김훈 대표가 정민지를 내게 넘기는 게, 사전에 그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얘기.
“저야 좋죠.”
내 입장에서야 이런 행운도 없다.
나는 냉큼 김훈 대표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자 내 옆 자리 정민지의 살기가, 내게도 전해져왔다.
하지만 이 정도에 쫄거나 굴한다면, 개새끼 백준열이 아니지.
나는 계속 모른 척 웃으며 앉아 있었다.
그 사이 김훈 대표와 정민지 사이에 눈싸움이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 이미 알고 있다.
‘원래 더럽고 치사하지만, 월급 주는 사람이 갑甲인 법이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갑’, ‘을’로 분류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갑은 을을 핍박하고, 을은 갑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물론 갑과 을은 서로 순환하는 것이라, 나도 을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상생(相生)하려고 노력함이 바람직 할 거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그러지 못하는 것이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 아니던가?
내 예상대로 둘의 눈싸움은 곧 끝이 났다.
역시나 월급 주는, 김훈 대표의 승리로 말이다.
“그럼 내일부터 정민지 요원은, 대표님 근접 경호원으로 배치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정민지 경호원.”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이미 정민지가 채워 놓은 잔을 비우고, 그 빈 잔을 정민지에게 내밀었다.
잠시 그 잔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정민지.
“하아....”
별수 없던지 한숨과 함께 그녀는 결국 내 잔을 받았고, 나는 직접 그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이로써 나는 오늘 노예근성이 투철한 김 비서2를 얻었다.
동시에 견신의 돌발 미션도 완수 하였고.
* * *
-투견 김훈을 당신의 일족으로 거둬들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개지수 30포인트를 바로 지급합니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리고, 이내 내 눈앞에 바뀐 상태창을 띄웠다.
나는 한껏 기대 어린 눈으로 그 창을 살폈다.
[이름: 백준열(Lv5)]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2Up), 「개좆」(Up)], 「개목걸이」(1Up), 「개코」(Up), 「개방울」(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1Up)
[특성: 개(2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0]
나는 앞서 내게 나쁜 의도를 지니고, 내 주위를 탐색 하거나 접근 해 오는 자들에 대해, 경고해 주는 능력이나 스킬 같은 게,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그런 자들이 내 근처에 있을 때야 「개코」아이템을 사용, 냄새를 맡아 내게 적의를 가진 자를 가려 낼 수는 있지만, 그게 아닐 경우 「개눈깔」아이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 해 내는 능력을, 추가 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 능력을 사용하면 쉽게 내 주변 사람 중 추적이나 감시 같은 걸, 잘 하는 자들을 우선적으로 찾아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려면 개지수를 쌓아, 빨리 견신 시스템의 레벨을 올려야 했는데, 지금 그 레벨 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전 상태창에서 Lv4였던 게 Lv5로 바뀌었고, 그 외에 각 항목마다 변화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우선 보유 아이템에서 내가 원하던 「개눈깔」아이템이 2UP이 되면서, 나는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 해 내는 능력을 추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개목걸이」아이템이 1UP되어 있어서, 바로 확인해 보니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한 번에 한 명 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개목걸이」아이템을, 앞으로 2명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이로서 나는 한 번에 두 명에게서, 그들의 숨겨 둔 비리나 약점을 캐 낼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물리적 능력으로, 두 명의 상대를 꼼짝달싹 못하게 제압 할 수도 있게도 되었다.
그 외 보유 스킬에서도, 업그레이드가 된 게 있었는데 「개호구」스킬이 1UP이 되면서, 이 스킬 역시 한 번에 두 명까지, 써 먹을 수 있게 됐다.
아쉽게도 이번 레벨 업으로 개 특성의 업그레이드는 없었다.
나는 눈앞의 상태창 확인이 끝나자, 그 창을 바로 지웠는데 그때, 갑자기 옆방에서 누군가의 목청이 높아지더니, 이내 와장창 상 엎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뜬금없이 견신 시스템이 내게 미션을 부여했다.
-개싸움만 한 구경거리도 없죠. 옆방 개싸움을 구경하고 개들 중 한 마리가 다치지 전에, 개입해서 싸움을 말리도록 하세요. 성공 시 개지수 10포인트를 바로 지급합니다.
‘젠장. 이제 하다하다 개싸움 말리는 거 까지 내가 해야 하는 건가?’
참 어처구니없는 미션이지만 어쩌겠나?
개지수를 10포인트 준다는 데 나서야지.
내가 몸을 일으키자 매화실 방안에 있던 나의 일행들,
김훈 대표와 정민지도 같이 따라 일어났다.
* * *
화유각의 사장실에서, 양태석은 얼추 30분을 혼자 있었다.
평소 이곳의 사장 안세영이라면 양태석이 오기로 한, 시간에 맞춰서 대충 접대를 끝내고 나왔어야 정상이었다.
한데 그 시간을 30분이나 넘기고 있다는 건....
“진상 손님인가?”
여기 지배인인 경태 형은 국화실 손님들이 점잖은 분들이고, 형수도 형식적으로 첫 잔만 술 치고 나올 거라고 했지만, 역시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 양태석이 슬슬 형수가 걱정이 되기 시작 할 무렵이었다.
벌컥!
사장실이 열리고 이곳 직원이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국화실에서 싸움이 났습니다.”
“뭐?”
양태석은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냅다 국화실을 향해 뛰어갔다.
“비켜!”
국화실로 가는 복도에서 거추장스런 존재들을 향해 양태석이 일갈하자, 다들 놀라며 길을 터주었다.
그래서 여기 화유각의 VIP룸으로 볼 수 있는 국화실에 금방 당도한 양태석.
그는 이미 활짝 열려 있는, 국화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
거기서 양태석은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중후한 장년의 두 남자가, 서로 멱살을 잡고 있었는데 둘 다 대머리였다.
한데 그들 중 한 사람은 가발을, 다른 사람은 부분 가발을 원래부터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 양 옆으로 ,그들이 흘린 것으로 보이는 가발들이 나뒹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정작 양태석을 놀라게 만든 건, 그들 사이에 백준열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에헤이. 두 분 다 명망 높으신 분들이 멱살잡이라니요?”
그런데 딱 보기에는 분명 백준열이, 그 두 장년 남자들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숫제 싸움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주먹 뒀다 뭐합니까? 한 대씩 쥐 패세요.”
한데 백준열이 막상 때리라니, 그건 또 망설이는 장년의 두 남자.
그들이 망설이자 백준열은 더 신이 나서 부채질을 더 세게 해댔다.
“황 의원님. 의원님이 더 키가 크세요. 머리로 내려찍어요. 상대 얼굴에 한방이면 코피 팍! 어어. 함 의원님. 덩치는 의원님이 더 큽니다. 그 튀어나온 배로 받아버려요. 비실한 상대는 바로 훅! 날아갑니다.”
그 모습에 양태석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러다가 백준열이, 저 두 장년의 남자에게 멱살 잡힐 거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