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8화 (88/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내 지시가 하도 명확했기에, 문대식은 들고 있던 무전기를 도로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 사이 나는 견신 시스템의 「개방울」아이템의 드디어, 최초로 사용을 해 봤다.

그랬더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안에서 나를 추적하는 자에 대한 정보가 즉각 내게 전달 되어왔다.

‘뭐, 뭐야? 이거 날 쫓는 녀석들이, 하나가 아니잖아?’

견신 시스템은 10Km 안에서, 나를 추적하는 자가 아니라 추적하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차로 쫓고 있으니 지금 총 3팀이 나를 쫓고 있단 거로군?’

기가 찰 노릇이다. 한 팀이야 아까 우릴 쫓던 팀일 거고, 그럼 나머지 2팀은 대체 어디 놈들이란 거야?

나는 속으로 문대식을 말린 게, 백번 잘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만약 문대식을 내버려 뒀으면, 그 한 팀 쫓느라 다른 두 팀을 놓쳤을 테니 말이다.

‘근데 「개방울」아이템으로 3팀 모두 추적이 가능해?’

견신 시스템의 답은 가능하단다.

내 중심으로 반경 10Km안에, 나를 쫓는 자들은 그게 얼마가 됐던 「개방울」아이템이 다 알려 준단다.

‘오오. 대단한데!’

내가 감탄 할 때 「개방울」아이템에 대한 더 많은 사용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전달 되어왔다.

‘일단 3팀 모두의 발목에 「개방울」아이템을 착용 시켜 줘.’

「개방울」아이템을 쓰는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놈들이 있다는 걸 내가 인지하면, 그 즉시 생각만으로 놈들에게 「개방울」아이템을 착용시킬 수가 있었다.

단, 놈들의 신체부위 어디에, 「개방울」아이템을 부착 시킬 지까지 같이 생각해야 했다.

그 다음 하루 동안, 그 놈들이 어디를 가건 위치 추적이 가능했다.

‘뭐야? 그게 다야?’

내가 원하는 건 놈들을 추적하고, 놈들을 보거나 놈들이 나누는 대화까지 엿듣는 거였다.

하지만 「개방울」아이템의 한계는 딱 위치 추적, 그게 다였다.

‘쳇....’

내가 속으로 아쉬워하자, 견신 시스템이 슬쩍 쓸 만한 힌트를 줬다.

-지금 당신을 쫓고 있는 자들은, 당신이 개 특성을 쓸 경우, 얼마든지 엿보고 엿들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그러니까 「개방울」아이템을 사용 중인 상태에서, 나의 개 특성을 활용하면 지금 날 쫓고 있는 3팀이, 어떤 놈들인지 엿보고, 또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엿들을 수 있단 거다.

거기다가 놈들이 후각 능력을 쓸 수 있는 거리 안에 있다면, 나의 「개코」아이템까지 활용해, 놈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아 낼 수 있을 거고. 맞지?

-역시 똑똑하십니다.

견신 시스템으로부터 칭찬도 다 듣고.

나는 일단 나를 중심으로 10Km 반경에 있는 3팀 중, 내 차를 가장 가깝게 따라 붙고 있는 승합차부터 *소리가 잘 들립니다.*의 개 특성을 사용해서, 놈들의 차 안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

놈들을 보는 건 앞에서 추적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피기 쉽지 않았다.

차창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뒤를 봐야 하는 데, 그걸 자주하면 놈들도 눈치 챌 거다.

그러니 잘해 봐야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로 보는 건데, 그것도 운전석에서나 잘 보이지 뒷좌석의 내가 보긴 어렵다.

고로 현재 내가 제대로 쓸 수 있는, 개 특성은 듣는 것과 냄새 맡는 것이었다.

냄새 맡는 건 그보다 훨씬 효력이 뛰어난 「개코」아이템이 있으니 일단 차치하고, 나는 듣는 것에 집중했다.

‘오오. 들린다.’

그러자 우리 뒤에 10여 미터 떨어져 따라 오는, 승합차 안에 사람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녁에 뭐 먹을 거야?

=족발에 소주 한잔 어때?

-또 족발?

=족발이 뭐 어때서?

#시끄러. 이것들이 일 할 때, 그놈에 먹는 타령하지 말랬지?

-근데 종철이형. 저 차 언제까지 따라다녀야 해요?

=야! 넌 그것도 모르냐? 그야 의뢰인이 입금을 멈출 때까지지. 맞죠?

#맞아. 돈이 들어오는 한, 우린 의뢰인의 지시에 따라야 해. 그래도 저 차가 오늘 서울 안에서만 굴러다니는 게 어디냐?

-맞아요. 저번엔 부산까지 기어 내려가는 바람에, 사흘 동안 속옷도 못 갈아입고....

놈들의 대화 내용을 엿듣다 보니, 놈들이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자들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그들 대화를 엿들었다.

‘하동훈!’

그러다 놈들 중 하나가 의뢰자 이름을 언급했고, 나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엿들었다.

‘그러니까 서지현 여사의 오빠라는, 그 하동훈이란 놈이 나에게 미행을 붙였다는 거네.’

그런데 하동훈에 대해 조사하라고, 내가 김 비서에게 지시를 하지 않았던가?

김 비서가 그 일을 깜빡 했을 리는 없을 텐데?

나는 그 생각이 난 김에 내 핸드폰을 살폈다.

“아아....”

역시나 김 비서가 내게 하동훈에 대한 조사서를 문서 파일 형식으로다, 메일로 보내 놓은 게 있었다.

나는 그 메일을 열어서, 하동훈에 대한 조사서를 쭉 살폈다.

“뭐 별거 없네.”

그냥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왔고, 국회의원 보좌관 밑에서 일을 시작해, 10년 뒤에는 보좌관이 됐다가, 그 국회의원을 따라 청와대에 입성,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하동훈.

그런 그가 서재국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올 때, 기꺼이 청와대 비서관의 옷을 벗은 건, 내가 봤을 때 최악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냥 줄을 잘 못 잡은 거다.

뭐 아직 그 사실을 놈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테지만.

“어라?”

근데 이 아저씨 신체 조건이 상당히 좋았다.

“키가 185센티에 얼굴도 꽤나 스마트하게 생겨서 주위에 여자들이 많다고?”

대충 감이 왔다. 이 새끼 서지현 사모한테도 작업 건거다.

백승렬 회장이야, 서지현 사모와 결혼하기 전부터 여자관계가 복잡했었다.

그런 그가 자기 마누라 바람 좀 핀다고 뭐라 할 리 없다.

그럴 양반이었다면 뻐꾸기 새끼, 즉 백지연도 애당초 자기 둥지에 넣어 키우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 * *

퇴근, 아니 근무 교대하고 집으로 가던 하동훈.

그가 운전 중 두 손으로 잡고 있던 핸들에서 한 손을 떼어내서, 자기 오른쪽 귀를 열심히 팠다.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오늘 따라 더럽게 간지럽네.”

하동훈은 야심이 큰 사람이었다.

그래서 힘들게 들어간 청와대 비서관 자리도 과감히 버리고, 서재국 전 대통령을 따라 나올 수 있었고.

“간사장 개새끼....”

한데 여태 파란 불이던, 그의 행보에 갑자기 빨간 불이 켜졌다.

이게 다 야당의 간사장으로 불리는 함병찬 의원 때문이었다.

간사장이란 일본말로 간지초(幹事長)로, 조직에서 중심이 되어 직무를 수행하는 직책이나 간사회의 장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 정도로 보면 되겠다.

노가다도 마찬가지지만, 정치판에서도 일제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일본의 정당에서, 간사장은 당대표의 직무 수행을 보좌하거나 당 운영, 국회 대책, 선거 대책을 담당하는데, 사실상 대표 다음의 요직으로, 장래의 당대표로도 주목받는 위치이다.

게다가 정당의 대표가 총리일 때에는, 간사장이 당수의 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많았다.

즉 야당의 간사장이라 불리는 함병찬 의원은, 현 야당의 2인자란 소리다.

그 함병찬 의원이, 하동훈에게 당 공천준비위원회에서 공천권을 주는 것에, 제동을 걸어 온 거다.

한마디로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것이다.

하동훈으로서는 충분히 그를 욕 할 수 있는 상황.

“지현이 이년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서재국 대통령한테 잘 좀 얘기하라고 한 게 언젠데....”

하동훈의 불만의 화살이 함병찬 의원에서 서지현, 삼명그룹 사모님에게로 넘어갔다.

“C발년. 해 주는 건 없으면서 시키는 건 또 많아요.”

오늘 오전에 갑자기 서지현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대뜸 삼명家의 막내아들 백준열 얘기를 꺼냈다.

녀석이 알고 보니 위험천만한 놈이라나? 기가 찼다.

그 집구석 인간들 치고 위험하지 않는 놈이 어디 있다고 말이다.

무려 재벌가 사람들이다.

까닥 잘못했다가는, 땅에 묻히거나 바다에 수장되기 일쑤다.

그걸 정작 재벌가의 사모님께서 모르고 있다.

그렇게 순진해서 무슨 자기 딸을 회장으로 만들겠다고. 한심하다.

뭐 그렇다고 그걸 사실대로 떠들었다간, 그녀와 그 동안 유지해 온, 화기애애한 관계가 자칫 파토 날 수 있었다.

해서 일단 알겠다고 대답하고, 평소대로 단골 흥신소에 의뢰를 했다.

백준열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동훈도 그에 따른 대처를 해 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랬는데 첫날 들어 온 보고가 어째 시원찮았다.

백준열은 열심히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지금은 업무가 끝났는데, 손님을 만나러 모처로 이동 중에 있었고.

녀석이 누굴 만났는지는, 곧 알 수 있을 거다.

흥신소 놈들, 그래도 돈 값은 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는 무조건 얘기 해 줘야 하는데....”

하동훈은 귀 파던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의 검지를 이빨로 물어뜯었다.

그가 초조할 때 보이는 습관이었다.

서지현이 오늘도 자기 얘기를 서재국 전 대통령에게 하지 않으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도 하동훈은 물을 먹어야 할지 몰랐다.

“그럴 수는 없어.”

고작 전직 대통령 시다바리나 하는, 별정직국가공무원하려고 청와대를 나온 게 아니었다.

하동훈은 무슨 짓을 해서든, 공천권만은 반드시 따내서, 이번 회기에 국회의원 배지를 가슴에 달고 말거라, 거듭 다짐하며 이를 꽉 깨물었다.

* * *

내 뒤를 쫓는 첫 번째 배후는 알아냈다. 바로 하동훈.

그 자에 대한 조치는 내일 쯤 취할까 한다.

뭐 별것도 없는 놈이니, 굳이 급할 거 없을 거 같아서 말이다.

‘자아. 그럼 두 번째 놈들 좀 엿들어 볼까?’

나는 머릿속으로 「개방울」아이템의 두 번째 타깃을 생각했고, 그러자 국산 중형 승용차 안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쏙쏙 들려왔다.

-....데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이대로 쭉 쫓아가면 될 거 같네.

=아까 진짜 놀랐잖아.

-저 차 운전하는 놈의 촉이 되게 좋더구먼.

=그러게. 조심해야겠어.

-앞쪽에 차 세 대나 두고 가는데, 우리가 뒤쫓고 있다는 건 죽었다 깨도 몰라.

=문제는 놓쳤을 때지.

-그걸 대비해서 위치 추적기를 몰래 저 차에 붙였잖아? C발. 그거 붙이려다 식겁한 거 생각하면....

=뭐 그렇기는 하다만....

듣다보니 이놈들이, 아까 우리 뒤를 쫓아오다가 들켜서 내 뺀 놈들이었다.

앞서 하동훈이 고용한 흥신소 놈들에 비해, 이놈들은 확실히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추적을 전문적으로 하는 놈들 같았다.

‘어디....’

나는 이번에도 놈들의 얘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경청했다. 그랬더니....

‘삼명 생명 비서실장?’

놈들의 물주가 누군지 생각보다 쉽게, 그들 입에서 나왔다.

저번 인텔사 반도체 기술 이전 문제 때에도, 마크가 묵고 있던 힐튼 호텔에 등장했던 인물이었다.

‘백준호. 이 새끼가....’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사실이라, 별로 놀라거나 하진 않았다.

대신 짜증이 치밀었다.

안 그래도 백준호에게는 마크 때 받은 빚이, 여전히 갚지 못하고 남아 있지 않은가?

‘잘 됐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 빚에다가 내 뒤를 캐고 다닌 것에 대한 보복까지 더해서, 제대로 된 한방을 백준호에게 먹이기로 했다.

보나마나 백준호는 내가 뭘 하는지 알아서는, 그걸 방해하거나 아니면 그걸 따라 해서 돈을 벌 궁리 중일 거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나한테 라이크 펀드 이명훈 대표의 명함이 있지 않은가?

‘이거 잘만 엮으면....’

내가 라이크 펀드에 관심을 보이면, 백준호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그래. 어차피 난파선인 라이크 펀드다. 백준호 널 그 난파선에 초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군.’

자세한 계획은 이후 생각할 문제고, 나는 백준호에게 제대로 엿 먹일 계책을 대충 머릿속에 정리해 두고, 다음 내 뒤를 쫓고 있는 놈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뭐야? 이 새끼는?’

마지막으로 우리 뒤를 쫓는 팀은, 국산 SUV 차량의 탑승자였는데 그는 혼자였다.

근데 혼잣말로 떠들어 대는 그 놈의 말이 어째 좀 섬뜩했다.

-흐흐흐흐. 지수야. 걱정 마. 저 놈이 네 집에 다시는 못 가게 만들어 줄 테니까. 이 오빠만 믿어. 오빠가 널 그놈에게서 완전히 해방 시켜 줄게.

여기서 지수란 이름은, 아마도 내 여자 중 한 명인 박지수를 말하는 거 같았다.

그렇다면 맨 마지막으로 날 쫓고 있는 놈은, 박지수의 사생팬이거나 스토커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오늘 내가 박지수의 집에 가는 걸 어떻게 알고?’

놈은 혼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박지수의 집이 어딘지 알고 있고, 또 내 스케줄을 줄줄 꾀고 있었다. 그러니 날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잘 추적할 수 있는 거고.

‘엔터 내부에 누군가 저 놈에게 정보를 주고 있는 자가 있다.’

그게 누군지 알려면, 저 놈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 보니, 굳이 일을 그렇게 어렵게 풀어 나갈 필요가 없었다.

“문 팀장. 우리 뒤에 쏘렌토 차량 말인데. 차량번호는 XXXX고. 그 차를 지금부터...”

내가 모종의 지시를 내렸고, 문대식은 내가 시키는 대로 뒤쪽 경호팀 차량에 연락 취해서, 즉시 그 조치를 실행하게끔 만들었다.

* * *

술을 마신 건 아닌데 눈이 풀리고,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앞쪽 벤츠 차량을 주시하며, 운전 중인 K씨.

“어어!”

쿵!

갑자기 국산 검은 중형 승용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옆 차선으로 끼어들어왔고,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결국 접촉 사고가 나고 말았다.

빵빵!

“비켜! 차 빼라고!”

하지만 사고가 난 것 보다 K씨는, 자기 눈앞의 저 벤츠 차량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서 차창을 열고 고개를 창밖으로 내민 체 크게 소리쳤다.

“배상 같은 거 안 해도 되니까. 빨리 차 빼라고. 빨리!”

하지만 사고를 낸 국산 중형 승용차는, 뭘 잘했다고 꿈쩍도 않고 그대로 있었다.

“아니 저 씹 새끼가....”

단단히 화가 치민 K씨는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려서는, 그 국산 중형 승용차 쪽으로 걸어갔다.

빵빵빵빵!

그 뒤에 차량들이 마치 K씨를 응원하듯, 뒤에서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댔다.

그 응원의 호른(Horn, 경적) 소리는, 어디까지나 K씨가 그렇게 느꼈다는 소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