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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3화 (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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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정준호는 양태석이 싫은 티를 내도, 꿋꿋하게 자기 할 말을 끝까지 다 했다.

=뭐 그 놈이 낀 일이라면, 또 얘기가 다르죠. 하면 어디까지 손 쓸 생각이십니까?

“그건 좀 더 두고 봐야 안다. 아직 그분께 보고 올리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빨리 알리십시오. 제가 그들에 대해 알아 본 걸, 그쪽도 곧 눈치 챌 겁니다. 조직으로 추궁이 들어오면, 저는 형님이 시킨 일이라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알았다. 너한테 피해가 안 가게 처리 하마.”

=저야 상관없지만 형님이....아닙니다. 이런 얘기는 나중에 에로스에서 하도록 하죠.

“그래. 수고했다. 이따 거기서 보고.”

=네.

딱 보니 정준호가 조직에 관해, 양태석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 보였다.

그게 뭔지 궁금했지만, 어차피 오늘 밤에 정준호를 만나면 알 수 있을 일이라, 양태석은 그때까지 그냥 참기로 했다.

그렇게 정준호와 통화를 끝낸 뒤, 양태석은 흡연 구역 내에 있던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며 다시 입에 담배를 물었다.

예전 똥 눌 때, 담배가 없으면 똥을 누지 못한다고 해서 생긴 똥 담배처럼, 이 자판기 커피 담배역시 중독성이 상당히 강했다.

자판기 커피의 진한 커피 향이 입에 남은 채, 입에 담배를 물고 빨아들이는 담배연기.

“후우....”

폐부 깊숙이 빨았다가 내 뿜는 하얀 연기 속에는, 근심과 시름이 담겨 있었다.

천천히 커피와 함께 담배를 태우던 양태석.

그가 막 담배를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마지막 한 모금 남은 자판기 커피를 마셨을 때, 택시 한 대가 JYB엔터의 건물 입구 앞에 도착했다.

양태석은 그 택시에서 내리는 게, 젊은 여자임을 확인하고, 곧장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그 택시 뒤를 쫓아 온 검은 승용차에서, 건장한 남자 둘이 내려서 그 여자 쪽으로 뛰어오는 게 양태석의 눈에 보였다.

“저런....”

순간 양태석도 눈썹이 휘날리게 내 달렸다. 하지만 놈들이 양태석 보다 더 빨랐다.

두 놈 중 하나가 여자를 뒤에서, 끌어안아 번쩍 들었다.

“아악! 이거 놔!”

젊은 여자가 심하게 반항을 하자, 놈들 중 하나가 인정사정없이 여자의 뺨을 때렸다.

짜악!

근데 어찌나 세게 때렸던지 따귀를 맞은 여자가, 그 충격에 기절해서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때 여자가 떨어트린 핸드백을, 그 뺨 때린 놈이 챙겨 들었는데, 그 사이 냅다 뛰어온 양태석이 ‘부웅’ 몸을 솟구쳐서는, 정확히 무릎으로 녀석의 안면을 찍어버렸다.

콰직!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양태석이었다.

뛰어 온 탄력에, 그의 체중이 실린 그 일격은, 거의 중해머로 얼굴을 내려 친 거나 다름없었다.

코뼈가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면서, 쌍코피야 당연히 철철 흘렀고 그 가운데 까뒤집은 두 눈에서는, 줄줄 눈물이 멈출 생각 없이 계속 흘렀다.

핸드백을 챙겨 든 상태 그대로, 그 자리에서 허물어 내리며 픽 쓰러져 버린 녀석은, 이미 양태석의 안중에 없었다.

“야아!”

양태석은 먼저 소리를 질러 여자를 끌어안고, 검은 승용차 쪽으로 가고 있는 다른 녀석의 신경을, 일단 자기 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파팟!

그리곤 냅다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뭐, 뭐야?”

양태석의 외침에 여자를 끌어안고, 움직이던 녀석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자기 동료는 쓰러져 있고, 웬 덩치가 그를 향해 덮쳐오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녀석은 계속 여자를 안고 있을 수 없었다.

끌어안고 있던 여자를 그 자리에서 놔 버리고,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거구의 남자를 향해 마주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하지만 녀석의 주먹보다 거구 남자의 주먹이 떠 빨랐고, 또 팔 길이도 그쪽이 더 길었다.

그렇다보니 같이 내 뻗은 주먹질에 뒤로 튕겨 나간 건, 좀 전까지 여자를 끌어안고 있던 그 녀석이었다.

“크으윽!”

양태석의 주먹에 실린 파워가 워낙 강하다 보니,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난 녀석.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버텼지만, 그 충격에 대뇌에 미친 탓에 어지러웠던지 비틀 거렸다,

그런 녀석에게 재차 달려 든 양태석의 전광석화와 같은 발차기.

그 공격을 어떻게 막거나 피할 경황이, 이미 조폭 녀석에게는 없었다.

퍼억!

재차 둔탁한 타격 음이 울리고, 이번에는 뒤로 물러나거나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팩 고개가 돌아간 녀석이,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바닥으로 자빠졌다.

“동석아! 명훈아!”

그때 검은 승용차 안의 운전석에서 내린 녀석이, 쓰러진 동료들을 보고 호주머니 속에서 잭 나이프를 꺼냈다.

착!

잭나이프 안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 나왔지만, 양태석은 그런 녀석을 기가 차다는 듯 그저 빤히 쳐다봤다.

그럴 것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겁도 없기 칼을 빼 든단 말인가? 그때였다.

처처처처처척!

JYB엔터의 경비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본사 건물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호신용 가스총과 테이저건을 들고 있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어어?”

그들을 보고 칼을 빼 든 녀석은 당연히 당혹스러워 했는데, 양태석이 그들 중 하나의 리볼버형 가스총을 뺏어서, 바로 녀석의 얼굴에 분사해 버렸다.

츄애애애액!

“크아아악!”

가스탄의 최류액은 생각보다 효과가 엄청 쎄서, 천하장사 강포동도 바로 쓰러져 나뒹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더니, 이제 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녀석은 이미 손에 쥐고 있던 잭나이프를 어딘가 버린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열심히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때 양태석이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그 뒤 주위 경비며 경호원들을 향해 외쳤다.

“자자. 다들 해산!”

경비원들과 경호원들은 양태석이 이미 누군 줄 아는 듯, 그의 말에 군말 없이 뒤돌아서 각자 자기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잠깐. 경호팀. 저기 여자 분 말인데....”

양태석은 한쪽에 뻘쭘하게 서 있는 박혜지를, 대표님이 곧 찾을 테니 그때까지 경호팀이 데리고 있으라고 했다.

양태석이 자신들을 상대로 농담이나 할 위인이 아니란 걸 알기에, 경호팀은 그의 말을 믿고 박혜지를 JYB엔터 직원 휴게실로 일단 데려 갔다.

* * *

양태석은 일단 쓰러져 있는 세 녀석들의 손목과 발목을 케이블 타이로 묶은 다음, 녀석들이 타고 온 차에 녀석들을 던져 넣었다.

그들 중 제일 먼저 양태석에게 당해서, 코뼈가 완전 주저앉아 아직도 코피를 흘리고 있는 녀석이, 양태석에게 말했다.

“....너 이시키....주거서....시구미파가....너 가마두지 아으거야....”

“시끄러!”

퍽!

양태석이 감히 자신을 겁박하는 녀석의 안면을 다시 쥐어박았다.

코뼈가 완전히 주저앉은 얼굴을, 다시 맞은 녀석은 그 고통에 두 눈을 까뒤집고, 기절을 해서는 입에 게거품을 게워내기 까지 했다.

상태로 봐서 빨리 병원에 데려 가야 할 거 같았지만, 양태석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잠시 후 승합차 두 대가 나타났고, 그 안에서 조폭들이 10명 쯤 내렸다.

양태석은 그걸 보고,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렸고 그를 본 조폭들이, 폴더식으로 허리를 굽히며 일제히 외쳤다.

“형님~”

그 모습에 양태석은 주위 보기 쪽팔린 듯,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차안에 세 놈 데려가서, 손 좀 봐 놔. 나는 이따가 시간 봐서 거기 한 번 들르든지 할 테니까.”

“네. 형님!”

그 10명의 조폭들 중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나서서, 양태석의 말에 대표로 대답을 한 후 9명의 조폭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 너, 너....저 안에 있는 놈들 끌어내서 저 차에 실어.”

그 리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조폭들.

그들은 금방 양태석이 손 본 세 녀석들을, 그들이 타고 온 승합차에 실어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런 그들을 담배 물고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양태석.

그가 물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 몸을 틀어 곧장 JYB엔터 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8층으로 올라갔다.

8층에서 내린 양태석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대표실로 향했고, 먼저 비서실에 들어섰다.

JYB엔터 대표실은, 반드시 비서실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C발. 여기 대표실은 개나 소나 다 들어오는 구나.”

그때 비서실 안에 있던 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양태석은 그 누가가 수행비서 황치국 임을 바로 알아봤다.

역시나 그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녀석이 등받이도 없는 스툴 의자에 불쌍하게 앉아 있었다.

딱 보아하니 녀석은 백준열 대표 뿐 아니라, 그의 비서인 김 비서에게도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하긴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거늘, 녀석은 매번 재를 뿌려 대니, 누가 저런 놈을 좋아하겠나?

“양 기사님. 무슨 일이세요?”

반면 김 비서는 양태석에게 친절하다.

“대표님 좀 잠깐 뵐 수 있을까 해서요.”

“잠시 만요.”

김 비서가 스케줄 표를 보고, 또 시간을 확인하더니 양태석에게 말했다.

“5분 뒤에 3분 정도 시간이 있어요. 그때 차 한 잔 드실 텐데, 저랑 같이 들어가도록 해요.”

“고맙습니다.”

대표 비서가 대표의 타이트한 스케줄 속에서, 이렇게 시간을 빼내 주는 건 흔치 않는 일이었다.

이 일로 대표가 역정이라도 내게 되면, 김 비서만 힘들어 질수 있었다.

그런 것 까지 감안하고 해 주는 조치인 만큼, 평소 과묵하기로 유명한 양태석도, 그 고마움을 이렇게 직접 말로 표현했다.

“뭘요.”

“C발. 잘들 논다.”

양태석과 김 비서가 친근하게 얘기 나누는 게, 녀석의 배알을 어지간히도 뒤틀리게 만든 것 같았다.

그 소리에 양태석이 녀석을 확 쏘아보자, 녀석이 움찔하며 시선을 슬그머니 딴대로 돌렸다.

* * *

백준열. 이 새끼 진짜 천재다.

오늘 남은 오후 일과 중, 내 책상에 쌓은 서류들을 처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그런데 이 미친놈이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해치웠다.

그만큼 백준열의 연예계와 방송계에 대한 지식은, 내 예상을 훌쩍 벗어나서 방대하면서도 깊었다.

“이러니 엔터 계에서 이렇게 빨리 성공한 거겠지만.”

백준열은 JYB엔터로 연예계에 뛰어든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국내를 대표하는 3대 엔터테이먼트 중 한 곳으로 성장 시켰다.

물론 백준열이 중소 엔터사 몇 곳을 인수합병하면서, 빠르게 덩치를 키워 나갔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다.

그래도 그 결과까지 폄하를 받기에, 그 동안 백준열이 보여 준 열정과 뚝심, 그리고 성공이라는 결과물이 너무 크고 대단했다.

그렇게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나는 오늘 내가 처리해야 할 서류 중 80%를 해치웠다.

이대로라면 5시에 정시 퇴근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삐이이이!

김 비서가 인터폰을 눌렀다.

“왜?”

=좀 전 한성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제 저희와 계약한 3명의 배우들, 건강검진이 막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 결과는?”

=셋 다 건강하다고 합니다.

“뭐?”

이게 무슨 신선한 개 소리 다냐?

다른 둘을 몰라도 내년에 암 진단을 받게 될, 하종미도 건강하다니?

=검사 결과를 한성대학병원 측으로부터 받을까요?

“아니. 검사 다시 하라고 해.”

=네?

“특히 여자인 하종미씨의 경우, 유방암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 다시 시켜.”

한마디로 하종미를 집중 재검사 하란 소리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하종미는, 뇌 쪽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자궁 쪽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암이 상복부의 장기, 즉 간, 담낭, 신장, 췌장, 비장 중 한 곳에 발생 했을 공산이 컸다.

복부 초음파는 바로 그 장기들의 모양과 크기, 종양의 성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복부 초음파 검사만 잘 받아도, 하종미를 죽음으로 내 몰, 그 암 덩이가 어떤 장기에 생기고 있는지 알아 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병원 측에 그렇게 지시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성대학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재단은 삼명생명보험의 공익사업 재단 중 한 곳이다.

즉 거기에 삼명家의 직계이자, 후계자 중 한 명인 나의 입김은 막강했다.

그러니까 내가 까라면, 한성대학병원에서는 까야 한다는 얘기다.

그걸 알기에 김 비서도, 내게 자신 있게 말한 거고.

그 뒤 나는 심기일전, 남은 결재서류들과 씨름을 시작했고, 드디어 그 끝이 보인다 싶을 때였다.

똑! 똑! 똑!

김 비서가 노크를 했다.

안 보고 그걸 어떻게 아냐고? 김 비서 냄새가 솔솔 나니까.

근데 근처에서 딴 냄새가 났다. 내 코에 너무도 익숙한 냄새가.

“양태석이 왜?”

당연히 나는 그 냄새의 주인이 누군지 안다.

달칵!

노크 뒤 별 말이 없자, 김 비서가 알아서 대표실 문을 열었다.

그리곤 고급스런 수제 나무목기 쟁반에, 백차를 준비해 왔다.

백차는 중국차의 한 가지로 가장 낮은 정도의 발효차로, 차나무의 잎을 아주 어릴 때 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다른 차들보다 더 부드러운 맛이 나는데, 카페인도 한 컵에 15mg으로 적은 편이고, 심혈관 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단다.

아까 내가 대표실로 출근하자마자, 김 비서가 들고 와서 준 게 바로 이 백차다.

뭐 먹어보니 좋은 거 같아서, 자주 마시겠다고 했더니 또 들고 왔다.

이럴 때 보면 김 비서도 참 융통성이 없는 거 같다.

그녀 뒤에 자기가 생각해도 어색한지, 쭈뼛거리며 서 있는 덩치 큰 인간처럼 말이다.

“양 기사가 무슨 일이죠?”

내가 양태석을 보고 바로 묻자, 그가 조심스럽게 내게로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저번에 XXX호텔에서 말입니다. 왜 호텔 객실에 있던, 강간마 손봐주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랬죠.”

“그 강간마 녀석이 아무래도 그때, 객실에 있었던 여자를 노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요?”

“일단 그 여자를 여기로 불렀고....”

양태석의 설명은 불과 30-40분 전 쯤에, 회사 앞에서 벌어졌던 한편의 멋진 액션 활극을, 오로지 사실만 기반으로 한, 재미없고 딱딱한 다큐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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