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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삼명해양조선의 이병훈 대표와 중학교 동창인 H씨.
그는 밤새 서울 숙박업소를 뒤지고 다녔다.
박인호와 그 부모가 갈 곳이, 거기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그가 그렇게 판단한 것은, 그들의 일가친척들과 지인들의 집을 이미 싹 다 뒤져봤기 때문이다.
“하아. 이것들. 대체 어디 숨은 거야?”
서울의 모텔과 여관은 거의 다 뒤졌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돈이면 안 될게 없으니까.
서울 각 구와 동에는 조폭조직들이 산재해 있다.
그 조직들에게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준다고 하면, 자기들 구역 내 모텔과 여관은 성심껏 뒤져 준다.
한데 새벽 5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그들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없었다.
“이거 미치겠네.”
그때 그와 같이 박인호의 부모가 운영 중이던, 과일 가게가 있는 후암동 일대를 뒤지고 다니던 H씨 흥신소 직원이 불쑥 말했다.
“사장님. 모텔, 여관 말고 호텔 같은데 들어 간 거 아닐까요?”
“호텔? 그것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가만, 호텔?”
당연히 호텔 같은 곳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할리 없었다.
해서 H씨는 아는 형사에게 부탁을 했다.
“C발 새끼. 그것 좀 알아봐 주는데 뭐 백만 원?”
돈이 아깝지만 어쩌랴. 당장 경찰이 아니고서야, 호텔에 묵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말이다.
“네? 프리첼 호텔에 있다고요? 진짜요?”
드디어 찾았다. 박인호와 그 부모를. 등잔 밑이 어두웠다.
하지만 문제는 프리첼 호텔은 특급 호텔이었다.
그냥 호텔도 출입 통제가 철저한데 특급 호텔이야 말해 뭐할까?
거기 기어들어 가 있는, 그들을 당최 무슨 수로 잡느냐고. 게다가 벌써 날이 밝았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호텔부터 찾아보는 건데 말이다. 돈은 돈 대로 날리고 잠은 한숨도 못자서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일단 동구파에 조직원들 동원 해 봐.”
“몇 명이나요?”
“한 20명?”
“두 당 20만원인건 아시죠?”
“알아. 안다고. 새끼야. 너는 빨리 동구파에 연락이나 해.”
“A,C. 괜히 아침부터 신경질이야.”
H씨는 툴툴거리며 동구파에 전화하러 가는, 그 직원에게 뭐라 한 소리 하려다 말았다.
그래도 그와 같이 밤새 준 하나 뿐인 그의 직원이다.
저 놈이 성질내며 관둔다고 하면, H씨만 혼자서 좆뱅이 쳐야했다.
일단 박인호와 그 부모를 찾는 데 성공한 H씨는, 자신이 잘난 친구 이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이렇게 늦어? 잡았지?
“아니. 아직.”
=뭐? 너 이 새끼....
이병훈이 그에게 잔뜩 욕을 퍼붓기 전에 H씨가 재빨리 말했다.
“찾았어. 찾았다고.”
=뭐?
“이것들이 특급호텔에 숨어 있었지 뭐야.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어.”
호텔이라면 H씨 혼자 힘으로 그들을 잡는 게 어렵다는 것 정도는 이병훈도 알고 있었다.
=특급호텔 어디?
“프리첼 호텔.”
=쳇. 거기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기다려 봐. 내가 좀 알아보고 전화 줄게.
이병훈은 무려 삼명 그룹의 계열사 대표다.
그 정도 되면 인맥이야 당연히 많을 테고, 아름아름 연락 하다보면 분명 프리첼 호텔 쪽과 아는 사람도 나올 거다.
H씨는 바로 그걸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이병훈에게서 도무지 연락이 없었다.
도저히 답답해서 안 되겠다 싶었던 H씨. 그가 다시 이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프리첼 호텔. 어떻게 됐어?”
=좆도. 아는 놈을 찾긴 했는데, 좀 전에 연락 와서 자기 잘렸다고, 나보고 책임지라고 난리다.
“뭐?”
=아무래도 그 일에서 손을 떼야겠어.
“뭐라고? 이제 와서?”
=그래. 그 잘린 프리첼 호텔 직원, 내 친구의 친군데 직급이 부지배인이다. 그 호텔에서 부지배인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사람은....재벌가 사람들뿐이야.
“그, 그 말은 이번 일에 재벌가가 개입했던 거야?”
=아무래도 그런 거 같다. 이만 전화 끊어. 다시는 내게 전화 하지 말고.
“잠깐! 그럼 돈은?”
=이 C발 새끼야. 5억 줬잖아?
그 말 후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는 이병훈.
H씨는 다시 이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병훈은 끝끝내 H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A,C발. 좆 됐다.”
이병훈에게 5억이 더 들어 올 줄 알고, 자기 돈 3억까지 미리 당겨 써 버린 H씨.
이렇게 되면 하룻밤 사이 자기 돈 3억만 날린 꼴이 아닌가?
조폭들에게 준 돈 다시 돌려 달라고 하면 안 되냐고?
그것들이 행여 돌려주겠다. 더 뜯어 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 동안 그가 뼈 빠지게 벌어 온 돈 3억이었다.
그걸로 겨우 흥신소 유지를 해 왔는데, 그 돈이 없으면 당장 낼 모레 직원 월급 줄 돈도 없었다.
“이병훈. 이 개새끼....”
이렇게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를 뺄 수밖에 없는 H씨.
친구를 잘못 만나서, 전세에서 졸지에 월세로 살게 된 H씨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말이 새삼 생각났다.
* * *
초조히 흥신소하는 친구 H씨의 전화를 기다리던 이병훈.
하지만 많이 피곤했던지, 꼬박 잠이 들었다고 깨어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그때 마침 H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박인호와 그 부모가 프리첼 호텔에 숨어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됐다.
프리첼 호텔은 후암동에 위치해 있었다.
즉 박인호 부모의 가게와 가장 가까운 호텔인 셈.
한 마디로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이다.
“C발. 아까운 내 돈 5억만 날렸네.”
이병훈은 즉시 자신이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프리첼 호텔에 아는 사람을 찾았다.
“뭐? 네 친구가 프리첼 호텔의 부지배인이라고?”
호텔 부지배인이면, 객실 손님 셋 정도 호텔 밖으로 내 보낼 수도 있는 힘이 있었다.
물론 진상 손님이나 고의나 과실로 호텔 시설을 파손했다든지 하는, 결정적인 퇴실 사유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건 얼마든지 만들면 될 일이었다.
박인호와 그 부모가 무슨 빽이 있다고, 호텔 부지배인의 횡포를 막을 수 있겠나?
“야. 부탁 좀 하자. 대신 네 아들 우리 그룹에 취직시켜 줄게.”
=뭐? 그거 진짜지?
해서 이병훈은 그 친구의 아들을 삼명그룹에 넣어 준다는 조건으로, 프리첼 호텔 측에 손을 썼다.
그런데 얘기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프리첼 호텔 부지배인이라는 사람이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당신한테 부탁한 그 친구에게 얘기 해.”
그 말 후 이병훈은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그랬더니 프리첼 호텔에 압력을 좀 행사하라고 부탁했던, 그 친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병훈은 아예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곤 생각했다.
“이, 이건 윗선이 개입한 일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호텔 부지배인이 단칼에 날아가?”
이병훈은 느낌이 이상했다. 해서 다시 전 방위적으로 자신의 인맥을 총 동원해서, 박인호를 누가 빼냈는지 알아봤다. 그랬더니....
“백준열! 그 개새끼가 박인호를 노린 거야?”
그 결과 삼명 그룹 백승렬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요즘 잘나가는 연예 기획사 대표이기도 한 백준열이 이일을 주도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젠장....”
그룹 내 임원들이었다면, 어떻게든 손을 써 볼 텐데. 하필 백준열이라니.
그 놈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될 놈이었다.
백승렬 회장만큼이나 잔인하고 파렴치하고 비열한 놈이었다.
“아니지. 나 벌써 그놈 건드린 건가?”
이병훈은 즉시 자신이 어제부터 시작해서, 간밤에 벌인 일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일에서 자신의 흔적을 빼기 위해, 이병훈은 그날 밤을 꼬박 새며 분주하게 전화통을 잡고 살았다.
“으아아아함!”
그렇게 겨우 자신이 박인호와 그 부모와 연결 된 고리를 죄다 끊고, 흔적마저 완전히 다 지워내는 데 성공한 이병훈.
그가 그제야 안도해 하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켤 때였다.
“웁!”
갑자기 누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의 시야가 가려졌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통수에 충격을 받은 이병훈은, 이내 축 몸을 늘어트렸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의식을 잃은 이병훈의 사지를 완전히 결박하고, 어디서 구했는지 미군용 시체백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이병훈을 신속하게 넣은 뒤, 조용히 이병훈이 거제도에 오고 나서, 쭉 쓰고 있던 그의 관사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 시간 쯤 뒤 거제 앞 바다.
새벽에 작업에 나섰던 어선들이 돌아오고, 두부가 좀 한산하다 싶은 시간이었다.
통통통통통통~
통통배 하나가 거제 대교를 지나 쭉 먼 바다로 나갔다.
그러다 주위에 바다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심이 특히 깊어 보이는 짙은 바다 위에서 멈춰 섰다.
“깨워.”
통통배에 타고 있던 낚시꾼 복장의 사람들 중 한 명이 말하자, 시체백의 지퍼가 열리고 그 안에 이병훈이, 입에 재갈이 물리고 눈이 가려진 채 누워 있었다.
툭! 툭!
낚시꾼 중 하나가 발로 그런 그의 머리를 차자, 이병훈이 아팠던지 눈살을 찌푸리며 정신을 차렸다.
“으으으으....”
그런 그를 보고 낚시꾼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풀어 줘.”
그러자 낚시꾼 하나가, 이병훈의 가리고 있던 눈 마개와 입에 물리고 있던 재갈을 풀어주었다.
“으으윽....여, 여기가 어디....너, 너희들 누구야?”
“10분 주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지금 말해.”
“뭐, 뭐라고?”
대체 10분 안에 뭘 할 수 있다고, 이들이 자신에게 이러는지 이병훈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금 통통배에 실려 있다는 사실과 함께, 사지가 결박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사, 살려줘. 돈, 돈은 얼마든지 줄게.”
“얼마 줄 건데? 천억? 1조?”
“....”
무슨 돈을 요구해도 가능한 액수를 얘기해야지.
재벌도 아니고 자기한테 무슨 천억과 1조가 있겠나?
재벌도 그 돈은 못 내 놓겠다. 그 정도 돈을 준비하려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 데, 그 정도 주식을 팔려면 몇 주는 걸린다.
세상에 돈 받겠다고 몇 주를 기다려 줄 납치범이 있겠나?
놈들의 가당치도 않는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린 이병훈.
“이제 6분 남았다. 혹시 담배 펴? 한 대 줄까?”
담배란 말에 이병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 했다. 그러다 혹시 살 구멍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자아!”
놈들이 불붙인 담배 한 대를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리곤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보아하니 이 담배 한 대 다 태우고 나면, 자신을 저 바다에 던져 버릴 눈치였다.
이병훈은 열심히 잔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살지를 두고 말이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
“전화, 전화 한 통만 걸자.”
“안 돼!”
“왜?”
“위치 추적 되잖아.”
그 말에 이병훈은 깨달았다. 이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너, 너희들 혹시 처리자들이냐?”
이병훈도 알고 있었다. 재벌들 사이에 궂은일을 맡아서, 아주 조용히 은밀하게 처리해 주는 청부업자들이 있다는 걸 말이다.
바로 처리자 에이전시. 말이 좋아 에이전시지, 놈들은 불법 살인단체일 뿐이었다.
“....”
놈들은 대답을 회피했다. 그걸로 이병훈은 자신의 삶도, 여기서 종쳤음을 깨달았다.
이놈들에게 걸린 이상 어차피 살 길은 없었다.
놈들은 살인 기계들이다. 기계에다 대고 아무리 떠들어 봐야 살인을 멈추진 않는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
“퉤엣! 내 말을 그 새끼한테 똑바로 전해.”
이병훈이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 버리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놈들은 그런 이병훈을 보고, 히죽 거릴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내 죽어서 귀신이 되는 한이 있어도, 그 새끼 두고두고 괴롭힐 거라고.”
“10분 다 됐다. 시작해.”
놈들은 이병훈이 뭐라고 떠들어 대던 말든, 묵묵히 얇은 낙하산 줄로 그의 몸을 20곳 넘게 묶었다.
그 다음 놈들이 챙겨 나온 건 다름이 아닌 벽돌이었다.
그 벽들을 묶어 놓은 낙하산 줄에 착착 매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졸지에 크리스마스트리도 아니고, 온 몸이 벽돌로 주렁주렁 달린 신세가 된 이병훈. 그를 이병훈을 놈들 4명이 눕힌 채 그대로 달랑 들었다.
“안 돼! 살려줘!”
넘실대는 너울을 드러누운 채 보는 건, 실로 무서운 일이었다.
그 드러누운 상태가 다른 이들에 들려서니, 더 두렵고 겁이 날 밖에.
“잘 가시오. 던져!”
“으아아아!”
풍덩! 풍덩! 풍덩! 풍덩!....
이병훈이 바다에 빠지고 뒤이어서, 벽돌들이 푸른 바다 수면 위로 비산해 날아 떨어지며, 십여 개의 잔 포말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십 여초 뒤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가자.”
자기 일을 끝낸 처리자들은 통통배를 타고, 실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로 이동했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낚시를 즐겼다.
* * *
장 작가의 집을 나온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빌라 1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이,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 주세요. 대표님.”
나는 장 작가와 맺은 전속 작가 계약서를, 내 수행비서인 황치국에게 넘겼다.
그리고 평소였으면 그와 같이 대기 중인 차를 탔겠지만, 지금은 놈의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같이 타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그러니까 저보고 이 서류 들고 경호팀 차타고 먼저 회사로 가란 말이죠?”
“그래. 그 서류를 김 비서에게 넘기면, 그녀가 다 알아서 처리할 거야.”
나의 입에서 김 비서란 말이 나오자, 녀석에게서 나는 지독한 냄새에 오물 냄새가 더해졌다.
‘이 새끼가....’
나는 그 오물 냄새가 음심, 즉 놈이 김 비서를 노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안 그래도 죽일 이유가 10가지도 넘는 놈인데,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 되는 순간이다.
똑똑한 김 비서라면 이미 눈치 채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랬다고. 김 비서에게 주의를 줘야겠어.’
아니면 아예 경호팀원 하나를 김 비서 곁에 붙이던지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오늘 중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