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5화 (6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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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남영동 남소라의 빌라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문대식이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어. 뭐? 진짜? 음. 일단 박인호씨 신병부터 확보해. 어. 그래.”

당연히 문대식의 입에서 박인호란 사람 이름이 나왔으니 내 고개가 옆으로 돌아갈 밖에.

그런 나의 반응에 문대식이 바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말씀하신대로, 놈들이 박인호씨 부모님 과일가게에 나타났고, 거기에 놈들이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으음....”

내 예상이 적중해서 다행인 점도 있었지만, 삼명해양조선의 이병훈 대표의 그 집요함에 절로 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지금 쯤 아마 박인호씨를 두고, 놈들과 저희 경호팀원들이 싸움을....”

지이이이잉!

문대식의 말을 그의 핸드폰 진동음이 끊었다.

문대식은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어. 뭐? 하하. 거참....알았다. 일단 매뉴얼대로 하고 있어. 자세한 오더는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나서, 무슨 지시가 있으면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그렇게 통화를 끝낸 문대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놈들 순 양아치 새끼들이었답니다. 살짝 겁 좀 줬더니 다들 내 빼버렸다고....”

문대식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혹여나 유혈사태라도 생기는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일이 잘 해결 되었다니 다행이었다.

“이제 어쩔까요?”

“그럼 지금 박인호는 자기 본가에 있는 거네?”

“네. 부모님 과일가게에 있으니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혹시 모르니까 팀원들에게 박인호씨와 그 부모님들을, 인근 호텔로 모시라고 해. 팀원들도 고생스럽겠지만 같이 가서 그 분들 지켜 드리고.”

“네. 알겠습니다.”

문대식은 내가 내린 지시 그대로, 자신의 팀원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그 사이 차는 남소라가 사는 빌라 입구에 도착했다.

전화 통화 중인 문대식을 대신해서, 뒤따라 온 경호 차량의 경호원이 뛰어와서 차문을 열었다.

그 사이 통화를 마친 문대식이 다른 차문으로 내려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말했다.

“여기서 30분 정도만 기다렸다가, 내가 연락 없으면 철수해도 좋아.”

“네.”

나는 그 말 후 혼자서 남소라의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5층 자리 빌라지만, 평수가 80평과 100평으로 구성 되어 있는 최고급 빌라였다.

현 시세는 대략 12억에서 15억 사이로, 나는 이 빌라 역시 그 명의를 남소라 앞으로 해 줬다.

남소라가 사는 곳을 꼭 여기로 고집해서 구해줬는데, 그 뒤 백준열의 말을 잘 들어서 그도 여기를 구입한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었다.

오래 되긴 했지만 최고급 빌라답게 엘리베이터도 있을 정도였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잘 만들어진 빌라였다.

3층에서 내려서 남소라의 집 초인종을 누르자 곧 문이 열렸다.

철컥!

디지털 도어로 바꾸라고 해도 남소라가 싫다고 해서, 현관문도 예전 것 그대로였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현관이 나왔다.

그리고 그 현관에 키가 170센티가 훌쩍 넘는 키 큰 여자 하나가, 체크무늬 살짝 헐렁한 잠옷 차림을 하고 서 있었는데 그 잠옷이 바지 타입이라 몸매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하여튼 그 차림에 남소라 일 것으로 보이는 키 큰 여자가, 품안에는 강아지 한 마리를 안은 체 뻘줌하게 서 있었다.

‘사람을 반기려면 제대로 반기고....아니면 아예 기어 나오지를 말던가?’

그런 그녀에게 내가 다가가자, 그녀도 알아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빌라 안에서 가장 넓은 거실 쪽으로 같이 걸어갔다.

“엘베는?”

당연히 내 입에서 제일 궁금한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게 남소라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마치 자신이 개만도 못하다는 뭐 그런....

실제로 개만도 못한 년이긴 하지.

아아. 여기서 개는 엘베를 말하는 거다.

우리가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그 개 말고, 사람보다 더 영리하다는 특별한 개, 엘베 말이다.

“몰라요. 아까 보니까 도우미 아줌마가 산책 데리고 나가던데. 뭐 여태 안 들어왔을 리는 없고. 아줌마가 데리고 있겠죠.”

시간을 보니 아직 5시 55분이다. 도우미 아줌마가 6시에 정시 퇴근하니 아직 이 집에 있다는 얘기.

“아주머니?”

내가 찾자 퇴근 준비 다 한 도우미 아줌마가, 엘베를 안고 나왔다.

“엘베!”

“왈왈왈!”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녀석이 반갑게 날 맞아주었다.

나는 아줌마에게서 엘베를 넘겨받았다.

“수고하셨어요. 약속한 건 이미 통장에 넣었습니다.”

“벌써 확인했어요. 고마워요. 그럼 저는 이만....”

그래도 여기 주인이 남소라라는 건 잊지 않은 듯, 도우미 아줌마는 그녀에게 간다고 하고서는, 혹시 내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일하러 오기 전에 미리 전화나 문자하라고 말한 뒤, 이 집을 나갔다.

이제 이 집 안에 사람은 남소라와 나 둘 뿐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성격 급한 남소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녁 먹었어요?”

“아니.”

“식사 차려요?”

“어어. 너도 같이 먹을 거지?”

“다이어트 중이에요.”

어째 싸늘한 남소라의 반응.

근데 백준열이 기억하는 남소라와, 지금 남소라의 몸매는 차이가 많이 났다.

“너 살 쪘냐?”

“....”

침묵은 곧 긍정인 법. 거기다가 키도 더 커진 거 같았다.

“너 키도 컸냐?”

“....”

이번 역시 침묵. 여자 키가 170센티가 넘으면 장신 축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정도가 드라마 여주인공의 키의 맥시멈이다.

그 보다 더 크면 남자 주인공이 장신이 아닌 한, 여주인공 배역 맡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기로, 백준열은 남소라가 더 키가 크지 않게 남소라에게 한약까지 먹인 걸로 아는데....

“한약은?”

궁금하면 못 참다보니 물었더니 이번에는 남소라가 대답을 했다.

“안 먹은 지 두 달 쯤 됐어.”

“왜?”

“아 몰라. 그 약 더럽게 맛없단 말이야. 먹고 나면 입에서 구린내가 나.”

“그럼 진작 말하지. 냄새 없이 다시 지으라고 하면 되는 걸.”

“싫어. 나 이제 그 약 안 먹을 거야. 그 약 먹고 나서 식욕이 뚝 떨어져....”

갑자기 잘도 나불대던 남소라가 말을 멈췄다.

하긴 다이어트 중이라면서 식욕 떨어진 얘기를 자기 입으로 하고 있으니, 그녀 자신도 켕기긴 한 거겠지.

“몸무게 몇 킬로야?”

키는 내 키와 견줘 봤을 때 대략 173센티 정도 되는 거 같았다.

하지만 몸무게는 내가 안아들어 보지 않았으니 어림도 안 됐다. 해서 대 놓고 물었다.

“여자 몸무게는 왜 물어?”

방귀 뀐 놈이 성 낸다고, 살은 지가 쪄 놓고 왜 나한테 신경질이람.

“에이 씨. 기분 나빠. 배고프면 아저씨가 차려 먹어.”

성질 더러운 남소라. 그 성질 머리가 어디 가겠나?

남소라는 내가 잘 해주면 오빠라고 하다가, 내게 뿔이 나면 저렇게 아저씨라고 부른다.

‘싹퉁머리 없는 년 같으니라고.’

남소라는 밥상 차리다 말고 휑하니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지 새끼 마냥 아끼는, 애완견은 꼭 챙겨 들어갔다.

“쟤 지금 일부러 저러는 거지?”

내가 엘베에게 묻자 엘베가 바로 대답했다.

=어. 맞아. 아주 여시 같은 년....어머머머!

엘베가 말을 했고, 나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건 엘베 역시 마찬가지 인 거 같다.

근데 너무 호들갑인데....

* * *

나는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바로 견신 시스템의 스킬인 「말하는 개」를 사용했다.

그랬더니 이제야 엘베에게 그 효력이 발휘 되는 모양이었다.

=말도 안 돼. 나 지금 사람 말 하는 거야?

“그래. 그런데 나와 너한테만, 사람말로 들리고 다른 사람의 귀에 네 말은, 그냥 개 짖는 소리로 들릴 거야.”

짐작대로 그걸 증명이라도 해 주듯, 안방의 남소라가 버럭 소리쳤다.

“엘베 조용히 좀 시키지? 위에 집, 미친 년 또 내려올지 모르는데?”

보아하는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윗집에서 제법 항의를 해 온 모양이었다.

원래 소리는 위로 울리니 피아노 소리나 개 짖는 소리는, 밑에 집 보다 위에 집이 더 시끄럽게 들린다.

“엘베. 들었지? 소리 좀 낮춰.”

=알았어. 근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뭐 나한테 신기한 능력이 생겼다고 할까? 그것 말고 어떻게 설명해 줄 길이 없네.”

내가 여기서 개 잡고, 견신 시스템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자초지종을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 됐어. 그런가 보지 뭐.

엘베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쿨 한 개였다. 그리고 눈치도 비상하게 빨랐다.

=너 좀 많이 변한 거 같다?

“그래 보여? 맞아. 능력이 생긴 뒤로 좀 변했어.”

=그 능력이 뭔지 모르지만, 긍정적으로 변한 거 같아 좋아 보인다.

“너는 어때? 힘들지?”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힘들지. 에구구구.

“아. 맞다. 비마가 안부 전해 달래.”

=그 개새끼는 요즘도 암캐 후리러 다니기 바쁘지?

“뭐 그래 보이더라고.”

=작작 좀 할 것이지. 그러다 곯아서 뒈진다고 해도. 쯧쯧.

“뭐 좀 먹었어?”

=어. 맛없는 개 사료.

내 기억에 따르면 엘베는 입맛 없을 때, 사람 먹는 음식도 종종 먹었다. 물론 육류로다가.

“어디 보자.”

나는 남소리가 차리다 만 밥상으로 가 봤다.

그랬더니 이미 도우미 아줌마가 반찬은 다 차려 놓은 상태였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진 국 냄비에 불을 켜고, 전기밥통에 밥만 퍼면 됐다.

반찬 중에 불고기가 있어서 엘베에게 물었다.

“불고기 좀 줘?”

=어. 야채는 빼고.

나는 아예 불고기가 든 반찬 그릇에서, 젓가락으로 야채만 골라내고, 그릇 째 엘베에게 주었다.

불고기 반찬이야 안 먹으면 그만이니까.

혹시나 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불고기가 재워진 통이 있었다.

그걸 보고 엘베에게 물었다.

“불고기 많은 데 더 구워 줄까?”

=어어. 쩝쩝. 이거 입맛 당기네. 쩝쩝쩝.

엘베가 잘 먹는 걸 보니,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끓고 있는 국 냄비 옆에다가 팬을 올리고 가스 불을 켰다.

그 다음 재워 진 불고기를 올렸다.

치이이익!

달궈진 팬 위에 불고기가 익어가며, 맛있는 냄새가 빌라 안에 진동을 했다.

보글보글!

국냄비의 국이 완전 끓어서 나는 그쪽 가스 불을 껐다.

그 다음 냄비 뚜껑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육개장이었다.

“오오!”

잘 끓여진 육개장 한 그릇이면, 다른 반찬 없이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반 한 그릇은 뚝딱이었다.

국자로 국그릇에 육개장을 옮겨 담는 사이, 그 옆 팬에서 지글거리며 불고기가 빠르게 익어갔다.

* * *

이 집 도우미 아줌마 음식 솜씨가 제법이었다. 불고기도 맛있고, 육개장은 환상적이었다.

=쩝쩝쩝....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엘베도 두 그릇 째 불고기를 비우고 입맛을 다시다, 요즘 소화가 잘 안 된다며 더 먹는 걸 포기했다.

그런 엘베에게 물었다.

개 소화제라도 구해 줄 테니까 그거라도 먹을지 말이다.

사람도 자기 먹고 싶은 거 제대로 못 먹으면 스트레슨데, 개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그거 자꾸 먹다보면 소화기능 완전히 망가져. 그냥 이렇게 살래.

역시 엘베는 똑똑했다.

백준열이 괜히 사람보다 낫다고 한 게 아니었다.

나는 엘베 주고 남은, 불고기와 함께 육개장에 밥 한 그릇을 말아서 뚝딱 해치웠다.

“으으! 배부르다.”

그렇게 내가 식탁에서 부른 배를 두드릴 때, 안방 문이 열리며 남소라가 나와서 신경질을 부렸다.

“냄새 좀 나가게 창문 좀 열고 먹을 것이지....”

괜히 저런다. 배고프면 같이 저녁을 먹던지 하면 될 것을.

그 스트레스를 나한테 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준열은 동네북이 아니다.

이놈은 그 본성이 개새끼다.

“야이 C발년아!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말랬지?”

“오, 오빠!”

남소라도 그제야 깨달은 모양이다.

저 인간이 돌아버리면 개새끼로 돌변한다는 걸 말이다.

“벗어!”

“네?”

뜬금없이 벗으라니? 그 말에 안 놀라면 그게 미친년이지. 내 말에 두 눈이 동그래진 남소라.

“벗으라고! 확 씨....”

=드디어 시작 됐네.

내 반응에 엘베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다가, 쪼르르 베란다 쪽으로 가버렸다.

“그 개새끼는 치우고. 어서!”

버럭 소리치는 내게 잔뜩 겁먹은 남소라가, 후다닥 안고 있던 개를 안방에 넣고 방문을 닫았다.

그 다음 내 눈치를 보다 입고 있던, 체크무늬 잠옷의 상의 단추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남소라는 이렇게 한 번씩 주제 파악을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식으로 그가 사디스트가 되는 거였다.

물론 억지로 남소라를 강간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렇게 당할 남소라도 아니고.

단지 이럴 때 남소라는 메조키스트 성향을 띠며, 백준열을 잘 받아줬다.

그 다음이 문제였지만.

백준열은 사실, 제대로 성욕이 폭발한 남소라를 여태 만족스럽게 뿅 가게 만들어 주진 못하고 있었다.

그로인한 쌓인 욕구불만을 남소라가 토로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백준열은 남소라가 원하는 거 하나를 들어주었다.

무슨 자격지심도 아니고. 쯧쯧.

‘이거 봐라?’

남소라가 옷을 벗으면서, 입 꼬리를 살짝 올리는 게 딱 보였다.

그건 지금 이 상황을 남소라가 일부러 당해 주고 있다는 거고, 그 이유는 그녀가 내게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니가 알 던 그 백준열이 아니란다.’

더불어 내 자지도 마찬가지고.

내 말자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랄, 남소라의 얼굴이 벌써 기대가 됐다.

스륵! 스르륵!

그 사이 남소라가 입고 있던 잠옷을 허물 벗듯 벗고, 풍만한 몸매를 드러냈다.

그런데 백준열이 기억하고 있던, 그녀의 몸매에 비해 확실히 후덕해진 남소라.

딱 보니 전 보다 한 5Kg은 더 찐 거 같았다.

아랫배도 살짝 나왔고, 허벅지도 더 투실해졌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든 부분도 있었다. 바로 가슴.

남소라는 C컵보다 좀 더 큰, 제법 실한 가슴을 자랑했는데, 살이 찌면서 그 가슴도 더 커져, 이제는 완전 D컵은 되어 보였다.

내가 딱히 젖탱이 성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가슴 큰 여자가 성적으로 더 탱기는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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