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그때 견신 시스템이 뭔 생각인지 뜬금없이 내 눈앞에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3)]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개목걸이」(Up), 「개코」(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Up)
[특성: 개(1차Up->2차UP진행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80]
고작 개지수가 10포인트 올랐다고 상태창을 띄웠을 리 없을 테고.
“어라?”
어째서 개지수가 80포인트지? 내가 의아해 할 때 이번에도 견신 시스템이 뒷북을 쳤다.
-견신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그 보상으로 개지수 2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견신 시스템에서 주는 보상 포인트였다.
뭐 나야 개지수를 더 준다는 데 고맙지. 근데 과연 그게 다일까?
혹시나 해서 자세히 살피니 역시나였다. 그것 말고 바뀐 게 있었다.
개 특성이 저번 1차 업그레이드를 마친 뒤 잠잠하더니, 드디어 2차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란다.
비록 아이템과 스킬만은 못해도 내 일상생활에서 그 효과를 쏠쏠하게 보고 있는 개 특성이다. 그 개 특성이 더 업그레이드된다면야 나로서는 금상첨화인 거고.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상태창을 지웠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
그 핸드폰이 여전히 통화 연결 음만 계속 울리고 있었다.
받아야 할 놈은 받지를 않고.
끝내 박칠석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
나는 전화를 끊으며 그에 대한 미련도 같이 버려버렸다.
“이렇게 되면 별장으로는 못 가겠고....”
어째든 거기는 곧 전쟁터가 될 거다. 조직의 보스와 2인자가 곧 싸우게 될 테니까.
그런 위험한 곳에 내가 굳이 갈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길로 바로 서울 가는 게 나았다.
안 그래도 엘베가 걱정이 됐는데 서울 가서 엘베를....
“아아! 안 되지. 참.”
남소라와는 무조건 월요일에만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엘베 때문이라지만 내가 지금 그녀 집에 가면 남소라가 지랄을 떨 게 불 보듯 뻔했다.
그곳 도우미 아줌마에게 엘베를 맡기기도 한 터라 굳이 지금 거기 갈 필요는 없었다.
“그럼 뭐하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일단 서울로 목적지를 정하고 차를 몰았다.
그렇게 꼬박 2시간을 운전하고 나자, 서울권역권에 들어섰다.
그때 김비서에게 문자가 한 통 날아왔는데, 마크가 한 시간 전쯤 뉴욕 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떴단다.
딱히 내가 지시 내린 것도 아닌데 그녀 입장에서는 마크가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그렇고 보니....그 개자식을 어쩐다?”
원래 받았으면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내 형인 백준호는 나와 마크 사이에 끼어들어서 초를 치려했다.
그것도 계약이 다 끝난 문제로 말이다.
이는 삼명그룹에 분명 해가 되는 짓으로, 이 사실을 내 아버지, 백승렬 회장이 안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거다.
“그거로는 부족하지.”
나도 그렇지만 백준호도 백승렬 회장의 헤어드라이기(불같이 화를 내서)에 익숙했다. 물론 스트레스는 받겠지만 그게 그놈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건 없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아버지에게 알렸다간, 그놈 심기만 더 건드려 놓는꼴이 될 뿐이다.
그건 내가 원하는 복수가 아니다. 나는 녀석이 철철 피를 흘리기를 원한다. 눈물 찔찔 짜게 만들 수 있으면 더 좋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내 좋은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내 머리는 좋은 쪽으로는 영 아닌데, 나쁜 쪽으로는 천부적으로 잘 돌아갔다.
“후후후. 그러면 되겠군.”
역시 내 머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마크 일로 미뤄 백준호는 삼명전자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걸 아예 못 갖게 만들어 버리거나, 그걸 미끼로 녀석이 지금 가진 가장 소중한 걸 망쳐 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니지. 아예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진행시켜야겠네. 그래야 고통이 배가 될 테니까.”
백준열의 독기는 백승렬 회장을 꼭 빼닮았다나?
내가 볼 때 백승렬 회장은 바로 그 점을 좋아하는 거 같았다. 하긴 자기 아들들 중에 자신의 장점을 닮은 놈이 하나도 없으니 독기라도 닮은 나를 그나마 총애하는 거겠지.
백준열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좋은 추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게 당금의 삼명가家였다.
“재벌가면 뭐해? 행복하지가 않은데.”
그래서 더욱더 그곳에서 발을 빼고 싶었다. 어차피 삼명가의 그 전통인가 뭔가 때문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본가에 가서 아침을 먹어야 한다. 그때 분위기 봐서 경영권 포기 얘기를 꺼내 봐야겠다. 아마 난리가 나겠지만 내가 싫다는 데 어쩔 건데.
* * *
백준열의 주말은 둘 중 하나였다. 화끈하게 보내던지. 아니면 평범하게 지내던지.
화끈하게야 원래 개새끼 백준열답게, 망나니 재벌 3세로 보내는 거고. 평범하게는 지내는 건....
“진, 진짜로 백준열이 그렇게 살았다고?”
나도 그의 기억을 통해 알게는 됐지만 도통 믿기지가 않았다. 백준열이 놀랍게도 이중생활을 했다니 말이다.
그는 가끔, 아주 가끔 주말에 할 일이 없을 때에, 예전의 나처럼 정말 평범하게 살았다.
“그게 말이 돼?”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진짜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 신림동 고시촌으로 차를 몰았다.
거기로 가는 동안 나는 백준열의 또 다른 삶과 직면했다.
“하아. 그러니까 운 좋게 부모님이 신림동 원룸 건물을 짓고 나자마자,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졸지에 건물주가 된 고시 준비생이라 이거네?”
설정도 기가 막히게 잘 해 놨다.
말이 고시 준비생이지 백수나 마찬가진데 다가구 건물, 즉 원룸 건물주이니 그 동네에서 충분히 부자 소리를 듣고 살 수 있었다.
“그래도 없이, 지지리 궁상으로 살 자신은 없었던 모양이지?”
하긴 백준열이 반지하나 옥탑 방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지.
백준열의 기억을 더듬어서 신림동 고시촌에서 내 소유의 원룸 건물을 찾았다.
“저거네.”
현재 시세로 35억쯤 하는 건물이다.
인근 원룸 건물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지었고, 또 세대수가 많아 경비를 비롯한 관리인을 따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세가 비싸도 들어오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원룸 38세대에 주인세대 1가구로 한 달 월세 수입이 1,330만원인데, 거기서 경비와 관리인의 임금에 각종 세금과 유지보수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 백준열의 나이에 그 정도 수입이면 사실 공무원 연봉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선지 몰라도 백준열이 사는 원룸 건물에서 그를 노리는 여자들이 꽤 많았다.
“미친....”
실제로 자기 원룸 건물에 사는 공시생 여자 몇 명을, 자기 사는 집으로 불러서 따먹기도 했고.
아마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엄청난 지탄을 받게 될 소지가 다분했다.
재벌 3세의 유희에 놀아난 다수의 공시생 여자들!
그래서 백준열도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주말에만 잠깐 여기를 들렀다.
근데 이노무 경비아저씨. 또 내 주차장에 자기 차를 떡하니 대 놓았다.
내 원룸 건물에는 내 전용 주차장이 있었다.
아무래도 북적대는 동네다 보니 차 댈 대가 없어서, 내가 경비아저씨에게 말해 항시 비워 놓게 해 둔 곳인데 또....
빵! 빵! 빵!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자, 그 소리를 들은 경비아저씨가 원룸 건물 안에서 뛰어나왔다.
“아이고. 사장님. 오셨능교?”
서글서글하니 사람 좋은 얼굴의 경비아저씨가 진짜 반가운 듯 날 반겼다.
“빨리 차나 빼요.”
하지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어어. 알았어. 기둘여어.”
그 말 후 다시 원룸 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경비아저씨.
잠시 뒤 차키를 챙겨 나온 아저씨가 내 전용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뺐다.
* * *
평소 백준열은 경비아저씨와 사이가 좋았다.
보다시피 아저씨 인상이 워낙 좋고, 또 과묵한 게 진중해 보이는 면도 있었고.
하지만 그건 백준열의 판단이고 나는 아니다.
“무슨 썩은 냄새가 이렇게 독해?”
경비아저씨에게서 나는 냄새 수준이 오늘 내가 처리한 내 별장 관리인 수준이었다.
그러니 내 입에서 그 인간한데 좋게 말이 나갈 리 없었다.
내 전용주차장에 차를 대고, 난 나는 차에서 내려서 곧장 원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새 경비가 연락이라도 한 듯 관리인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사장님!”
“어휴!”
그런 그를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내 코를 잡았다.
관리인 역시 경비아저씨처럼 썩은 냄새가 풀풀 났던 것.
“왜 그러십니까? 무슨 냄새를 맡으셨기에....”
“아니요. 됐습니다. 저 한데 하실 말 있습니까?”
“아뇨. 김씨가 오셨다기에 인사차....”
“인사는 됐고. 그럼 볼일 보세요.”
나는 관리인을 피해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그가 타고 내려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있는 주인세대로 올라갔다.
‘이것들이....’
그 냄새에 대한 분석은 이미 「개코」아이템을 사용했기에, 그 분석결과 정보가 저 세밀하고 더 자세하게 속속 내 머릿속에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경비아저씨와 관리인에게서 공통적으로 관리비 부정이 포착 되었다.
그 이외도 각종 비리와 함께 세대 입주민에게 횡포까지 부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란 거다.
경비와 관리인은 간 크게 세대 입주민 중 여자 혼자 사는 곳을 노려서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렀다.
바로 강간을 저지르고 이를 숨기기 위해서 그 여자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 한 것.
그 때문에 그 여자는 그들에게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
놈들은 그 짓을 한 번이 아니라 벌써 세 번이나 저질렀다.
그만큼 그들의 이런 엽기행각은 더 대범해지고 주도면밀해 지고 있었다.
“개새끼들. 자기 딸만한 여자들을....”
그 3명의 여자들 모두 지방에서 올라 온 공시생들이었다.
서울에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그녀들을 그들이 의도적으로 노린 거다.
“이것들은 단지 법의 심판만 받게 해선 안 돼.”
내가 신고해서 경찰에 잡혀 간다고 해도 그들이 받을 처벌은, 그들이 지은 죄에 훨씬 못 미칠 게 뻔했다.
그건 공정한 법 집행이 아니지만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나?
당장 그런 불공정한 세상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사는 게 바로 백준열, 바로 나 같은 인간인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알 게 된 이상 이건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일이다.
감히 내 건물에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
그들에 대한 처벌은 신속하면서도 단호하게 이뤄 질 것이다.
“Right now!”
* * *
모두가 원룸인 이곳 건물에서 원룸 크기 4개를 합친 35평의 주인세대.
백준열의 기준에서는 협소한 곳이지만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는 결코 좁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것도 혼자 살 경우는 더.
집안을 둘러보니 떠 오른 생각은 그 동안 여기 불러 들여 떡친 여자들뿐이다.
하긴 그 동안 백준열은 여기서 하룻밤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었다.
자기 볼 일만 보고 나면 호텔로 가, 거기서 자는 게 더 편했으니 말이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의 냉장 칸을 열었다.
그랬더니 안에 생수와 맥주만 한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생수 하나를 챙겨서 거실로 나와, 거실장 속에서 서류 파일을 하나 꺼낸 다음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이 소파에서 자빠트린 공시생 여자의 얼굴과, 그녀와 어떻게 빠구리 했는지 그 장면이 생생히 떠올랐다.
“지랄....”
사는 집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떡치는 것뿐이라니.
근데 또 그 생각에 반응을 보이는, 내 좆대가리는 뭐냐고.
차가운 물로 끓어 오른 욕념을 누그러트린 뒤, 핸드폰을 꺼낸 나는 내 운전기사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양태석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 과묵한 인간은 주말에 뭐하나 문득 궁금했다.
하지만 그거 물으러 그에게 전화한 건 아니다.
“가평에 보내 준 사람들은 좀 별로였어요.”
=죄송합니다.
“아뇨. 그래도 뭐 제몫은 다했으니 뭐라고 하실 거 까지는 없고.”
=네.
정말 자기 할 말만 딱 하는 인간이다.
융통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재미없는 인간이지만, 어째든 양태석도 내 일족에 영입해야 할 견족 인간이다.
내가 볼 때 양태석은 지금 자기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인간을 포섭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곧 그에게 커다란 불행이 닥칠 거고, 그때에도 그가 지금처럼 고고하게 굴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다.
여기서 내가 진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건 용건을 슬슬 말 할 때다.
“개좆같은 놈 둘을 처리해야 하는데. 사람 좀 보내 줘요.”
=둘 말입니까?
“네. 경비와 관리인. 둘 다 중년이고 가정을 갖고 있긴 한데....”
자세한 건 내 손에 있던 서류 파일을 열고 양태석에게 얘기했다.
“김XX. 주민번호가xxxxxxx, 오XX. 주민번호는xxxxxxx네요.”
나도 양태석처럼 간단하게 이 원룸 건물 경비와 관리인의 이름과 주민번호만 불러줬다.
어차피 그 두 개만 알면 양태석이 알아서 그들에 대해 상세히 파악을 할 테니 말이다.
=한 시간 정도 필요합니다. 대신 처리 할 애들은 바로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여기가 어디냐면....
나는 이곳 주소를 양태석에게 불러주었다.
“....”
그 다음 그와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