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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준열이 남소라에게 잘해 준 이유는 그녀가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과 달리 섹스 할 때는 얄짤없는 색정녀였다.
내가 골프장에서 민혜주를 보고 색정녀가 아닌가 의심을 했었는데, 진짜 색정녀가 바로 내 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여자들에게 백준열은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했다.
오로지 자기 성적 만족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남소라는 반대로 백준열을 상대로 정액을 쥐어짰다.
그래서 남소라가 좋으면서 백준열이 일주일에 한 번 그녀를 찾는 거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일을 핑계로 남소라 집에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백준열은 맵지만 자꾸 먹게 되는 마성의 떡볶이처럼, 매주의 시작인 월요일, 퇴근하고 나면 거의 남소라 집을 찾았다.
남소라도 백준열을 대 놓고 개새끼라 부르면서도, 그가 덮치면 못이기는 척 다리를 벌려 주었다.
뭐 그 다음은 전황이 역전 되어, 도리어 그녀가 백준열 위에 올라타 있기 일쑤였지만.
“이런....”
남소라와 통화하고 잠깐 딴 생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후다닥 삼계탕집 안으로 들어가자, 민혜주가 자기 몫의 삼계탕을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고 있었다.
“다 먹었어?”
“네. 덕분에 잘 먹었어요.”
“내가 뭘 했다고 덕분이래.”
“내가 잘 먹게, 또 다 먹게 다시 수저를 들게 만들어줬잖아요.”
그녀의 거듭된 칭찬에 무안해진 내가 먼 산을 보며 말했다.
“이제 다 먹으니 일어나자.”
“네. 근데 오빠는 지금부터 뭐 하실 거예요?”
요 여우. 뭐할지 알면서 묻기는.
배도 채웠으니 당연히 근처 모텔 들어가서 떡 쳐야지. 너하고.
아까 골프장에서 벌인 전초전의 성격의 손가락, 오랄 섹스에 이어 모텔에서 진짜 대규모 전면전을 치러야 하지 않겠나?
이를 위해서 나는 최소 2시간 최대 4시간까지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저는 서울 빨리 올라가려고요.”
“서울?”
“네. 가면서 결혼식장 취소시키고, 또 청첩장도 더 찍지 말라고....”
실수했다. 투머치토커 민혜주의 입에 발동을 걸어 주다니 말이다.
그렇게 그녀가 서울 가야 하는 이유를 10분 넘게 듣고 나자, 기 다 빠지고 질려서 그녀와 더는 섹스를 못할 거 같았다.
그 길로 그녀의 펜션으로 돌아와서 그녀는 서울로, 나는 별장으로 가기로 하면서 우리 둘은 이별을 고했다.
“그럼 월요일에 JYB엔터에서 봬요.”
“내일 봐. 그럼.”
먼저 민혜주를 보내고 내 차에 운전석에 오른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 보니까 남소라 올해 TVM 드라마 '막먹은 영자씨'에서 영자의 여동생으로 출연했었어.”
그 말은 백준열과 남소라 사이가 틀어졌단 얘기다.
백준열이 연기자가 되려는 남소라를, 영화까지 망하게 만들면서까지 집에 들여 놓았는데, 그런 그녀를 TV드라마에 출연 시켰을 리 없었다.
그러니 이맘때 쯤 남소라가 백준열을 제대로 열 받게 만들 짓을 했다는 건데. 그게 뭔지는 알 길이 없....
“설마....엘베 때문에?”
나는 백준열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다.
만약 남소라가 실수로 엘베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면....
“뭐, 뭐야? 이 반응은....”
단지 그럴 경우에 대해 생각했을 뿐인데, 격분한 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만큼 백준열의 애완견 엘베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모양이었다.
그와 함께 지난날 나와 엘베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쳇! 백준열에게 있어 엘베는....조강지처 같은 존재였군. 유년기 어려운 시절을 쭉 함께 해 준....”
엘베의 나이는 벌써 15살.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80-90살 쯤 된 거다.
백준열이 어렸을 때 그를 위로해 준 유일한 존재. 그게 엘베였다.
그런 엘베가 남소라 때문에 잘못 됐다면, 백준열이 아무리 남소라가 좋아도 그녀를 용서하긴 어려웠을 것.
그렇지만 백준열이 좋아했기에 그녀를 그냥 풀어줬고, 그녀는 그 뒤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고 영화에서 대박을 치면서, 탑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오늘 내가 남소라와 통화를 하면서, 최악으로 치닫던 엘베와 남소라 사이 관계를, 더 나빠지지 않게 서로 떨어트려 놓는 수준까지 조치를 취해 놓았다.
아마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주말에 남소라가 건 전화에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그 때문에 악에 받친 남소라가 엘베에게 무슨 짓을 한 거고.
“그래도 혹여 모르니....”
나는 기억을 더듬어서 남소라의 집에 살림을 봐 주는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달 그녀 월급을 2배로 주겠다고 하자, 그녀가 당장 엘베를 챙기겠다고 했다.
* * *
주말에 쉬는 김비서에게 미안하지만 궁금한 게 생겼다.
그래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내가 별장에 도착할 때쯤 답장이 왔다. 확인하니 내 예상대로였다.
‘응답해 봐’ 시리즈를 전에 HQ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었는데 '막먹은 영자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막먹은 영자씨'는 공전의 히트까지는 아니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한 시즌제 드라마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큐드라마라는 컨셉을 차용해서 주인공 영자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민들의 일상과 희노애락을 현실적이게 그려냈다.
나는 HQ엔터테인먼트에서 아직 '막먹은 영자씨'의 제작을 확정 짓지 않았음을 김비서를 통해 확인하고, 당장 작가와 미팅부터 잡을 것을 김비서에게 문자로 보냈다.
연출이야 누가해도 상관없지만 '막먹은 영자씨'의 소름끼치게 리얼하고, 눈물 나게 하는 감성만큼은 그 작가가 아니면 표현 해 낼 수 없었다.
일단 작가만 잡으면 '막먹은 영자씨' 제작은 내가 직접 해도 됐다.
더불어 '막먹은 영자씨'의 출연진들.
이 드라마 역시 ‘응답해 봐’ 시리즈처럼 스타들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배역진이 조연들이다보니 스타 조연들을 많이 배출해 냈다.
“개그우먼 영자는 이미 소속사가 있고, 먼저 영입을 제안할 수준의 배우는 마수철하고 고미란 정도인가?”
뭐 그 외에도 다수의 조연 배우들이 있는데, 그들 역시 JYB엔터로 오겠다면 다 받아 줄 생각이다.
아무래도 조연급 배우들은 수익 창출 면에서 크게 돈이 안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능한 조연들을 다수 거느리고 있으면 있을수록, 주연급 배우들이 배역 따 내는 게 수월해지고, 또 방송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좋은 만큼 대형 엔터, 매니지먼트 일수록 들러리 식으로 조연급 배우들을 많이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들에 대한 대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은 대형 기획사 그늘에 있기를 원했다.
배역 구하기도 쉽고, 또 그 좋지 않은 대형 기획사의 대우가 중소 기획사 보다 훨씬 나았으니까.
아마 JYB엔터에서 손을 내밀면 이 당시 무명이었던 '막먹은 영자씨' 출연진 대부분이 내 회사로 들어 올 거다.
역시 유능한 김비서. '막먹은 영자씨'이 대본을 쓴 작가와 연락이 됐단다.
“내일은 어렵고 모레 우리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보잔 다고?”
뭐 하러 그냥 우리 회사에 와서 바로 계약서에 ‘쾅’하고 도장 찍으면 될 것을. 뭐 작가가 그러자니 어쩌겠나.
그 정도 비위는 맞춰 줘야지.
나는 김비서에게 그 작가 편한 대로, 그렇게 해주라고 했다.
그때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한데 명백하게 뒷북을 치고 있었다.
-견신의 돌발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두 투견에게서 충성을 맹세 받아내는 성공하였습니다. 견신이 약속한 대로 스킬 하나와 개지수 5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스킬은 시스템이 임의 제공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새로운 스킬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견신이 낸 돌발 미션이건만 시스템이 나서서 설치니 사실 입맛이 좀 썼다. 아무래도 시스템 보다 견신이 나에게 더 호의적으로 많이 퍼주어 온 게 사실이니까.
“알았어. 확인할게.”
시스템이 과연 어떤 스킬을 내게 줄지 기대 반 우려 반인 심정이다.
-「개호구」(역,Up)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그 뒤 새로운 스킬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는 견신 시스템.
“그러니까 상대에게 사용해서 그 사람을 내 호구로 만들어 주는 스킬이란 얘기군.”
나를 호구로 만드는 스킬이 아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역 스킬의 경우는 내가 쓰기에 따라, 적재적소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내가 견신 시스템의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 한 거 같자 시스템이 내 눈 앞에 바뀐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3)]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개목걸이」(Up), 「개코」(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Up)
[특성: 개(1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50]
보유 스킬 항목에 새로운 스킬인 「개호구」를 확인하고, 견신이 돌발 미션 완수 시 주기로 한 개지수 50포인트 역시 잘 적립 되어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어 나는 눈앞에 상태창을 지웠다.
그랬는데 여기서 견신 시스템이 왜 뒷북을 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두 투견 중 하나가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 투견을 버리고 새로운 투견을 선택 할지, 아니면 그 투견을 살려 계속 곁에 둘지는 당신이 결정 할 일입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 바랍니다.
“이, 이게 당최 무슨 개소리야?”
견신 시스템이 황당하게도 내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 * *
내게 충성을 맹세한 두 투견이라 함은 박칠석과 이재동이다.
그 둘 중 하나가 죽게 생겼다는 얘기고 그 죽게 생긴 투견을 대신할 새로운 투견이 있다는 거다.
“일단 이재동은 아니야. 녀석을 대신할 투견이 이렇게 빨리 생길 리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 죽게 생긴 투견이 박칠석이란 얘긴데....”
박칠석하니 그 옆에 늘 따라 다니던 2인자 구재성이 떠올랐다.
“설마 구재성이 그 새로운 투견?”
구재성을 새로운 투견에 갖다 넣자 퍼즐이 딱 맞아 떨어졌다.
“하아. 박칠석. 이 병신 같은 새끼.”
아무래도 박칠석과 구재성 사이 트러블이 생긴 게 분명했다.
하긴 구재성은 어설펐다. 너무 티가 났고.
눈치 빠른 박칠석이라면 그걸 못 알아봤을 리 없다.
아마 괘씸했겠지. 자신은 죽어 가는데 구재성은 자기 대신 보스 될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박칠석의 배포가 너무 아쉬웠다.
보스로써 그 정도쯤이야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 줘야지. 그걸 또 갈구고 속 좁게 치워버리려 하니 구재성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
뭐 그렇다고 보스를 배신하고, 자신이 보스가 되려는 구재성도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박칠석인지 구재성인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 뭐 그 말인 건가?”
양자택일. 그런데 이 찜찜함은 뭐지? 마치 누군가에게 시험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허얼. 만약 이게 견신의 시험이라면....’
견신은 앞서 나한테 견족의 세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했다. 실제로 변정식을 제거한 나에게 승자고 강자랍시고 개지수도 추가로 지급했었고.
‘그렇다면 이건 내가 선택해서 될 게 아니다. 철저한 약육강식에 적자생존....둘 중 싸워 살아남는 놈이 내 선택이 되는 거지.’
내가 그런 결론을 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디링. 견신이 당신의 결정에 아주 흡족해 합니다. 견족 세계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며 좋아합니다. 특히 적자생존,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체가 살아남는다.’란 말이 마음에 든다며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견신의 전언이 들려오면서 나는 속으로 외쳤다.
‘오올! 역시 내 생각대로다.’
견신 시스템이 자신을 만든 창조신인 견신 위에 있을 수는 없었다.
한데 이번에 견신 시스템은 너무 오버를 했다.
견신이나 할 만한 유저에게 선택을 강요한 거다.
어째든 견신의 시험은 무사히 넘긴 거 같아 다행이었다.
물론 그 시험을 망쳤어도 견신이 뭐라고 하진 않았을 거다.
대신 나에 대해 실망을 했겠지. 그 실망이 쌓이다보면 점점 내게 무관심해지게 될 것이고, 결국 견신의 관심이 내게서 멀어지게 되겠지.
그 뒤 나는 더 이상 내게 호의적이고 잘 퍼 줄 존재 없이, 오로지 견신 시스템과 개지수 쌓으려고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난리를 쳤겠지.
그건 내 삶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과 완전 상반된 삶을 사는 거다.
그렇게는 다시 살고 싶지 않으니 그렇게 되지 않게끔, 견신의 관심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받아야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려요. 견신님. 딸랑딸랑.’
그렇게 내가 속으로 열심히 견신에게 아부를 떨고 있을 때였다.
전화가 걸려왔고 확인하니 일단 모르는 번호다.
하지만 느낌상 받아야 할 거 같아 받았더니 구재성의 전화였다.
견신 시스템의 말대로 구재성이 새로운 내 투견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헛된 희망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 철저한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말해 주었다.
내 말 뜻을 이해한 듯 구재성은 전화를 끊었고, 그래도 똑같은 기회를 주기 위해 박칠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다 죽어 가려는 박칠석을 살려 놓은 게 아깝긴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어째든 박칠석은 내 일족으로 삼은 최초의 견족 인간이 아닌가?
“뭐야?”
그런데 놈이 그 절호의 기회를 뻥 차버렸다.
대체 뭘 하기에 내 전화를 안 받는 건지 모르지만, 그로인해 녀석이 계속 견족 인간으로 내 곁에 있을 확률도 그만큼 확 줄었다고 보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