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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7화 (3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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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가 조폭들이 사로잡은 별장 관리인과 그 조력자들을 바로 보지 않고, 한 시간이나 뒤에 만나 보겠다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견신의 전언 때문이었다.

-디링! 투견 양태석처럼 박칠석도 투견이라며, 견신이 잘 길들여 보라고 합니다. 또한 이재동 역시 투견이니, 이번 기회에 그 둘을 아예 당신의 일족으로 거둬들일 것을 견신이 강추합니다. 그 둘이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견신이 스킬 하나에 개지수 50포인트를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 돌발 미션을 받아드리겠습니까? [Y/N]

정말 엉뚱하긴 했다. 하지만 견신 시스템의 미션이 아니라 언제나 내편으로 퍼 주기 바쁜 견신의 미션이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해.’

“받아드릴게.”

양태석에 이어 박칠석도 투견이라니.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개 같더라고.”

아아. 여기서 개는 나쁜 의미의 그 개가 아니라 견족의 개, 그러니까 동 종족 같았다. 뭐 이런 얘기다.

“근데 이재동?”

그게 누군지 갸우뚱거리는 나에게 견신 시스템이 슬쩍 힌트랍시고, 이재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아아. 그 상대 보스!”

광기 들린 모습으로 나를 향해 칼을 내찔렀던, 그 상대 보스가 아직까지 생생하게 생각났다.

“그러니까 박칠석과 이재동을 모두 나보고 거두란 거네.”

견신이 말하는 일족의 개념은 내가 봤을 때, 충견으로 내가 거둬서 쓰라는 말로 일단 받아드려졌다.

그게 아니라면 견신이 또 뭐라고 했을 텐데, 그가 생각하는 것과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모양이었다. 별 말이 없는 걸로 봐서는.

“좋아. 그럼 그 둘을 거두러 가보실까.”

어차피 그냥 있으면 해결 될 일은 없다. 부딪쳐 보면 답은 나오기 마련.

나는 몸을 일으켜서 내방을 나서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1층 분위기가 어째 우중충하다.

숫제 장례식장에 온 기분이랄까?

“뭐야?”

한쪽에 실제 장례식 같은 분위기가 연출 되고 있었다.

바로 박칠성이 누워 있고, 그 주위에 조폭들이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개중에는 우는지 눈물을 훔치는 녀석도 있고.

‘아. 맞다. 박칠석이 참 칼침 맞았지.’

그것도 한 방은 제대로 가슴에 박혔고.

근데 왜 아직 119 구급차가 오지 않는 걸까?

그때 신고했으면 지금쯤 와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생각하며 내가 그쪽으로 다가가자, 조폭들이 우르르 길을 열었다. 그때였다.

-디링! 견신이 ‘갑갑한 놈이 송사한다.’고 합니다. 제게 긴요한 사람이 먼저 행동하는 법이니 어쩌겠냐며, 상처 중 가장 치명적인 곳을 싹 치료시켜 주는 「개만족-치료제V-5」를 하사합니다.

견신의 전언이 전해지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여어억시! 견신님이시로구나! 푸하, 아니지. 월월월월월!’

내가 견신의 돌발 미션을 받아 드린 건, 신의 한수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떠먹여 주는데 안 할 이유가 없잖은가?

나는 누워서 다 죽어가고 있는 박칠석에게로 쭉 걸어갔다.

박칠석의 옆에는 아까부터 그를 보좌하던 조폭이 그대로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박칠석이 아까 소개도 시켜 줬었다. 자기 바로 밑이라고.

이름이 구재성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2층으로 나를 구하러 온 조폭들을 저 인간이 이끌었었지 참.

‘확실해. 구재성!’

그 구재성에게 내가 물었다.

“119 안 불렀어요?”

“네.”

“왜요?”

“형님께서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그 대답에 기가 찬 내가, 누워서 숨이 넘어 갈랑 말랑하고 있는 박칠석을 내려다보니, 제법 응급처지가 잘 되어 있었다.

하긴 그러니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거겠지만.

“누가 손을 본 거 같은데?”

“그게....의사가 왕진 와서....”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았다. 조폭들이 전문으로 이용하는 의사가 있다고 말이다.

주로 의사면허가 취소 된 의사나, 불법으로 왕진 오는 알바 의사가 바로 그들이었다.

보아하니 박칠석이 그래도 수하들을 아끼는 마음에, 돈 좀 들여서 불법 왕진 알바 의사를 미리 불러 놓은 모양이었다.

“그 의사 지금 어디 있어요?”

“용건이 불러.”

구재성의 명령에 잠시 뒤 제법 젊어 보이는 의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살릴 수 있습니까?”

내가 턱짓으로 박칠석을 가리키며 묻자, 그 의사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아까 119 불렀으면 어떻게 살 가능성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틀렸습니다. 구급차 불러도 병원 가는 도중에 죽을 가능성이 100%입니다.”

그 말 후 의사는 다른 다친 조폭들 치료해야 한다며 몸을 돌려 세웠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폭들이 의사가 갈 수 있게 길을 열었다.

그때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 왔다.

-이대로 두면 박칠석은 3분 뒤 죽습니다.

이런 시간이 얼마 없었다.

* * *

나는 박칠석 바로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허억....헉....허억....”

박칠석은 언제 꼴딱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래도 의식은 있는지 눈의 동공이 나를 향하고 있기는 했다.

그런 그의 얼굴로 바짝 내 얼굴을 가져다 대고 그에게 말했다.

“박칠석. 너 살고 싶지?”

순간 녀석의 동공이 크게 확장 됐다.

“맞으면 고개를 끄덕거려.”

내 말에 녀석이 힘겹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내가 살려 주면 내 충견이 되어 줄 수 있나? 가령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 정도는 해 주는?”

박칠석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녀석은 살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드링크 하나를 꺼내 보였다.

“이게 뭐냐 하면 삼백년 묵은 산삼 엑기스야. 이거 먹고 죽다 살아난 사람이 꽤 돼. 근데 알려지지는 않았지. 왜? 알려지면 너도 나도 사려고 난리가 날 테니까. 그래서 재벌가에서만 은밀하게 거래 되는 아주 귀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내 말에 박칠석의 고개가 더 빨리 끄덕여졌다.

“이거 한 병에 수십억 하는 건데. 내가 특별히 널 위해 쓰도록 할게.”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이라 움직이기도 힘들 텐데, 박칠석이 내 말에 고개를 무려 두 번이나 끄덕이는 초인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자아. 입 벌려.”

박칠석이 힘겹게 입을 벌렸고, 나는 견신이 내게 하사한 「개만족-치료제V-5」 드링크 마개를 따고 박칠석의 입 안에다가 약액을 흘려 넣어주었다.

....꾸울꺽!....꿀꺽! 꿀꺽! 꿀꺽!

처음에는 마시기 힘들어 하던 박칠석. 하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서는 드링크의 약액을 마시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한 병의 드링크를 다 비웠을 때였다.

“허어어억!”

갑자기 숨을 크게 내 뱉던 박칠석.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헉! 헉! 헉! 헉!”

숨을 점점 빠르게 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정상적인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박칠석의 상태를 지켜보던 나의 머릿속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뚫렸던 폐가 「개만족-치료제V-5」에 의해 치료가 되어 원상복구 되면서 박칠석이 살아났습니다.

“됐군.”

흡족하게 웃던 나의 귀에 갑자기 다급한 구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건이 불러. 빨리. 형님이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겠지. 죽다가 살아났으니까.

구재성은 갑자기 다 죽어 가던 박칠석이 내가 먹인 드링크를 마시고, 당장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뒤 짜증 난 얼굴로 등장한 불법 왕진 알바 의사.

“뭐, 뭐야?”

그가 이제 멀쩡하게 숨을 쉬고 있는 박칠석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박칠석의 바이탈이 정상임을 확인하자, 곧장 그의 가슴에 상처를 살폈다.

“허억!”

놀라도 너무 놀라 당장 눈알이 튀어 나올 거 같아진 의사.

그가 몇 번이고 눈을 깜빡거리고, 또 손으로 눈을 비볐다.

하지만 그의 눈에 분명 좀 전까지 환자의 폐부를 뚫었던 그 자상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없었다.

“말, 말도 안 돼.”

이건 기적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이적이었다.

“....으으으으....”

그때 나의 드링크를 다 마시고 나서, 숨을 쉬는 사이 잠시 의식의 끈을 놓았던 박칠석이 의식이 되돌아오면서 서서히 눈을 떴다.

그걸 보고 좀 전까지만 해도 그의 손에 다 쥐어졌던 권력이, 허망하게 그의 손을 떠나 버린 것에 대해 절망하는 구재성.

반면 불법 왕진 의사지만, 그래도 환자가 의식이 돌아오는 걸 기뻐하며, 꼼꼼히 박칠성의 상태를 체크 중인 의사.

그 둘의 서로 상반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나는 몸을 돌려서 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한 바탕 연극을 했다 뿐인데, 벌써 진이 다 빨린 기분이었다.

역시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는 거 같다.

지금부터 와인 한 잔 더 하고 쉬며 기력을 보충, 박칠석에 이어 내 충견으로 만들어야 할 또 다른 투견 이재동, 그와의 만남을 준비해야겠다.

* * *

별장 1층 한쪽에 위치한 식자재 창고. 그 넓이가 20평은 되어 보인다.

말이 창고지 이곳은 거대한 냉장고였다.

실제로도 냉장고처럼 두꺼운 철제가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한마디로 여기서 빠져 나갈 방법은 하나뿐이란 소리다. 바로 냉장고 문을 열고 나가는 거.

그곳에 최무룡과 4명의 조력자들이 갇혔다.

“씨발. 너하고 내가 제일 멀쩡하네. 크크크크.”

그들 중 제일 나이가 많은 Y씨가 앞니 빠진 초췌한 몰골로 웃었다.

그걸 보고 최무룡이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푹 숙였다.

최무룡은 사태가 어떻게 된 건지도 잘 몰랐다.

일행이 함정이라고 하기에 도망치다, 현관에서 누군가에 당해 기절했다가 깨어보니 여기였으니까.

그나마 Y씨가 무사해서 망정이지, 나머지 셋은 초주검 상태로 창고에 널브러져 있었다.

당연히 셋 다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셋 중 하나가 몸을 꿈틀거리더니 입에서 신음소릴 흘렸다.

“으으으으....”

하긴 몸이 너덜너덜 걸레가 다 된 마당에, 신음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할 노릇.

“....돈....내 돈....”

그 몸에도 돈 타령을 하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이재동이었다.

“으윽....여, 여가 어디고....뭐, 뭐꺼....으으윽....젠장할....”

이재동은 잠시 몸부림치다가, 자신의 사지가 케이블 타이에 결박당한 걸 깨닫고,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안색이 더 칙칙해졌다.

“어떻게 된 기고?”

이들 중 가장 최후까지 저항하다가 타깃인 백준열까지 죽일 뻔 했던 이재동이 물을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재동은 기억이 없었다. 조폭 놈들과 치열하게 싸우다가 정신을 잃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번에도 정신 줄 놓고 미쳐 날 뛰었던 모양.

하지만 부산에서 그가 미쳤을 때, 그는 영웅 대접을 받고 투견이란 별명도 얻었다.

한데 여기서는 팔다리가 묶이고, 서늘한 곳에 갇혀 언제 뒈질지 모를 신세였다.

“우리도 몰라. 깨어 보니 여기였어.”

그래도 Y씨가 이재동의 말을 받아줬다. 하지만 이재동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돈! 돈 빨리 구해야 데.”

이재동은 벌레처럼 꿈틀대며 창고 문 쪽으로 어떡하든 기어가려 했다. 하지만 팔다리가 묶인 게 다가 아니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문제는 그 팔다리가 죄다 부러지거나 꺾여 있었고, 피부 역시 까이고 베이고 멍들어서, 신체 중 어디 성한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그러니 움직이는 거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이 동반 될 수밖에 없었다.

고통에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이를 악 깨문 이재동은 그래도 기었다.

그걸 보고 Y씨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내 살다살다 저렇게 지독한 놈 처음 보겠군 그래.”

“그 만큼 간절한 게 있는 거겠지.”

여태 Y씨의 말에도 묵묵부답, 아무 말이 없었던 최무룡도 이재동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기고 기어서 기어코 창고 문에 다다른 이재동.

그가 주먹으로 창고 철제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툭!

사람 주먹이 아무리 단단해도 철제문을 부술 수는 없었다.

되레 이재동의 주먹이 터져 나갔다.

그렇게 주먹이 피투성이가 된 이재동은, 뼈까지 드러난 주먹으로 계속해서 창고 문을 두드렸다.

* * *

Y씨는 50년 훌쩍 넘게 살아오면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부터 그 말을 믿어 볼까 생각 중이다.

이재동의 주먹질 때문인지 몰라도 창고 밖에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철커덩!

잠겨 있던 철제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화아악!

갑자기 밖에서 비추는 눈부시게 밝은 빛.

그 빛에 창고 안에 정신을 차리고 있던 Y씨와 최무룡, 이재동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때 그들 귀에 사람 목소리가 창고 밖에서 들려왔다.

“다 끌어 내.”

그 말 후 조폭들이 우르르 창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두 명이 한 명을 맡아서 팔다리를 잡고 짐짝처럼 질질 끌고 창고 밖으로 나갔다.

창고 밖에도 조폭들이 있었는데 그들까지 가세하자, 최무룡과 4명의 조력자들은 금방 그들에게 들려서 어디 론가로 향했다.

“씨발. 이렇게 가는구나.”

Y씨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곳에 1년을 살아 온 최무룡은, 들려가면서 곁눈질로 그들이 별장 안의 중심부, 즉 거실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직 살 길은 있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 혹여 살려 줄지도....

그래도 Y씨와 달리 희망의 불씨는 가슴에 품고 있었던 최무룡.

하지만 거실에 도착하고 들렸던 그의 몸이 내려지고, 조폭들에 의해 억지로 무릎 꿇렸을 때 최무룡은 볼 수 있었다.

이 별장 젊은 주인의 모습을.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꼰 채 오만하게 앉아 있는 젊은 주인은, 최무룡에게 일체 시선을 주지 않았다.

‘죽겠구나.’

그 모습에서 최무룡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오늘 여기서 자신이 살아 나가긴 틀렸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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