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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최무룡의 4명 조력자 중 고지용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유주일.
그 역시 고지용처럼 군용칼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손은 쓸 수가 없었다.
싸우다가 급히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왼팔을 희생시켜야 했기 때문에.
“니미 씨발....”
그런데 그 주위로 연장 든 조폭들이 우르르 더 몰려왔다.
안 그래도 포위당해 꼼짝달싹도 못하는 처지의 유주일. 위기가 중첩 됐고 그가 살아 남을 확률은 더 희박해졌다.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점보고 온 엄마도 올해는 삼재니 조심하라고 했고.
특히 물가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이곳 별장 근처에 호수가 있단 건 여기 오고 나서 알았다. 그때였다.
두다다다다다닥!
누군가 내달렸고 그런 그의 뒤를 조폭들이 떼거지로 쫓았다.
유주일은 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이 여기 온 이재동임을 한 눈에 알아봤다.
그는 혼자서 거의 10명이나 되는 조폭들을 상대로 정말 눈부시게 잘 싸우고 있었다.
최무룡이 싸움 실력하나는 최고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그는 건물 안의 모든 걸 다 이용해서 적절히 잘 싸웠다.
그렇게 악전고투 끝에 이재동이 2층으로 올라가는 것까지 유주일은 봤다. 그 때문일까?
1층에 조폭들이 조급해졌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처리하지 않고.”
하지만 그로인해 지금까지 겨우 버텨 왔던 유주일이 위기를 맞았다.
턱!
잠시 시선을 옆으로 돌린 사이 누가 그의 다리를 걸었다.
“엇!”
유주일이 휘청대자 주위 조폭들이 이때다 싶었던지 일제히 달려들었다.
푹!
유주일은 힘껏 군용칼을 내찔렀고, 그 칼에 조폭 하나가 제대로 찔렀다.
“군철아! 이 씨뱅이가....”
주위 조폭들의 연장들이 일제히 유주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퍼퍽! 퍽! 퍽!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쥐고 있던 오른손의 군용칼을 놓은 유주일은 오른팔로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그 오른팔도 조폭들의 매서운 연장 질에 뼈가 부러지고, 그 고통에 움찔거리며 드러난 빈틈으로 날아든 쇠파이프에, 정타로 머리를 얻어맞은 유주일은 그대로 허물어져버렸다.
털썩!
그렇게 쓰러진 유주일.
하지만 다른 최무룡의 조력자들처럼, 조폭들은 그의 팔다리를 케이블 타이로 묶는 뒤처리를 하지 않았다.
“빨리 2층으로....”
왜냐하면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이 건물 2층에서 터지려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현관에서 최무룡을 직접 잡은 박칠석.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일이 잘 풀려간다 여겼다.
“새끼들 뭐야?”
그런데 나머지 3명의 조력자들의 저항이, 그가 예상했던 것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저기 사시미칼과 장도리를 든 놈은, 벌써 자신의 수하를 다섯이나 쓰러트렸다.
박칠석의 수하들은 다들 근성이 있었다.
때문에 어지간히 맞고서는, 끄떡없이 다시 일어나서 싸웠다.
한데 다섯이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은 진짜 싸우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당했다는 얘기.
“비켜!”
이렇게는 안 되겠다싶어서, 박칠석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박칠석은 상대를 너무 얕봤다.
그가 아무리 복싱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하지만 놈에게는 흉기가 쥐어져 있었다.
물론 박칠석도 조폭 생활 하면서 연장질 한 두 번 안 당해 봤겠나?
그래서 조심하면서 싸웠다.
쉬익! 쉭! 붕! 붕!
상대의 흉흉한 사시미칼 질과 장도리 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주먹을 날리는 박칠석.
퍽! 퍼퍽! 퍽!
그의 스트레이트와 훅이 연타로 안면에 박혀 들어가며 상대가 비틀거리자, 주위 박칠석의 수하들이 다들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와아!”
“대박!”
이렇게 몇 방 더 주먹을 먹이다가 카운터 한 방 제대로 작렬시키면, 그 다음은 수하들에게 뒤처리를 맡기면 끝날 일이었다.
턱!
적어도 그가 위빙에 이어 연속 무빙으로 뒷걸음질을 칠 때, 발뒤꿈치가 뭔가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헉!”
중심이 무너지며 살짝 몸을 비틀 거린 박칠석.
하지만 그가 잠깐 드러낸 그 빈틈을 상대는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푹! 푹!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박칠석의 복부와, 그 위 앞가슴에 사시미칼을 쑤시고, 바로 뒤로 물러나는 상대.
더 쑤실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박칠석의 부하들에게 자신의 뒤를 내줄 수 있었기에 취한 신속한 회피 동작이었다.
“크윽!”
박칠석은 자신이 찔린 복부와 가슴을, 각기 자기 두 손으로 누르며 상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복부야 그렇다 쳐도 아무래도 찔린 앞가슴을 찌를 칼이 폐부를 찌른 거 같았다.
이대로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
그 상황에서도 박칠석은 자신의 야망을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쳐!”
박칠석의 명령에 그의 수하들이 일제히 놈에게 달려들었다.
“형님!”
그 사이 두 명의 수하가 박칠석을 부축했고, 다른 한 놈이 부엌 쪽에서 의자를 들고 왔다.
“으으윽!”
일단 그 의자에 앉은 박칠석. 그가 자신을 찌른 놈을 다시 찾았을 때였다.
“저, 저....”
그 놈이 자기 수하들을 뿌리치고,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2층에는 백준열이 있다.
만약 저놈이 백준열의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우에에엑!”
백준열이 입에서 피를 한 사발 토했다.
“형님!”
“빨리 119에 신고 해.”
“안, 안 된다. 용건이 불러.”
용건이는 조폭 불법 왕진 알바를 하는 의사의 닉네임이었다.
그나마 수하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박칠석은 용건이를 미리 여기 불러 놓았다. 아마 이 근처에 대기 중일 테니 부르면 몇 분 안에 여기 올 거다.
“그, 그보다 빨리 2층으로....VIP지켜. 어서.”
“네. 형님.”
“재성아! VIP....”
박칠석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힘겹게 조직의 2인자인 구재성을 쳐다보았다.
“걱정 마시고 형님은 빨리 치료나 받으십시오. 가자.”
구재성은 1층의 남은 조직원들의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 * *
투견!
바로 이재동의 별명이다.
최무룡의 부름을 받고, 부산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온 이재동.
그에게는 당장 1억의 돈이 필요했다.
감빵에 들어 가 있는 동안 몰랐던 그의 아들이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재동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장기라도 꺼내 팔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때 마침 최무룡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의 수술은 다음 주 수요일.
최무룡은 자신을 도와주면 다음 주 화요일까지, 1억을 현금으로 주겠다고 했다.
이재동은 그 일이 뭐든 해치우고, 화요일 돈을 들고 부산병원으로 가서 아들의 수술비를 낼 생각이었다.
‘죽인다! 죽인다!’
지금 이재동의 머릿속에는 온통 타깃을 죽인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수적으로 너무 차이가 나다보니, 이재동 혼자서 10명도 넘는 조폭들을 쓰러트려야 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은 조폭들이 지금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타깃은 2층에 있다.’
자신이 누굴 죽일지 이재동도 최무룡을 통해 핸드폰에 찍힌 사진으로, 그 자의 얼굴은 확실히 봐뒀다.
근데 죽이는 게 맞나?
최무룡은 납치한다고 했지만, 납치범이 납치한 사람을 순순히 풀어 주는 걸 여태 본 적 없는 이재동.
‘맞네. 죽이는 거.’
그렇게 자기 멋대로 결론짓고 이재동은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자신의 목적을 주입시켰다.
사람은 어느 순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재동도 그랬다. 자신은 기억에 없지만 혼자서 부산 자갈치파 조직원 15명을 해치운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미친 듯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붙어진 별명이 바로 투견이었다.
그러니까 이재동은 다시 한 번 그 투견으로 돌아가서 싸울 각오를 하고 있었다.
“크크크크. 덤비라. 퍼뜩. 다 죽여주께.”
이재동이 휘두르는 사시미칼에 겁먹은 조폭들이 우르르 뒷걸음질 쳤다.
파파파팟!
그 사이 이재동은 잽싸게 2층 계단을 올라갔다.
“죽어!”
팍!
거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조폭이 휘두를 쇠파이프에 왼쪽 팔이 맞으면서 뼈가 아작 났다.
그래서 들고 있던 장도리를 놓쳤다.
파팟!
푹푹푹!
그렇지만 이재동은 그 끔찍한 고통을 이겨 내고, 놈에게 달려들어 놈의 배에 칼침 3방을 먹였다.
퍽!
그리곤 박치기로 녀석의 안면을 찍어 쓰러트린 뒤,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다른 조폭을 향해 달려갔다.
‘멍청한....’
뭐하다가 이제야 칼 꺼낸다고.
조폭이 칼을 꺼냈을 때 이미 녀석을 덮친 이재동.
쿵!
그의 몸통 박기치에 문에 부딪쳤다 쓰러지는 조폭의 발을, 이재동은 잽싸게 두 손으로 잡아 발목을 홱 돌렸다.
우두둑!
“끄아아악! 내, 내 다리....”
조폭의 발목은 180도 홱 돌아가서 뒤꿈치가 앞을 향해 있었다.
죽겠다고 자기 다리잡고 울부짖는 녀석을 발로 차서 옆으로 치운 이재동은 황급히 방문을 열었다.
“잡아!”
그 뒤로 조폭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열린 방안으로 들어간 이재동은 안에서 방문을 걸어 잠갔다.
쿵! 쾅! 쾅!
“열어!”
“씨발아! 빨리 못 열어?”
“야! 부숴!”
이재동은 뒤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음을 무시하고 시선을 앞에 다 뒀다.
그때 그의 눈에 멀끔하게 키도 크고, 잘 생긴 젊은 남자 하나가 자신을 멀뚱히 보고 서 있었다.
“....찾았네.”
최무룡이 말했던 그 타깃이었다. 온몸이 피칠 갑인 이재동.
그의 얼굴 역시 피로 범벅 돼서 그가 웃자 여지없는 야차다.
하지만 그런 그를 보고도 젊은 남자는 태연, 아니 천하태평했다.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듯.
그때 이재동의 뇌리에서 그가 해야 할 목적을 상기 시켜주었다.
“죽인다.”
순간 살기로 번들거리는 이재동의 두 눈.
파파파팟!
그대로 젊은 남자를 향해 뛰어든 이재동은, 손에 들린 사시미칼을 그의 가슴을 향해 내찔렀다.
조폭들과 달리 이재동은 젊은 남자의 심장을 찔러 단숨에 죽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젊은 남자의 가슴에서 딱 10센티 떨어진 곳에, 이재동의 사시미칼이 뭔가에 가로막힌 듯 멈춰 섰다.
“이잌....”
이재동은 자기 팔에 힘을 주고 몸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악을 써도 그의 팔도 몸도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 * *
별장 1층 곳곳에 설치 된 CCTV카메라를 통해 별장 관리인과, 그 조력자들이 조폭들과 싸우는 것을 쭉 지켜보던 나는 이내 한 사람에 집중했다.
“엄청나네.”
가히 싸움을 위해 타고 난 사람 같았다.
주위 모든 것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서, 온 몸을 다 써가며 싸웠다.
그랬기에 다른 조력자들과 달리 빨리 지치지 않았고, 오래 싸울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박칠석이 나섰다.
“오오! 보스전인가?”
나는 이미 한잔 따라 마신 와인의 빈 잔에, 절반가량 와인을 다시 따른 뒤, 그 붉은 와인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무슨 와인인지 모르지....는 않구나.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세계에서 제일 비싼 로마네 꽁띠는 아니고, 스크리밍 이글이라고 미국 와인 되시겠다.
한 병에 3천 달러? 뭐 그 정도하는 가격 대비 마실 만한 와인이란다.
가만....3천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3백 5십만 원!
“아차!”
지금은 와인 가격에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의 시선이 노트북 화면으로 향했고, 박칠석이 자신이 왜 보스인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와아! 진짜 전광석화처럼 빠르네.”
박칠석은 무하마드 알리처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고 있었다. 상대 보스를 말이다.
나는 저 자를 모르니 일단 그를 상대 보스라 칭하기로 했다.
“쯧쯧! 끝났군.”
누가 봐도 상대 보스는 박칠석의 상대가 못됐다.
나름 악으로 깡으로 연장질을 해 대고 있었지만, 박칠석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게 싸움이 박칠석 쪽으로 다 기울었을 때였다.
“허어....”
싸움은 분명 박칠석이 잘했다. 하지만 운빨은 상대 보스가 더 강했다.
박칠석이 뒤로 물러나다 바닥의 뭔가에 걸렸고, 그 때문에 어이없게 상대 보스에게 칼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저런....”
그 중 한 방은 가슴 쪽이었다. 서둘러 응급조치를 취하고 119를 불러야 했다.
하지만 박칠석이 뭐라고 하자 조폭 애들이 일제히 상대 보스에게 달려들었다.
상대 보스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2층으로 올라왔다.
“불굴의 사나이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2층 내 방 밖에 있는 조폭이 안에 있는 조폭을 찾았다.
그러자 그 조폭이 내 방문을 열고 나갔고, 잠시 뒤 그 둘이 허망하게 상대 보스에게 당했다. 나는 그 장면도 2층 CCTV카메라를 통해 노트북 화면으로 전부 다 지켜보았다.
벌컥!
내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상대 보스가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걸 보고 몸을 일으켰고, 그와 마주보고 섰다.
그러자 내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잠시 숨을 고르던 상대보스가 날 쳐다봤다.
나는 그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성급했다. 혼자 뭐라 중얼중얼 거리더니 다짜고짜 나에게 달려들어서 칼침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제 물리적 능력이 생겼다.
만약 상대 보스가 둘이었다면 나는 벌써 다른 조치를 취했을 거다.
하지만 상대 보스는 하나고, 한 명 쯤은 상대가 누가 됐던 이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게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상대 보스의 목에 「개목걸이」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목에 무형의 개목걸이가 걸렸고, 내가 물리적 능력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하자, 그의 몸이 그대로 굳어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콰앙!
뒤늦게 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조폭들.
나는 그들에게 턱짓으로 상대 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압해요.”
그리곤 오늘 나를 납치하러 온 간 큰 밤손님들과의 면담을, 넉넉잡고 한 시간 뒤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