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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시기적으로 따져서 하종미가 암 투병 생활을 시작하는 건, 최수현이 유명해 지는 해와 겹쳤다.
즉 2년 뒤 하종미는 암 진단을 받는단 얘기다.
‘과연 2년 전의 하종미는....’
내가 지금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서 암 검진을 받는다면, 과연 그녀는 살아서 계속 한 남자의 아내로, 또 연기자로써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을까?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하지.’
빠르게 결심을 굳힌 내가 김명석에게 말했다.
“형. 하종미 배우님도 데리고 오세요.”
=하지만 그 남편이....
“만약 남편분이 끝까지 반대하시면 그 남편분도 같이 데려오세요. 이쪽 잘못이라면 제가 직접 사과할 의향도 있습니다.”
=뭐, 뭐?
개새끼 백준열이 직접 사과한다니 김명석도 깜짝 놀라했다.
하긴 JYB엔터의 대표에다가 재벌 3세인 백준열이 어떤 인간이던가?
방송계에서도 국장급이 아니면 말도 섞지 않고, 그 밑에 방송 관계자들을 무슨 하인 대하듯 막 대한다는 인간 말종, 그래서 다들 그를 개새끼라 부른 거지 않은가.
그런 자기 프라이드가 어마어마한 백준열이, 지금 방송 관계자보다 못한 그 밑에 하청 직원에게 사과를 하겠다니!
하종미의 남편은 외주제작사 즉, 방송국에서 하청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의 일개 직원일 뿐이었다.
‘이거 너무 나갔나?’
김명석도 나의 그 말이 충분히 믿기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명백하게 저희 쪽 잘못임이 드러났을 경우에 말입니다.”
=그, 그래? 일단 내가 종미에게 잘 말해 볼게.
“제가 듣기로 하종미씨 남편 분 촬영 쪽으로 꽤 재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영석이 촬영 잘 해.
=오빠. 영석씨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지상파는 몰라도 종편 쪽으로 촬영 감독 자리 마련해 볼 수 있다고, 하종미씨에게 전해 주시겠습니까?”
그 남편도 하종미를 사랑했지만 하종미의 남편에 대한 사랑을 대단했다 들었다.
즉 그녀보다는 그 남편을 공략하는 게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번 꺼내 본 말인데, 그녀가 바로 그 미끼를 물었다.
내 말을 들은 김명석이 그 얘기를 하종미에게 했고, 하종미가 바로 반응을 보인 것.
=준열아. 종미가 월요일에 나랑 같이 너희 회사 갈 거라고 한다.
“잘 됐네요. 그럼 세 분 다 월요일 회사에서 보도록 하죠.”
=그래. 고맙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하다.
“별 말씀을. 우리 사이에.”
나는 끝에 은근 나와 김명석 간의 친분을 강조했다.
그래야 그가 월요일에 딴 데로 새지 않고 JYB엔터로 올 테니까.
아아! 올 때 월척급 남배우 하나와 준척급 여배우 하나를 달고서 말이다.
그렇게 김명석과의 통화를 끝냈다.
최수현이야 확실한 월척급으로 분류 되지만, 내가 하종미를 준척급이라 말한 건, 그녀의 여배우로서 성공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대로 뜨기도 전에 결혼을 해 버려서 인기 몰이가 어려워지긴 했다.
하지만 콘셉트를 달리하면 하종미는 충분히 띄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여배우였다.
“특히 남편과 케미가 좋지.”
나는 하종미를 예능에 투입시켜서 그녀를 예능 퀸으로 키워 볼 생각이다.
물론 여배우니 연기도 시켜야겠지.
“이런....”
잠시 딴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훅 갔다.
자정을 살짝 넘은 시간. 이제 진짜 내 별장에 가야 한다.
나는 차를 몰아서 내 별장으로 향했고 거리가 가까워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 * *
다행스럽게 박칠석이 꽤 준비를 잘 해 놓았다.
그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지 의아해, 아니 그냥 찔러보는 걸로 여기고 가소롭게 웃었다.
하지만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인 *냄새를 잘 맡습니다.*와 *소리가 잘 들립니다.*의 그 두 능력만으로도, 박칠석이 제법 확실한 함정을 파뒀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딱히 아이템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나는 안심하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서 2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내 방 안팎으로 조폭들을 배치 시켜 놓은 박칠석. 마음에 든다.
곧장 샤워실로 가서 씻고 나와서 침실 무드 등을 켜고 나머지 등은 다 껐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데 내 방에 불을 훤히 켜두고 있는 건, 날 납치하러 곧 올 놈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자아. 와라.”
박칠석이 준비해 둔 함정 속으로 별장 관리인과 그 조력자들이 걸려들면, 과연 그들의 반응이 어떨지 벌써 궁금해진다.
“오네.”
그때 나의 예민한 귀에 내 별장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차 두 대가 감지되었다.
박칠석도 알았는지 그와 조폭 수하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곧 주위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리고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차 두 대가 내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걸려들었다.’
아직 완벽하게 걸린 건 아니다.
하지만 별장 안에 놈들이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놈들은 박칠석의 함정 안으로 한 발 내디딘 거나 다름없었다.
슬쩍 창가로 가서 살피니 승용차 한 대와 승합차 한 대가 보인다.
그 차에서 내린 별장 관리인과 조력자들이 벌써 차에서 내려서, 가져 온 걸 무기 혹은 연장 같은 걸 챙겨 들고, 검은 복면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래. 들어와라.”
별장 관리인이 앞장서서 내 별장 현관문을 열었다. 너무도 쉽게 현관문 키로 간단히.
그리곤 조력자 4명이 내 별장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별장 관리인이 안에 발을 들였다.
찰칵!
별장 관리인이 현관문 잠그는 소리가 내 귀에 선명히 들려왔다.
“됐다.”
이제 놈들은 박칠석이 파 논 함정에 완벽히 걸려들었다.
이제 박칠석이 어떻게 저놈들을 잡는지 지켜보는 것만 남았다.
“그 사이 나는 레벨 업이나 할까나?”
나는 내 침실에 있는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지식 검색을 했다.
바로 개와 관련 된 속담을 말이다.
“오오! 이런 말도 있었네. ‘개 주둥이에 상아 돋나’ 라....”
북한에서 많이 쓰는 속담이란다.
-디링! 견신께서 당신의 박학다식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역시나 견신이 개 속담에 반응을 보여 주었다. 이로써 내 개지수가 100포인트를 채웠다.
-개지수 포인트가 100을 충족시켰습니다. 레벨 업이 이루어집니다.
시스템은 그 말 후 내 눈앞에, 이제는 내 눈에도 자연스런 녹색창을 띄웠고, 그 창에 글씨들이 빠르게 나열 되었다.
[이름: 백준열(Lv3)]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개목걸이」(Up), 「개코」(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특성: 개(1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0]
레벨이 2에서 3으로 확실하게 오른 걸 확인 한 나는, 눈앞에 상태창을 지웠다.
“아이고. 벌써 시작 됐네.”
그 사이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때려 부수고 욕설이 난무하고 비명에 다가 비릿하니 혈향까지 풍겨 온다.
내 안전을 위해서 비록 이 방 밖으로 못 나가지만, 내 방에는 지금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타타닥! 타닥!
내가 노트북을 좀 만지자 노트북 화면에, 1층 감시카메라들이 찍고 있는 영상들이 칸칸이 떴다.
그 중 한 화면을 클릭하자 그 화면이 노트북 화면 전체를 채웠다.
“오오....”
나는 실감나는 리얼 액션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 * *
최무룡이 마지막으로 별장 현관에 들어와 현관문을 잠갔을 때, 4명의 조력자들은 흩어져서 별장 1층을 뒤졌다.
그들의 타깃은 2층에 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꼼꼼히 별장 안을 살펴야 했다.
그들이 1층을 살필 때 최무룡은 느긋하게 별장 거실로 가서, 거실 벽장 안에 들어 있던 고급 양주 한 병을 꺼내, 능숙하게 병마개를 땄다.
딱 봐도 한두 번 이런 식으로 양주를 마셔 본 게 아니다.
막상 일을 치려니 살짝 긴장이 된 최무룡.
그는 그 긴장을 양주 한 모금으로 털어 낼 생각이었다.
“캬아....”
한 병에 5-6백 한다는 최고급 양주다.
벌써 목 넘김부터 달랐다.
40도가 넘는 독주가 들어가자 몸도 훈훈해지고 정신도 더 또렷해졌다.
그러면서 그의 예상대로 긴장감도 싹 사라졌다.
이제 그가 하려는 바를 이루는 일만 남았다.
최무룡은 이제 슬슬 타깃을 잡으러 2층으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흩어진 조력자들을 부르려 했다.
지금까지 못 찾았으면 1층에는 아무 문제가....
“이것들 뭐야?”“씨발. 함정이다.”
“좆 됐다.”
“크아아악!”
4명의 조력자들이 각자 내지른 소리가 별장 1층에 울려 퍼지고, 그들 중 하나가 외친 ‘함정’이란 소리가 뇌리에 박힌 최무룡.
파파파팟!
그의 몸이 알아서 현관 쪽으로 그를 이끌었다.
철컥! 철컥!
하지만 분명이 안에 잠금 장치를 불었건만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디 가려고?”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무룡은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고,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털썩!
쓰러진 최무룡.
그런 그의 뒷덜미를 누가 잡더니 그를 현관 바닥에 다시 내팽개치고, 그의 가슴 위로 올라타서 그가 쓰고 있던 복면부터 벗겨냈다.
“관리인 새끼네.”
그 말 후 그 자가 최무룡의 얼굴에 거침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퍼억! 퍽!
“컥! 사람 살려. 크윽!”
살아보겠다고 처절히 몸부림치는 최무룡.
하지만 그의 안면에 내리꽂히는 주먹질은 도통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혼미해지는 의식.
그러다 강렬한 충격이 느껴지고 최무룡은 그 길로 완전히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하나 잡았다.”
최무룡의 몸이 축 늘어지는 걸 느낀 상대가, 그에게서 몸을 일으키며 호주머니 속에서 케이블 타이 몇 개를 꺼냈다.
그리곤 그걸로 최무룡의 팔다리를 결박 짓고, 시끄럽게 싸우고 있는 안쪽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 * *
별장을 침입한 5명 중 가장 먼저 당한 건 최무룡이 아니었다.
최무룡의 4명 조력자 중 최연장자인 Y씨.
그는 나머지 젊은 3명의 조력자들과 별장 1층을 살피다가 5백 평도 넘는 건물의 넓은 평수에 학을 뗐다.
“더럽게 넓네.”
대충 주위를 살피고 일행에게 돌아갈 생각이었던 Y씨.
그런 그의 눈에 건장한 사내 넷이 보였다.
“헉!”
그들을 보고 놀란 Y씨가 잠깐 얼었을 때였다.
“덮쳐!”
건장한 사내 4명과 주위에 숨어 있던 놈들 2명까지.
한꺼번에 6명이 덤벼들어서 Y씨가 왼손에 들고 있던 랜턴과 오른 손에 들고 있던 3단 진압봉을 빼앗으며, 그를 온몸으로 덮었다.
자기보다 훨씬 젊은 장정 6명의 완력은, 늙은 Y씨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크게 비명을 내질렀다.
퍽!
그랬더니 돌아 온 게 바로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3단 진압봉이었다.
흔히 호신용으로 사용하는데 알루미늄 재질이라 가볍지만 맞으면 더럽게 아팠다.
그 아픈 3단 진압봉이 Y씨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맞는 순간 눈알이 뒤집어진 Y씨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야. 묶어.”
그런 그를 장정들 중 하나가 케이블 타이를 꺼내서 사지 결박을 했고, 그게 끝나자 한 명만 그 자리에 남고 나머지는 소란스런 쪽으로 우르르 움직였다.
마치 사전에 그런 훈련을 받은 것처럼 그들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저기 있다.”
그런 그들 눈에 한 손에는 손도끼, 다른 손에는 군용칼을 쥐고 동료들과 살벌하게 싸우고 있는 놈이 보였다.
놈의 정체는 바로 최무룡의 4명의 조력자 중 제일 나이 어린 친구. 이름은 고지용이었다.
그들 보스에게 지시 받은 대로 그들은 동료를 돕기 위해 움직였고, 그로인해 피 튀기는 싸움이 더 치열하게 전개 되었다.
하지만 쪽수 앞에서는 아무리 고지용이 흉흉하게 설쳐도 소용없었다.
특히 놈들이 고지용의 흉기에 맞서 쇠파이프와 알루미늄 배트, 자전거 체인 등 조폭들 연장으로 맞서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 씹새끼들. 조폭들이네.”
고지용의 그 말에 그래도 그들 중 하나가 대거리는 해주었다.
“알았으면 들고 있는 거 내려놓고 조용히 엎드리라.”
“조까. 덤벼. 이 씹새끼들아.”
고지용은 저들이 시키는 대로 해도 어차피 자신은 죽는단 걸 눈치 챘다.
한때 그도 조폭 세계에 잠깐 몸담은 적이 있어서, 이놈들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렇게 치밀하게 함정까지 팔정도면 오늘 여기 들어 온 사람들 중 살아서 여길 나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기 쳐 돌았나?”
“조져!”
터엉! 텅! 퍽! 스걱! 퍽! 푹! 퍽! 퍽! 퍽! 퍽!
연장끼리 부딪치는 소리, 그 연장이 사람이 맞아서 나는 타격 음에, 칼에 살이 베이고 찔릴 때 나는 섬뜩한 소리까지, 다양한 소리가 함께 났는데 끝에 가서는 사람이 연장에 두들겨 맞을 때 나는 소리만 한 동안 이어졌다.
“그만!”
“....끄으으으....”
고지용을 둘러싸고 일방적으로 연장을 휘둘러 대던 조폭들.
그들이 물러나자 피투성인 고지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고지용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그와 같이 다친 동료들을 챙길 조폭들을 제외한 나머지 조폭들은, 딴 쪽에서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 동료들을 돕기 위해 연장을 들고,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