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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3화 (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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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박지수와 영상통화는 성공적이었다.

내 말을 그녀가 수용하기로 했고, 나머지 일은 동작경찰서 담당형사가 알아서 처리하기로 한 후에 전화통화를 끝냈다.

“쩝쩝....”

근데 어째 그 뒷맛이 쓰다.

내가 그렇게 보기 싫었던 걸까?

뭐 백준열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워낙 변태 짓을 많이 해 놨으니....”

박지수와 같은 백준열의 또 다른 여자 걸그룹 MP4멤버 우희의 경우, 그의 섹스 컨셉은 강간마였지 않나.

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자신의 첫사랑 박지수를 백준열은 애증했다.

그게 어느 순간 삐뚤어진 애정으로 잘못 변질 되면서, 박지수는 백준열의 변태성향의 가학적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 괴롭힘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졌고, 박지수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위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니 박지수로서는 일주일 한 번 보는 백준열도 괴로운데 그걸 두 번 봐야 한다니.

그 말은 박지수보고 일주일에 지옥 두 번을 경험하란 말과 같았다.

“미안하네.”

박지수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나 때문에, 아니 개새끼 백준열 때문에 그녀가 피폐해지고 히스테릭해 진거다.

아까 영상통화 화면으로 본 박지수는 딱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순전히 백퍼 내 잘못이다.

잘못 했으니 그녀를 원래 박지수로 되돌려 놓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녀도 엄연히 내 여자니 그 정도 노력과 수고는 해야겠지.

내가 박지수에 대한 생각을 얼추 정리했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박 비서다.

“어.”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다 해결 됐습니다.

“수고했어.”

=아뇨.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대표님께서 다하셨죠.

백준열은 바로 이런 겸손한 박 비서를 좋아했다.

뭐 그가 자기처럼 초 엘리트란 점도 마음에 들어 했었고.

두루두루 박 비서에 대한 백준열의 평가는 아주 높았다.

“늦었네. 그만 쉬어.”

=저어. 괜찮으십니까?

“뭐가?”

=평소와는 좀 다르신 거 같아서....아닙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돌이켜보면 박 비서와 나 사이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그걸 떠올린 듯 박 비서는 더 할 말이 없자 통화를 끝냈다.

나도 딱히 그에게 더 할 말이 없다보니, 그렇게 둘 사이 대화도 종료가 됐고.

“감이 좋은 녀석이네.”

내가 바뀐 걸 박 비서가 어렴풋이 눈치를 챈 거 같았다.

하지만 그게 좋은 쪽이 될 테니, 박 비서 입장에서도 땡잡았다고 보면 됐다.

“운도 좋고.”

흔히 마태 효과(Matthew effect)라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은,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처럼 받아드려지고 있다.

박 비서처럼 잘난 놈이 더 성공하고 잘나가는 거.

한때 흙수저였던 나도 인정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왠지 씁쓸하다.

* * *

박지수 때문에 한 시간이 순삭 해 버렸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나

는 천천히 차를 몰고 내 별장 쪽으로 향했다.

“헉!”

끼이이익!

그때 전방에 시퍼런 한 쌍의 안광이 나타났고, 놀란 나는 바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멈춰 서자 그 안광의 주인이 내 쪽으로 곧바로 다가왔다.

그러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그 안광의 주인의 정체가 드러났다.

“비스마르크?”

세파트 한 마리가 길게 혀를 내 놓고 내 차 운전석 쪽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게 내 애완견 비스마르크임을 확신하고 차창을 내렸다.

척!

그러자 세파트가 두 앞발을 열린 차창 위에 올리더니 ‘컹컹’ 거렸다.

그게 신기하게도 나는 비스마르크가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해서 견신 시스템의 「말하는 개」스킬을 녀석에게 사용했다.

그랬더니 대뜸 녀석의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쫄았냐?

“그럼 안 쪼냐?

밤에 시골길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사슴의 눈을 본 적이 있다면 사슴의 눈도 고양이의 눈과 같이 무서운 안광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그건 개도 마찬가지. 집에 있는 애완용 개의 사진을 잘못 찍으면 플래쉬를 터뜨릴 때 개의 눈의 안광이 너무 선명해 사진이 이상하게 나올 수도 있다.

안광은 동물의 눈에서 타피툼 루시둠(tapetum lucidum)이라고 부르는 부분의 작용 때문에 생기는데, 이것은 망막 뒤에 있는 특수한 시각 층으로, 마치 거울 같은 작용을 한단다.

빛이 망막을 자극하며 통과한 뒤, 타피툼 루시둠에 부딪쳐 다시 망막을 통해 반사되는데, 이 작용은 동물에게 물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두 차례 주며, 빛이 충분치 않은 밤에는 이런 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나 뭐래나....

‘젠장. 그래. 너 아는 거 많아서 좋겠다.’

백준열이 똑똑한 건 알겠는데 이렇게 한 번씩 잘난 척할 때는 진짜 재수 없다.

“타!”

만난 김에 비스마르크를 차에 태우고 별장으로 갈까 해서 한 말인데 녀석이 바로 거절했다.

=미쳤냐? 주말 이 시간에 집에 가게.

“알았어. 그럼 니가 알아서 기어들어 와.”

다 큰 녀석 훈계 해 봐야 잔소리 밖에 안 된다. 그게 애완견에게도 해당 되는 말인 모양이다.

=너 좀 했구나?

“뭐?”

=냄새가 나. 니 정액과 암컷 냄새가.

누가 개 아니랄까? 그걸 또 귀신 같이 알아내네.

“너만 할까. 대체 관리하는 암캐가 몇 마리냐?”

펜션촌의 암캐까지 건드리고 다닌다는 건, 녀석의 활동 반경이 그 만큼 넓다는 방증.

내가 넘겨짚은 본 그 말에 역시나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한 200마리? 300마린가?

‘허얼. 급이 다르네. 달라. 아주 그냥 백 단위로 노네.’

그 주인인 나는 아직 십 단위도 안 되는데 말이다. 뭐 뿌리고 다닌 걸로 치면 십 단위는 얼추 되려나?

=내일 서울 갈 거냐?

“그래야지.”

=건강 잘 챙기고.

“그래.”

아예 이 자리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비스마르크. 보아하니 녀석은 내일까지 종족 번식에 계속 힘 쓸 모양이다.

=엘베에게 안부 전해 줘.

“어?”

=간다.

비스마르크는 자기 할 말을 다 하자, 차창에 올렸던 앞 다리를 내리고 왔던 길로 유유히 사라졌다.

아아. 한 가지 수수께끼를 남기고.

“엘베?”

녀석이 말한 그 엘베가 나는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다 결국 나지 않았다.

더 생각한다고 해서 그 엘베가 뭔지 생각 날 거 같지 않아, 나는 바로 차를 몰아서 내 별장으로 향했다.

* * *

백준열의 별장 관리인 최씨.

본명은 최구봉인데 이름 촌스럽다고 최무룡으로 개명하고 며칠 되지 않아 강도, 상해죄로 교도소 행.

전과 17범인 그는 작년 출소 했고, 집에 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의 가족이 붕괴 된 건 이미 오래 전 얘기.

3번인가? 마음잡고 살림 차렸다가 다 깨졌다.

2번은 그가 다시 교도소 가면서 자연스럽게, 1번은 여자가 딴 놈하고 눈 맞아서 날랐고.

그 연놈 잡아 죽였다가 12년 장기 복역수가 되면서 이제 그의 나이도 50줄을 훌쩍 넘겼다.

“한탕 크게 해서 이제 나도 편하게 좀 살자.”

속담에 ‘제 버릇 개 못 준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좋지 못한 버릇 남에게 못준다.’ 즉, 한번 몸에 밴 습성은 고치기가 몹시 어렵다는 뜻이다.

버릇을 잘못 들이면 습관으로 굳어지기 쉽고, 특히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하는 데 최무룡은 그걸 못했다.

지금 와서 그걸 고친다고 달라 질 것도 없고.

보통 사람도 취직하기 쉽지 않는데 전과자, 그것도 별을 17개나 달고 있는 최무룡이 일할 곳은 몇 곳 없었다.

그 중 한 곳이 노가다 판이었고, 거기서 알게 된 놈팡이 하나가 경기도 가평에서 별장지기, 즉 별장관리인 노릇이 요즘 할 만하다는 말에 혹한 최무룡.

다음 날 바로 가평으로 갔고, 마침 새로 지은 별장에 관리인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한 최무룡은 연락처로 바로 갔다.

거기서 제법 경쟁자들이 많았지만, 결국 최무룡이 별장 관리인이 됐다.

17개의 별 중 5개가 사기 전과였던 최무룡이다.

말빨로 그를 능가할 경쟁자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별장 관리인.

그 생활도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는 데 드디어 최무룡이 입에 달고 살던 그 ‘한탕’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가 관리하는 별장의 주인이, 자기 별장에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한 거다.

최무룡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의 별장 주인은 젊은 나이에 대성공을 거둔 사업가로 제법 돈이 많은 놈이었다.

“한 10억, 아니지 그거가지고 요즘 서울 아파트 한 채 사고 나면 없지. 한 50억은 뜯어내야겠지?”

하지만 그 일을 혼자 할 수는 없었다.

당장 별장 주인만 해도 아직 20대의 팔팔한 놈이었다.

그런 놈을 50이 훌쩍 넘긴 자신이 무슨 수로 감당하나.

해서 조력자를 구했고, 이래저래 알아보다 보니 그 수가 4명으로 늘어났다.

4명 중 2명은 감빵에서 알게 된 놈들이고, 2명은 같이 동업을 했던 자들이었다.

4명 다 강력범죄(強力犯罪) 전과자들로 충동적이고, 잔인한 놈들이었다.

최무룡이 그런 놈들을 조력자로 삼은 건 다 뒤처리 때문이었다.

“돈 챙기고 나면....없애야 하니까.”

면식범은 반드시 잡혔다.

그걸 잘 아는 최무룡은 별장 주인을 납치해서 돈을 뜯어내고 나면, 안타깝지만 별 수 없이 그 별장 주인을 죽일 생각이었다.

여태 잡히지 않고 있는 납치범의 공통점은 바로 납치한 사람을 죽였다는 점.

최무룡도 그들처럼 잡히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사람 중 하나 일 뿐이다.

“자아. 이제 슬슬 가 볼까?”

조력자들과 만날 시간이 다 되어갔다.

아까 10시쯤 문자로 확인은 했다.

별장 주인은 별장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고, 이제 그와 조력자들이 별장으로 들이닥쳐 녀석을 납치하기만 하면 됐다.

최무룡은 납치에 쓸 렌트한 승합차를 몰고, 별장에서 10여분 떨어진 간이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4명의, 딱 보기에도 흉흉해 보이는 자들이 각자 가방을 챙겨들고 최무룡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방 속에는 사람을 해치는 데 쓰일 각종 흉기와 연장이 들어 있을 게 자명했다.

최무룡의 승합차가 그들 앞에 정차하자, 그들이 알아서 차문을 열고 가방을 들고 차에 탑승했다.

그때까지 4명 중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 * *

4명의 강력범(強力犯)들, 아니 최무룡까지 포함해서 5명의 강력범들이 한 차에 타고 있어선지 몰라도 차 안에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강력범죄는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하여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그 죄의 정도가 중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강하기에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

“끌끌끌끌. 다들 긴장했군. 하고 보면 별거 아냐. 납치라는 것도.”

차 안의 다섯 조력자들 중 유일하게 납치, 강간으로 형을 살았던 Y씨.

그가 딴에는 경험자랍시고 먼저 입을 열었다.

참고로 Y씨는 최무룡보다 두 살 더 나이가 많았다.

“영감. 조용히 좀 갑시다.”

그때 일행 중 가장 어려 보이는 녀석이 말했고, 그 옆에 얼굴에 길게 칼침자국이 있는 젊은 남자가 피식거렸다.

“씨뱅아. 지금 나 야렸냐?”

그걸 고깝게 여긴 어려보이는 녀석이 발끈했다.

“존나 병신 뭐라 지껄이는 거야?”

칼침 얼굴 녀석이 바로 살벌하게 인상을 쓰고.

“처 돌았냐? 이게 어디서, 뒤질라고.”

욱한 어려 보이는 녀석이 주먹을 들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운전석의 최무룡이 외쳤다.

“그만!”

쩌렁쩌렁한 최무룡의 목청에 그때까지 유일하게 아무 말도 없던 중년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후볐다.

“길어야 사흘이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다들 1장씩 챙겨 갈 수 있다.”

최무룡의 말에 그 뒤에 탄 4명의 조력자들에게서 흉흉한 기세가 싹 사라졌다.

“조심해라.”

“지랄.ㅋㅋ”

하지만 4명 중 어려보이는 둘은 서로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딱 봐도 일 끝나면 둘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푸닥거리가 있을 거로 보였다.

그때 귀 후비던 중년 조력자가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행님. 안테나는 준비 됐는교?”

그 말에 운전 중이던 최무룡이 대답 대신 데시보드에서 무전기를 꺼내 보였다.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이던 중년 조력자가 또 말했다.

“주파수 한 번 잡아보소.”

“운전 중인 거 안 보여? 그렇게 신경 쓰이면 네가 잡던지.”

최무룡은 운전 중 들고 있던 무전기를 뒤로 넘겼고, 중년 조력자가 그 무전기를 받아서 주파수를 잡았다.

-치익! XXXX 봉천 사거리 용마 미용실에서 주부들 도박 중이라는 제보....KKKK 가리봉 고개에서 학생들 패싸움 신고.....XXXX 봉천 사거리로 지금 갑니다....KKKK 가리봉 고개 정확히 어디쯤인가?....

경찰 무전을 도청하는 데 성공한 중년 조력자는 별 내용이 없자, 이내 무전기를 꺼버렸다.

그런 그에게 Y씨가 말했다.

“이런 촌구석에 무슨 변수가 있을라고.”

Y씨는 중년 조력자가 괜히 민감하게 군다고 여겼다.

하지만 중년 조력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는 신중파 범죄자였다.

그래서 여기 조력자들 중에서 전과가 제일 적었고.

중년 조력자는 Y씨의 말은 귓등으로도 흘려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했다.

“일 끝나는 즉시 현금으로 1장 주는 거 확실 하지 예?”

“재동아. 이 형이 한 입으로 두 말 한 적 있었냐?”

“아니예. 급전이 필요해서 그러지예.”

그 말을 듣고 Y씨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여기 돈 안 급한 사람 있나?”

그런 Y씨를 최무룡이 재동이라고 부른 중년 조력자가 흘겨봤다.

그러자 Y씨가 슬그머니 고개를 차창으로 돌리며 중년 조력자의 매서운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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