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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4화 (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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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견신 시스템의 정보에 따르면 현재 나의 스킬 이용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라고 한다.

스킬 사용 시간은 업그레이드와 레벨 업을 통해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당장 스킬 업그레이드는 어려울 거 같고, 아무래도 빨리 레벨 업을 하는 게 앞으로 내가 스킬을 쓰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좀 씻자.”

백준열이 기억하는 비스마르크의 모습과 지금 비스마르크의 모습은 완전 달랐다.

“컹! 컹!”

내 말을 바로 알아들은 비스마르크가 좋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런 녀석을 데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곧장 욕실 안에 비스마르크를 넣고 샤워 물줄기를 뿌렸다.

그랬더니 좋다고 실실 거리는 혀를 내 놓는 비스마르크.

“좋냐?”

“컹!”

대충 물만 뿌렸는데 녀석 본연의 털색이 나왔다.

그걸 보자 백준열의 기억 속 세파트에 대한 지식이 떠올랐다.

나는 그걸 생각나는 대로 속으로 웅얼거렸다.

‘세파트의 정식 명칭은 '저먼 세퍼드'고 독일의 국견으로써, 19세기에 독일에서 개발된 견종이다. 목양견부터 시작하여 군견까지 수많은 세월동안 사람들을 도와 함께 했으며 어깨 높이55~66 cm, 체중은 23~44 kg 정도 나간다. 탄탄한 근육질의 체형으로 다갈색의 털 색상을 가지고 있고 영리한 두뇌로 훈련 습득 율이 높은 편이며 붙임성이 있는 성격으로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다.’

비스마르크는 검정 단모종의 세파트로 갈색 무늬가 있는 녀석이었다.

녀석을 씻기고 나니 알 수 있었다.

또 녀석의 이름을 내가 왜 '비스마르크'로 지었는지도 생각났다.

바로 녀석이 독일 견종이라서, 독일하면 그때 백준열의 뇌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바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였던 것.

수십 개의 작은 나라로 나누어져서 ‘독일 연방’을 하나의 ‘독일제국’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

이때 당시 백준열은 비스마르크 평전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래서 더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이, 백준열은 이모에게 선물로 받은 세파트에 비스마르크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다들 알겠지만 세파트는 대형견이다.

덩치가 큰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확실히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7달 전의 비스마르크와 지금의 비스마르크를 비교해 보면 말이다.

당시 비스마르크는 눈에 생기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 비스마르크는 아주 눈빛이 또랑또랑 빛나고 생기에 넘쳐 있었다.

“헉헉헉....죽겠다.”

대형견 한 마리 씻기는 게 이 한 몸 샤워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겨우 녀석을 다 씻긴 뒤 녀석을 닦을 수건을 챙길 때였다.

“끼이잉....”

녀석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서 돌아보니 진짜 비스마르크가 웃었다.

왜 너무도 어이없고 같잖은 일을 우리는 개가 웃을 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개가 웃을 일이 지금 벌어졌다.

녀석이 고개를 내젓다가 점차 몸을 흔들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고 생각난 게 있는 내가 다급히 외쳤다

“안 돼!”

내가 소리 쳤지만 소용없었다.

녀석은 사정없이 젖은 몸의 물을 털었고 나는 그 물세례에 얼굴이며 옷이 흠뻑 젖었다.

“지미C!”

개의 털 안쪽에 있는 물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몸을 터는 데 그 물 양이 상당하다.

“하아....”

한숨을 내 쉰 나는 비스마르크 닦으려 챙겨 들고 있던 수건으로 내 얼굴부터 닦아야 했다.

그 뒤 비스마르크를 닦이고 드라이까지 해서, 빗질까지 하고 나자 가평군 촌구석 조폭들이 올 시간이 다 됐다.

“나가자.”

내가 비스마르크를 데리고 별장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부우웅!

100여 미터 전방에서 차량 두 대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먼지를 풀풀 날렸다.

검은 승용차 한 대와 하얀 승합차 한 대.

그 두 차가 내 별장 대문 맞은편에 차를 주차 시키더니, 그 두 차 안에서 우르르 다양한 복장의 사내들이 내렸다.

그 중 혼자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놈이 연신 뭐라고 하자, 나머지 녀석들이 파다닥 일렬횡대로 늘어서서는 번호까지 했다.

“니미! 무슨 군대도 아니고....”

그걸 보고 내가 기가 차 할 때 비스마르크가 머리를 쳐들고 ‘킁킁’거리더니, 녀석이 잡은 멧돼지가 있는 쪽으로 냅다 뛰어가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 비스마르크를 따라가려던 내 발걸음을 초인종이 붙잡았다.

나는 몸을 돌려서 별장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 * *

박칠석이란 가평군 일대 조폭 두목은 키도 작고 체구도 왜소했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작은 덩치에 비해 그의 눈빛은 형형 거리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런 그가 데려 온 10명의 똘마니 조폭들 역시 제법 눈빛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 두목에 그 수하들이라고, 그들 몸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날이 서 있고, 영 예사롭지 않았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가 손을 내밀자 그 손을 잡고 거침없이 직각으로 허리를 굽히는 박칠석.

그런 촌구석 조폭에게서 나는 코에 익은 악취를 맡았다.

‘이 냄새는....’

바로 배신의 냄새였다. 딱히 새로 획득한 「개코」아이템을 쓸 것도 없었다.

생긴 건 순진무구하게 생겼지만, 박칠석은 언제든 상대의 뒤통수를 칠 인간이었다.

‘아무튼 조폭들이란....’

양태석도 그렇고 조폭 새끼들은 아무래도 다들 배신 할 준비를 하고 사는, 영 믿음이 안가는 인간들이었다.

그런 조폭들 사이에 진정한 의리?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다.

그 생각을 하고 보니 좀 전 비스마르크 씻길 때 녀석이 음흉하게 웃는 게 생각났다.

‘새끼. 어디 멀리 갔나? 왜 안 와?’

잠시 개 때문에 생각이 옆으로 샜지만 조폭들과는 애당초 상종을 말아야 한다.

만약 그들과 엮인다면 철저하게 일적으로만 그들을 이용하고 절대 곁을 줘서는 안 되고.

이게 백준열이 조폭들을 상대할 때 기본 룰이었다.

나 역시 그 룰은 가급적 지켜 나갈 생각이다.

“바비큐 할 준비는 해 왔죠?”

“네. 시키신 대로 다 챙겨 왔습니다.”

“그럼 바비큐 파티 합시다.”

“네?”

“그쪽들이 손봐 줄 놈들은 이따 밤늦게 여기에 올 테니, 그 전까지 바비큐나 즐기고 푹 들 쉬란 말입니다. 물론 술은 안 되겠죠?”

“알겠습니다.”

양태석이 어떻게 말해 놓았는지 모르지만, 박칠석은 내 말에 가급적 토를 달거나 군소리를 일절 하지 않았다.

내 말에 이해가 안 가고 또 궁금한 게 있어도 참는 박칠석을 보면서, 양태석과 그의 조직인 태천파에 대해서 새삼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태천파의 영향력이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까지 뻗쳐 있다는 건, 사실 그리 좋게 볼 일은 아니었다.

‘조폭 세력이 커지면 검경이 움직이기 마련이니까.’

공권력의 상징과 같은 검찰과 경찰도 결국 국민 눈치를 보는 건 매한가지.

그런 그들이 국민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나?

바로 조폭들을 때려잡는 것.

그것만큼 검경에 있어 확실한 본보기와 실적도 없었다.

그런데 서울 최대 조폭 조직이 서울을 넘어 경기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걸 과연 검경이 어떻게 받아드릴까?

‘태천파가 너무 커졌어.’

그걸 백승렬 회장인들 왜 모르겠는가?

아마 곧 백승렬 회장 쪽에서 내게 연락이 올 거 같다.

태천파와 손절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뒤를 봐 주던 재벌들이 하나 둘씩 태천파를 버리기 시작하고, 검경이 전 방위적으로 태천파를 두들겨 대면, 결국 태천파는 산산조각, 풍비박산 나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겠지.

그 과정에서 태천파 보스와 그 밑에 2인자, 3인자들은 필히 감방에서 최소 몇 년은 썩어야 할 것이고.

“양태석이라....”

그 말은 태천파 2인자인 양태석도 빵에 딸려 들어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양태석은 내 스페셜 미션 수행을 위해서, 반드시 내가 길들여서 거둬야 한다.

“아무래도 좀 더 빨리 양태석을 태천파에서 빼내야겠군.”

태천파의 영향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안 이상 양태석을 태천파에 계속 몸담고 있게 할 수는 없었다.

* * *

박칠석과 그 밑에 조폭들은 졸지에 바비큐 파티를 하게 됐다.

“우와. 존나 맛있네.”

“그냥 입에서 사르르 녹네. 녹아.”

“아아. 좆도. 여기에 술만 있으면 딱 좋은데.”

“술은 안 된다잖아.”

“나도 알아. 씨발아.”

고기를 원 없이 구워 먹는 건 좋은데 다들 술이 빠져선지, 영 흥이 나지 않은 조폭들이 그들 보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오늘 술은 절대 안 된다. 백준열과 첫 대면 후 그가 박칠석에게 비교적 친절하게 말했다. 오늘 밤에 그와 그의 수하들이 뭘 해야 할지 말이다.

“술 대신 콜라 먹어. 고기로 배 채우고 나면 다들 한 숨들 푹 자고.”

술이라면 밥보다 좋아하는 박칠석도,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니 그 밑에 조폭들도 더는 감히 술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안 온다. 무조건 저 새끼 눈에 들어서....이 촌구석을 뜨고 만다.’

자기들에게 별장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게 하고, 정작 본인은 별장 안에 들어가 있는 백준열.

별장 거실 통 유리창을 통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백준열을 보는 박칠석의 눈이 이글이글 불 타 올랐다.

박칠석은 오늘 양태석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조상신이 드디어 그를 돕는구나 싶었다.

양태석이 그랬다.

서울 오고 싶으면 백준열의 눈에 들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백준열에 대해 몇 가지 팁을 줬다.

‘뭐든 시키는 건 다 들어주고 일체 군소리는 하지 말 것. 또 어떤 개소리를 지껄여도 한귀도 듣고 흘리며, 어떤 개지랄을 떨지라도 보고도 못 본 척 할 것.’

양태석이 한 말을 잊어 먹지 않으려 백 번도 더 머릿속에 되뇐 박칠석이다.

“형님. 여기....”

그때 부하들 중 고기를 제일 잘 굽는 녀석이 특별히 따로 마련한 바비큐가 수북이 담긴 접시를 받아 든 박칠석.

“고생했다.”

그는 그 부하의 어깨를 다독여 준 뒤, 바비큐 접시를 들고 별장 건물 입구로 향했다.

잠시 뒤 박칠석이 누른 초인종에 백준열이 별장 건물의 현관문을 열었다.

“여기 바비큐 좀 드십시오.”

“오오! 고마워요.”

백준열은 박칠석이 건넨 바비큐 접시를 진심 반가운 얼굴로 받았다.

“잘 먹을게요.”

박칠석은 자신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는 백준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태석이 말하고는 영 딴판인데?”

양태석이 말하기로 백준열은 성질이 개지랄 맞았다.

특히 밑에 사람의 호의를 대 놓고 개 무시한다고 했던가?

그런데 막상 접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개지랄 맞다는 그 더러운 성질은 여태 구경도 못해 봤고, 자신의 호의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그때 박칠석이 제일 좋아하는 막창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형님. 막창 다 구웠습니다. 드시러 오십시오.”

“어. 그래.”

벌써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인 박칠석은, 일단 머릿속에서 백준열이란 이름부터 지우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막창이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원래 천성적으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단순한 직진 형 인간이 박칠석이었다.

백준열에 대한 생각은 막창을 먹고 나서 다시 해도 됐다.

* * *

박칠석이 건넨 바비큐.

“잘 구웠네. 쩝쩝쩝.”

바비큐를 안 태우고 굽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적당히 타야 바비큐 본연의 맛이 나고.

그런 면에서 박칠석이 구워 온 바비큐는 적절하게 타서 상당히 맛이 있었다.

“이거 술 땡기는데.”

내가 먹어도 술이 생각나는 데 저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오늘 밤 날 노리는 별장 관리인 일당을 손 봐 주려면 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단, 술 쳐 먹은 손길은 필요 없다. 내가 불안하니까.

거실 통창을 통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중인 박칠석과 그 똘마니 조폭들을 보니, 위계가 확실히 잡혀 있었다.

박칠석의 보스로서 카리스마가 여기서 봐도 대단해 보였다.

그의 지시에 일고의 망설임 없이 바리바리 움직이는 조폭들.

그만큼 저들이 박칠석을 신뢰하고 있단 거겠지.

치익!

아쉽지만 술 대신 시원한 캔 콜라로 바비큐의 느끼함을 달래고 바비큐 몇 점을 더 집어 먹었다.

맥주 한잔 할까 생각도 했지만 민혜주를 만나러 갈 때, 내가 직접 운전을 해야 했기에 참았다.

백준열도 그렇고 이전 삶의 나도 마찬가지.

알코올 한 방울이라도 몸에 들어가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 말이다.

“그나저나 비스마르크 이 녀석 진짜 어디 간 거야?”

그때 달려가고는 영 돌아 올 생각도 하지 않는 녀석이 걱정 됐다.

하지만 그 거구의 멧돼지도 물어 죽인 녀석이 아니던가?

“지금 내가 녀석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네.”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슬슬 민혜주를 만나러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이곳 별장 역시 내가 입을 만한 옷이 안방 옷장에 구비 되어 있었다.

옷을 새로 싹 갈아입고 차 키를 챙겨서 별장을 나서자 박칠석이 쪼르르 내 앞에 나타났다.

“어디 가십니까?”

“근처에 누구 좀 만나고 올게요. 말씀 드렸다시피 이따 밤에 일 좀 해야 할거 같으니, 일단 푹 들 쉬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애들 좀 붙여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문제 생기면 전화 드리도록 하죠.”

“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졸지에 박칠석의 배웅을 받고 별장을 나선 나는, 내가 서울에서 끌고 온 벤츠를 몰고 민혜주가 묵고 있다는 근처 펜션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에서 찍힌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7분.

그걸 확인하고 민혜주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지금 가는 중입니다. 5분 뒤, 도착할 거 같습니다.”

=알았어요. 펜션 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민혜주와 통화를 끝내고 얼마 안 지나, 내 눈에 펜션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처 펜션촌에 들어 온 거다.

그 중 한 펜션 앞으로 차를 몰아가던 내 눈에 늘씬한 자태의 미인이 보였다.

민혜주는 자기가 말한 대로 자신이 묵고 있던 펜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썼지만, 하얀 색 타이트한 골프 웨어를 입고 있었는데 그 골프 웨어의 하의가 짧은 치마다.

치마 아래로 170cm가 훌쩍 넘는 민혜주 특유의 늘씬한 비율에, 완벽한 각선미가 당연히 주위 시선을 끌어 모았다.

“허어....”

저렇게 ‘내가 바로 골프 여신 민혜주’라고 대 놓고 티를 낼 거면, 뭐 하러 선글라스와 모자는 쓴 건지.

“쯧쯧쯧....”

나는 혀를 차며 그녀가 서 있는 펜션 입구 앞에 일단 벤츠를 정차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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