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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명석은 내일 JYB엔터에 와서 정식으로 배우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는 내가 진짜 연예계에서 개새끼로 불리는, 그 백준열이 맞는지 거듭 확인하고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너 같이 착한 녀석이 왜 그런....”
“하하하. 저 그렇게 착한 놈 아닙니다. 그러니 형님도 열심히 하셔야 할 겁니다.”
김명석 배우야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니던가?
서포트만 잘 해주면 알아서 잘 성장할 것을 알기에 걱정 따윈 이미 쌈 싸 먹었다.
“내일 봬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그렇게 김명석 배우와 작별하고 나는 가던 길을 마저 갔다.
“저기로군.”
딱 봐도 저 별장이 내 별장임을 알 거 같았다.
주변 다른 별장에 비해서 웅장하고 화려한 것이, 돈 꽤나 들어간 별장이었다.
“아이고.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별장 관리인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반겼다. 근데 그에게서 심각한 오물 냄새가 났다.
“오늘 하루 여기서 자고 갈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네. 미리 청소는 해 뒀는데, 그래도 혹시 필요한 거 있으시면 저한테 연락 주십시오. 바로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아주 말은 번드르르하게 잘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에게서 풍기는 오물 냄새가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의미의 냄새인지 개 특성 정보를 통해 알아보니....
‘어쭈? 이 양반 이거....’
놀랍게 지금 내 앞에서 지독한 오물 냄새 풀풀 풍기고 있는 별장 관리인은 순 날강도였다.
내가 맡고 있는 오물 냄새를 두고, 개 특성 정보는 ‘강도’라 딱 규정을 지었다.
여기서 강도(強盜)라 함은, 폭행이나 협박 따위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을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가만. 그러고 보니....’
여기 별장 관리인은 내가 누군지 정확히 몰랐다.
그냥 서울에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 정도로만 알고 있지.
그렇다면 별장 관리인이 나를 상대로 충분히 강도 행각을 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먼저 알아 버렸으니, 좆 된 사나이는 내가 아닌, 아무래도 별장 관리인이 될 거 같다.
나는 별장 관리인에게 별장 키를 받아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별장 관리인.
그가 어딘가 전화를 거는 게, 별장 거실 넓은 통 창을 통해 훤히 다 보였다.
“어쭈....조력자도 부르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게는 냄새 말고도 개 특성의 *소리가 잘 들립니다.*가 있으니까.
저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얘기하는 소리는,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 거처럼 선명히 주워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곧장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가평 내 별장인데....”
내 얘기를 차분하게 전부 듣고 난 양태석이, 가평 일 때 조폭 조직 중 한 곳의 애들을 이리로 바로 보내 준다고 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래도 모르니 몸조심하십시오.
“네.”
기특하게도 양태석이 날 걱정해 주네?
그때였다. 뜬금없이 견신의 전언이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디링! 투견 양태석을 잘 길들이고 있다며 견신이 대견해 하십니다. 원래 견족은 무리 생활을 영위 하는 바, 일족을 모으는 건 필연적 선택. 당신이 투견 양태석을 거둔다면 견신이 크게 기뻐할 거라고 합니다. 기특한 당신에게 견신이 특별히 아이템 하나를 선물합니다. 지금 바로 보시겠습니까?[Y/N]
“당연히 예스지.”
잘 퍼주는 견신이 또 내게 선물로 아이템을 준단다.
왜 준다는 건지 나는 아직까지 견신의 전언이 전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준다는 데 당연히 받아야지.
‘개 목걸이, 개 목걸이....’
나는 속으로 내가 받았으면 하는 아이템을 계속 되뇌었다.
그러자 견신이 진짜 그 아이템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지저스! 아니지. 견신님! 정말 사랑합니다. 월월~’
* * *
원래 견신 시스템의 말에 따르면, 아이템을 획득하기란 정말 어렵다고 했다.
한데 견신이 이렇게 다 퍼주니 나로서는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개목걸이」아이템은 전에 견신 시스템이 설명을 해 줬던 그대로였다.
내가 「개목걸이」아이템을 상대에게 착용시키면, 그 자는 자신의 숨겨 둔 비리나 약점을 내게 술술 다 불게 되어 있었다. 다른 아이템처럼 「개목걸이」아이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했고.
이 아이템만 있으면 누가 됐건 날 건드리는 작자는, 족족 그 비리와 약점으로 몰락의 구렁텅이에 처넣어 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내가 무섭고 두려워 할 사람은 이제 없다고 보면 됐다.
“좋았어.”
갖고 싶었던 아이템이었던지라 내 목소리 톤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 소리를 들은 듯 막 통화 후 별장 대문을 나가고 있던 별장 관리인이 안을 돌아봤다.
하지만 뒤이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는 밖에서 대문을 닫고, 근처 세워 둔 트럭을 타고 휑하니 사라졌다.
그 사이 내 머릿속에 「개목걸이」아이템에 대한 추가 정보를 쭉 주입시켜 주던 견신 시스템.
정보 주입이 끝나자, 바로 내 눈앞에 바뀐 상태 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2)]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개목걸이」(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특성: 개(1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50]
보유 아이템 항목에 새로이 「개목걸이」가 추가 된 걸 확인한 나는, 그 밑에 특성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봤을 때 특성은 활성화에서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업그레이드가 끝난 모양이다.
(1차Up완료)란 글이 개 특성 항목에 있는 걸 보니까.
확인할 거 다 확인하고 상태창을 지우고 나서 나는, 좀 전 견신의 전언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봤다.
“투견, 분명 견신은 양태석을 투견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는 건 양태석도 나와 같은 부류, 그러니까 개 같은 놈이란 건가?”
참 내가 뱉은 말이지만 말을 하고 보니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개 같은 놈이라....
뭐 그렇다고 해서 개새끼 백준열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왜냐하면 나의 모토가 어째든 개 같이 사는 거니 말이다.
견신은 견족이 무리지어 사는 게 필연적이라고 했고, 나보고 양태석을 거둘 경우 기뻐 할 거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견신의 전언을 통해 견신의 의중을 미리 유추해 본다면, 나보고 개 같은 놈들을 끌어 모아 일족을 이루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의 그 생각이 맞는지 바로 견신의 전언이 반응을 보였다.
-디링! 견신이 흐뭇해하십니다.
견신이 보인 반응으로 미뤄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거 같다.
그때였다. 견족 시스템이 드디어 제대로 된 미션을 내 놓았다.
-스페셜 미션, 일족을 이뤄라. 개 같은 놈들 길들여서 나의 일족을 구성해 보시오. 일족의 최소 구성은 5마리, 최대 10마리까지로, 5마리에서 일족이 +1마리씩 늘어 날 때마다 개지수 30포인트씩 늘어난다. 기한은 일족을 다 이룰 때까지. 스페셜 미션의 보상은 견신이 직접 지급하는데, 규정상 아이템과 스킬이 각각 하나씩 주어진다. 단 견신이 판단컨대 보상을 더 해주고 싶다면, 아이템과 스킬을 하나씩 더 줄 수 있다.
* * *
스페셜 미션은 앞서 내가 완수 했던 다른 미션과 달리 당장 완수해야 하는 임무는 아니었다. 비록 기한은 내가 일족을 이룰 때까지로 명시 되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일족을 이루라고?”
여기서 말하는 일족이란 건, 한 무리를 이루라는 거다.
개 같은 놈들을 길들여서라는 말은, 나보고 그 일족의 우두머리가 되라는 것일 거고.
“최소 5마리부터 일족은 구성 되고, 10마리가 되면 일족이 완성 된다는 얘기로군.”
미션을 완수 했을 때 보상은 기본적으로 아이템 하나와 스킬 하나가 주어지는데, 그 주체인 견신이 판단 여하에 따라, 추가 보상으로 아이템 하나와 스킬 하나가 더 주어질 수도 있단다.
일족을 이루는 과정이 많이 힘들 거 같지만, 뭐 한 마리씩 길들여 가다보면 언젠가 일족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본다.
그렇게 내가 막 견신 시스템의 스페셜 미션에 대한 생각을 정리 했을 때였다.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다. 하지만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왜냐하면 양태석이 나보고,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와도 받으라고 했기 때문에.
“여보세요.”
=대표님. 인사드리겠습니다. 가평군에 박칠석이라고 애들 20명 정도 데리고 자그마한 유통사업 좀 하고 있습니다.
조폭이란 얘기다.
양태석이 보내 주겠다는 인근 애들의 두목이 바로 박칠석이라고, 지금 내게 전화 걸고 있는 놈 인 듯 했다.
평소 백준열이라면 이런 놈들은 제대로 인간 취급도 안 해줬겠지만 나는 다르다.
“그쪽도 구역(나와바리) 관리해야 할 테니 10명만 데리고 여기로 와요. 여기 위치는 알죠?”
=네. 대표님. 청평호 근처, 가평에서 제일 으리으리한 별장 아닙니까. 지금출발하면 30분이면 도착합니다.
“그렇게 빨리 올 필요는 없고. 한 시간 안에만 와요. 올 때 바비큐 파티하게 고기랑 음료 좀 알아서 사오고요. 아아. 술은 안 됩니다.”
=바비큐요? 이게 뭔....하아....뭐 일단 알겠습니다.
별장까지 왔는데 바비큐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촌구석 조폭 두목과 통화 후 내 머릿속에 퍼뜩 떠 오른 기억이 있었다.
“그러니까 저번 주에 민혜주랑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단 거로군.”
민혜주는 골프 여신 중 한 명으로, 백준열이 최근 자기 여자로 만들려고 노리던 먹잇감이었다.
이때 한국에는 3명의 골프 여신이 존재했는데, 민혜주는 그 중에서도 외모가 특출났다.
그 외모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적은 3명의 골프 여신 중에서 제일 처졌지만, 그래도 얼굴이 예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민혜주가, 대중들에게도 제일 인기가 많았다.
백준열은 JYB엔터에 스포츠 에이전트 사업부를 신설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요즘 스포츠 스타들 중에서 제일 HOT 한 민혜주를, 적극 영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뭐 그 과정에서 자신과 잘 되면, 새로운 여자 한 명이 생기는 거고 말이다.
그래서 민혜주와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어렵게 약속을 잡은 건데, 내가 백준열의 몸에 빙의하면서 그걸 잊고 있었던 거고.
“뭐 지금이라도 생각나서 다행인가?”
지금 내 핸드폰에 저장 된 번호 중에 민혜주 핸번도 있었다. 나는 곧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민혜주씨?”
=그런데요?
“나 백준열입니다.”
=아아. JYB엔터 대표님이시구나.
“우리 오늘 만나기로 했죠?”
=네. 그런데 어쩌죠? 오늘 갑자기 가족 모임이 생겨서 그 약속을 못 지킬 거 같은데.
“그럼 그 전에 잠깐 만나죠. 지금 어딥니까?”
=여기 가평인데. 설마 여기까지 오시려고요?
민혜주는 내가 서울에 있을 거라 확신하는 모양이다.
“가평이요? 잘 됐네. 나도 지금 가평인데.”
=네에?
내가 가평에 있다는 말에 민혜주가 깜짝 놀라했다.
=가평 어디요?
“여기가....”
가평 내 별장의 위치를 민혜주에게 얘기하자, 그녀도 거긴 안다며 거기서 그녀가 묵고 있는 펜션이 가깝다고 했다.
=차로 10분이면 와요.
“그럼 몇 시에 잠깐 볼까요?”
백준열이야 민혜주를 꼬시려니 시간이 많이 필요했지만 비즈니스 적으로 그녀를 만나서 할 얘기만 한다면 그녀와 만남은 30분으로도 충분했다.
=으음. 5시에 장보러 가야하니까 그 전에 잠깐 보죠. 4시 30분 쯤 여기로 오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재 백준열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스포츠 에이전트 사업부가 발족하기 위해서는 골프 여신 3인방 중 한 명은 반드시 영입해야 했다.
그 중에서 한 명을 고르라면, 나 역시 민혜주가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니 그녀를 JYB엔터로 데려 오기 위해서, 비록 귀찮지만 근처에 있는 그녀를 만나러 가 주는 건, 대표 된 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어디 보자.”
민혜주와 통화 후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조폭들 오고 나면 그때 민혜주 만나러 가면 되겠네.”
가평군에 적을 두고 있는 촌구석 조폭들이 오려면 한 40분 쯤 남았는데, 그들을 만나고 나서 민혜주를 보러 가면 얼추 4시 30분쯤에, 민혜주가 있다는 펜션에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 * *
나는 조폭들이 오기까지 남은 40분의 시간 동안 별장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쓰으읍! 후우우! 역시 공기부터 다르네.”
서울의 공기와 여기 공기는 비교할 바가 못 됐다.
신선한 공기를 맡으니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거 같았다.
가평의 조폭 두목이 알 정도로 여기 별장은 크고 화려했다.
근처 다른 별장보다 부지만 10배가 넓었고, 건물 크기도 3배는 족히 더 컸다.
그래서 아까 별장 관리인에게 듣기로 여기가 신축한 가평군청 인줄 알고 많이 온다나.
“그러고 보니 건물이 공공건물처럼 획일적이긴 하네.”
자연친화적인 이곳에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외형의 건물이었다.
대신 건물은 튼튼해 보였다.
“별장이 예뻐야지. 하여튼 미적 감각이라고는 영....”
백준열은 엔터 대표에 어울리지 않게 예술적인 재능이 떨어지고, 미와 멋을 잘 몰랐다.
“뭐 대신 내가 그쪽으로 뛰어난 편이니까.”
공부야 어쩔 수 없이 한 거고, 나는 온갖 잡기에 능했다.
아마 예체능 쪽으로 나가도 밥벌이는 충분히 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