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9화 (1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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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양태석은 자신이 몰고 온 차의 운전석에 바로 탔고 뒤이어 은지가 그의 옆 조수석에 올랐다.

그러자 매너 없게 양태석이 바로 차에 시동을 걸더니, 옆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아나갔다.

“치잇! 언니 말처럼 진짜 목석이네.”

은지는 구시렁거리며 스스로 안전벨트를 맸다.

보통 수컷들이라면 은지 같은 아름다운 미인이 자기 옆에 타면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가령 편하게 안게 자리를 뒤로 더 빼준다던가, 안전벨트를 매 준다던지.

한데 양태석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마치 여자에게 1도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게 은지 같은 미인을 태우고 말없이 운전만 하던 양태석.

그가 교차로에서 신호가 걸리자,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몇 번 터치를 하더니, 그 핸드폰을 은지에게 건네며 말했다.

“한 번 봐.”

은지는 시큰둥하니 양태석의 핸드폰을 받아서 그 화면을 일단 봤다.

“뭔데 보라고....”

막상 그걸 본 은지. 두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쩍 벌어졌다.

“와아! 이 언니 누구에요?”

은지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럴 게 그녀가 봐도 아름다운 여자였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주위에서 항상 예쁘고 늘씬하다는 말을 지겹게 들어 온 은지.

그런 그녀도 부러울 만큼 완벽한 미모의 여자가, 은지는 도대체 누군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이런 완벽한 미인을 양태석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역시.

하지만 무뚝뚝한 양태석이 행여나 그녀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겠다.

그가 되레 그녀에게 물었다.

“그 여자 옷 차림과 구두, 악세사리 잘 봐 두도록.”

“네?”

은지는 양태석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양태석이 핸드폰 화면의 여자와 똑같은 옷을 파는 명품 숍으로 그녀를 데려 갔으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양태석은 핸드폰 화면의 완벽 미인과 똑같게 은지를 꾸미기 위해, 몇 군데 명품 숍과 백화점을 더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저녁도 간단히 햄버거로 때운 두 사람.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은지가 일하는 룸살롱과 쌍벽을 이룬다는, 강남의 또 다른 VIP룸빵이었다.

“따라 와.”

양태석은 그 룸빵 안으로 은지를 데리고 들어갔고 그곳 마담이 그들을, 아니 양태석만 반겼다.

“양 기사. 어서 와....이 년이야?”

그 룸빵 마담이 쌍심지를 켜고 자신을 쏘아보자, 은지도 지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쏘아봤다.

하지만 이 바닥을 15년 넘게 굴러먹은 마담의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랄까?

“얘 좀 봐? 귀엽네.”

그 앞에서 은지의 젊은 패기는, 한 여름 아스팔트 위 얼음처럼 금방 녹아버렸다.

“민지영이 밑에 있지?”

“네.”

은지는 자신이 다니는 룸살롱의 민 마담을 눈앞의 마담이 알자 동공이 흔들렸다.

“지영이와 난 친구야. 그러니까 나도 그냥 언니라고 편하게 불러.”

그러면서 정작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눈앞의 마담.

“따라 와.”

은지는 그 마담을 따라 룸빵의 한 룸으로 들어갔고, 거기까지 따라 온 양태석이 그녀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여기 정 마담이 널 데리러 오면, 그때 따라 움직이면 돼. 거기가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숙지했지?”

“그럼요. 하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았어요.”

양태석은 은지의 그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휑하니 그 룸을 나가버렸다.

그런 그를 보고 정 마담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하여튼....삭막해.”

그런 정 마담을 보고 은지는 눈치 챘다.

그녀 역시 민 마담처럼 양태석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민 마담은 은지의 롤 모델이었다. 물론 은지도 나이가 있는데 벌써 화류계의 마담이 되는 게 꿈일 리 없다.

단지 은지는 민 마담의, 그 어떤 진상 손님도 잘 다독여서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드는 그 유연한 성격을 배우고 싶었다.

또 민 마담은 냉철하게 굴 때, 차가워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그런 민 마담은 이 업계에서 영입 1순위인 인기 마담이었다.

그런 민 마담이 오로지 한 사람, 양태석이란 남자가 나타나면 도통 정신을 못 차렸다.

그가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들어 주었고.

심지어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민 마담이 그를 위해 2차도 나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째 여기 정 마담도 그런 지극정성인 민 마담과, 비슷한 부류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은지였다.

* * *

핸드폰에 열중인 은지.

그녀는 룸빵 안에서 무료함을 인터넷 쇼핑으로 달래고 있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 후, 룸의 문이 열리고 정 마담이 나타났다.

“나와.”

이제 때가 된 모양이다.

은지는 핸드폰을 자신의 핸드백에 넣고 정 마담을 따라나섰다.

그렇게 은지가 들어가게 된 VIP룸.

거기에 양태석이 말한 대로 젊고 잘 생긴 한국 남자 한 명과, 외국인 두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딱 봐도 외국인 둘은 많이 취해 있었다.

은지는 자연스럽게 양태석이 말해 준 외국인 두 명 중 금발머리 쪽으로 다가가서, 그 옆에 앉았다.

그때 그 외국인 옆에 젊은 한국 남자가 그녀를 보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왔고, 은지는 그 눈빛에 답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뒤 술잔이 몇 차례 돌았는데, 젊은 한국 남자의 기지로 은지는 술 한 잔 마시지 않았다. 그 사이 은지가 맡기로 한 외국인이 만취해서 그만 자리를 파할 시간이 됐다.

외국인들은 2차를 원했고, 젊은 한국 남자가 화끈하게 일시불로 결제를 해 버렸다.

그렇게 은지는 외국인과 같이 근처 호텔로 향했다.

그 사이 젊고 잘 생긴 한국 남자가 재미있는 말을 했고, 은지는 술이 떡이 된 외국인 말고 당신을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실 외모 상 그 젊고 잘 생긴 한국 남자가 은지의 이상형이었던 것.

양태석이 주의를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그 잘 생긴 남자의 전화번호를 따 냈을 것이다.

은지는 그 잘 생긴 남자가 뭘 원하는지 알기에,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고, 외국인 남자와 같이 호텔에 들어갔다.

“오오! 지저스!”

그렇게 그녀와 섹스를 시작한 외국인을 은지는 완전 녹여 버렸다.

그의 페니스를 쥐어 짤 대로 짜냈다.

“노우! 스탑!”

외국인은 다섯 번 사정을 하고 나더니 더는 못하겠다고 내뺐다.

그런 그를 쫓아서 욕실까지 들어간 은지는 입으로 그의 페니스와 테스티스(testis, 불알)를 쪽쪽 빨아주고, 거기다 똥까시까지 해줬다. 그러자 외국인은 더 버티지 못하고 또 다시 사정을 해버렸다.

그 뒤 욕조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버린 외국인을 보고, 은지가 흡족하니 웃으며 욕실을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입에 물고 창가로 걸어갔다.

“후우우....”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니 담배 연기를 창문을 향해 내 뱉는 은지.

그런 그녀의 늘씬한 몸이 창문에 비쳐 그녀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봐도 들어 갈 데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완벽한 몸매였다.

“하아아....”

하지만 그녀 입에서 나온 건 긴 한숨이었다.

지이이잉!

그때 그녀 핸드백 속에 들어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호텔 방 안이 워낙 조용하다보니, 진동음이 그녀 귀에도 또렷이 들려왔다.

만약 외국인과 그녀가 계속 섹스 중이었다면,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외국인은 그녀에게 정액을 다 빨리고 뻗어 버렸다.

곧장 핸드폰을 확인 한 그녀. 상대가 양태석이라 그녀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어떻게 됐어?

“시킨 대로 했어요.”

=잘 했어. 그만 나와.

뚜뚜뚜뚜....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는 양태석.

은지는 이런 남자를 왜 민 마담이나 정 마담이 좋아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은지의 뇌리에 떠오른 남자.

바로 그녀에게 외국인 접대를 시킨, 그녀의 진짜 고객인 그 젊고 잘 생긴 남자.

그와 양태석이 순간 비교가 됐다.

“에이. 어디 비교할 상대가 없어서....”

애초 양태석은 그 남자에게 쨉도 안 됐다.

은지는 외국인이 욕실에 뻗어 버린 관계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호텔을 나왔다.

그러자 호텔 입구에 양태석이 차를 대기 시켜 놓고 있었다.

으스름하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는데, 양태석이 운전석에서 내려서 그녀를 위해 차문을 열어줬다.

그때 은지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는 그 차에 탔고 양태석은 그녀를 그녀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까지 태워주었다.

그 뒤 그녀를 데려 올 때처럼 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양태석의 그 무심함에, 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민 마담과 정 마담이 저 남자를 왜 좋아하는 지, 이제야 알 거 같았던 것이다.

* * *

양태석이 고른 여자는 믿을 만 한 거 같았다.

그녀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는데 김 비서에게서 나는 냄새와 살짝 비슷했다.

마크와 그 수행원은 근처 호텔로 보낸 뒤, 나는 김 비서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요?

나와 5년을 동고동락해 온 거나 마찬가지인 김 비서다. 내가 뭘 하려는지 벌써 꿰고 있었다.

“잘 됐어.”

=다행이네요.

“어. 이제 퇴근 해.”

=....

내 말에 갑자기 말이 없는 김 비서. 하지만 지금 시간에 그녀와 내가 만나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뿐이다.

물론 김 비서와의 섹스는 언제 해도 즐겁다.

하지만 지금 그녀와 섹스할 기분은 아니다.

“왜 집까지 데려다 줘?”

=아녀. 혼자 갈게요.

김 비서도 자신의 집까지 내가 가는 건 싫은 모양이다.

하긴 매일 빠짐없이 보는 나를 그녀 집에서까지 보고 싶진 않겠지.

변죽이 죽 끓듯 하는 내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는 ,갑자기 그녀를 안겠다고 설치면....

실제로 백준열은 김 비서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몰랐다.

그만큼 김 비서도 자기 사는 곳만큼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다.

백준열도 김 비서를 오피스 와이프 정도로 여기지, 그녀를 퇴근 후 보는 여타 다른 자기 여자처럼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게 김 비서와 통화 후 나는 곧장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아직 안 잤어요?

=네.

“오늘 고마웠어요.”

=네.

“내일 봅시다.”

=네.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양태석에게서는 진한 대나무향이 났다.

그걸 견신 시스템의 정보는 의리의 냄새라고 말해 주었다.

그만큼 양태석이 의리하나는 확실히 있단 얘기다. 하지만 그 대나무향 속에서는 살짝 악취가 섞여 있었다. 그 악취는 배신의 냄새였고.

고로 양태석은 의리는 있지만 언제든 배신 때릴 수 있는 작자란 말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양태석에 대해 알려면 아무래도 「개코」아이템을 빨리 획득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개코」아이템을 통해 양태석이 쓸 만한 인재라는 판단이 선다면 그 다음은 그를 내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게 약점을 쥐어야 하는 게 그때를 위해서 「개목걸이」아이템 역시 가급적 빨리 획득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다 끝났군.”

오늘, 아니 이제 어제다. 자정이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내가 할 일을 전부 끝냈으니 이제 나도 쉬러 갈 시간이다.

내일부터 주말이라 출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

“아니구나.”

마크와의 계약 때문에 나는 내일도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원래 오늘 가려던 집, 그러니까 나와 같이 사는 동거녀의 집에는 갈 수 없었다. 이미 그녀에게는 못 간다고 연락은 해 뒀다.

“그래도 의외네.”

백준열이 자기보다 2살이나 나이가 많은 여자와 같이 산다는 게 말이다.

거기다 그녀는 한번 이혼까지 한데다가, 연예계에서도 이미 한물간 연기자로 평가받고 있었다.

“박지수!”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먼저 CF계에서 명성을 날리던 그녀는 이후 TV드라마에 이어 멜로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그 뒤 멜로 퀸으로 불리다가 액션과 스릴러로 연기의 폭을 넓히면서 승승장구. 할리우드에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랬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결혼 소식을 알렸는데, 그 상대는 바로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인 표준수 감독이었다.

표 감독은 당시 60대로 박지수와는 40살의 나이차이가 났다.

또 그는 유부남이었는데 얼마 전 투병 중이던 아내를 잃은 상태였다.

따라서 법적으로 박지수와 표준수 감독이 맺어지는 건 가능한 상황.

아버지뻘을 훌쩍 넘는 나이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박지수는 표준수 감독과 결혼을 밀어 붙였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이때 문제 터졌다.

표 감독의 딸이 암 투병 중이던 모친이 급사한 게 다 박지수 때문이었다는 것.

그녀가 수시로 아픈 모친을 찾아와서, 표 감독과 이혼해 줄 것을 요구했다나?

그로 인해 사람들의 지탄을 받게 된 박지수. 그녀는 당시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기를 싫어하는 표 감독의 딸을 더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그녀의 미래에 발목을 붙잡았다.

표 감독과의 결혼 생활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행복하지 못했고 결국 그와 결별하게 된 박지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그녀는 아는 지인들에게 몇 차례 사기를 당하면서 인지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홀연히 나타난 것이 JYB엔터 대표인 백준열이었고, 그는 그녀가 자신의 여자가 되어 주는 조건에 연예계 재기는 물론 경제적인 도움까지 주기로 했다.

당시 헤어 나오기 힘든 늪에 빠진 신세였던 박지수는, 어쩔 수 없이 백준열의 제안을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와우우!”

박지수와 나 사이의 관계가 보다 세밀하게 기억나기 시작하면서, 백준열과 그녀가 나눈 농밀하고 진한 섹스들이 하나 둘씩 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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