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1화 (1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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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강간마를 너무도 간단히 제압해 버린 남자.

그가 시킨 대로 박혜지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실제 H여대 퀸카로 서울에 있는 연예 기획사들 사이에서 영입 0순위로 꼽혔다.

그녀도 연예계에 관심이 있어 대학을 졸업하면 배우 전문 기획사에 들어가, 연기자가 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대생으로 자유와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화끈하게 연애도 몇 번 더 해 보고 싶었다.

그런 일환에서 어젯밤에 강남 유명 클럽을 찾아갔는데 제대로 똥을 밟은 것이다. 화장실 안에 들어간 박혜지로서는 아무래도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우웁....으으으으....으윽....읔읔읔읔....으흐흐흐흑....”

그때 들려오기 시작한 처절한 비명, 아니 앓는 듯하다, 이내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리며 그녀가 있는 화장실 안에 까지 선명히 다들렸다.

박혜지도 처음 울렸던 비명소리가 왜 다른 소리로 바뀌었는지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강간마가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크자, 그 남자가 강간마의 입을 뭔가로 틀어막은 거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뭐가 됐던 그녀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건 강간마가 지금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처절히 울부짖고 있단 거다.

그 소리는 얼추 5분 정도 계속 되었다가 갑자기 뚝 멈췄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들려 온 노크 소리와 그 남자의 굵은 목소리.

똑똑!

“이제 나와도 돼.”

그 말에 박혜지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온몸이 피투성인 강간마가 넝마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으으으으....으흐흐흐....”

하지만 진짜 시체는 아니고 강간마는 신음과 함께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틈틈이 꿈틀거렸다.

그때 그 남자가 박혜지를 보고 말했다.

“빨리 옷 입어.”

박혜지는 반말이 너무도 자연스런 그 남자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허겁지겁 움직여 자기 옷을 찾아 입었다.

그 과정에서 브래지어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노브라 상태로 옷을 갖춰 입은 그녀에게 그 남자가 그녀의 핸드폰과 지갑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 있었던 건 다 잊어. 누가 물어도 모른다고 하고. 신분증 내 놔.”

박혜지는 남자의 명령에 자기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서 그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핸드폰 카메라로 박혜지의 신분증을 찍고는, 그녀의 신분증을 되돌려 주며 말했다.

“012-27xx-86yy. 내 전번이야. 걸어.”

박혜지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핸드폰으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남자 손에 들린 핸드폰이 울렸고, 그 남자가 자기 손에 들린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 일로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 그쪽 피해가지 않게 내가 잘 처리해 줄 테니까.”

그 말 후 남자가 방문 쪽을 가리키며 이어 말했다.

“먼저 나가.”

남자의 말에 박혜지가 망설이며 뭔가 주저하는 엿보이자, 남자가 확 인상을 쓰며 버럭 소리쳤다.

“빨리!”

“헉! 네!”

남자가 은연 중 내뿜는 기백에 놀란 박혜지가 자기도 모르게 후다닥 호텔 방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걸 보고 남자가 넝마로 변해 있는 전두철의 손에 그의 핸드폰을 쥐어 주며 말했다.

“살고 싶으면 네가 네 손으로 직접 전화 해. 근데 여기서 119전화하면 문제 복잡해지는 거 알지?”

그 말 후 남자는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5분도 안 남았네. 빨리 내려가야겠군.”

그 남자는 그 말 후 방안을 훑어보고 뒤돌아 호텔 방을 나갔다.

그 남자가 나가고 나자 피투성인 체 꿈틀거리고 있던 전두철이 자기 핸드폰이 쥐어진 손 말고 다른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입안에 쑤셔 넣어져 있던 것을 겨우 꺼냈는데, 그것의 정체는 바로 좀 전까지 박혜지가 그토록 찾았던 그녀의 브래지어였다.

그 브래지어를 집어 던져 버린 전두철은 부러지고 꺾인 양 손목과 손가락으로 겨우 핸드폰을 터치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뭐냐?

짜증 섞인 중년 남자의 날선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려왔다.

“아, 아버지....저, 저 좀....살려주세요.”

비록 전화걸기 제일 무서운 사람이지만, 지금 전두철이 믿고 전화할 사람은 아버지인 전경일 뿐이었다.

* * *

양태석에게 20분의 시간을 주고 나서 호텔 로비의 접객 소파에 앉은 나는 신문을 하나 챙겨 들었다. 하지만 신문에 눈이 가진 않았다.

대신 바로 내 눈앞에 떠 있는 바뀐 상태창을 살폈다.

[이름: 백준열(Lv2)]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특성: 개(활성화->Up)]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20]

앞서 와는 다른 게 스탯에 추가로 보유 스킬 항목이 생겨 있었고 개지수도 +10이 추가 됐다.

“어?”

근데 보유 스킬에 UP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뜻인 건 알겠는데 글자 ‘일’은 뭔지 모르겠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시스템이 그 의문에 대답해 주었다.

-‘일’은 일반스킬을 말합니다. 견신의 언텍트 코치 서비스 시스템의 스킬에는 일반스킬과 역 스킬이 있습니다. 일반스킬은 본인이 쓰는 스킬을 말하며 역 스킬은 상대에게 쓰는 스킬을 말합니다.

이때 견신의 전언이 왔다.

-디링! 견신이 시스템의 스킬에 대한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역 스킬 하나를 선물합니다. 역 스킬 「개 끗발」이 지급 되었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Y/N]

나는 신문을 든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시스템이 「개 끗발」 스킬에 대한 정보를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었다.

한마디로 「개 끗발」은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상대에게 불운을 선사하는 스킬이었다.

즉 역 스킬이란 내가 쓰는 게 아닌 상대로 하여금 쓰게 해서, 그쪽에 해악을 입히게 만들어 결국 내가 이득을 보는 스킬이었다.

내가 역 스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자, 시스템이 알아서 바뀐 상태창을 내 눈앞에 띄웠다.

[이름: 백준열(Lv2)]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특성: 개(활성화->Up)]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20]

나는 보유 스킬 항목에서 새로 생긴 「개 끗발」 스킬에 ‘역’ 글자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밑으로 내리다가 활성화 되고 있던 개 특성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바로 시스템이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레벨 업을 하시면서 특성 또한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다는 의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는 내 이해를 돕기 위해서 기꺼이 스킬 하나를 선물해 준 견신에게 속으로 경의를 표하며 눈앞의 상태창을 지웠다.

그제야 오늘자 신문의 글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 * *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는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 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이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 데, 10년 뒤 이게 초대박이 난다.

비트라 코인!

그 투자에 대해 신문에서 좋지 않은, 우려의 기사를 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비트라 코인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쯤, 일본의 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암호화폐다.

총 발행량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데, 유통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한 번에 채굴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문제도 어려워져 희소성이 높아진다.

“미친....”

놀랍게도 백준열. 이 인간이 비트라 코인을 100만 개나 가지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가 고용한 노예, 즉 알바생이 있을 정도다. 그 알바생은 수시로 교체 되었지만 어째든 2년째 계속 채굴을 하고 있었다.

백준열이 그렇게 열심히 암호화폐 지분을 챙긴 건, 단순히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재미로 채굴했고 실제로 그가 죽을 때까지도 그는 자신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현금화 하지 않았다.

10년 뒤 1비트라 코인은 5천만 원을 훌쩍 넘었다. 그게 100만 개면....

“C발. 50조!”

그런 비트라 코인 채굴 하는 알바생을 백준열은 불과 일주일 전에 잘랐다.

가상화폐에 완전히 흥미를 잃은 것.

“그럼 안 되지.”

비트라 코인은 초창기인 지금 채굴하기 쉽지, 내년만 돼도 암호 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이야 말로 10년 뒤 내가 했던 그 영끌해서 채굴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최근 들어서 비트라 코인 자체가 거래가 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수가 적었고 그걸 사게 되면 거래 내역이 남는데 그게 자칫 내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알다시피 삼명그룹 미래전략실은 정보력이 매우 뛰어나다.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트라 코인을 모으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가만있을 백승렬 회장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매물로 나온 비트라 코인을 사는 건 지극히 위험했다. 그렇지만 직접 채굴해서 모으는 건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그 알바생 전화번호가....”

나는 백준열이 자른 알바생을 다시 고용할 뿐 아니라 그 일에 알바생은 9명 더 늘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올해 바짝 비트라 코인을 긁어모으면, 백준열의 비트라 코인 상식으로 봐서 얼추 200만 개는 모을 수 있을 것.

그 비트라 코인이 10년 뒤에는 100조가 되어 나를 세계 부자 10위 안에 들게 만들어 줄 거다.

다행히 알바생 전화번호가 내 핸드폰에 남아 있었다.

나는 곧장 그 번호에 통화를 눌렀다. 그러자 바로 통화 연결 음이 울렸고 10번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참았더니, 드디어 그 알바생이 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학생. 나야. 비트라 코인 주인.”

=아아. 네. 근데 무슨 일로....

“가상화폐 채굴 알바 말인데. 좀 더 해줘야겠어.”

=네? 진짜요? 와아. 살았다. 고맙습니다. 진짜, 진짜 열심히 할게요.

보아하니 내 밑에서 하던 개꿀 알바가 잘리자 처지가 곤란해진 모양이었다.

하긴 10년 전 알바로 한 달 50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열심히는 당연히 해야 하고. 학생. 혹시 학생 같은 알바생 더 구할 수 있을까?”

=네?

“네년까지 바짝 비트라 코인을 채굴해 볼까하고. 해서 말인데 학생 말고 그 일 할 알바생을 9명 더 구했으면 하는데.”

=이 일 할 녀석들이라면 널렸죠.

편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이나 채팅 하면서 챙기는 돈이 월 500이다.

이 알바를 안 하겠다는 학생이 있으면 그게 미친놈이지.

“그래. 그럼 그 일은 학생이 맡아서 하고. 매달 채굴량만 꼬박꼬박 나한테 보고 해.”

=네. 사장님!

졸지에 알바생의 사장이 된 나는 다른 알바생들 채용하면 그들 계좌번호를 내게 문자로 보내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끝냈다. 그때 내 머릿속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개를 개 패듯 팼습니다. 보상으로 개지수 3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양태석이 나대신 미션을 수행한 모양이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양태석이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들고 있던 신문을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어섰다.

* * *

내 앞에 선 양태석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1분 늦었습니다.”

“됐어요. 차대기 시켜....아니다. 그냥 같이 차로 갑시다.”

기다리니 양태석과 같이 움직이기로 한 나는 앞장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 그런 내 뒤를 양태석이 따라왔고.

우리는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까지 가서, 거기 주차 되어 있던 JYB엔터 대표 전용차인 벤츠에 탑승했다.

“인천공항으로 갑시다.”

수행비서로부터 얘기를 들었기에 이미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있는 양태석이지만 나는 내 입으로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말을 했다.

양태석은 그 말을 듣고 차를 몰아서 호텔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검은 승용차 세 대가 호텔 입구에 일렬로 차를 대더니 그 안에서 시커먼 정장의, 누가 봐도 조폭스런 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리곤 호텔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운전석의 양태석이 힐긋 그들을 쳐다봤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정면에 두고 운전을 이어나갔다.

“어디 애들이에요?”

그런 그에게 뒷좌석의 내가 묻자 양태석이 바로 대답했다.

“신구미파 애들입니다. 성북구에 똬리를 틀고 있는 양아치들이죠.”

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양태석. 하지만 조폭 무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다.

뭐 하긴 그런 조폭들과 17대 1로 싸워서 이기는 양태석에게야 별거 아닌 양아치들일지 몰라도 말이다.

내가 호텔에 갑자기 나타난 조폭들에 대해 물은 건, 우리 차가 그들을 지나칠 때 지독한 하수구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나의 개 특성 중에 후각 능력이 저 조폭들과 내가 악연으로 엮여있다는 걸 알려 준 거다.

그래서 양태석에게 저 조폭무리가 어디 파 애들인지 물은 것이고.

“조만간 저 놈들이 날 찾아 올 거 같은데....”

“....”

내 말에 운전 중이던 양태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 거 같다.

태천파 2인자인 그가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할지 정도는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왜 그런 확신이 들었냐고? 양태석이 있는 운전석에서 갑자기 피 냄새가 훅하니 풍겨 왔으니까.

보아하니 양태석 때문에 신구미파가 좆 될 상황이었다.

뭐 그 조폭 새끼들이 좆 되던 말든 내 알바 아니지만.

나를 태운 차는 곧 내부 순환 로를 탔고,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자, 운전하던 양태석이 ‘쭈욱’ 밟은 결과 1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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