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화 (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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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강간씬을 빼면서 분량이 좀 줄었습니다.

하고 싶으면 해

JYB엔터테인먼트 대표 전용차 안에서 팔짱을 낀 체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내가 번쩍 두 눈을 떴다.

일주일 전에 백준열은 집에서 우희를 사실상 강간했다.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거의 세 시간에 걸쳐서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욕정을 충분히 다 풀고 난 백준열은 안방에서 자고, 징징거리는 우희는 쫓아내버렸다. 그녀가 뭘 하던 볼짱 다 본 그로서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아....”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꽉 막힌 차도에 다른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우희와 사는 집은 평창동에 있었다.

강남에 위치한 JYB엔터테인먼트 본사사옥에서 그 집까지는 차로 딱 한 시간 거리.

근데 출퇴근 시간에 걸리면서 그 시간이 더 지체 되고 있었다.

이런 고질적인 차량 정체는 10년 전이나 후나 어째 똑같았다. 오히려 지금이 더 심한 거 같기도 하고.

백준열이 개새끼란 건 익히 알았지만 이런 양파 같은 놈일 줄이야.

까도 까도 계속해서 나오는 그의 무한 악행 앞에 나도 질릴 정도다.

‘뭐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

최악의 인간 쓰레기다보니 더 내려 갈 것도, 더 실망할 것도 없다는 거.

그 말은 앞으로 내가 뭘 하든 지금 보다 더 안 좋은 소리 들을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내가 뭘 하든 개새끼 백준열보다 나을 테니까.

‘그나저나 우희를 어떻게 보나?’

말이 동거인이지 상습강간범인 백준열이다.

백준열 본인이라면 모르지만 빙의해 있는 바뀐 백준열인 나로서는, 우희를 만나는 거 자체가 영 껄끄럽다.

이우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퇴근길에 오른 내 결정이 후회된다.

‘가만....가기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잖아?’

내 마음대로 살기로 해 놓고 정작 내가 백준열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있었다.

‘그래. 딴 데 가자.’

이 넓은 서울에 내가 갈 곳이 없겠나. 그때 백준열이 특별한 스케줄이 없을 때 마다 가곤 했던 비밀아지트가 생각났다.

마침 지금 내가 탄 차가 있는 곳에서 가깝다.

‘저기 있네.’

내 눈에도 도로가에 위치한 내 비밀아지트가 있는 오피스텔 건물이 보였다.

일단 차가 내부순화도로를 타기 전에 말해야 할 거 같아서 수행비서에게 막 얘기를 하려 할 때였다.

“대표님. 우희 지금 막 집에 도착했답니다.”

조수석의 내 수행비서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잘했으니 칭찬해 달라는 해맑은 여섯 살 아이 같았다.

하긴 백준열의 기준에서 봤을 때, 지금 수행비서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해 냈다.

내가 집에 가겠다고 하자 알아서 척척, 현재 쌓인 스케줄 소화하기 바쁜 인기 걸그룹 MP4의 멤버 우희를 빼내, 내가 가기 전에 먼저 집에 보내 놨으니 말이다.

“수,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히히!”

내 칭찬에 뭐가 그리 신난 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수행비서. 그러고 보니 저 수행비서도 백준열과 사연이 있었다.

* * *

내 수행비서의 이름은 황치국.

여당 4선 국회의원 황충식의 아들이다. 이때 황충식은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그런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간 큰 기업체 대표는 없었다.

즉 황치국은 JYB엔터가 아니라 삼명그룹의 미래전략실이나 삼명전자에 특채로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꼴통 같은 황치국은 연예 기획사에서 일하고 싶어 했고,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되고 싶다나.

어째든 겉으로 보기에 백준열은 엔터계에 있어서 최단기간에 가장 크게 성공한 뛰어난 사업가였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청탁이 들어왔고, 나는 황치국이 원하는 대로 내 곁에서 일을 배울 수 있게 그를 내 수행비서로 삼았다.

그것이 작년이었고 올해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내가 알기로 황충식은 올해 있을 선거에서 패하고, 5선 국회의원이 되는 데 실패한다.

고로 한 달 뒤 선거기간에 접어들면 더 이상 내가 황치국을 수행비서로 달고 다닐 필요도 없어진다.

‘물론 그 전에야 지금처럼 잘 데리고 다녀야겠지만.’

국회 법사위원장의 파워는 생각보다 막강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라는 게 있는데, 그 중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으면 법안이 될 수 없다.

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의 동의 없이는 안건을 처리 못하고.

그러니까 삼명그룹 회장도 황치국의 아빠 눈치를 봐야한다는 소리다.

그 아빠가 법사위원장 자리에 있는 한은 말이다.

황치국은 처음엔 좀 버벅 댔지만 지금은 제법 일을 잘하고 있었다.

백준열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몰라도, 황치국은 수행비서로 일하며 크게 사고 친 적은 없었다. 여태까지는.

‘불안해.’

황치국에 대한 기억이 다 떠오르고 나자, 나도 그가 부담스러워졌다.

어째 내 육감 상 조만간 대형 사고를 한번 칠거 같달까.

‘이런....’

그때 나를 태운 차가 내부순화도로로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되면 차 돌리기 어렵고 또 이미 우희가 집에 있다니, 그녀를 보러 가긴 해야 할 거 같았다.

‘에이. 모르겠다.’

나는 될 대로 되라며 다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자 스르르 수마가 몰려왔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대표님! 다 왔습니다.”

“어어....”

황치국의 쩌렁쩌렁한 목청에 번쩍 정신을 차린 나는 열린 차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전 삶을 살 때도 몇 번 와 본적이 있는, 평창동 로데오 캐슬로잔 아파트가 눈에 띠었다.

이곳 10층짜리 아파트의 83평형 8층이 나와 우희가 같이 사는 집이었다. 이 집 명의는 우희 앞으로 되어 있었다.

내가 같이 사는 조건에 우희에게 이 집을 사준 거다.

시세는 10억 정도였지만 백준열이 그 돈 다 주고 매입 했을 리 없다.

그 생각을 하자 이 아파트를 어떤 경로로 백준열이 구입했는지 생각났다.

‘그럼 그렇지.’

태천파에서 관리하는 대부업체에서 담보로 잡은 아파트를, 백준열이 후려쳐 시세의 절반인 5억에 구입한 거다.

어째든 당시에 비해 집값이 올라 지금 팔면 12억은 족히 받을 수 있는 아파트다.

그런 집이 우희 꺼라니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됐다.

“퇴근들 해.”

나는 수행비서 황치국과 운전기사 양태식을 뒤로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올라가서 생각나는 비밀번호를 누르자, 아파트 현관문이 열렸다.

* * *

아파트 안은 조용했다. 널따란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가자, 그곳 소파에 우희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차마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딴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극도로 불안한 듯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방송 출연을 위해 그녀는 무대 의상으로 붉은 색 원 숄더 어깨트임 원피스 차림을 하고 있었고, 풀 메이크업을 한 그녀는 내가 군대에서 봤었던 그 여신보다 거짓말 안 보태고 좀 더 예뻤다.

당시에 20대 초반인 그녀가 지금은 20대 중반이 되면서 더 성숙미를 물씬 풍긴 달까.

“저녁은 먹었어?”

“....”

내가 친근하게 물었지만 그녀는 생 깠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계속 나를 살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이 나는 이해가 갔다.

백준열이 우희를 여기로 데려와 같이 살면서 그가 한 일은 강제로 섹스 한 거밖에 없었으니까.

그녀와 열 마디 이상 말을 해 본 적이 있었나? 내 기억에는 없다.

“라면 먹을래?”

“네?”

뜬금없는 라면 얘기에 우희가 처음 반응을 보였다.

어느 집이든 라면은 있지 않나. 해서 해 본 말인데 그녀가 반응을 보이자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곧장 주방 쪽으로 들어갔다.

먼저 주방의 수납장을 뒤져서 라면부터 찾았다. 다행히 라면은 종류 별로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 짬뽕라면을 두 개 고른 뒤 바로 냉장고를 열어 봤다.

냉장실에는 간단한 반찬들과 식재료, 그리고 나머지 자리를 보약 팩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냉동실은 얼린 고기와 아이스크림 몇 개가 뒹굴고 있었는데, 다행히 쓰다 남은 냉동 모듬해물이 보였다.

그걸 꺼내서 싱크대로 가, 받은 물에 부어 해동시켰다.

다음 냄비에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려 물을 끓이면서, 다시 냉장고로 가서 냉장실에 필요한 식재료를 꺼냈다.

식재료라고 해 봐야 파와 고춧가루, 계란이 다였다.

파는 씻어 썰어두고 그 사이 해동 된 모듬해물을 채에 걸러내자,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둔 냄비에 물이 끓었다.

나는 짬뽕라면을 뜯어서 스프를 먼저 냄비에 붓고 그 다음 모듬해물을 넣었다.

그렇게 다시 팔팔 끓여 해물의 감칠맛이 국물에 감돌게 만든 뒤 라면을 넣었다.

그 뒤 라면의 면발이 쫄깃쫄깃해 지게 하려고 몇 차례 젓가락으로 면을 건져 올려 공기와 면담을 시켜 주었다.

그러다 파를 넣고 계란을 푼 다음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여기서 더 끓이면 면이 퍼질 수 있었다.

“빨리 와. 라면 먹자.”

나는 다 끓인 냄비 속의 라면을 그릇에 담으면서 우희를 불렀다.

맛있는 라면 냄새 때문인지, 아님 배가 고파선지 우희는 내 부름에 주뼛거리며 식탁에 나타났다.

“앉아.”

그 말 후 그녀가 서 있는 쪽 식탁 위에, 그녀 몫의 짬뽕 라면이 들어 있는 그릇을 올려 주었다. 그리고 냉장고로 가서 거기 있는 반찬 중에 김치를 꺼냈다.

그 김치와 내 몫의 짬뽕 라면을 챙겨 식탁에 가자, 어느 새 자리에 앉은 그녀가 체면불구하고 후루룩 쩝쩝 라면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라면 찾을 때 주방 수납장에서 본 즉석밥이 생각 난 나는 즉석밥 두 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고 나서 내가 끓인 라면을 먹었다.

“으음....”

제대로 짬뽕국물 맛이 났다. 흡족해 하며 라면을 먹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해서 고개를 드니 우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에 라면 국물을 묻힌 채.

그래도 여신급 외모가 어디 가진 않았다.

‘예쁘다.’

내가 넋 놓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밥 먹어도 되요?”

그 말 후 전자레인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어어. 되지 그럼.”

내 대답에 식탁에서 몸을 일으킨 우희는,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즉석밥 두 개를 다 꺼내 와서, 하나는 나를 주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남은 라면국물에 바로 말았다.

그렇게 후루룩 짭짭 라면 그릇 속에 내용물을 전부 다 먹어치운 뒤 우희가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표정이 굳었다.

* * *

걸그룹 MP4의 멤버 중 다희라고 있다.

그녀는 MP4 해체 이후 뮤지컬배우로 승승장구했는데, 그런 그녀가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 MP4가 한창 잘 나갈 때 평균 수면시간이 2-3시간 남짓이었다나.

새벽 4시경 기상해 음악방송 준비를 하고 각종 리허설과 행사, 팬사인회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다보면 사실 잠 잘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거다.

그 생각이 나자 우희도 지금 그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중임을 알게 됐다.

한데 대표란 작자가 그렇게 힘든 우희를 매주 한 번 나타나서 자기 욕구나 채우기 급급했으니....

그래도 착한 게 설거지를 자신이 하려 했다.

“아냐. 내가 할 테니. 넌 쉬어.”

“....”

정말 순수한 마음에 그녀를 주방 밖으로 내 보내고 나는 뒷정리를 했다.

그 뒤 거실로 나가자 당연히 쉬고 있을 거라 여겼던 우희. 그녀가 나를 보고 앉아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여실히 떨렸다.

“대표님. 저 진짜 힘들어서 그런데 지금 바로 하시면 안 될까요?”

“뭐?”

그게 뭔 소리냐며 내가 우희를 쳐다보자 그녀는 내 눈길 따윈 개 무시하고는, 안 그래도 짧은 원피스 치마 속에 입고 있던 속바지와 끈 팬티를 차례로 벗었다.

그걸 보고 내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그때 우희가 붉은 원피스 치마를 훌렁 허리 위로 걷어 올리더니,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M자 자세를 취했다.

“헉!”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가 빨개서 그런지 더욱 색정적으로 보이는 우희.

그런 그녀가 M자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가운데, 양손 검지로 보지를 활짝 벌리고는 나를 뇌쇄적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대한민국 사내 중 섹시 아이콘 우희가 저러고 있는 데, 그걸 참을 수 있는 놈은 고자뿐일 거다.

씩씩 숨결이 거칠어진 나는 우희가 있는 쪽으로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하지만 그녀와 내 거리가 좁혀 질수록 우희의 안색이 점점 더 하얗게 변했다.

그러다 내가 그녀 바로 앞까지 다다랐을 때였다.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더니 그대로 고개 돌아간 방향으로 소파위에 허물어졌다.

“우희야!”

놀란 나는 쓰러진 우희의 상태를 살폈다. 우선 맥박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으으으....”

다행히 정신도 바로 돌아왔다.

“히익!”

단지 나를 보고는 기겁해서 잔뜩 몸을 웅크렸다. 내가 하도 강간을 해대다 보니 근처에만 있어도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물었다.

“괜찮아? 병원 갈까?”

병원이란 말에 우희의 눈빛이 싹 변했다.

“괜찮아요. 과호흡증후군으로 잠깐 실신한 거니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연예 기획사는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에 살인적인 스케줄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 수명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팬과 대중 인기로 버티는 아이돌 특성상 그 몇 년을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고.

특히 여자 아이돌의 경우 잘 나가는 모습은 길어도 10년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MP4도 올해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내년부터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해서, 불과 2년 뒤 해체하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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