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더 살을 맞대고 싶었다.
에일린은 자기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거 같았다.
'헉!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벗어나야 한다.
"스, 스승님 자, 잠깐…."
에일린은 바둥거리다 손에 물컹한 무언가를 잡았다.
-꿈틀.
"어?"
자신의 손이 스승의 거대한 음경을 움켜쥐고 있었다. 얼마나 큰지 음경에서 뛰는 맥박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헉!"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에일린은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뗐다.
"적극적인 제자구나. 제자가 원하는데 그거 하나 못 들어 줄까."
"아, 아니....이건…."
얼굴이 홍당무로 변한 에일린의 몸 위로 스승인 운호가 매끄럽게 올라탄다.
그리고 묵직하고 거대한 육봉이 에일린의 하복부를 파고들었다.
"흐힉!"
에일린은 운호의 거대한 물건이 삽입되는 그와 동시에 가볍게 절정을 맞이했다.
-움찔. 움찔.
에일린은 자기 육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깜짝 놀랐다.
'이, 이게..무슨?!'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스승의 시선에 에일린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윽! 하응! 자, 잠깐.....스, 스승님...하앙~!"
둘은 한참 후에 식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
*
*
플라리티.
환락가에서 물이 좋은 고급 술집으로 꽤 유명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두 명의 사내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온다.
한 명은 잘생긴 젊은 남자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시골의 노총각처럼 보였다.
앨버트와 찰스였다.
입고 있는 복장이 그들이 모험가라는 것을 유추하게 했다.
그들은 눈 밑이 퀭하고 다리를 휘청거리고 있었다.
서로를 의지한 체 한동안 걷던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둘의 시선엔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다.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가 됐다.
구멍 동서가 됐다.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두 사람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채찍질해 릴리아나의 저택으로 아니, 앨버트가 지은 오두막으로 귀가했다.
오두막 안은 밤새 내린 비로 엉망이었다.
비가 오지게 샌 모양이었다.
앨버트는 바로 얼마 전까지 극도로 화려하고 쾌락적인 생활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런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법한 허접한 오두막을 보자, 그 갭이 너무 크다 보니....조금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찰스의 얼굴을 보니 그도 별다른 표정이 아니었다.
"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앨버트의 모습에 찰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무슨 일이야? 앨버트."
"스승님은 헝그리정신을 알려주기 위해 저희에게 극도의 쾌락을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찰스 형님, 우리는 그 쾌락을 맛봤습니다. 이젠 스승님이 가르친 헝그리정신을 수행하기 더 힘들겠지요. 이건 스승님의 또 다른 시련이 아닐까요?"
"그, 그런가?"
찰스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도 헝그리정신이라는 것을 잠깐 겪어보긴 했다.
미궁에서 정령석을 구하는 한 달 동안.
릴리아나라는 마법사가 만들었단 알약만을 먹으며 연명했다.
그것만 먹어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그런데도 찰스는 알 수 없는 허기짐을 느꼈다.
음식을 먹지 않는 삶이란 생각보다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다.
정신 자체가 피폐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수련이라는 앨버트의 말에 참고 견뎠다.
그 덕에 오러를 각성한 것일 수도 있다.
"형님도 이제 스승님의 정식 제자가 됐으니 잘해보죠! 헝그리정신입니다! 헝그리!"
"고맙다! 앨버트!"
둘의 다짐이 무색하게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제자 시험도 합격했으니 바로 스승님의 가르침을 바로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둘은 대련도 종종 하면서 지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미궁에서 복귀했을 그때의 다정했던 스승의 모습은 어디 갔단 말인가.
게다가 그렇게 제집처럼 자주 들락거리던 에일린의 모습마저도 보이질 않았다.
앨버트는 소식이 없는 두 사람이 궁금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택 안에 들어가려고 하자 귀신같이 메이드장 마리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십니까."
앨버트는 무표정하게 물어보는 마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주춤했다.
"아, 마, 마리 님....스,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죄송합니다만, 마스터는 지금 에일린 님의 집중교육에 들어갔습니다."
마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해줬다.
"아, 그래서 에일린이.....그럼 어쩔 수 없군요."
"며칠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동안 개인 정비시간이라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아, 알겠습니다."
앨버트는 머쓱하니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
*
슬러버 호텔.
페르쿠나 마탑주 베르나의 객실.
바루라스 왕국의 첩보 조직인 케르베로스.
그 조직의 수장이 된 앨런 도프만은 초월자인 운호에 대해 베르나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이상입니다."
베르나는 나른한 얼굴로 턱을 괸 채 소파에 앉아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다리를 꼰 그녀의 드레스는 옆이 트여있어 매끈한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지만, 앨런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절대 보지 않으려 했다.
앨런은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눈칫밥으로 지금 베르나의 심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혹시 실수라도 할까 싶어 등이 축축 하게 젖어왔다.
베르나는 잠깐의 침묵 후에 입을 열었다.
"흑마법사?"
흑마법사는 쉽게 흘려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흑마법사 놈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하나다.
마왕을 인간세계에 불러들이려는 거다.
마왕이 강림하면 인간들로서는 당연히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슬러버에 있는 테라교의 신전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
테라교는 테라 여신을 섬기는 종교다.
이 대륙에서 가장 큰 종교이기도 하다.
거의 유일한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케르베로스도 초월자인 운호 곁에서 그를 살펴보는 여조직원들이 없었다면 몰랐을 일이었다.
원래라면 즉각 신전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제국일 때의 일이다.
테라교의 본청이 제국에 있기 때문이었다.
테라교에 흑마법사의 이야기는 조심히 해야 한다.
흑마법사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온다면 본청에서 성기사단이 파견된다.
테라교는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곤 해도 본청이 제국 안에 있다는 것과 가히 건드릴 수 없는 그들의 위세에 주변 왕국들은 성기사단이 파견되는 것을 꺼렸다.
성기사들은 흑마법사와 연관이 있다면 귀족이든 왕족이든 가리지 않고 처리한다.
그런 제어 불가한 병력이 자신의 왕국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왕족이나 귀족이 있을 리가 없다.
베르나는 이 사건이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흑마법사 건은 국왕한테 보고해.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예, 알겠습니다."
'슬러버 영주에게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베르나는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영주는 자신이 여기에 온 걸 모른다.
자신이 여기 있는 건 국왕과 알렉스 정도밖에 모를 거다.
'내가 고민할 필요 있나? 국왕이 알아서 하겠지.'
"그것보다.......크리스티나 공주와의 약혼을 위해 돌린 남작을 보냈다고?"
"네."
국왕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다.
그 핏덩이를 벌써 약혼시키려 하다니....
"알았어. 가봐."
"옙!"
앨런은 고개를 숙이고 재빠르게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앨런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베르나는 그가 사라지자 몸을 일으켜 커다란 전신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에는 몸에 쫙 달라붙어 잘빠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진청색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서 있었다.
부드럽게 흩날리는 하늘빛 머리카락.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육감적이면서 볼륨 있는 엉덩이.
거울을 잠시 보던 베르나는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봐줄 만하지 않나?"
베르나는 자신을 찾지 않는 운호에게 조금은 화가 났다.
그가 하는 일은 별것이 없었다.
보고대로 라면….
잘은 모르겠지만 게임이라는 것을 하거나.
보통....아니, 대부분 여자를 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보면 어지간히 여자를 밝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