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이 말했다.
".....당신들이 말이오?"
제롬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흑마법사들이 병력을 보내왔다.
그 병력을 본 제롬은 놀랐다.
말 그대로 자살폭탄 부대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세뇌가 되어있는지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감정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이들을 제어할 흑마법사 하나와 같이 보내 마법사를 처리한단다.
흑마법사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걸 보니 그들도 신전이 나서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거 같았다.
흑마법사가 직접 나섰다.
다른 이들이 끼어들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그래서 길드 놈들에게도 자신 있게 다크 블러드 클랜 단독으로 나서겠다고 한 거다.
그런데….
"......한 놈도 못 돌아왔다고?! 저택도 조용하고?"
부하의 보고를 받은 제롬은 황당했다.
제롬은 아이작이 보낸 이들이 돌아오지 못할 거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한 위력을 가진 마력 폭탄, 흑마법사까지 포함된 자살부대다.
원래라면 저택이 산산조각이 났어야 정상이다.
그 말은 즉, 폭발할 새도 없이 당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혹시 몰라 다른 길드 마스터에게 주변 통제를 부탁한 것이 무색하게 됐다.
제롬은 옆에 서 있는 아이작을 슬쩍 봤다.
"......"
후드 아래 굳게 다문 입술이 그도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 듯했다.
제롬은 등 뒤가 서늘해지며 왠지 모를 식은땀이 흘렀다.
'그럴 수가 있나?'
한둘도 아니고 그 많은 인원을.
그 고위마법사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이 된다.
제롬은 왠지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하루의 시작은 샤워다.
-쏴아....쭙쭙….
욕실은 샤워기의 물소리 외에 다른 끈적임이 섞여 있었다.
마리가 매끄러운 하얀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 쪼그려 앉아, 내 하초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쭙쭙….
촉촉이 젖어 달라붙은 갈색 단발머리가 그녀를 더욱 요염하게 보이게 한다.
그렇게 한창 마리의 봉사를 받으며 기분 좋은 샤워를 하고 있으니….
"주인님, 실례하겠습니다."
-드르륵!
욕실 문이 열리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귀여운 소녀가 거침없이 들어왔다.
클로에였다.
아름답게 굴곡진 그녀의 벌거벗은 몸은 그 커다란 가슴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클로에는 자연스럽게 내 뒤로 오더니 내 엉덩이를 벌리고 그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항문에서 느껴지는 미끈한 감촉.
-쪽쪽….
"으음…."
클로에의 거침없는 행동에 나도 모르게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앞뒤에서 느껴지는 그녀들의 정성스러운 봉사에 금세 사정감이 치솟아 오른다.
등줄기로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과 함께 마리의 입안에 정액을 쏟아냈다.
-울컥! 뷰르르릇!!
"꿀꺽. 꿀꺽…."
마리는 내 귀두 끝에서 쏟아지는 정액을 깔끔하게 삼켜낸다.
"후우…."
내가 한발 시원하게 뽑아내자 마리와 클로에는 익숙하게 자신들의 미끈한 나신에 비누칠하고 내 몸에 들러붙어 비비기 시작했다.
미끈미끈한 비누칠이다.
이쯤 되면 제국의 황제도 부럽지 않다.
받기만 해서는 미안하다.
나도 손을 움직여 그녀들의 몸에 비누칠을 시작했다. 내 커다란 손이 그녀들의 매끈한 살결을 누빈다.
"아흥..주인님...자꾸 만지시면 비누칠이 힘들어요."
클로에가 애교 섞인 코맹맹이 소릴 낸다.
"아흑..마, 마스터. 거기는…."
그렇게 서로의 몸 구석구석 비누칠해가다 보니 점점 숨결이 거칠어진다.
"운호! 이 녀석아! 적당히 좀 하고 나와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바깥에서 노성이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왠지 짜증이 한가득 묻어있었다.
그날인가?
잔뜩 긴장한 두 메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쩝…."
더 이상의 진도는 어려울 거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메이드들에게 몸을 맡겨 샤워를 마쳤다.
그렇게 벌거벗은 채 커다란 대물을 덜렁이면서 욕실에서 나오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진한 자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미녀.
릴리아나였다.
방구석 폐인, 히키코모리 수준으로 잘 보이지 않는 그녀가 웬일로 행차했다.
"눈치가 없군."
"흥!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네 녀석의 교미를 기다려 줄 생각은 없다!"
릴리아나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것이 왠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녀석의 시선이 내 대물을 유난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착각일까.
남자 놈이었다면 바로 주먹이 날아갔겠지만….
미녀가 관심 있게 보는데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부끄러워할 정도의 물건도 아니고….'
내 뒤를 이어 욕실에서 속옷만 입고 나온 마리와 클로에가 릴리아나를 보고 흠칫하고는 이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내게 달라붙어 수건으로 내 물기를 닦아주고 옷을 입혀준다.
웬만해서는 내게 볼일이 없지 않은 이상 얼굴을 보이지 않는 릴리아나다.
또 내 피가 필요해서 온 건가?
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필요한 것이 없었다.
마법서나 더 달라고 해야 하나….
"무슨 일이지?"
나는 메이드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누구 때문에 밤새워 고생했는지 알고…."
".....?"
예상과는 다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릴리아나가 말을 이었다.
"간밤에 침입자가 있었다."
"침입자? 릴리아나...그동안 무슨 짓을 했길래 침입자가 찾아와?"
내 말에 릴리아나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녀석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릴리아나의 말은 원인이 그녀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 때문이라고?"
"그래!"
나는 이곳에서 선량한 모험가다.
이곳에 와서 암습을 당할 정도로 나쁜 일은 한 적이 없다.
"그럴 리가...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릴리아나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흠…."
이곳에 와서 내가 한일은 미궁에 잠깐 다녀온 것밖에 없는데….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흑마법사까지 습격을 오다니.....세뇌 때문에 심문이 쉽진 않았다만....다크 블러드 클랜이라는 것만 간신히 알아냈다."
"흑마법사? 다크 블러드?"
다크 블러드….
중2병스러운 이름이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다.
곰곰이 생각하니 기억이 났다.
미궁 10층에서 만났던 놈들이었다.
이 세계 저 세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놈들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피라미들이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였다.
분명히….
우리에게 강도질하려다가 몰살당하고….
그 10층의 요새에서도 탈탈 털렸지.
그리고 복귀하는 길에 마왕 추종자라는 흑마법사 놈들을 때려잡았다.
분명 전부 다 죽였을 텐데….
목격자는 없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역시 마법?
'그런데 흑마법사의 입에서 다크 블러드 클랜이 나왔다면......클랜과 흑마법사가 연관이 있었던가?'
내가 먼저 건드린 것도 아니고 정당방위에 가까웠다.
....흑마법사 놈들은….
내가 먼저 건들기는 했지….
그래도 이 세계의 신이 인정할 정도의 죽여도 되는 놈들이었으니 괜찮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나는 선량한 모험가의 표본 그 자체였다.
조금만 더하면 용사까지 승급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괘씸하게 보복하겠답시고 찾아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귀찮은데….'
너무 피라미들이다 보니 귀차니즘이 솟구친다.
한참 진행 중인 게임이 있었다.
그렇다고 먼저 건드렸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마리, 다크 블러드 클랜의 본부를 알 수 있나?"
앞에서 내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있던 마리에게 물었다.
"예, 마스터. 다크 블러드 클랜 하우스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도시 시민 중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알 정도로 유명합니다."
다크 블러드 클랜.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어 모를법한 작은 모험가 길드가 아니다.
슬러버에서 가장 큰 모험가 집단 중 하나다.
음지가 아니라 양지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놈들이었다.
메이드장을 맡기 전 마부였던 마리가 아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이런 하찮은 일에 내가 움직여야 하나….
말 그대로 소 잡는 칼로 개미 잡는 격이다.
이럴 때 부려먹을 똘마니 하나 있으면 괜찮을 거 같기도 한데….
"네가 좀 처리하면 안 되나?"
릴리아나에게 한번 떠넘겨 본다.
"쉬익!쉬익! 이....내가 침입자도 막아줬는데…."
나를 노려보면서 부들부들 떠는 릴리아나.
상태를 보니 안 될 거 같았다.
예전보다 히스테리가 심해진 거 같은데….
'역시 욕구불만인가?'
매일 같이 내가 섹스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걸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결국 내가 움직여야 하는군.'
이런 피라미들 때문에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이 났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대놓고 이를 드러냈는데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이런 놈들은 설사 봐준다고 해도 얼마 안 가 분수도 모르고 이빨을 또 드러낼 게 뻔했다.
*
*
*
해가 저물어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슬슬 움직일 때군."
몸에 마력을 씌워 검은 갑옷을 만들어냇다.
'수니.'
[네! 주인님!]
마력갑옷이 투명하게 변한다.
발을 구르자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오른다.
날아갈 정도로 먼 거리도 아니다.
투명화한 상태로 건물 지붕을 가볍게 밟으며 목표 장소로 향했다.
날이 저물었음에도 도심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현대에 도시의 야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암살이었다.
다크 블러드 클랜 마스터를 노릴 생각이었다.
가장 손도 적게 가고 깔끔한 방법인 거 같았다.
클랜 놈들을 일일이 쳐 죽이는 것은 내 몸값에 비해 너무 수지가 안 맞았다.
'이름이 제롬 이랬던가?'
내가 박살 낸 미궁 요새는 4개의 모험가 조직이 관리한다고 들었다.
나머지 놈들은 연관이 없나?
일단 다크 블러드 클랜 마스터 놈을 처리한다.
그리고 그다음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만약에 분수를 모르고 덤빈다면 그때는 귀찮더라도 제대로 조질 생각이었다.
제롬이란 놈은 뒷세계의 범죄자 두목이 아니다. 당당하게 양지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들의 리더다.
대부분 클랜 하우스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주변에 비해 유난히 커 보이는 5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놈의 클랜 하우스였다.
다크 블러드 클랜 하우스의 지붕 위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건물 전체로 의식을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