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9화 (248/259)

오라클이 한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라클은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거지?"

관리자 후보도 아닌 그녀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좀 이상했다.

《오라클은 전생에 관리자와 소통하던...그들 세계로 말하면 성녀라는 존재였습니다. 그 능력은 그녀가 환생한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의 정보를 그녀에게 전달해 지성체가 침식률 저지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유도했습니다.》

벼리의 다음 단계의 계획도 볼 수 있었다.

어비스 침식률 30퍼센트. 

외계 지원 요청.

이건 오라클이 말하던 외계 간섭일 거다.

"외계 지원 요청. 이건 뭐지?"

《별의 자체의 능력으로 어비스의 침식을 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외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좀비 세계의 별의 미녀도 한 일이다.

그런데 그곳의 외계인은 나 혼자였다.

그 말은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부른다고 오나?"

《별에 지성체의 숫자가 많을수록 그들이 지원을 올 확률은 높습니다.》

"적으면?"

《지성체가 적으면 어비스의 침식을 막을 확률도 낮습니다. 그들도 가능성이 낮은 일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말은 이득이 없으면 도와주지 않는다는 거다.

"외계인들이 지원하러 오면 무슨 이득이 있는데."

《그들이 원하는 데로 모든 일이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그들은 이 별을 지배할 수 있을 겁니다.》

"위험한 거 아닌가?"

《멸망하는 것보다는 외계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생존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운호 님이 관리자가 되신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어떻게 되지?"

《간단합니다. 결국은 힘입니다. 집단으로든 개인으로든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시면 됩니다. 운호 님은 오로지 개인의 역량으로 후보에 오르셨으니 개인의 무력을 더 높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간단하군…."

나름 금욕도 하고 열심히 굴러서 육체 강화를 2단계나 올리고 온 상태다.

다음 단계는 그 두 단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스킬 포인트가 필요하다.

관리자라는 것 때문에 바로 다시 좀비 세계에 가기는 싫었다.

"후보는 나밖에 없나?"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관리자라는 것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말이 관리자지.

그냥 어비스의 침식으로부터 지구가 멸망하지 않게 지키라는 거다.

하기 싫다고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내 여자들이 눈에 밟힌다.

《관리자가 된다면 별의 힘을 끌어 쓸 수 있게 됩니다.》

벼리가 그런 내 탐탁지 않아 하는 마음을 읽었는지 관리자가 되었을 때의 매리트를 말했다.

골치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판테라로 로그인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집무실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주인님. 클로에입니다."

"들어와."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메이드 복과 예쁜 핑크 머리를 가진 귀염 상의 소녀가 조심스럽게 집무실로 들어왔다.

클로에는 내 전속 메이드다.

그녀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있었고 그 위에는 가벼운 다과가 놓여있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다과를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가슴골이 내 시선을 끈다.

내 시선을 느낀 클로에가 살포시 얼굴을 붉힌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 온다.

그리고 내 바지의 벨트를 풀었다.

-투욱….

클로에의 얼굴에 굵고 길쭉한 살덩이가 놓인다.

내 대물을 본 그녀의 붉은색으로 옅게 물든 눈동자가 그 순진한 얼굴과 반대로 요염하게 빛난다. 그리고 내 물건을 그 작은 입안으로 거침없이 집어삼켰다.

-쯉. 쮸읍. 쭙쭙.

그녀는 익숙한 듯 손으로 부드럽게 내 불알주머니를 주무르며 자극을 줬다.

"으음…."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클로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입 봉사를 만끽했다.

......판테라로 돌아온 보람이 있었다.

한동안 이곳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지구의 일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

*

*

바루라스 왕국의 수도. 

바루라.

바루라스의 국왕 프레드릭은 베르나 페르쿠나 공작의 제자이자 부탑주. 

7서클 마법사, 알렉스 후작을 왕궁으로 불러 독대했다.

지금 바루라스 왕국 초미의 관심사인 운호라는 초월자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초월자의 건은 어떻게 되었는가."

"슬러버에 저택을 사들여 그곳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프레드릭 국왕의 말에 테일러 후작이 대답했다.

"슬러버?"

슬러버는 해럴드 백작이 통치하는 영지다.

원래는 거대한 노예시장이 있던 곳이었다.

현재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노예보다 미궁이 더 유명해졌을 뿐이다.

그 미궁에서 본 이득으로 해럴드 백작은 위상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그가 미궁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페르쿠나 공작이 갔다고 들었는데…."

국왕의 질문에 알렉스 후작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승인 베르나가 초월자의 영입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랜 정체기에 있는 그녀는 자신의 경지에만 관심이 있지 그 외의 일은 관심 밖이었다.

"스승님은 그의 영입에는 관심이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급하게 내려간 것이란 말인가?"

테일러 후작은 스승이 내려간 이유에 대해 사실대로 국왕에게 말했다.

거짓을 말할 이유도 없었다.

마탑주인 베르나는 국왕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면 페르쿠나 공작에게는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로군…."

"송구스럽지만 그렇습니다."

알렉스 후작은 면목 없다는 듯 프레드릭 국왕에게 고개를 숙였다. 스승의 위상이 높다고 해서 자신까지 당당해서는 안 된다.

아직 그 정도 위치까지 오르진 않았다.

베르나에게 기대할 수 없다면 결국 따로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상당히 색을 밝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막내는 어떻소."

막내라면 프레드릭 국왕이 애지중지 아끼는 크리스티나 공주를 말하는 거였다.

"막내 공주님이야 그 어느 사내가 마다하겠습니까마는.....아직 그의 성향도 잘 모르는데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초월자다.

국가의 힘조차 초월한 존재.

그들에게 국가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인연을 만든다면 달라진다.

초월자도 인간이다.

아무래도 연인이나 가족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크리스티나 공주와 정략결혼이라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순 없었다.

"아니오. 이 건은 빨리 처리해야 하오. 아직은 입단속을 해서 별말이 안 나오고 있지만 소문이 퍼진다면 온 귀족들이 달려들게요. 돌린 남작을 보내도록 하지."

만약에 초월자와 왕족인 크리스티나 공주와 이어진다면 굳건한 왕권은 물론 바루라스는 그 어떤 왕국도......아니 제국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

*

모니터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The End」

간만에 느긋하게 게임 하나의 엔딩을 봤다.

골든링이라는 게임이었다.

평작.

나쁘진 않았다.

똥겜이 아닌 것이 어딘가.

다행히 투자한 시간이 아까운 게임은 아니었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미궁으로 진입해 마왕과 관련된 단서를 수집하세요!>

<단서의 중요도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합니다!>

내가 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퀘스트가 발생했다.

이놈의 메시지….

문제는 퀘스트 메시지가 스팸 수준으로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는 거다.

시스템 창은 이 판테라의 관리자 녀석의 퀘스트 메시지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어떻게든 날 미궁으로 집어넣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난 좀 더 쉬고 싶었다.

휴가를 위해 여기 온 거지 일하러 온 게 아니다.

'귀찮게 하는군.'

관리자 놈을 만나서 주리를 틀어야 하나….

만날 수는 있나?

이걸 보면 관리자는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별의 관리자쯤 되면 무력도 그럭저럭 될 텐데….

답답하면 자기가 나서는 게 빠를 거다.

그런데 이렇게 메시지만 주구장창 보내고 있다.

관리자는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신이다.

신이기에 인간세계에 관여할 수 없다는 건가?

벼리한테는 그런 제약이 있다는 이야기 못 들었는데….

김칫국 들여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아직 될 생각도 없는 관리자에 대해 시시콜콜 물어보진 않았다.

만약 그딴 제약이 있다면 여자도 못 만나는데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거 같다.

관리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니, 미안하지 않지만.

나는 더 휴식이 필요했다.

일단은 무시다.

시스템 창에 관리자의 스팸 메시지를 더는 뜨지 않게 설정하고 보니 구석에 웬 알림이 떠 있었다.

뭔가 했다.

<공격대원 부상!>

"부상?"

공격대원이라면 내가 파티로 넣은 이들이다.

오물이 둘 정도 있긴 한데....그 외에는 대부분이 여자였다.

아일라나 루나면 큰일이다.

공격대 파티창을 띄웠다.

"응?"

『앨버트: 부상.』

앨버트의 상태가 부상으로 떠 있었다.

다쳤다는 이야기다.

희소식이었다.

녀석들이 이 미궁으로 간지 이제 2주 좀 안 됐나?

앨버트 녀석 드디어 가는 건가?

천국으로….

찰스 녀석보다는 좀 강한 녀석이었는데….

그런데 찰스는 또 멀쩡했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하지만 볼 방법은 없었다.

[제가 가서 어떤 상황인지 보여드릴까요?]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건지 수니가 말을 걸어왔다.

"그런 것도 가능해?"

[네, 제가 직접 가서 몰래 촬영한다면 가능할 거예요!]

하긴 수니는 나완 다르게 공간의 제약이 없다.

그리고 그런 수니는 나와 연결되어있다.

수니가 촬영한 영상을 내게 송출하는 거다.

어? 그러면….

내가 공격대 안으로 들인 여자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인가?

구미가 당긴다.

그런데….

문제는 수니를 그곳에 몰래 보내야 한다는 거다.

수니는 실체화하면서부터는 내 여자란 생각이 강했다. 그런 그녀를 다른 여자의 몰카를 위해 보낸다?

.....이건 사내로서 너무 추한 짓이었다.

그냥 당당히 벗기고 말지.

이 생각은 폐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앨버트 녀석의 상황을 보는 정도야 문제가 없다.

"부탁한다. 수니 몬!"

[넵! 주인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앨버트의 모습이 화면에 떠올랐다.

미궁 안의 동굴인 거 같았다.

몇 층이지?

아직 1층은 아니겠지.

그 정도로 무능력하다면 그것도 환영이다.

제자 시험은 정령석을 구해오는 거였고 임무 실패라는 말과 같았다.

앨버트와 찰스는 머리가 에일리언 비슷한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였다.

길쭉한 머리와 기다란 꼬리 손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돋아있었다.

원래 두 마리였던 거 같은데….

몬스터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쉽게도 한 마리는 이미 처리한 거 같았다.

앨버트의 다리는 피로 물들어있었다.

전투를 벌이다 다리에 상처를 입은 듯했다. 

움직이는 것을 보니 경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상도 아닌 모양이었다.

찰스와 앨버트는 남은 한 마리를 상대로 협공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유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쩔쩔맨다.

찰스 놈이 잉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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