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6화 (245/259)

"얼굴도 반반하고 임산부라니....시발 꼴리는데 맛 좀 보면 안 되나?"

진한 갈색 머리와 구릿빛 피부를 가진 사내가 경숙이 있는 선실 문을 슬쩍 보곤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미쳤어? 두목 성격 몰라? 자기가 점찍어둔 여자 건드는 거 병적으로 싫어하잖아. 어차피 또 먹다 질리면 버릴 테니 그때를 노려봐라."

녹색 머리와 팔에 문신을 한 남자가 말했다.

"당연히 농담이지. 난 아직 쓸 날이 창창한 물건을 내 뱃속으로 넣긴 싫다고.....개새끼한테 내 엉덩이 내주기도 싫고."

"그나저나 그때 카를로스 그놈은 무슨 생각으로 두목의 여자를 건드린 거지?"

"뭐 제 딴에는 두목의 총애를 받는다고 그쯤은 용서받을 거로 생각했나 보지. 큭큭. 거들먹거리는 거 꼴 보기 싫었는데 잘됐지."

"나는 그때 카를로스의 물건이 잘리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불알이 쪼그라든다."

"두목도 악취미야. 그걸 다시 놈한테 먹이고.....개한테 후장까지 따게 하다니."

"아....섹스하고 싶다."

"좀 있으면 수송선 오잖아. 그거 타면 복귀는 금방이야. 그것도 못 참냐?"

두 사내는 낄낄거리며 허물없는 대화를 나눴다.

'수송선?'

의념이 움직이자 요트와 좀 떨어진 곳에서 수직이착륙기가 요트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바로 인지됐다.

수직이착륙기는 10분 안쪽으로 요트에 도착할 거 같았다.

'수니 봤어?'

수니에게 위치 정보를 전달해줬다.

[네, 인식했어요.]

확장된 의식을 제주도의 육체로 되돌렸다.

"잠깐만 기다려라. 금방 데려올 테니."

"예? 예…."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테라스에서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마력으로 슈트처럼 몸을 감싸자마자 순식간에 가속되는 육체는 극초음속으로 진입했다.

-콰앙!!

-쩌저적!!

충격파가 퍼져나가고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납치범 놈들이 있는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해 요란하게 날았다.

'일본 놈들 지랄 좀 하겠는데….'

물론 나한테는 뭐라고 못하고 한국 정부에 지랄할 거다.

'뭐.....내 알 바 아니지.'

일본은 안타깝게도 S급 각성자가 없다.

혹시 마법이나 오러에 놀라운 재능을 가진 이가 있다고 해도....아직 개천에서 용이 나기에는 조금은 이른 시기다.

그렇게 날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숙이가 갇혀있는 요트가 보였다.

그곳을 향해 그대로 내리꽂혔다.

-으저적!

선체를 무자비하게 관통해 경숙의 객실로 그대로 돌파해 들어갔다.

가속된 사고.

느려진 시간 속.

아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경숙이가 보였다.

곧 있으면 충격파가 들이닥칠 거다.

그녀를 마력으로 감쌌다. 

검은색 둥근 보호막이 생성됐다.

그리고 뒤늦게 폭음이 울렸다.

-콰앙!!

내가 진입한 충격으로 요트가 크게 출렁이며 선실이 난장판이 됐다.

마력 보호막은 충격파에서 경숙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줬다. 그녀의 안전을 확인한 나는 객실의 문을 발로 찼다.

-쾅!!

문이 통째로 뜯겨 날아갔다.

"뭐, 뭐야?!"

녀석들을 순식간에 들이닥친 상황에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숙이의 객실에서 문을 부수고 걸어 나오는 나를 보고 눈을 부릅뜬다.

"어…?"

"바, 박운호?"

내 얼굴을 본 놈들이 당황한다.

말을 섞을 생각은 없었다.

주변의 마력이 내 코어를 타고 흘러들어와 내 손에 순식간 커다란 마력검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본 놈들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자...잠…."

검을 그대로 옆으로 횡으로 그었다.

-스걱!!

그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반토막이 된 놈들이 내장을 쏟아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다시 선실로 들어가 보호막을 해제했다.

경숙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눈물을 글썽인다.

"운호 씨…."

"미안, 이제와서."

"아니에요."

경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서 나가자고."

"네!"

그녀를 조심스럽게 한 손으로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천장에 크게 바깥으로 뚫린 구멍이 보였다.

내가 뚫고 들어온 곳이다.

염력을 사용해 그 구멍으로 몸을 띄워 그녀와 함께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경숙이가 좀 불안한지 내 목을 끌어안는다.

나는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익스플로전 마법 지팡이를 꺼냈다.

-우웅.

지팡이 끝에 빠르게 익스플로전을 담은 마력 구체가 생성됨과 동시에 요트를 향해 날아갔다.

-쿠앙!!

익스플로전에 부딪힌 요트가 커다란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가라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랐는지 내 목을 끌어안고 있던 경숙이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멀리서 요트 쪽으로 날아오는 수직이착륙기가 보였다.

경숙이를 수송하러 온 비행기였다.

요트가 가라앉는 것을 봤는지 방향을 선회하려고 했다.

당연히 보내줄 수는 없었다.

마력창을 생성해 그 수직이착륙기를 향해 던졌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 마력창이 비행기의 조종석을 관통한다. 

조종사를 잃은 수직이착륙기는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눈에 보이는 괘씸한 놈들은 정리됐다.

일단 먼저 경숙이를 제주도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를 공격대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어, 어머니!"

"유나야."

유나가 경숙이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끌어안았다.

경숙이를 무사히 구출했다. 

그러나 아직 한 가지 일이 남아있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

좀비 세계에서 날 한동안 고생하게 만든.

후안 라즈카.

놈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감동의 재회를 하는 모녀를 놔두고 나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다 문득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육체는 끊임없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렇게 솟구친 육체는 순식간에 대기권을 돌파했다.

순간 세상이 어두워졌다.

발밑에 밝게 빛나는 푸른 별이 보였다.

지구였다.

숨이 안 쉬어진다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어색할 뿐 크게 문제는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예상대로였다.

나는 우주공간에서조차 무난한 생존이 가능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고 꽤 보기 좋았다. 가끔 이렇게 올라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우주에도 마력은 있었다.

확인할 건 확인했고 후안 놈을 잡을 때였다.

놈의 위치는 이미 파악했다.

브라질을 향해 낙하를 시작했다.

대기권으로 진입하자 대기와 충돌한 마력 슈트의 표면이 마찰열로 인해 붉게 물들며 환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긴 빛의 꼬리를 그리며 낙하하니 순식간에 지상이 가까워졌다.

상파울루의 유난히 크고 높은 고층빌딩이 보였다.

놈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대로 놈이 있는 그 고층 빌딩의 그 꼭대기 층에 충돌했다.

-꽈앙!!!

충돌로 박살이나 폐허가 된 빌딩꼭대기.

"커억!! 이게 무슨…."

그 폐허의 잔해 속에서 후안 라즈카가 피를 토하며 일어났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놈의 한껏 충혈된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하나?

일격에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 놈이 너무 약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다.

너무 쉽게 죽지 않아서.

난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놈에게 느긋하게 발걸음 옮겼다.

"....박...운호…."

날 발견한 후안이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떨리는 눈동자는 감출 수 없었다.

황당할 수도 있다.

녀석은 협박 전화를 하고 1시간도 되지 않아 내 방문을 받은 거다.

하지만 놈은 모른다.

내가 이곳에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를.

주변에 불똥이 튄다.

-타닥. 타닥.

"죽어라!!"

후안이 고함을 질렀다.

주변의 불똥들이 나를 중심으로 빨려 들어오더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강렬한 충격과 열기가 휘몰아친다.

폭발에 빌딩이 크게 흔들리고 유리창이 터져나갔다.

두 번의 커다란 충격을 받은 고층 빌딩은 그런데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도 후안 놈이 자기 보금자리라고 튼튼하게 지은 거 같았다.

폭발로 인해 자욱한 먼지가 일었다.

강력한 폭발이었지만 내겐 아무런 피해를 줄 순 없었다.

후안 녀석이 키웠다고 볼 수 있는 괴물이다.

내가 있는 먼지 속을 바라보는 놈의 얼굴엔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기대에는 부응해 줄 순 없다.

발이 가볍게 지면을 튕기자 나는 순식간에 놈의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놈의 머리를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놈은 그대로 대롱대롱 내 손에 들렸다.

탄탄한 근육질 몸에 키도 훤칠했지만 나와 비교해서는 한참 모자랐다.

놀란 놈이 내 굵고 단단한 팔을 두드리며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 비전 도서관의 우등생이었는지 강력한 전류가 팔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가벼운 마사지 수준이다.

반항하는 놈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줘본다.

-쩌적….

놈의 머리뼈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제, 제발!!"

이대로라면 머리가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 듯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어허...얌전히 안 있어?"

힘을 줬던 손에 슬쩍 힘을 빼며 놈에게 엄포를 놨다.

그러자 말 잘 듣는 개처럼 금세 얌전해진다.

"크윽!!"

후안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굴욕적으로 느껴지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내가 경고했지? 곱게 죽이진 않겠다고."

나는 사납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서슬 퍼런 분위기에 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놈과의 통화에서 뭐라고 했는지 정확하게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고운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도 이놈에 대한 분노만은 잊지 않았다.

후안의 왼쪽 팔을 잡았다.

놈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순간.

그대로 놈의 팔을 뽑아버렸다.

-우드득!!

"아아악!!"

팔이 뜯긴 부위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이내 지혈이 되는지 출혈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어떻게 능력을 사용해 지혈한 모양이었다.

바퀴벌레 같은 생존본능이었다.

개의치 않고 남아있는 나머지 한쪽 팔을 잡았다.

"자, 잠깐......난 네 여자를 잡고 있다. 그녀와 배 속 아이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거냐?! 박운호!!"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놈이다.

워낙 빠르게 오다 보니 놈에게 아직 연락이 들어오지 않은 거 같다.

".....미친놈. 그러게, 팔 하나로 용서해 준다고 했을 때 말을 들었어야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