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7화 (236/259)

심연이 도사리고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풍경은 그 심연을 연상시켰다.

그 화장실에 갈 때면 혹시라도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고 공포에 벌벌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어때. 저기로 나갈 수 있겠어?"

"........"

제시카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다른 옵션도 있어. 여기야."

제시카가 가리키는 화면에는 좀비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그레이스가 이채를 띠며 물었다.

"지하 자기부상 열차가 움직이는 곳이야."

"지하에 그런 것도 있어?"

"원래 기밀을 요하는 일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곳이었어. 초기에 좀비가 발생하던 시기에 직원들이 저곳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보시다시피 다들 저렇게 됐지."

탈출하기 위해 몰리는 사람들.

그들 속에서 나타난 좀비.

자연스레 어떤 아비규환이 일어났는지 연상이 됐다.

"원래는 갈 엄두도 못 냈는데.....지금 상황으로 봐서 지상보다는 저쪽이 나아 보이네."

제시카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그레이스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좀비라면 해볼 만할 거 같아."

필립과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구더기보다는 좀비가 나았다.

지상에서 빌빌대긴 했어도.

일행은 캐리를 제외하고 나름 희귀한 초능력 각성자들이다.

하급 침식체조차 되지 않는 일반 좀비는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기다리다 보면 구더기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캐리가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좀 더 기다려 보던가. 난 너희들의 선택에 따를 뿐이니까."

제시카가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조작한다.

"이게 지하 선로 지도야."

그녀가 태블릿에 지도를 띄워줬다.

일행은 그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쯤이 우리가 차를 세워둔 곳이야."

그레이스가 지도의 한 지점을 짚으며 말했다.

"여기는?"

그레이스는 우리가 차를 세워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짚으며 제시카에게 물었다. 

그곳으로 열차선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가 차를 세워놓은 곳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곳이었다.

"그곳은 물류창고야."

"열차는 움직이지 않는 건가?"

"어딘가에 있긴 하겠지만......이쪽에서 움직일 수는 없어. 부서졌을 수도 있고."

"그러면 지하 선로를 따라 물류창고로 이동해 지상으로 나가자. 그리고 우리가 세워둔 차까지 가면 되겠어.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 출발하자."

그레이스의 주도하에 탈출 계획을 세운 일행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

*

-쏴아….

제시카가 어차피 내일 탈출할 테니 물은 마음껏 쓰라고 해서 연구원들의 숙소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욕실의 문이 열고 벌거벗은 몸으로 당당하게 들어온 캐리가 뒤에서 조용히 나를 끌어안았다.

뒤에 부드럽고 매끄러운 여체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손을 앞으로 뻗은 그녀가 내 고추를 조몰락거린다.

금세 성이 난 페니스가 빳빳하게 곤두섰다.

몸을 돌리자 캐리가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자연스레 서로의 혀가 질척하게 엉킨다.

내 손이 그녀의 허리를 쓸고 밑으로 내려가 풍만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하응…."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흘러나온다.

그 숨결을 삼키고 그녀의 혀를 쪽쪽 빨았다.

캐리도 지지 않고 내 몸을 연신 쓰다듬는다.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보채듯이 자지에 자신의 매끈한 아랫배를 비빈다.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느껴졌다.

손가락이 안으로….

질척한 동굴로 파고들었다.

이미 눅눅하게 젖은 그녀의 구멍이 내 손가락을 꼭꼭 물어온다.

"운호....어서…."

캐리가 내게 재촉한다.

그녀는 더 큰 것을 바라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캐리가 참기 힘든지 내 자지를 잡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이끌었다.

-쯔걱!

내 자지가 그녀의 구멍 안으로 미끄러지듯이 파고들었다.

"하악!!"

그녀가 내 목을 끌어안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힌다.

천천히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그녀도 내 율동에 맞춰 허리를 움직인다.

-쯔붑쯔븝.

"하응. 하응…."

귀두가 그녀의 질 안을 연신 훑고 그녀의 자궁을 연신 두들겨 댄다.

뭔가 부족했는지 캐리가 양다리로 내 허리를 감아온다. 그렇게 양팔과 양다리로 매미처럼 매달린 그녀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나는 그런 캐리가 힘들지 않게 그녀의 엉덩이를 잘 받쳐줬다.

-철퍽! 철퍽!

음란한 물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졌다.

캐리가 내게 매달려 거칠게 움직이니 이내 사정감이 치솟아 올랐다.

"운호, 싸줘! 내 안에!!"

내 사정이 임박했음을 느꼈는지 그녀가 소리쳤다.

-부르르르릅!!

나는 참지 않고 그녀의 자궁 안에 정액을 가득 채워줬다.

"하아악!!"

나를 꼭 부둥켜안고 오르가즘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캐리.

-뚝...뚝.

결합부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불알을 타고 욕실 바닥에 떨어진다.

"하아. 하아."

나는 숨을 고르는 그녀의 몸을 돌려세웠다.

내가 뭘 원하는지 파악한 캐리는 익숙하게 욕실의 벽에 손을 대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쭈욱' 벌렸다.

엉덩이가 활짝 열리자.

꼬물거리는 분홍색 항문 주름과 그 밑으로 활짝 벌어진 음순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음순에 박혀있는 보지 구멍에서 흘러나온 걸쭉한 하얀 액체가 그대로 늘어지며 밑으로 떨어진다.

참지 못한 굵은 페니스가 다시 그녀의 구멍 안으로 진격했다.

"하앙~"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움켜잡고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쯔붑! 쯔붑!

번들거리면서 구멍을 들락이는 굵은 자지.

자지가 뒤로 빠질 때마다 딸려나오는 분홍빛 속살.

그 음란한 광경이 좀 더 거칠게 허리를 흔들게 했다.

"훅! 훅!!"

-철썩! 철썩!

"앗! 하앗!!"

그렇게 욕실에서 뒤엉킨 두 남녀의 헐떡이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

*

*

내게 시달리다 기운이 빠져 기절한 캐리를 침대에 조심히 눕혔다.

-세엑...세엑….

조용히 숨을 쉬며 단잠을 자는 캐리.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그 새하얀 나신에 다시 하물에 피가 쏠린다. 

하지만 나는 자제력을 발휘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이불로 그녀의 몸을 덮어주고 그 옆에 누웠다.

"......"

왠지 잠이 오질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환한 불빛이 어두운 복도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제시카와 이야기를 나눴던 식당이다.

호기심에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그레이스가 혼자 앉아있었다.

금색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은 것이 그녀도 샤워한 거 같았다.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내일 움직여야하는데....쉬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나를 슬쩍 본 그녀가 말했다.

"쉬어야지....그냥...잠이 안 와서…."

인벤토리에서 와인과 잔을 꺼내 그녀에게 따라줬다.

"이런 것도 가지고 다니는 거야?"

그레이스가 와인을 보고 놀라며 묻는다.

"가끔 이렇게 잠 못 이루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필요할까 봐."

그녀는 피식 웃으면 내가 따라준 와인을 마셨다.

"하아.....맛있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지만 꽤 비싼 와인으로 알고 있다.

알콜이 들어가서 그런지.

그녀의 볼에 은은한 분홍빛이 감돈다.

"불안해?"

"불안해서 그런 건 아니야. 이상하게 걱정되지는 않네....운호, 네가 있어서 그런가?"

그녀와 나는 주거니 받거니 와인을 마셨다.

소주야 별맛이 안나 먹기 곤욕스러웠지만, 와인은 알콜을 빼더라도 달콤한 포도 맛은 나니 먹을 만했다.

"운호 너에게는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하기도 해.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서....솔직히 필립과 리처드를 구하고 여기까지 온 건 다 네 덕분이잖아."

그녀는 개념이 있었다.

도움을 받아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들도 흔하다.

필립이라던가….

촉촉하게 젖은 그레이스의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취기가 오른 건지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은 그 미모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레이스와 시선이 얽힌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은은한 열기가 서려 있었다.

"....."

"....."

내 얼굴이 그녀의 얼굴과 가까워진다.

그레이스가 눈을 감는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시간을 끌면 안 된다.

빠르게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서로의 혀가 뱀처럼 얽히고설킨다.

-츕. 츄읍. 츄릅....쯉.

그녀의 혀에서 나는 은은한 포도주 향 때문인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술의 힘은 위대했다.

그레이스의 마음을 살짝 풀어지게 했다.

와인을 가지고 다니길 잘했다.

솔직히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구비해 두긴했지만.....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물론 마력으로 살짝 자극한 것도 있었다.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레이스가 입술을 떼고 내 가슴을 밀었다.

몽롱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있었다.

술기운에 키스했는데 조금 정신을 차린 거 같았다.

"미, 미안......이, 이건 잊어줘!"

그레이스는 분위기에 휩쓸려 키스했단 사실이 당황스러웠는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

"......"

.....가슴을 괜히 만졌나? 

성급했군….

아니.....역시 캐리 때문인가?

그레이스는 내게 호감이 있다. 그런데 나와 캐리의 관계를 알고 있다.

친구인 캐리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조금만 더하면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뭔가........하나가 부족했다.

나는 떠나버린 그녀의 빈자리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

*

*

-쿠릉….

묵직한 폭음과 함께 방안이 크게 흔들렸다.

침대가 삐걱거릴 정도였다.

잠에서 깼다.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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